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닷컴
창당을 앞두고 있는 국민의당의 정체성과
노선이 점점 명확해지고 있다. 각종 현안에 대한 당내의 목소리가 이를 대변해 준다. 최근 국민의당 한상진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은 4.19 민주묘지를 참배한 자리에서 이승만 대통령을
국부로 생각한다고 발언해 여론의 지탄을 받았다. 그 곳은 이승만 독재의 부정과 불의에 항거한 수많은 시민들의
영령이 잠들어 있는 곳이었다.
최원식
국민의당 창준위 대변인은 어제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활성화
입법 촉구를 위한 1천만인 서명 운동'에 직접 서명한 것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박 대통령의 서명은 여당인 새누리당과 보수언론마저도 비판하고 있는 논쟁적인 이슈다.
최원식 대변인의 논평은 경제활성화 입법이 노동현실을 왜곡하고 기만하는 반노동, 친기업적
성격의 법안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대단히 의미심장했다.
한상진
위원장과 최원식 대변인의 모습은 기존의 야당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매우 진기한 장면이었다. 정치의 관성의 장벽을
허무는 차원이 다른 인식이며 태도였다. 그렇기 때문에 이 두 가지 장면은 안철수 의원과 국민의당의 정치 사상과
철학, 경제를 바라보는 관점과 앞으로의 운용 방향을 예측해 볼 수 있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 SBS 뉴스
모두 알다시피
국민의당은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안철수 의원과 호남지역의 비주류들이 합세한 정당이다. 정치 노선과 경제 관점 역시 중도에 기반을 둔 채 보수와 진보를 아우른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국민의당은 진보적 색채가 거의 없는 보수 정당에 가깝다는 것이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된다. 대한민국 주류 정치정당들에게서 나타나고 있는 단단한 보수성이 국민의당에서도 발견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당의
가세로 기존 정당들의 정치 스팩트럼은 '수구보수(새누리당)-보수(국민의당)-중도 보수(더불어민주당)-중도 진보(정의당,녹색당, 노동당)'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이를 기준으로 보면 국민의당의 정치적 스탠스는 가장 오른쪽의 새누리당과 어느 순간 이후로 중도 보수의 길을 걷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중간 어디쯤이 된다.
민주주의를 향한 시민들의 숭고한 희생을 모독하고 있는 한상진 위원장의
발언과 박 대통령의 서명 취지에 공감하면서 우리 사회가 직면한 사회 경제적 불평등과 모순의 근본적 원인에 대해서는 외면하고 있는 최원식 대변인의 논평은 국민의당의 보수성을 뒷받침한다. 이는 국민의당의 합류로 가뜩이나 오른쪽으로 치우쳐 있는 정치 사회 경제적 불평들이 더욱 기울어지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나아가
국민의당의 등장은 정의당을 제외한 진보정당들이 사실상 전혀 힘을 쓰지 못하는 상황에서 보수일변도의 정치환경을 더욱 고착시키는 의미가 있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 8년은 거대
보수 양당제의 폐해가 극에 달했던 시기였다. 새누리당은 국민여론을 무시한 채 일방통행을 강행했고,
이를 견제해야 할 제1야당의 존재는 유명무실했다. 그 피해가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전가됐음은 물론이다.
민주주의의
퇴보, 인권의 후퇴, 칠포세대, 헬조선 같은 사회 현상들은 모두 보수 양당제의 폐해가 만들어낸 참상들이다.
따라서 지금 우리 정치에 필요한 것은 기울어진 정치 사회 경제적 불평등을 완화시킬 수 있는 진보적 색채를 지닌 정당,
노동과 인권, 복지와 환경, 여성과 평화 등
진보적 가치를 대변할 수 있는 정당이지 또 다른 보수 우파 정당이 아니다. 보수 우파가 넘쳐나는 대한민국
정치 지형으로 보자면 이는 어디까지나 '공급과잉'에 불과할 뿐이다.
ⓒ 오마이뉴스
국민의당 창당과 맞물려 한가지 주목해 봐야 할 것이 있다. 더불어민주당에
나타나고 있는 변화다. 더불어민주당은 참신하고 새로운 인재 영입으로 잔잔하고 신선한 감동을 안겨주고 있다.
또한 경제민주화의 상징인 김종인 전 경제수석을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영입하면서 변화와 혁신을 위해 분명한 색채를 내고 있다. 이는 국민의당의 창당이 더불어민주당의 잠자던 야성에 불을 당겼다는 방증이다.
반면 국민의당은 정치 철학과 노선, 경제 관점과 비전, 당에 합류한 인사들의 이력 등 거의 모든 면에서 보수 우파 정당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인재 영입에 한계를 보이며 한차례 큰 혼란에 휩싸이더니, 최근에는
야당을 자처하면서도 수구우파 정당인 새누리당에서나 나올법한 인식과 태도마저 보이고 있다.
겉으로는 합리적 중도 정당을 지향하고 있으면서 실제로는 말과 행동이 따로 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국민의당은 보수 양당 체제의
결과물인 정치불신과 혐오에 기대어 탄생한 정당이다. 기계적인 양비론과
새정치를 앞세워 전국을 집어삼켰던 '안철수 현상'이 사라진 지금 이
전략은 국민의당이 취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다. 국민의당은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중도 정당의 이미지를 고수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주지한 것처럼 대한민국에 또 다른 보수 정당의 출현은 적절하지도 바람직하지 않다. 이는 대한민국의 정치현실 및 미래비전과도 맞지 않을 뿐더러, 극에
달한 신자유주의의 폐해에서 벗어나기 위해 좌파적 가치와 진보적 의제를 성찰하고 있는 세계의 흐름과도 부합하지 않는다. 국민의당이 성공할 수도, 성공해서도 안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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