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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중국인 관광객 렌터카 허용하면 안되는 이유

정부는 지난 18일 단기 체류 외국인(중국인 등)에게 운전을 허용하는 특례가 담긴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5단계 전부개정안을 국무회의를 통해 통과시켰다. 정부는 이번 조치가 급증하고 있는 중국인 관광객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확대하고 개별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이 특례법안은 90일 이내 단기체류 외국 관광객에 대해 별도의 확인절차를 걸쳐 운전면허증을 발급하고 운전면허증을 발급받은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한해 운전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정부는 면허를 제2종 보통운전면허로 한정하고 렌터카에 한해 제주에서만 운전이 가능하다는 단서조항을 달았다. 이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게 되면 제주를 방문한 외국인(중국인) 관광객들은 자국 면허증만 있으면 확인절차와 간이학과시험, 적성검사, 교통안전 교육 이수 등을 거쳐 운전을 할 수 있게 된다. 





사실 18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특례법안은 이미 예고되어 있던 법안이었다. 지난 3월12일 안전행정부는 우근민 전 제주도지사가 추진했던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개정법률안을 입법예고한 바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제주도가 외국인의 제주 내 렌터카 사용을 허용하는 특례법안을 추진했던 이유는 최근 들어 물밀 듯이 들어오는 중국인 관광객의 관광지출을 의식한 조치였다. 중국인 관광객을 통해 침체된 국내 및 제주 경제에 불씨를 붙여 보겠다는 취지였던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이번 특례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이를 걱정하는 소리들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제주도민 및 일선의 제주경찰청 도로교통공단 제주지부 등에서는 교통사고 증가와 제주의 교통현실을 이유로 우려를 표시했고, 진보정의당 제주도당 및 시민단체 등은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정부가 통과시킨 특례법안에 어떤 문제가 있길래 우려와 걱정이 잇따르고 있는 것일까. 국무회의를 통과하고 국회의 입법을 기다리고 있는 이번 특례법안의 문제점들을 살펴보았다. 


먼저 이번 법안은 아직 제네바 교통협약에 가입하지 않은 중국을 상대로 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문제의 소지가 많다. '도로교통에 관한 국제협약'인 제네바 교통협약에 가입한 94개국에서는 '국제운전면허증'만 있으면 상호 운전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제네바 교통협약에 가입하지 않은 중국에게만 특례를 적용한다는 것은 형평성에도 어긋날 뿐만 아니라 실제 교통사고가 일어났을 경우 국제법상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제주는 최근 10년 간 발생한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인구 대비 전국 최상위를 기록하고 있는 교통사고 다발지역이다. 제주지방경찰청이 발간한 2014 제주교통안전백서에 따르면 2013년 인구 10만명 당 제주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17.7명으로 전국 평균 9.9명보다 거의 두배 가까이 많았다. 전국 최고를 기록한 제주의 교통사고 사망자 비율은 비단 작년 뿐만이 아니다. 2012년에도 제주 16.5명, 전국 10.8명, 2011년에도 제주 19.4명, 전국 10.7명으로 제주의 교통사고 사망자 비율은 최근 몇년간 계속해서 전국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게다가 제주는 인구 및 지역 크기에 비해 자동차 등록 대수가 매우 많고, 신호등 수 부족, 자주 바뀌는 제한 속도 구간, 부실한 도로여건 등 교통환경이 썩 좋지 못한 곳이다. 이는 제주의 지리와 교통환경에 익숙치 않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렌터카를 이용하게 될 경우 더 많은 교통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렌터카 차량의 교통사고 비율이 높다는 것도 매우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제주는 관광의 명소답게 렌터카의 천국으로 불리우는 곳이다. 그만큼 렌터카에 의한 교통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주승용 의원이 지난 10월 19일 제주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의하면 제주지역에서 발생한 렌터카 교통사고는 2010년 233건, 2011년 237건, 2012년 334건, 2013년 394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통계는 렌터카 이용자의 대부분이 제주의 지리와 도로환경에 익숙치 않은 관광객이라는 점에서 이번 특례법안과 직결되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특히 2013년 제주지역에서 발생한 렌터카 교통사고 사망률이 일반 교통사고 사망률보다 2.5배 높게 나온 것에서 볼 수 있듯 렌터카에 의한 교통사고는 대형사고로 이어진다는 측면에서 문제의 심각성은 더해 진다. 


또한 제주는 중국인 관광객들로 인해 관련업계는 특수를 누리고 있을지 모르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 또한 속출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중국인 관광객들의 무질서와 각종 추태들이다. 현재 제주 내 관광지에서는 중국인 여행객들에 의한 무단횡단, 금연구역 내 흡연, 고성방가, 오물 투척, 청결치 못한 화장실 사용 등 눈쌀을 찌푸리게 만드는 장면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이번 특례법안이 통과되어 그들이 렌터카를 이용할 수 있게 되면 그동안 보여준 무질서의 사례들로 미루어 제주의 교통 환경은 더욱 나빠지게 되고 이것이 사고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연간 제주를 방문하고 있는 중국인 관광객은 2011년 100만명에서 2012년 160만명, 2013년 233만명으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정부와 제주도는 이들을 타겟으로 삼아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겠다며 이번 특례법안을 주도했다. 그런데 중국인 관광객의 급증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데 별다른 도움이 안된다는 비난도 끊이질 않는다. 정부와 제주도가 추진해온 이번 특례법안이 애초부터 잘못 설계되어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 제주본부는 지난 2013년 2월 이와 관련해서 아주 흥미로운 보고서를 내놨다. 한국은행 제주본부가 발표한 '제주국제자유도시 추진성과 평가 및 향후 과제'에 따르면 "중국 관광객의 경우 상당 부분 서울에서 쇼핑을 하거나 저가 여행상품을 이용함에 따라 관광객 증가가 관광지출 증대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중국인이 중국 쇼핑센터와 호텔 또는 국내 대기업이 운영하는 면세점에서 대부분의 돈을 쓰기 때문에 제주 관광수입의 상당액이 역외로 다시 유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중국인 관광객이 늘어나도 실제 이익은 면세점을 소유한 일부 대기업들과 중국이 가져갈 뿐 제주도민에게는 별다른 실효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실제 제주도민들의 불만도 점점 팽배해져 가고 있다. 상인들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늘었지만 이것이 매출증대로 이어지지는 않는 것 같다고 하소연하고 있고, 제주도민은 중국인 관광객의 몰상식과 추태에 불만을 드러내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현실에서 국제법을 무시해 가면서, 제주도민의 안전과 생명을 위협해 가면서 정부와 제주도가 중국인 관광객을 더 끌어모으겠고 특례법안을 추진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의문이다. 


정부와 제주도는 지역경제를 활성화한다는 명목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제주내에서 렌터카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특례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살펴본 바와 같이 정부가 통과시킨 특례법안은 경제파급효과도 미미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하며, 무엇보다 제주도민의 안전과 생명에 커다란 위험요소로 작용할 것이 뻔하다. 정부의 이번 특례법안은 철회되어야 마땅하다.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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