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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박 대통령만 신난 그녀의 '동대문 시장 방문기'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4일 동대문 시장을 찾았다. 메르스 여파로 인한 매출 급감으로 막심한 피해를 입고 있는 지역 상인들을 위로하기 위해서였다. 대통령의 전격적인 방문에 지역상인들과 시장 방문객들이 몰려들었고 대부분의 언론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이를 대서특필했다. 이날의 시끌벅적했던 흔적을 몇 장의 사진이 고스란히 전해 준다. 사진 속의 대통령은 환하게 웃고 있었고 그녀의 주변은 지역상인들과 방문객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사진 속의 풍경은 메르스 공포에 떨고 있는 현실세계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띠고 있었다. 사진만 보고 있으면 이 나라가 메르스가 창궐하는 혼란과 혼돈의 땅이라는 사실이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 메르스로 인해 벌써 이십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격리자는 나날이 급증하고 있고 확진 환자들도 전국으로 퍼져 나가는 추세다. 그런데 이상하다. 현실 세계는 두려움과 불안에 떨고있는 사람들 태반인데 사진 속엔 한가롭고 여유가 넘쳐나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기이한 일이다. 저들은 다른 세계,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아닐까?





박 대통령이 동대문 시장 방문을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가자 청와가 못내 아쉬웠던 모양이다. 그들은 그날의 뜨거웠던 현장을 체감하지 못한 국민들을 위해 리얼리티가 돋보이는 깨알같은 서면 브리핑을 남겼다.

"진짜 박근혜 대통령 맞아? 대박!", "대통령 화이팅, 힘내세요", "더운데 우리들을 도와주시려고 일요일인데도 나와 주셨어요. 대통령 최고!", "다른 바쁜 일도 많으실 텐데 여기까지 와 주셔서 고맙다", "시민들은 대통령이 움직이는 곳을 따라다니며 사진을 찍거나 응원을 해 주었으며", "건물을 나오는 길에 도로 맞은편에 운집해 있던 시민들이 일제히 휴대전화를 꺼내 들어 사진을 찍고, 일부는 환호와 함께 손을 흔들기도"

청와대의 깨알 브리핑과 주류 언론들이 배포한 사진들만 보면 박근혜 대통령의 인기는 아이돌 저리 가라다. 시민들이 대통령의 사진을 찍기 위해 경쟁하듯 셔터를 눌러대고, 그녀의 일거수 일투족에 아낌없는 환호와 성원을 내보낸다. 대통령이 움직일 때마다 구름관중이 몰려 다니니 웬만한 아이돌은 명함조차 내밀기 힘든 절정의 인기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 장면에서 그로테스크한 느낌이 드는건 왜일까?

필자의 주변에는 박 대통령을 좋아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심지어 지난 대선에서 박 대통령에게 투표했다고 고백한 필자의 부모조차도 그녀의 무능과 무책임에 대해서만큼은 인정사정이 없다. 이같은 현상이 비단 필자의 주변에만 국한되는 문제는 아니다. 메르스 사태로 인해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30%대로 급락했고, 바닥민심은 부글부글 폭발직전에 이르고 있다. 그럼에도 거리에는 '박 대통령 바라기'에 여념없는 시민들이 득실거린다. 이 극심한 온도차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걸까.





박 대통령의 '동대문 시장 방문기'가 예상 밖의 대흥행(?)에 성공하자 청와대는 그 여세를 몰아 지난 15일 4장의 사진을 추가로 공개했다. 박 대통령이 구입한 원피스, 브로치, 머리끈 등을 찍은 사진이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아이돌이 전혀 부럽지 않은 폭풍 인기를 누렸던 박 대통령이 유독 SNS와 온라인에서 만큼은 비난의 온상이 되고 있다.

온라인상에서는 박 대통령의 동대문 시장 방문과 청와대의 '박비어천가'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거세게 일고 있다. 네티즌들은 아무리 해외 관광객이 급감하고, 국내 소비가 위축돼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더라도 박 대통령이 최우선으로 해야 할 일은 메르스 퇴치이지 동대문 시장 방문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메르스를 잡아야 할 대통령이 동대문 시장에는 뜸금없이 왜 갔느냐는 것이다. 한마디로 동대문 시장 방문은 현실감각이 결여된 허울뿐인 '쇼'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주류 언론이 대서특필하며 흥행몰이에 성공한 박 대통령의 '동대문 시장 방문기'도 악마의 편집 덕분이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박 대통령의 동대문 시장 방문 후일담이 언론을 통해 공개된 것이다. 민생현장을 방문해 상인들과 시민들의 뜨거운 환대를 받았다는 주류 언론의 보도와는 달리 박 대통령이 다녀간 직후 상인들의 반응은 싸늘했다는 후문이다. 상인들은 실질적인 대책이 없는 박 대통령의 시장 방문을 대통령의 '원맨쇼'일 뿐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대통령의 위로방문이 상인들을 위로하지 못한 것이다.

물론 박 대통령이 빈 손으로 동대문 시장을 찾은 것은 아니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상인들에게 '특별자금'을 지원하고 6월 세금납부를 연장해주겠다는 뜻을 밝혔다. 매출 급감으로 고충을 겪고 있는 상인들로서는 눈이 번쩍 뜨이는 제안이다. 그런데 박 대통령이 밝힌 '특별자금'은 대출이라는 사실이 밝혀졌고, 세금납부 연장 역시 한시적인 유예에 불과하다는 것이 드러났다. 말은 그럴싸하지만 결국 상인들의 호주머니로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는 뜻이다. 상인들로서는 그저 허탈하다고 할 수 밖에 없는 박 대통령의 방문인 셈이다.





박 대통령은 메르스 여파로 매출급감 피해를 겪고 있는 동대문 시장의 상인들을 위로하기 위해 시장을 전격 방문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위로가 상인들의 마음을 움직이지는 못한 것 같다. 박 대통령이 다녀간 이후 상인들이 보여준 서늘한 반응이 이를 방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동대문 시장 방문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한편 이를 생색내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SNS를 중심으로 한 온라인 상에서는 박 대통령과 청와대를 향한 비난이 끊임없이 터져 나오고 있는 것과는 판이하게 다른 모습이다. 이 극명한 차이는 가깝고도 먼 청와대와 시민들 사이의 간극을 여과없이 보여준다. 


동대문 시장을 방문한 박 대통령과 청와대의 무개념이 국민들의 뜨거운 비난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사이, 정작 '동대문 시장 방문기'로 신이 난 것은 지역상인들이 아닌 박 대통령과 청와대였다. 역시 저들의 세계는 차원이 다름이 다시 한번 입증이 되는 순간이다. 필자는 저들의 인식이 하루 속히 현실 세계로 돌아오기를 고대한다. 저들이 별세계에 머무는 시간이 많으면 많을 수록 국민들만 더욱 불행해지기 때문이다.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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