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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 CJ그룹 회장님 축하드립니다. 신문을 통해서 회장님이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에 포함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교도소에 수감된 지 4개월 만에, 그것도 재벌 총수로는 유일하게 이번 특사에 포함되셨다 하니 정말 대단하십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최재원 SK그룹 부회장 등 쟁쟁한 경쟁자들을 따돌리고 특사가 되셨으니 감회가 남다르실 것 같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회장님께서는 특사를 단행한 박 대통령 뿐만 아니라 국민들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표하셨더군요. 그런데
국민들이 뭐 한 것이 있겠습니까. 회장님이 감사해야 할 사람은 오직 박 대통령 한 사람으로 족하지요.
그럼에도 개·돼지나 다름 없는 미천한 국민들까지 챙기시는 회장님의 세심한
배려에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회장님의 감사는 온전히 박 대통령에게 향해야 합니다. 왜 그런지 말씀드리겠습니다. 회장님은 박 대통령이 아주 오래 전부터 대통령의 사면권 남용을 강하게
비판해 오신 분이라는 사실을 아셔야만 합니다. 게다가 박 대통령은 비리 기업인에 대해서는 더욱 더 확고한 원칙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박 대통령은 한나라당 대표 시절인 지난 2005년 "대통령의 사면권이
실세의 어떤 부정을 봐주는 것이면 반대한다. 대통령이 자꾸 사면권을 남발하면 제도적으로 방지하는 입법을 해야
한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지난 2012년 대선 후보 시절에는 "대기업 지배주주·경영자의
중대 범죄에 대해서는 사면권 행사를 엄격히 제한하겠다"고 밝히며 사면권을 무분별하게
남용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대선공약까지 제시했습니다.
어디 이뿐인가요. 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에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사회지도층의 범죄에 대해서는 일체의 관용을 베풀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습니다.
지난 2015년 4월에도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참여정부 시절 두 차례에 걸쳐 특사를 받은 것을 두고 "납득할 만한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며 참여정부를 힐난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박 대통령이 자신이 대선 공약과 원칙을 무너뜨리면서까지 회장님을 전격 사면한 것입니다. 원칙과 신뢰의 정치인이라 불리는 박 대통령입니다. 회장님에 대한 사면으로 비판과 비난이
쏟아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한 일입니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은 회장님에게 특전을 베풀었습니다.
그러므로 회장님이 감사와 은혜를 표할 대상은 국민들이 아니라 오로지 대통령 한 사람밖에는 없습니다.
박 대통령이 회장님을 사면한 이유는 '경제 살리기'에 있습니다. 이는 박
대통령이 "이번에 사면을 받은 분들 모두 경제 살리기를 위한 노력에 적극 동참하고,
국가발전에 이바지함으로써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함께 힘을 몰아달라"고 당부한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죽어있는
경제를 살려야 합니다. 그것이 비난을 무릅쓰고 회장님을 사면한 박 대통령에게 대한 도리이자 보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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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회장님이 각별히 유념해야 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 부패 기업인의 사면이 경제 살리기에 별다른 도움이 안된다는 통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해 새누리당의 경제통으로 통하는 이혜훈 의원은 과거 "데이터로 보면 재벌 총수가 풀려나서 경제가 살아난 적은 없다"고 단정지은 바 있습니다.
이 의원은 자신의 주장을 뒷바침하기 위한 구체적인 자료까지 제시했습니다. 그는 "2008년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해 경제가 어려우니까 재벌들을 풀어주자는 논리로 우리나라 5대 재벌을 한꺼번에 풀어줬다.
그런데 결과는 2007년 바로 직전 해에 비해 경제성장률은
2.7%(p) 떨어졌고, 그 다음 해에도 2.1%(p)가 더 떨어졌다. 경제가 좋아지기는 커녕 더 떨어진 데이터들만 많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의원의 주장은 비리 경제인의 사면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국민들의 시선과도 정확히 맥을 같이
합니다. 많은 국민들이 납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바로 '경제 살리기'입니다.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참여정부 시절부터 경제가 죽었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그래서 이명박 정부가 시작하자마자 죽은 경제를 살리겠다며
갖은 처방을 들이댔습니다. 줄푸세와 대기업 프랜들리 정책으로 대표되는 다양한 기업활성 방안들이 추진되어 왔던
것입니다.
그 결과 사상 유례가 없는 경제 위기 속에서도 대기업들은 살을 찌우고 배를 불려갔습니다. 최근 5년 간(2015년 기준) 삼성과 현대자동차 등 30대 대기업의 사내유보금이
170조원이 넘게 늘어났습니다. 그러나 그에 반해 같은 기간 대기업이 시설투자와 연구개발 등에 투자한 돈은 2조원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경제 살리기가 사실은 '대기업 살리기', '재벌 살리기'였다는 비난이 여기저기서 쏟아졌습니다.
대기업들의 주머니가 두둑해지는 사이 국민들은 허리띠를 졸라 매야만 했습니다. 실업률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어 절망의 늪에 빠졌습니다. 자고 나면 물가는 오르는데 임금은 언제나 제자리입니다. 노동시장 유연화로 비정규직이 속출하고 양질의
일자리는 줄어 갑니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혁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국민들은 더한 고통에 시달려야 할지도 모릅니다.
회장님이 특별히 신경써야 할 것이 있다면 바로 이 부분입니다. 비리 경제인 사면이 경제 살리기로 이어진다는 확신을 이번
기회에 국민들에게 확실히 심어줘야 합니다. 경제인 사면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과 의혹어린 시선을 고려해 이번에는 본질적인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박 대통령이 자신을 향한 국민적 비난을 무릅쓰고 회장님을 사면했다는 사실을 기억하십시오.
회장님의 어깨가 무겁습니다.
ⓒ 노컷뉴스
그런데 한가지 걱정이 있습니다. 사진을 보니 회장님의 건강이 매우 위태로워 보이기 때문입니다. 모자와 마스크를 눌러 쓴 채 휠체어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안쓰럽기가 그지 없습니다. 회장님이 희귀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과 장기간 치료가 필요한 질병으로 고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최근에야 알았습니다. 걱정이 앞섭니다. 그러나 높으신 분들의 마법같은 회복력을 잘 알고 있기에 이내 툭툭 털고 일어나실 줄 믿습니다.
이재현 회장님, 특별사면을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아무쪼록 국가와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큰 인물이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그 길만이 비등하는 비난 여론에도 회장님을 사면을 결정한 박
대통령의 면을 세우는 일이며, 회장님의 사면을 탐탁치 않게 여기는 국민들의 위하는 길입니다. 부디 개과천선 하시기 바랍니다. 다시는 교도소에 들어가는 일이 없어야 합니다. 아, 당분간은 두문불출 하시는 편이 좋을 듯 합니다. 회장님의 사면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한겨울 칼바람보다 매섭습니다. 부디 몸조심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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