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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부 향한 메르스 소송 어떻게 봐야 할까?

7월과 8월은 외국인 여행객들의 한국 방문이 줄을 잇는 성수기다. 그러나 올해는 사정이 완전히 다르다한달째 대한민국 전역을 공포와 두려움에 떨게 만들고 있는 메르스 탓에 외국 관광객들의 한국방문 예약 취소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 10 16750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 방문 예약을 취소하며 정점을 찍은 이후, 예약 취소가 줄어들고는 있지만 중국이나 동남아 등에서의 예약이 거의 없어 관광업계가 된서리를 맞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메르스 사태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은 비단 관광업계 뿐만이 아니다. 메르스로 인해 문화예술계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극장이나 박물관·미술관 등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지고 각종 공연이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등 문화예술계 역시 메르스 여파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또한 사람들이 외출 자체를 꺼려하면서 각종 모임과 행사가 줄줄이 취소되는 등 소비가 크게 위축되고 있고 이로 인해 백화점과 대형마트, 음식점 등의 매출이 급감하며 내수시장마저 얼어붙고 있다.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정부와 보건당국의 조심스런 전망에도 메르스 사태가 우리 사회와 경제에 남긴 불똥은 여전히 꺼지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어제(21) 흥미로운 여론조사결과가 발표됐다무려 95%에 이르는 국민들이 정부와 보건당국의 메르스 감염·경유 병원 공개가 늦어져 국민의 불안과 두려움을이 커졌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서울신문이 일반 국민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 '정부의 메르스 감염 병원 공개 시점이 적절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94.7% '늦었다'고 대답했다. 반면 '적절했다'는 응답은 3.3%, 공개하지 말았어야 했다는 1.3%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는 정부의 초기대응 부실이 메르스 사태를 걷잡을 수 없이 커지도록 만든 주된 원인이라는 세간의 평가가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한다. 정부와 보건당국이 애초 메르스 확진 환자가 처음 발생했던 평택성모병원을 공개하고 지자체와 함께 확산방지노력에 심혈을 기울였다면 감염병원들의 전파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고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안일한 상황인식과 늦장대처, 정보공개를 꺼리는 비밀주의를 고집함으로써 상황을 악화시켰던 정부가 메르스 사태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정부의 책임과 관련해 무능과 안일한 대처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한 정부에 대해 소송이 제기되어 화제를 불러 모으고 있다. 법무법인 '한길'의 문정구 변호사는 직접 원고 자격으로 '부작위 위법확인 청구의 소'를 지난 19일 서울 행정법원에 제출했다. '부작위'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다는 법률 용어로 이번 소송은 정부가 메르스의 확산을 막아야 할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것에 대한 책임을 묻는 소송이다. 문정구 변호사는 "정부는 확진 환자가 거쳐 간 병원을 공개해 국민이 주의할 기회를 보장하고 환자의 동선 등 구체적 정보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 소송을 제기한 취지를 밝혔다


박근혜 정부 들어 정부기관의 무능과 태만, 시스템의 부재와 관리 감독의 부실이 빚은 각종 사건과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고, 고위공직자의 비리와 부정·부패 등이 잇따르고 있다. 필자는 국정원 사건과 세월호 참사, 메르스 사태에 이르기까지 박근혜 정부의 가장 우려스러운 점 중의 하나가 국가 공신력의 실종과 붕괴에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 공신력이 실종되고 국가와 국민사이의 신뢰가 붕괴되면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흔히들 박근혜 정부를 가리켜 '4 정권'이라고 한다무식()하고, 무능(無能)하고무위(無爲)하고, 무치(無恥)하다는 의미의 '4'는 이 정부와 국민들 사이의 괴리가 얼마나 큰 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비유다. 그러나 국가 공신력이 붕괴된 가장 큰 이유는 '4'에 있는 것이 아니라 도무지 책임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이 정부의 지독한 무책임에 근거한다. 


국정원을 비롯한 다수의 국가기관들이 대선에 개입하며 헌법을 유린하고
민주주의의 근간을 어지렵혀도 이 정부는 책임을 묻지도 지지도 않는다. 3백명이 넘는 국민들이 정부의 무능과 태만으로 목숨을 잃어도 마찬가지다. 한달이 넘도록 국민들을 불안에 떨게 만들고 있는 메르스 사태 역시 대동소이하다. 정작 책임져야 할 사람들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그 사이 무수한 꼬리들과 깃털들만 뽑혀 나간다. 몸통은 건재한데 꼬리와 깃털만 난무하니 국민들이 이 정부를 믿지 못할 수 밖에.


메르스 확산을 막지 못한 정부에게 그 책임을 묻는 첫 소송이 제기된 것은 여러모로 의미가 있다각종 사건과 사고, 부정비리와 부패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가 보여주고 있는 무책임은 국민 불신의 근원이며 나아가 국가 공신력을 실추시키고 붕괴시키는 주범이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과 정부는 '부작위 위법확인 청구의 소'가 제기된 작금의 현실을 똑바로 직시하기 바란다. 이는 대통령과 정부를 향한 국민불신이 극에 달했다는 강력한 신호이자 정부의 무책임을 더 이상 방관하지 않겠다는 국민들의 준엄한 경고다.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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