어제 포털사이트와 커뮤니티 게시판, SNS에서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사위 이모씨의 상습적인 마약 투약 사실과 검찰과 법원의 봐주기 논란이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네티즌들은 지난 2년 반 동안 15차례에 걸쳐 마약을
투약한 거액 자산가의 아들이 다름 아닌 김무성 대표의 사위라는 사실에 놀라움을 표하면서도, 그가 징역
4년~9년 6개월인 양형기준에 밑도는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점을 들어 검찰과 법원을 비난하고 있다.
김무성
대표는 논란이 거세지자 국회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사위가) 재판 끝나고 출소한 지 한 달 정도 지나서 내용을 알게 됐고 부모된 마음에 이 결혼이
절대 안된다고 설득했으나 (제 딸이) 울며 결혼을 꼭 하겠다고 했다"고 해명했다. 자식이기는
부모없다는 옛말대로 사위의 마약복용 사실을 후에 인지했으나 딸의 의지를 꺽을 수 없었다는 것이 김무성 대표의 주장이다.
(그들의 말이 맞다면) 참으로 눈물겨운
순애보이고, 애잔한 부정이 아닐 수 없다.
애지중지 키워온 딸이 사랑하는 사람이 상습적으로 마약을 복용한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결혼을 허락한 아버지의 고뇌와 결단에 절로 머리가
숙여진다. 사람은 누구나 한 순간의 유혹으로 해서는 안되는 잘못을 범할 수 있고 실수를 저지를 수도 있다.
본인이 잘못을 뉘우치고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다면, 그리고 무엇보다 딸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면 그깟 마약복용이 문제겠는가. 때 아닌 사위의 마약복용 논란의 화살이 김무성 대표에게로 향하는
것은 그러므로 올곧지 못하다.
그러나
이번 논란이 검찰과 법원의 봐주기 수사와 연관되어 있다면 문제는 완전히 달라진다. 만약 그렇다면 검찰과 법원이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하다'는 대원칙을 무너뜨린 것일 뿐만 아니라,
법과 질서를 지키며 살아가는 다수 국민들을 우롱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논란은 김무성 대표 사위의 상습적 마약 투약 사실이 아니라 그에 대한 검찰과 법원의 봐주기 여부가 핵심이다.
그런데
이번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검찰과 법원의 행동에는 석연치 않은 점들이 몇 가지 눈에 띤다. 먼저 법원이 일반적인 마약사범에
비해 이모씨에게는 지극히 낮은 양형을 선고했다는 점이 그렇다. 이모씨의 마약복용 혐의는 대법원 양형기준으로 본다면 징역 4년에서 9년 6개월 사이의 형량이 선고되어야 한다. 그러나 서울동부지방법원
제11형사부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을 뿐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상습성이 짙고 중독성이 강한 코카인과 필로폰을
복용했다는 점에서 법원의 판결이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점은 더욱 이상하다. 검찰은 이모씨에
대해 양형기준인 4년보다 낮은 3년을 구형했고, 재판부가 실형이 아닌 집행유예를 선고했음에도 항소를 하지 않았다. 더구나 사건을 담당했던 동부지검은
"수사할 때 이모씨의 가족관계를 전혀 몰랐다"는 말도 안되는 해명까지 했다.
정치권력의 이해와 맞물려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사돈의 팔촌까지 이 잡듯이 뒤지는 것으로 악명높은 검찰이 이토록 허술하게
수사를 했다는 것 자체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검찰답지 않은 허술하고 부실한 수사와 항소 포기는 이모씨에 대한 봐주기
의혹을 더욱 짙게 만드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이모씨와
공범과의 형평성 문제도 짚어봐야 한다. 이모씨는 코카인•필로폰•엑스터시•스파이스 등 각종 마약들을 총
15차례에 걸쳐 투약했고, 공범인 김모씨는 2회 투약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은 동일하게 '징역 3년'을 구형했다. 마약 투약의 상습성으로 본다면 공범인 김모씨보다 이모씨의 죄질이 더욱 나쁘다는 것은 상식에 가깝다. 그러나 검찰은 두 사람 모두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고, 이는 앞서 살펴본 대법원의 양형기준에도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 대한민국 검찰이 언제부터 이토록 관대하고 너그러워졌을까.
이모씨가
충북지역 유력 건설업체 회장의 아들이라는 점도 눈여겨 봐야 한다. 이같은 사실은 (사위의 마약 투약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는
김무성 대표의 해명을 곧이 곧대로 믿는다 하더라도, 그리고 이번 논란을 언론에 흘린 주체와 그를 둘러싼 정치공학은 논외로 치더라도) 재벌가에
대한 검찰과 사법부의 봐주기 의혹을 더욱 짙게 만들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이번 논란에 가장 곤욕스러워 하고 있을 김무성 대표의 발언도 부적절했다. 김무성 대표는 자신이 정치인이기 때문에 이모씨가 양형을 약하게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요새 세상에 정치인 가족이라면 더 중형을 때리지, 그걸 도와주는 판사를 본 적 있냐"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오히려 언론의 잘못된 기사에 의해 사위와 가족, 그리고 자신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인식과 태도다.
그러나
김무성 대표의 발언에 동조할 국민들이 과연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그는 유력 정치인, 그것도 대권에 가장 근접해 있는 집권여당 대표의 가족에게 중형을 때릴
소신있는 검사, 정의로운 판사가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어지간히 얼굴이 두껍지 않다면 할 수 없는 피해자 코스프레다. 지나가는 사람 백을 잡고 물어보라.
대한민국 검찰과 사법부를 신뢰하는 국민들이 과연 얼마나 되는지를. 이번 논란에 임하는
김무성 대표의 인식과 태도는 보편적 상식에 반하는 대단히 부적절한 처신이 아닐 수 없다.
주지한
것처럼 이번 논란의 핵심은 재벌 기득권에 대한 검찰과 법원의 형평성을 무시한 봐주기 수사와 솜방망이 처벌에 있다. 검찰과 법원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의혹이 거세지고 국민들의 비난이 빗발치는 이유는 아주 명징하다.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하다'는 사법정의의 원칙과 기준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권력과 자본을 향한 검찰과 사법부의 줄서기와 봐주기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 현실에서, 그들은 국민들의 위화감을 조성하는 한편 사회 공동체의 질서를 허무는 행태를 다시 한번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자타공인 대권 1순위 김무성 대표마저 그에 걸맞지 않은 부적절한 처신과 인식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지배를 받는 땅이다. 국민들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을 부정한 채 천연덕스럽게 '정의'니 '공의'니 '공정'이니 '평등'이니 따위를 거론하지 말라. 이는 저 빛나는 단어들에 대한 모독이며, 오늘도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대다수 선량한 국민들에 대한 모욕이다.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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