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을 다시 보았습니다. '박하사탕'은 설경구라는 걸출한 영화배우를 세상에 널리 알린 작품이기도 하고, 이창동 감독의 이름을 소설가에서 영화감독으로 확실히 자리매김시킨, 뛰어난 영상미와 철학 그리고 시대정신을 담고 있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2000년에 만들어진 영화 '박하사탕'을 2015년에 다시 보는 감회가 무척 새롭습니다. 그러나 잘 만들어진 영화는 몇 년, 아니 몇 십년의 세월이 흐르더라도 변색되지 않고 내면 속에 뚜렷하고 선명하게 흔적을 남겨 놓습니다. 명작만이 줄 수 있는 감동의 편린입니다. 조용히 침잠해 있다가 다시 되살아나는 앙금처럼 '박하사탕'이 바로 그런 영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무엇보다 이 영화가 기억에 남는 것은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시대적 상황이 어떻게 한 개인의 삶과 영혼을 파괴시킬 수 있는지를 파헤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길게 드리워진 철길을 따라 시간여행을 하다 보면 어느새 한국사회의 씁씁한 현실과 마주치게 되는 것입니다.
아마도 이창동 감독이 이 영화를 통해서 궁극적으로 영상화하고자 했던 것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합니다. 잃어버린 것들, 앞만 보고 달려온 탓에 잊고 살고 있는 것들, 소중한 무엇들, 그러나 절대로 잃어버려서는 안되는 것들에 관한 것 말입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지난 2012년 한국행정연구원은 기획재정부 알리오시스템에 '정부 부문 부패 실태'를 공개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공직사회의 금품수수 관행이 보편적인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한 비율이 김대중 정부 시절이던 2000년(68.8%)부터 노무현 정부 말기인 2007년(41.2%)까지 꾸준히 떨어지던 것이 이명박 정부 들어 급격하게 증가해 2011년(69.8%)과 2012년(66.6%)에는 다시 2000년의 수준으로 돌아간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공직사회의 부정부패가 심각한 수준인가'라는 질문 역시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부패 상황이 심각하다'고 대답한 비율이 2000년(75.6%)부터 이명박 정부 초반인 2009년(42.1%)까지 하락세였으나 2010년부터 악화돼 2011년과 2012년 모두 72.4%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같은 결과는 2000년 이후 하락하던 공직사회의 부패 수준이 이명박 정부 기간 동안 크게 후퇴해 10년 전의 상황으로 다시 악화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이같은 흐름은 이어집니다. 작년 OECD가 발표한 '2014 더 나은 삶 지수'(Better Life Index 2014)에 따르면, 총 11개의 세부평가부문 중 '시민 참여' 부문에 포함된 정부 신뢰도 평가에서 우리 국민의 23%만이 정부를 신뢰하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또한 홍콩 정치경제리스크컨설턴시(PERC)에서 조사한 우리나라의 부패지수는 10년 만에 처음으로 7점대(10점에 가까울수록 부패)인 7.05점을 기록하며, 아시아 선진국 중에서 최악의 부패국가라는 오명을 얻기도 했습니다.
PERC 보고서에는 우리나라가 세계 상위권의 경제력을 갖춘 국가임에도 여전히 정치와 경제의 부패 문화가 심각하다는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의 부패지수가 높은 이유로 '부패 적발 시 사법당국 처벌의 적절성'이 현저히 낮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한마디로 부정·부패 사범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부패가 근절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이겠습니까. 사회 지도층의 부정 부패를 감시해야 할 언론은 권력의 나팔수를 자처하고 있고, 정의를 구현해야 할 검찰과 사법부는 정권의 눈치보기에 급급한 채 정치적 수사와 판결을 남발하고 있습니다. 지극히 평범하게 살고자 하는 일반 국민들의 가슴에 시커먼 잿물을 마구 뿌려 대고 있는 것입니다.
'박하사탕'에서 설경구는 철교 위에서 최후를 맞이합니다. "나 돌아갈래"를 외치는 그의 마지막 절규는 비장하고 처절하기만 합니다. 그러나 간절한 외침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되돌아가기엔 이미 너무 멀리 온 까닭입니다.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 깊은 상념에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마음이 아주 무거워졌습니다. 그의 처절한 외침이 마치 우리 사회에 울리는 경종처럼 들렸기 때문입니다.
티스토리에서 정치· 시사 블로그를 운영한 지 1년 6개월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대한민국의 정치현실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참으로 고민이 많습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달라질 수 있을지, 이렇게 글만 쓴다고, 사회적 부조리를 고발하고 비판한다고 과연 무엇이 바뀔 수 있을지 고민은 점점 더 늘어만 갑니다.
함께 바꾸어 봅시다. 건강한 사회, 활기차고 밝은 희망의 사회가 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 봅시다. 그래서 더불어 웃는 사회, 행복한 사회를 다음 세대에게 넘겨줍시다. 저와 여러분이 시작할 수 있습니다. 이 곳은 우리들과, 우리들의 아이들이 살아갈 우리 모두의 대한민국이기 때문입니다.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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