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13년 5월 26일에 작성된 글입니다)
일베가 연일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최근 5·18 광주민주화운동(이하 5·18)에 북한군이 개입되어 시민들의 폭동을 불러일으켰다는 내용의 방송을 내보내 5·18 희생자들과 유족들은 물론, 일반 국민들의 분노를 자아냈던 막장 종편도 일베에 비하면 그나마 양반이다. 일베는 진작부터 전두환을 영웅시하고, 5·18의 북한군 개입설 및 폭동주장이 일반화되어 있는 곳이다. 사실 종편이 내보낸 문제의 방송은 일베에 널려있는 게시글들을 방송으로 옮긴 것에 불과하다. 그만큼 일베는 5·18의 의미와 가치를 폄하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 실체적 진실마저도 왜곡하고 있는 대표적인 극우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다.
<일베은 요즘 대한민국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로, 연일 논란을 야기시키고 있다>
올해로 33주기를 맞은 5·18은 정부로부터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거부를, 종편으로부터 '북한군 개입설'과 '폭동'이라는 역사왜곡을, 일베로부터 희생자들과 유족들을 모독하고 비하하는 게시글로 갖은 모욕과 수모를 당하고 있는 안타까운 처지에 직면해 있다. 특히 종편의 근거없는 5·18 왜곡방송과 일베에 공공연하게 게시되어 있는 희생자와 유족들의 명예를 훼손하는 게시물 등은 국민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의 정도를 넘어선 것이란 비난을 받고 있다.
이에 광주시와 5·18 기념재단은 5·18 의 역사적 진실을 왜곡시키고 폄훼하는 게시물과 사례들을 수집하고 분석한 뒤 게시자와 책임자들을 형사고발하고 민사상의 책임도 묻겠다며 강력하게 대응할 방침임을 밝혔다. 실제로 광주시는 지난 24일부터 '신고센터'를 개설해 5·18 의 역사를 왜곡하고 훼손한 사례들을 신고받고 있다. 광주시와 5·18 기념재단이 개설한 '신고센터'의 타겟이 일베라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 일베, 그동안 도대체 어땠길래?
일베는 정치·사회·연예·음악·패션·미용 등 주제별로 다양한 카테고리로 나뉘어져 있고, 실시간 접속자 수가 2만 명을 초과할 정도로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는 커뮤니티 사이트로 자리잡았다. 전효성의 민주화 발언 논란에서 보듯 일베는 민주·진보세력들에 대한 혐오감과 불신감이 팽배해 있고, 전라도 지역에 대한 적개심이 만연해 있으며, 한국여성들을 성적으로 비하하고 희화화하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일베에는 청소년뿐만 아니라 성인들이 보기에도 민망한 글들이 버젓이 게시되고 있다. 이중 전라도 지역에 대한 조롱과 멸시, 적개심이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과 결합한 것이 바로 5·18에 대한 왜곡과 희생자와 유족들에 대한 모독이다.
<5·18 희생자와 유족들에 대한 일베의 게시글은 인간에 대한 회의마저 불러일으킨다>
고 송영도 씨(가운데)는 1980년 5월 21일 계엄군의 전남도청 앞 집단발포로 중학생이던 외아들 김완봉 군(우측 작은사진)을 잃었다. 송영도 씨가 5월 29일 광주 망월동 묘역에 아들을 안장하며 오열하는 사진에 '아이고 우리 아들 택배 왔다. 착불이요'라는 글을 게시하는 일베를 상식적으로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문제는 일베에서는 이런 글들이 전혀 문제될 것 없고, 오히려 주목받고 인기를 끌며 널리 공유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처럼 표현의 자유를 넘어선 일베의 일탈은 마침내 '일베폐쇄' 움직임에 불을 붙이는 결과를 초래했다.
■ 일베폐쇄 움직임과 표현의 자유 논란
일베가 보여주고 있는 집단적 광기와 폭력성은 언급한 대로 그 정도를 넘어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다. 이에 일베를 폐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고, 일베폐쇄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며 논란만 촉발시킬 것이라는 주장이 맞서고 있는 실정이다. 민주당이 일베폐쇄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22일 일베에 대해 법원에 운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민주당의 박범계 5·18 대책위 부위원장은 24일 인터뷰를 통해 "일베 문제는 과연 법적인 대응을 할만한 가치가 있는지 고민해왔지만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기 때문에 엄중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같이했다"고 언급했고, 신경민 민주당 최고위원은 "일부에서 '표현의 자유'를 무기처럼 사용하고 있지만 최소한의 기본은 어겨서는 안된다는 것"이라며 일베에 대한 운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검토하는 배경을 설명했다. 대체적으로 일베의 폐쇄를 주장하는 측이 내세우는 것은 설명한 바와 같이 일베가 보여주고 있는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 및 모욕의 정도가 지나치고, 민주사회에 부합하는 공공의 질서를 위협하고 해치는 게시글들이 난무하고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그러나 이를 반대하는 측에서는 일베폐쇄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보고 있다. 또한 이 문제가 사회적 논란만 유발시킬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고 말하고 있다. 이미 사회적 현상의 하나로 자리잡은 일베를 폐쇄한다고 해서 이 문제가 개선될 리 없고 , 또 다른 일베사이트가 만들어질 뿐이라며 그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과연 어느쪽 주장이 설득력이 있는 걸까?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한가?
■ 일베는 사회적 병리현상이 맞기는 하다
모두가 알고 있는 것처럼 일베는 대단히 폭력적이고 자극적이며 즉물적이다. 걸러지지 않은 감정이 거침없이 배출되는 통로로 사용되고 있고 이 과정에서 집단적인 폭력의 광기가 용인되어 나타난다. 누구도 제재할 수 없는 곳,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사회적 불만과 억제되어 있는 충동들을 꺼리낌없이 배설해 낼 수 있는 곳이 바로 일베다. 이를 통해 대리만족과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감추어진 내면의 욕망과 즉물적인 감정들을 마음껏 발산시킬 수 있는 공간인 것이다.
여기에 정치적 이념과 지역감정이 더해져 사회와 현실에 대한 불만이 극단적이고 폭력적으로, 그리고 집단적으로 특정 대상에 대한 무차별적인 공격으로 표출되고 있다. 인간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야만적 폭력을 동반한 집단적 광기, 그것이 집중되어 나타나고 있는 곳이 바로 일베다. 그러나 이런 일베를 만들어 낸 것 또한 우리 사회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따라서 일베는 특정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병리현상으로 바라보고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 표현의 자유 어디까지 보호받아야 하나?
그렇다면 표현의 자유는 어디까지 보호받아야만 하는 걸까?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에서 개인의 표현의 자유는 당연히 보장되어야 한다. 표현의 자유는 개인의 인격을 실현하는 요소이고, 민주주의의 토대를 형성하는 불가결한 요소이기 때문에 다른 기본권보다 더 우월적 지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도 예외조항이 있는데 바로 허위사실유포와 명예훼손과 관련된 부분이 여기에 해당된다. 물론 이 부분도 논쟁의 여지가 많은 부분이기는 하다. 다양한 해석과 법리적 공방으로 첨예하게 상충하고 있는 오래된 논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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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미네르바 사건에서 보듯 표현의 자유을 보장하는 것과 허위사실 유포가 충돌할 때 가장 중요한 쟁점이 되는 것은 '공익을 해할 목적'이 있는지 없는지의 여부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일베에 게시되고 있는 글들, 특히 이번에 커다란 사회적 논란을 야기시킨 5·18에 대한 왜곡과 폄훼, 희생자들과 유족들에 대한 비하와 모욕이 '공익을 해할 목적'이 있는가의 여부를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논란이 되고 있는 일베의 글들은 '공익을 해할 목적'에 얼마만큼의 연관성이 있을까? 일베의 글들이 개인의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권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영역일까? 다시 한번 묻고 싶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한가?
■ 제재와 함께 사회적 병리현상을 치유하기 위한 노력을 병행해야
일베를 향한 사회의 시선은 여전히 따갑고 부정적이다. 그것은 일베에 게시되고 있는 글들이 일반인의 보편적 상식에 전혀 부합하지 않고, 사회적 공익에도 합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표현의 자유를 거론하기 이전에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글들이 버젓이 게시되고 있는 일베는 바로 이 문제 때문에 법적, 사회적 제재가 불가피할 수 밖에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일베를 폐쇄한다고 해서 이 문제가 사라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주지한 바와 같이 사회적 병리현상의 하나인 일베가 그 본질적인 사회구조적인 시스템을 바꾸지 않는 상태에서 사라진다 한들 일베는 언제든 어디서든 다시 만들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일베에 대한 제재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정치·경제·사회·교육·문화 등 전반에 걸쳐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들을 개선하고 치유하려는 노력들이 병행되어야만 한다. 그래야만 가시적인 효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두 가지가 함께 가야만 한다.
끝으로 일베들에게도 한마디 하겠다. 인간이 동물들과 다른 점은 감정을 통제할 수 있는 이성을 지녔다는 점이다. 그저 감정을 배설하는 행위가 주는 희열과 쾌락 그 자체에 머물며, 행위의 옳고 그름에 대해 사유하지 않는다면 인간은 동물과 하등 다를바 없다. 그것이 바로 금수다.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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