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베저장소는 대한민국의 인터넷 커뮤니티인 '일간베스트 저장소'의 약자로, 유머 중심의 인터넷 포럼이다. 줄여서 일베라고 칭하기도 한다 (위키백과의 '일베' 정의)
ⓒ 한국경제매거진
1990년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활성화되기 시작한 인터넷 동호회(커뮤니티 사이트)는 10여 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비약적으로 발전했습니다. 커뮤니티 사이트의 파괴력과 파급력은 이제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만큼 막강해졌습니다. 일베는 바로 이와 같이 영향력있는 커뮤니티 사이트 중의 하나입니다.
일베는 역시 커뮤니티사이트인 '디시인사이드'에서 활동하던 네티즌들이 떨어져 나와 만든 커뮤니티 사이트로 알려졌고 정치, 사회, 연예, 음악, 패션, 미용 등 다양한 주제별로 실시간 접속자 수가 2만 명을 초과할 정도로 성황리에 운영되고 있습니다.
일베의 성격을 규정짓는 몇가지 특징들이 있습니다. 일베가 민주.진보세력들에 대해서 지나칠 정도의 혐오감과 불신감을 표출하고 있고, 전라도 지역에 대한 적개심을 가지고 있으며, 한국 여성들을 비하하고 혐오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일베가 주로 쓰는 단어는 민주.진보 세력을 조롱하는 의미인 '종북', '좌좀(좌빨 좀비)'나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슨상님', '노운지', '노시계'등입니다. 전라도 지역을 '종북'이라고 낙인찍기 일쑤고 '홍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전라도와 이 지역 사람들을 조롱하고 멸시합니다. 또한 한국여자에 대한 극심한 혐오감정을 표출하고 비속어나 성적비하, 욕설이 난무합니다.
일베에는'강간 모의 게시글', '애완견과 성행위 하는 사진', '특정 연예인 비하', '갖은 욕설과 성적 비하', '허위사실 유포', '성기인증 사진', '특정인에 대한 신상털기' 등등 청소년들 뿐만 아니라 성인들이 보기에도 민망할 정도의 게시물들이 버젓이 게시되고 있습니다.
ⓒ 연합뉴스
또 일베는 굉장히 폭력적입니다. 정치인들, 그 중에서도 특히 진보.민주 세력은 물론 여성, 사회적 약자, 소수자 등도 이들에겐 폭력의 대상일 뿐입니다. 실제로 일베에서는 지역감정을 조장하고 인종을 차별하며 여성을 성적으로 비하하는 글들이 주목받고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집단적인 폭력의 광기가 표출되고 있는 것입니다. 누구도 자신을 제재할 수 없는 곳, 할 말 안할 말 가릴 것없이, 걸러낼 것 없이 배출할 수 있는 곳,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사회적 불만과 억제되어 있는 충동들을 누구의 눈치도 볼 것 없이 배설해 낼 수 있는 곳, 그래서 대리만족과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곳, 일베는 바로 이런 감추어진 인간 내면의 욕망과 즉물적인 감정들을 마음껏 발산할 수 있는 그들만의 세상입니다.
여기에 정치적 이념 문제가 더해지면서 이 사회와 현실에 대한 지독한 불만이 극단적으로, 그리고 집단적으로 특정 대상에 대한 공격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필자는 일베를 야만적 폭력을 동반한 집단적 광기의 표출이면서 동시에 괴물같은 우리 사회가 만들어낸 사회적 병리현상으로 규정합니다.
일베는 굉장히 자극적이고 선정적이며 폭력적인 글들이 비상식적으로 양산되고 있습니다. 그 내용은 물론이고 집단적으로 특정 대상에 대한 악의적인 감정들을 거리낌없이 배출하고 있기도 합니다. 자정능력을 기대하기 힘든 지독히 편향적인 비상식적이고 비정상적인 커뮤니티 사이트인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이것이 과연 일베만의 문제일까요?
ⓒ 뉴데일리
필자는 일베의 모습이 집단적 광기의 표출이자 사회적 병리현상의 하나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렇다면 사회적 병리현상의 원인은 어디에 있습니까? 바로 이 사회 자체에 있는 것입니다. 최근에 묻지마 흉악 범죄가 사회적 문제로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습니다. 이 사람들은 사회에서 받은 좌절과 소외감을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범행으로 표출시킵니다. 이들을 만들어 낸 것도 역시 이 사회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것은 한 개인의 정신적, 성격적 결함의 문제가 아닌 이 사회 전체의 문제인 것입니다. 사안은 다르지만 이 둘은 근본적인 문제는 같습니다. 물론 일차적인 문제는 일베(개인)에 있겠습니다만,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문제가 우리 사회에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들을 해결하지 않는다면 이 문제는 절대로 개선되거나 치유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지난 2012년 다음 아고라에서는 일베를 유해사이트로 지정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와 화제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실제 방통위에서도 일베에 대해서 유해사이트로 지정할 것인지의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본질은 일베를 유해사이트로 지정해서 사이트에 제재를 가하고 최종적으로 일베를 폐쇄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데에 있습니다.
ⓒ 한겨레
우리나라는 전쟁의 상처를 극복하고 짧은 기간에 괄목할 만한 경제적 성장을 이루어 냈습니다. 이것은 세계가 부러워하고 인정하는 우리나라 국민의 위대함입니다. 그러나 본질을 들여다 보면 그 이면에 너무도 많은 문제들이 양산되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경제개발의 기치 아래 인간 본성에 대한 성찰이 무시돼 왔고, 오직 개발의 논리로 부정과 편법, 불법, 특권, 특혜 등이 사회적 묵인 하에 용인되어 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반칙이 난무하고 개인의 이익과 탐욕을 위해서라면 타인의 권리는 언제든 침해해도 되는 것이었습니다.
국가와 집단을 위해서 개인의 인권, 평등, 자유, 정의, 민주주의의 가치 등이 무시되거나 공공연하게 억제되어 왔습니다. 비교와 경쟁을 강요하는 사회구조 속에서 공동체적 가치를 제시하고 이를 지향하기 보다는 오직 자신만을 위한 삶을 살도록 가르쳐 왔고 가르침을 받아 왔습니다. 인간은 환경에 지극히 민감한 동물입니다. 환경에 의해 영향을 받고 지배를 받습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사람이 만들어 질 리 없습니다. 사람이 만들어지지 않으니 사람사는 세상을 만드는 것은 더욱 요원합니다.
주위를 한번 둘러 보십시오. 곳곳에서 어렵지 않게 일베들의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습니까? 학원폭력, 집단 따돌림, 가정폭력, 직장내 성희롱, 지역감정, 이념문제 등등 일베들을 규정하면서 정의한 폭력성, 야만성, 성적비하,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차별의 모습들이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지 않습니까?
ⓒ iwar.com
공공의 적이 되어버린 일베, 어쩌면 우리는 인간의 끝없는 욕망이 만들어낸 돌연변이와 마주서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이 돌연변이는 빠르게 자기 분열하여 곳곳으로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일베를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우리 사회가 탐욕의 끝을 향해 무한질주하고 있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핵심은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에 있습니다. 일베가 문제가 아니라 일베들을 양산해 내고 있는 이 사회가 문제인 것입니다. 일베는 그저 작은 편린에 불과할 뿐입니다. 우리사회의 근본적인 뿌리와 토양을 완전히 바꾸어야 합니다. 사회 구조적인 시스템이 바뀌지 않는 한 일베는 없애도 없애도 언제든 어디서든 다시 만들어질 것입니다.
♡ 바람 언덕은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꿈꾸는 1인 미디어입니다
♡ 여러분의 공유와 공감은 제게 큰 힘이 됩니다
세상이 보이는 정치·시사 블로그 ▶▶ 바람 언덕 응원하러 가기 (클릭)
'사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이키 욱일승천기 운동화 논란? 그 비난이 향할 곳은 어디인가 (10) | 2016.03.08 |
---|---|
소녀상을 지키는 소년, 그리고 귀향.... (7) | 2016.02.29 |
당신이 가난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 (10) | 2016.01.30 |
소녀상 지키는 대학생들은 누가 지켜줄 것인가 (9) | 2016.01.27 |
시민들 감동시킨 단원고의 졸업식 풍경 (17) | 2016.01.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