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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권은희 의원님, 잘 지내십니까?

권은희 의원님 안녕하세요. 의정활동 하시랴 창당 준비 하시랴 정신없이 바쁘시지요? 시기가 시기인만큼 신경쓰실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닐 것이라 생각됩니다. 특히 국민의당 창당이 얼마 안 남았기 때문에 더더욱 그러시겠지요. 아무쪼록 건강 유의하시면서 뜻하신 바를 하나하나 이루어 가시기를 기대합니다.


벌써 2년이 다 되어 가네요. 2년 전 어느날 아침 출근길에 문득 의원님 생각이 뭉클해져서 편지를 쓴 적이 있었습니다. 일면식도 없는 의원님께 갑작스레 편지를 쓴다는 것이 생뚱맞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는 열망이 그보다 더 강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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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랄까. 칠흙같은 어둠 속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불빛을 봤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황량한 사막 가운데서 작은 오아시스를 만났다고 해야 할까. 정말 그랬어요. 의원님의 모습은 정의와 불의, 양심과 침묵 사이에서 흔들리고 있는 이 땅의 수많은 주체들을 위한 등대처럼 보였거든요. 너무 고맙고 감사했죠. 이마 그래서 그 편지는 의원님께 드리는 일종의 헌사였습니다.


ⓒ 연합뉴스



많은 사람들이 의원님의 정치 입문을 바라고 있을 때 사실 저는 내심 그러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비루한 정치 현실을 생각하면 의원님같은 분들의 정치입문이 더욱 활발해 져야 하겠지만, 한편으로 마음 한 구석에 그 비루함이 계속 또아리를 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의원님에게서 발화되는 빛이 바래질까봐, 혹여 사라질까봐 걱정이 앞섰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결국 의원님은 자의반 타의반 정치에 발을 들여 놓으셨습니다. 그 다음날 저는 의원님의 출마가 의원님 자신과 현실 정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주제로 칼럼을 썼습니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이 아끼고 싶은 카드를 너무 일찍 꺼내 든 것이 못내 아쉬웠지만, 출마를 결심한 이상 의원님의 정치 여정이 순항하기를 진심으로 기대하는 의미에서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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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칼럼에서 저는 의원님의 출마로 정치 불신과 혐오를 부추겨온 저급한 행태들이 '권은희'로 상징되는 보편적 상식과 대결하게 될 것이라고 진단하면서, 어쩌면 노무현 이후 가장 당당하고 대차며, 원칙과 소신으로 똘똘 뭉친 신뢰의 정치인을, 그것도 대중성까지 겸비한 정치인을 만나게 될 지도 모른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걱정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의원님의 출마 과정이 당내 헤게모니 싸움과 맞물려 산뜻하고 깔끔하기 진행되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했고, 안철수 긴한길 전 대표의 전략공천으로 정치에 입문하게 된 탓에 의원님의 입지가 현저히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또한 말씀드렸던 현실 정치의 비루함이 의원님의 빛나는 결기와 결의를 갉아먹을 수도 있겠다는 걱정도 있었고, 치열한 당내 계파 갈등 속에 휩쓸릴 수도 있겠다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그저 제가 내놓은 전망들이 기우에 불과하기만을 바랄 뿐이었죠.




ⓒ MBC 뉴스



그러나 지금와서 생각해 보니 의원님의 출마를 보면서 생각했던 걱정이 기우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칼럼에 나열했던 명암() 중에서 '()'보다는 '()'만 두드러져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의원님의 모습에서 기쁨과 환희, 희망을 맛보았던 저로서는 안타깝기가 이루 말할 데가 없습니다



국민의당을 선택하신 의원님을 탓하는 것이 아닙니다. 산의 정상에 오르는 길이 어디 하나만 있던가요. 이쪽으로 갈 수도 있고, 저 쪽으로 갈 수도 있습니다. 어떤 길을 택하느냐는 어디까지나 나그네의 마음일 뿐입니다. 길이 다르다고 해서 그 길로 향하는 나그네의 마음까지 탓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런데 저의 의문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됩니다. 어느 순간부터 의원님이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의원님을 감싸고 있던 눈부신 광채가 귀신처럼 사라져 버렸습니다. 모두가 거짓을 강요하고 진실을 은폐할 때 그에 당당히 맞서던 의기와 결기, 갖은 외압에도 불구하고 변치 않았던 원칙과 소신, 틀린 것은 틀리다고 말하고 아닌 것은 아니다고 말했던 그 강단이 이제는 보이지 않습니다. 과연 무엇이 의원님으로부터 이 빛나는 보석들을 앗아가 버린 걸까요. 생각하면 할수록 야속하기만 합니다. 



저는 의원님이 냉정히 자신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의원님을 정치판으로 호출한 것이 누구인지를 직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의원님을 호출한 것은 특정인이 아닙니다. 의원님의 모습에서 희열을 느끼고 전율을 느꼈던 시민들, 먼발치에서 의원님을 조용히 응원하고 있었던 시민들이 당신을 불러낸 것입니다. 그러므로 의원님이 부채의식을 가져야 할 대상은 특정한 누군가가 아니라 시민들이어야 합니다. 저는 의원님이 바로 이 부분을 곱씹어 봤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누군가의 곁가지가 아닌 '권은희' 자신의 모습을 하루 빨리 되찾게 되기를 바랍니다.



ⓒ 한국사진기자협회



의원님을 보면 첫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깨질까 두려워 곱게 곱게 간직하고 있는 아련한 감정 말입니다. 첫사랑은 순수하고 풋풋하고 설레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아프고 시리고 쓰리기도 하지요. 저에게는 의원님이 바로 그렇습니다. 의원님을 볼 때마다 아프고 그리고 많이 시립니다. 닿을 수 없고 만질 수 없고, 가질 수 없다는 것을  마음이 자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의원님이 국민의당에 합류하신 이후 편지를 쓸까 말까 몇 날 몇 일을 망설였습니다. 그러나 한번은 써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 산의 정상에 오르는 길은 하나가 아니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이제는 다른 길로 가게 됐지만 그래도 마음 한켠에 의원님의 자리는 남겨 놓겠습니다. 또 모르지요. 긴 여정의 끝에서 다시 만나게 될 날이 있을지도. 인생에 담겨있는 깊은 뜻을 어찌 다 헤아릴 수 있겠습니까. 의원님의 정치 여정에 건승을 기원합니다. 건강히 지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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