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부가 오는 6월
30일까지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의 활동을 마무리 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해수부는 21일 "특조위 조사활동기간은 6월
30일 만료될 예정으로 7월부터 9월
30일까진 종합보고서 및 백서·작성 발간 기간"이라며 "파견공무원·별정직 직원의
20%를 감원하겠다고 밝혔다. 세월호 특별법에 의해 만들어진 국가기관인 특조위를 해수부가 노골적으로 압박하는 모양새다.
해수부는
논란을 의식한 듯 관계부처와의 협의를 통해 종합보고서 및 백서·작성 발간기간인 9월 30일까지는 특조위의 활동 기한을
보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얼핏 특조위의 활동기한을 보장해주겠다는 뉘앙스로 비쳐지지만, 해수부는 특조위와 인원 감원에 대해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6월
30일 이후 파견공무원은 원 기간으로 복귀, 별정직 직원은 임기가 만료돼 특조위
활동이 사실상 단절된다"고 말해 마음은 이미 콩밭에 가있음을 내보였다.
해수부의
속내는 연영진 해수부 세월호인양추진단장을 통해서 보다 확실히 드러난다. 그는 23일 기자간담회에서 "특조위의 활동 기간은
이달 30일까지로 봐야 한다"며 "다만 인양된 세월호 선체에 대한 조사의 필요성이 있어 백서작성 기간인 3개월과 잔존사무 처리기간
3개월 등 해당 기간에 선체 관련 조사를 보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시 말해 특조위의 활동 기한은 이달 말로 끝이 나지만 최대 6개월의 선체 조사
기한을 보장해주겠다는 의미다.
그런데 문제는 이 말에 굉장한 어폐가 있다는 점이다. 먼저 해수부가 엄포를 놓은대로
특조위의 인원은 이달 말 이후 20%가 감축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정부 여당의 지속적인 방해로 가뜩이나 지리멸렬했던 특조위의 활동이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인원 협의
여부에 따라 특조위 활동의 핵심인물들인 별정직 직원이 없는 상태에서 해수부 공무원만으로 조사가 이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게 되면 세월호 참사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정부에 의해 진상조사가 이루어지는 황당한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
특조위에
선체 조사를 보장하겠다는 것 역시 어디까지나 말장난에 불과할 뿐이다. 애초 해수부의 계획대로라면 선체인양 시기는 7월 말이 되었어야 했다. 그러나 5월로 예정돼 있던 선수 들기가 6월로 연기되었고,
선체 인양 시점 역시 8월 이후로 미뤄진 상태다. 날씨와 작업 여건 등의 상황에 따라 선체 인양시기가 그보다 훨씬 더 뒤로 미뤄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 오마이뉴스
게다가 선체가 인양되었다 하더라도
실제 조사가 이루어지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된다. 실제 해수부가 21일 밝힌 '선체정리 절차'에 따르면 선체 조사는 선체
안전도·위해요소 조사 ▶ 선체 세척 ▶ 방역 ▶ 내부 진입로 확보 ▶ 미수습자 수습
및 선체조사 ▶ 선체 잔존률 반출·분류 등의 순서로 진행될 예정이다.
그러나
실제 선체조사는 선체 내의 방역과 유해물질 제거, 위험 요소 제거 등의 정비 작업이 먼저 이루어진 뒤에라야 가능하다. 선체 조사를 위한 사전
정비 작업에 얼마만큼의 시간이 소요될지도 알려진 바가 전혀 없다. 여러 조건을 고려했을 때 선체 조사는 빨라야
12월이 되야 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일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선체정리 작업에 특조위 참여를 보장하고, 진입 준비 단계에서부터 함께
선체를 확인할 것"이라는 해수부의 주장은 어디까지나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밖에는 안 된다. 결국 해수부는 특조위
활동시한의 유권해석이 분분한 것을 이용해 특조위의 활동 시한을 제한하고,
인력 감축 등으로 특조위의 손발을 묶어 둔 상태에서 세월호의 진상조사를 서둘러 마무리하겠다는 속셈인 것이다.
이와 관련해
가장 첨예한 쟁점은 역시 특조위의 활동 시작 시점이다. 해수부는 일관되게 2015년 1월 1일을 그 기준점으로 삼고 있다. 세월호 특별법이 그날 발표되었다는 것이 이유다.
그러나 당시에는 특조위가 구성조차 되지 않은 시점으로, 특조위가 구성을 마치고 활동을
시작한 시점은 그 해 8월 4일이었다.
위원회
구성 준비기간과 위원회 조사 활동 기간은 본질적으로 차원이 다른 문제라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인원과 예산, 공간 등
조사 활동에 필요한 그 어떤 요건도 갖추지 못했던 1월 1일을 특조위 활동
기간의 시작일로 삼고 있는 해수부의 주장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억지에 지나지 않는다.
ⓒ 오마이뉴스
해수부의
주장은 세월호 특별법에도 위배된다. 세월호 특별법
제7조(위원회의 활동기간)는
'위원회는 그 구성을 마친 날로부터 1년 이내의 활동을 완료하여야 한다.
다만, 이 기간 이내에 활동을 완료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위원회의 의결로
1회에 한하여 활동기간을 6개월 이내에서 연장할 수 있다'고 분명하게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특별법에 따르면 특조위 활동기간의 시작점은 위원회를 구성한 시점인 2015년 1월 1일이 아닌 8월 4일이며, 특조위의 활동 종료 시점 역시
6월 30일 아닌 오는 2017년
2월 4일이 되어야 하는 것이맞다. 특별법에
명문화되어 있는 위원회의 활동기한을 제멋대로 해석하고 있는 해수부가 월권과 위법을 행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국가기관인
해수부가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을 리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그 행태가 더욱 졸렬해 보인다. 결국 이 모든 것을 종합해 보면 박근혜 정부가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에
전혀 의지가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참사 이후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 여당이 보여준 행태를 곱씹어보면 이는
어렵지 않게 추론할 수 있는 문제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800여일. 수백명의 국민이 억울하게 희생된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는 일이, 그 당연하고 당연한 일이 이
나라에서는 이처럼 더디고 힘들다. 생각할수록 서글프고 참담한 일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유족들의 가슴에 수없이 대못을 박아온 정부가 말도 안되는 궤변으로 또 다시 그들에게 시커먼 재를 뿌리고 있다. 그 사이 세월호는 어둠뿐인 차디찬 바다속에서 오늘도 서럽게 통곡하고 있다. 대통령과 정부 여당에게는 저 깊은 심연으로부터 울려퍼지고 있는 곡성이 들리지 않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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