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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돼지'와 '전문시위꾼'.
최근 우리 사회를 맹렬하게 관통하고 있는 키워드다. 민중을 '개·돼지'에 비유해 사회를 전율케 만들었던 나향욱 전 교육기획관이 결국 파면될 모양이다. 중앙징계위원회는
19일 오후 회의를 열어 나 전 기획관에 대한 파면을 의결했다. 공무원의 신분임을
망각하고 국민을 모독한 그는 국가공무원법상 가장 무거운 중징계를 받게 됐다.
경북 성주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뜨거운 도시다. 인구
5만의 이 작은 도시는 요즘 취재진과 외부인으로 북새통을 이룬다. 평화롭던 이 도시는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이 난 이후 아수라장이 됐다. 지난 15일 황교안
국무총리는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주민들을 설득하러 나섰다가 성난 주민들에 둘러싸여 6시간
30분이나 갇혀 있어야 했다.
총리가 봉변을 당하자 정부여당과 보수언론은 영민하게도 ‘폭력 프레임’으로 국면을 전환한다. 전가의 보도인 '폭력 프레임'을 꺼내든 것은 사태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방 증이다. 그들은 '전문시위꾼'이 시위 현장에 나타나 폭력시위를 주도했다며 대대적인 공세에 나섰다. 그 결과 사드 반대 시위는 순식간에 '전문시위꾼'이 주동한 폭력시위로 변질됐다.
'개·돼지'와 '전문시위꾼'. 얼핏 연관이 없어
보이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이 둘은 서로 연계되어 있다. 이 둘은 모두 객체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논란이 벌어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어느날 갑자기 민중은 '개·돼지'개 됐고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국민들은 '전문시위꾼'으로 낙인찍혔다. 개인의 주권과 인격이 타자에 의해 왜곡되고
침해 받았다는 점에서 이 둘은 서로 닮아 있다.
민중이 '개·돼지'라는 섬뜩한 비유의 저변에는 공직사회에 뿌리깊게 박혀있는 선민의식과 특권의식이 자리잡고 있다.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폭력 시위로 몰고가는 기저에는 정부여당과 보수언론의 민주주의에 대한 몰이해가 자리잡고 있다. 주체적 자아를 지닌 국민을 교화와 계몽의 대상으로 여기고 있다는 점에서 이 둘은 역시 하나다.
국민을
둘로 나누는 편가르기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 역시 똑같다. 국민은 졸지에 '1%대 99%'로 나뉘어졌고,
정부 정책에 동조하는 '애국시민'과 그 반대
편에 있는 '종북세력'으로 갈라졌다. 모든 국민은 사회적 신분과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받지 않는다는 헌법 조항은 무의미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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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배치의
후폭풍에 휩싸인 성주는 지금 내륙 속 외딴 섬이 됐다. 사드 배치 반대 시위가 정부여당과 보수언론에 의해 불법·폭력 시위로 매도되면서부터다.
검찰총장이 직접 성주 폭력 시위자와 주동 세력을 엄정 수사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고, 경찰을 황 총리에게 물병과 계란을 던진 시위자 색출을 위해 전담반을 구성하는 등 이 지역에 불온의 딱지를 덕지덕지 붙이기 시작했다.
모두에게
익숙한 정형화된 패턴대로다. 국민을 두 편으로 갈라놓고
갈등과 분열을 통해 이득을 취하는 분열책이 이번에도 여지없이 재연되고 있는 것이다. 때 맞춰 성주
투쟁위는 정부여당과 보수언론이 주장하고 있는 외부 개입은 부인하면서도 21일 열릴 서울역 집회에 외부단체를 배제하겠다고 밝혔다.
한반도의 안위가 걸려있는 사드 배치 문제가 성주지역민들과 정부 사이의 지엽적인 문제로 축소된 채 열리게 된 것이다. 정부여당과 보수언론이 들고 나온 '폭력 프레임'이 여기까지 의도했는지는 알 길이 없으나 결과적으로 강렬하게 치솟던 사드 반대 목소리에 힘이 빠지게 된 것만은 사실이다.
나 전 기획관은 고위공직사회의 현주소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적 인물에 지나지 않는다. 그의 파면 결정에도 불구하고 공직사회에 도사리고 있는 특권의식과 선민의식이 바뀔 가능성이 난망한 이유다. 황 총리를 향해 표출된 성난 민심은 '폭력 프레임'의 역풍 앞에 바짝 움츠려 들었다. 이 모습은 '4대강·강정·밀양·세월호'의 전개 과정과 판박이다. 박근혜 정부도 공직사회도 그 모습 그대로다. 그들은 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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