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지방선거가 끝이 났다. 여섯번째 전국동시지방선거로 치루어 졌던 이번 선거는 '세월호' 참사의 영향으로 정권심판론의 성격이 강했다. '세월호' 참사에서 나타난 정부여당의 무능과 무책임이 국민의 공분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발생한 최악의 사고로 기록될 '세월호' 참사에서 정부는 존재하지 않았다. 구조요청을 받고 출동한 해경은 침몰하는 배를 눈앞에 두고도 수수방관으로 일관했고, 이후의 구조작업과 수색작업에서도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 정부는 겉과 속이 다른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며 국민의 불신과 비난을 자초했다. 심지어 사복을 입은 수백명의 경찰을 동원 유가족들의 동향을 감시하고, 언론통제를 통해 정부여당에 불리한 내용은 보도하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세월호' 참사로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과 유가족, 그리고 함께 슬퍼하는 국민들의 아픔과 슬픔을 박근혜 정부는 헤아리지 못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지 못하는 정부, 국민의 고통을 헤아리지 못하는 정부는 그 존재 의미가 무색해진다. 따라서 국민이 위임한 정치권력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한 정부에 대해 그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민주주의체제 아래에서 정치권력의 무능과 무책임을 바로잡고 심판하는 것은 다름아닌 '선거'를 통해 이루어진다. 이번 지방선거는 누가 뭐라해도 '세월호' 참사에서 드러난 박근혜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을 심판하는 선거였다. 특히 수 백명의 아이들을 지켜내지 못한 이 정부에 대해 희생자들과 같은 또래의 자식을 둔 부모들의 분노가 직접적으로 녹아든 선거였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망국적인 지역주의의 벽을 넘지는 못했다. 특히 기초단체장의 선거 결과는 꽤나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이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여야하는 지는 온전히 각자의 몫이다. 다만 오랜 세월동안 변치않고 공고한 철옹성을 구축하고 있는 지역주의야말로 사회공동체의 화합과 미래를 위해 반드시 척결해야 할 시대적 과제이자 숙명이라는 사실을 부디 잊지않기를 바란다.
그렇다고 이번 지방선거에서 희망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와 직결되는 교육시스템을 책임질 교육감 선거에서 진보적 성향의 교육감들이 대거 당선된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교육은 '백년지 대계'라는 말이 있듯 교육의 중요성은 수 백번을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을 것이다. 과거의 권위주의적이고 획일적인 교육, 무한경쟁과 생존을 강요하는 교육, 창의력과 자율성을 강제하며 인성개발을 무시하는 주입식 교육 등의 폐해로 인해 우리 교육시스템은 처참하게 무너져 있는 상황이다. 이런 이유로 사실 필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는 서울시를 포함한 광역단체장 선거보다 우리나라 교육의 미래를 책임지게 될 교육감 선거에 더 주목했다. 이번 교육감 선거의 결과에 따라 무상급식, 혁신학교와 자사고, 역사교과서 등 정치·사회적 논란이 되어왔던 논제들의 향후 운명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본 글에서는 이 부분을 살펴보면서 이번 지방선거에서의 진보 교육감의 대약진의 의미에 대해 조명해 보려 한다.
이번 선거에서 보수 후보들은 무상급식은 전면적으로 실시하기보다는 '저소득층에 집중'되야 한다는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게다가 서울시장 선거에서 붉어진 '농약급식' 파문으로 서울시가 일선학교에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지난 2010년 설립한 '서울친환경유통센터'가 논란의 중심으로 떠오른 상황이었다. 현 문용린 교육감은 '서울친환경유통센터'의 기능을 축소하고 일선학교와의 계약을 대폭 줄인 장본인이다. 따라서 선거 결과에 따라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의 정치 논란 속에 아이들의 '먹는 문제'가 또 다시 도마 위에 오르게 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혁신학교 역시 이번 지방선거의 결과에 따라 '존속이냐 폐지냐'가 결정되는 대표적인 교육정책 중의 하나였다. 혁신학교는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이 처음으로 시행한 정책이었고 서울에서도 곽노현 전 교육감에 의해 도입된 제도다. 진보교육감들의 교육 철학과 비전에서 비롯된 혁신학교는 입시위주의 교육시스템에서 벗어나 창의적인 인성교육을 통해 공교육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시작되었다. 기존의 획일적이고 주입식이었던 교육시스템을 학생중심의 창의적이고 자기주도적인 시스템으로 바꾸어 학습능력을 고양시키겠다는 취지다. 반면에 보수후보들은 혁신학교에 지원되는 1억원 상당의 지원금이 특혜의 소지가 높고, 뚜렷한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지정기간 4년이 지나면 자동 폐지되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혁신학교의 반대편에 서 있는 자율형사립고는 학사운영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사립학교 모델로 애초 설립 취지와는 달리 부정입학, 입시경쟁위주의 교육을 위한 파행운영 등으로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귀족학교', '입시명문학교'라는 별칭에서 보듯 중상위 계층의 학생들만 진학할 수 있어 사회적 불평등과 계층 갈등을 유발시킬 뿐만 아니라, 교육에까지 시장주의정책을 도입함으로써 공교육의 근간을 무너뜨린다는 비판을 받아온 터였다.
역사교과서에 대한 입장도 진영에 따라 확연히 다르다. 대표적으로 일본제국주의 침략과 이승만·박정희의 독재를 미화하고 옹호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교학사 교과서에 대해서도 교육감후보들은 인식을 달리했다. 진보교육감들은 교학사 교과서가 친일사관에 입각해 잘못 기술된 부분이 상당히 많다는 점과 이승만과 박정희의 독재를 노골적으로 미화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보수교육감들은 이에 대해 문제가 없다고 맞서고 있다. 특히 경기도 교육감에 출마한 조전혁 후보(전 새누리당 의원)는 "교학사 교과서는 가보로 한 권씩 사둬야 한다"며 역사인식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와 같이 이번 교육감선거는 무상급식, 혁신학교와 자사고, 역사교과서 등의 화두가 걸려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교육과 청소년의 미래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선거였다. 이번 선거에서 국민들은 공교육 정상화를 통한 입시지옥 해소, 학생들의 안전 및 건강권 보장, 교육비리 척결 등을 핵심공약으로 내세웠던 진보교육감들을 대거 당선시킴으로써 우리 교육의 미래에 대해서 분명한 입장을 표명해 주었다. 이 같은 결과는 후보난립을 막지 못한 보수진영의 전략실패 뿐만 아니라 '세월호' 참사로 희생당한 학생들과 같은 또래의 아이를 둔 학부보들의 인식의 변화로 부터 기인하는 것이었다. 더 이상 우리사회의 교육시스템을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위기의식이 부모세대들의 각성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이는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그 이전과 이후가 같아서는 안된다는 사회적 인식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며 동시에 대한민국은 이제 달라져야 한다는 변화의 당위를 보여주는 것이다.
필자는 대한민국의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한 첫걸음이 우리사회의 미래를 책임질 아이들을 위한 교육시스템의 대대적 혁신에 있어야 한다고 믿고 있다. 따라서 이번 지방선거에서 교육시스템의 전면적인 개혁과 혁신을 내건 진보교육감이 대거 당선되었다는 사실은 우리사회와 교육의 미래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로 읽힌다. 서울 조희연, 부산 김석준, 인천 이청연, 광주 장휘국, 세종 최교진, 경기 이재정, 강원 민병희, 충북 김병우, 충남 김지철, 전북 김승환, 전남 장만채, 경남 박종훈, 제주 이석문 등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국민의 선택을 받은 교육감들이 우리 아이들의 미래와 이 사회의 미래를 향해 희망의 화살을 쏘기를 진심으로 기대해 본다.
*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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