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각을 목전에 둔 박근혜 정부 내각의 성적을 평가한 결과가 공개됐다. 국가미래연구원(IFS)이 어제(8일) 현 정부 장관급 26명의 자질과 능력을 평가한 결과를 보면 한심하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잘했다"는 평가를 받은 인사는 단 한사람도 없고, 1위를 차지한 임종률 금융위원장도 10점 만점에 5.59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정 운영 난맥의 원인을 야당과 시민사회 등 외부에서 찾기에 급급했던 박근혜 정부로서는 쥐구멍이라도 찾아야 할 판이다 .
보도에
따르면 IFS는 교수•연구원•기업인•기자 등 총 202명을 대상으로 박근혜 정부 장관 26명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점수는 아주 잘함(8.0~10점), 잘함(6.0~7.99),
보통(5.0~5.99), 못함(3.0~4.99), 아주 못함(0~2.99)으로 분류했다. 그 결과
'잘함'은 한 명도 없었고, '보통'이 8명, '못함'이 18명으로 나타났다. 우리에게 익숙한 '수우미양가'로 비유하자면 '미'가 8명, '양'이 18명이다. '수'는 고사하고 '우' 역시 전무한 부끄러운 성적표가
아닐 수 없다.
ⓒ 뉴시스
박근혜
내각에게 이처럼 박한 평가가 내려진 원인은 다양하게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들보다 우선해서 생각해야 할 것은, 과연 그들에게 고위 공직자로서의
'자격'이 있는가 하는 점이다. '자격'이란 일정한 신분이나 지위를 가지거나, 일정한 일을 하는 데 필요한 조건이나 능력을 말한다.
그런데 박근혜
내각은 그 시작부터 이 '자격'에 대한 숱한 의혹과 논란을 안고 출발해야만 했다. 사회공동체의 상식과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거 고위 공직에 등용되었기 때문이다.
인수위
시절부터 불거진 '자격'논란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박근혜 정부의 고질병 중의 하나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명했던
인사들의 면면을 초기 내각부터 살펴보자.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부동산
투기, 두 아들 병역기피),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위장전입, 공금유용),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장관 후보자(이중국적, CIA 경력), 김병관 국방부장관 후보자(무기중개회사 근무, 땅 투기), 황철주 중소기업청장(회사 주식 백지신탁 부담), 김학의 법무부차관(성접대
의혹),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비자금 운용) 등의 초기내각 후보들이 지명 이후 양파껍질처럼 터져 나온 의혹들로 인해 임명되지 못했다.
그렇다고
우여곡절 끝에 임명된 초기 내각이 저들보다 흠격이 없는 인사들로 채워졌는가 하면 그런 것도 아니다. 초기 내각을 꿰찬 인사들 역시 인사청문회에서 부동산 투기와 위장전입,
논문표절, 군 면제, 편법 증여,
전관예우, 탈세 등이 드러나 거센 논란에 휩싸여야만 했다. 박근혜 정부 초기 내각은 비서실장조차 모른다는 '밀봉인사'에 대한 각계각층의 비판이 잇따르자, 절치부심해 고르고 고른 인사들이었다. 그러나 인물들의 면면은 대동소이했다. 도토리 키재기요, 오십보 백보에 불과했던 것이다.
ⓒ 한국일보
박근혜
정부 2기 내각은 초대 내각보다 더욱 극심한 '자격' 논란에 시달려야 했다. 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후보자(청문회 위증 및 정회 도중 폭탄주 회식, 불륜 의혹)와 김명수 교육부장관 후보자(제자 논문 표절, 사교육업체
주식투자)는 각종 의혹과 함께 청문회 도중 불성실한 언행으로 물의를 빚으며 임명되지 못했다.
특히 김명수 후보자는 여당조차 반대하며, 결국 대통령이 지명을 철회하는 촌극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밖에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후보자(대가성
고액 후원금, 증여세 탈루 의혹, 아파트 투기, 이중소득공제 의혹), 한민구 국방부장관 후보자(전관예우,
아들 군 혜택 의혹), 이기권 고용노동부장관 후보자(전관예우 의혹, 박사논문 표절 의혹), 김희정 여성가족부장관
후보자(선주협회 로비 의혹, 편법 증여 의혹), 정종섭 안전행정부장관 후보자(위장전입, 자기논문 표절,
거수기 사외이사 의혹, 역사관 논란), 이병기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불법대선자금 관여, 재산형성과정 논란),
황우여 교육부장관 및 사회부총리 후보자(위장전입, 임대소득 축소 의혹, 박사과정 편법 특혜 의혹) 등도
크고 작은 논란으로 '자격'에 물음표가 달린 채 내각에 입성했다.
국무총리
후보자들이었던 문창극 후보자와 안대희 후보자, 그리고
이완구 후보자도 각각 친일논란과 전관예우 논란, 자판기 수준의 무수한 의혹들로 고개를 떨구어야만 했다. 고위 공직의 자리는 그 누구보다 도덕성이 요구되는 곳이다. 그런데 이 막중한 자리에
그와는 반대의 삶은 살아온 사람들이 이 정부에서는 대거 기용되었던 것이다. 영국의 사상가 존 스튜어트 밀은 저와 같은 이들을 가리켜
'배 부른 돼지'라 명명했다. 이쯤되면 이
'자격' 없는 자들과 함께 국가를 경영하겠다고 하는 대통령의 의중이 궁금해진다.
ⓒ 뉴시스
박근혜 내각이 낙제점을 받은 이유는 단순명료하다. 부당한 방법으로 사리사욕을 취하고, 일신의 영달을 탐해온 자들이 내각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소신과 강직함을 갖춘 인물은 없고, 오직 대통령의 눈치만 살피며 자리보전에 여념이 없는 인물들만 가득하기 때문이다. 도덕성은 물론 책임의식도 갖추지 못한 내각에게 잘할 것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나 다름 없다.
조만간 있을 박근혜 내각 3기의 인사 청문회에서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은 자신의 국정철학에 맞는 인물들을 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내각 3기를 위한 인사청문회에서 시민들은 '얼마나 좋은가'가 아닌 '얼마나 덜 나쁜가'를 가지고 설전을 펼치는 장면을 또 다시 지켜봐야만 한다. 박근혜 정부 들어 도드라지는 진풍경이다. 고위 공직자로서의 '자격'이 없는 사람들과 함께 대통령이 만들어 가려는 나라는 도대체 어떤 나라일까. 그에게 되묻지 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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