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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박근혜 위기설, 오직 대통령 자신만 모른다

청와대와 검찰의 찰떡공조 속에 유야무야 묻혀버리는가 싶던 비선실세들의 국정개입 의혹이 김무성 대표의 수첩 메모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김무성 대표의 수첩 메모는 검찰의 중간수사결과 발표와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의 내용을 무색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검찰과 대통령의 주장과는 다르게 비선실세들은 일개 행정관까지 국정에 깊숙하게 개입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김무성 대표의 수첩 메모 속 주요 인물인 음종환 전 청와대 행정관과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은 현재 카카오톡 문자 메시지의 공개를 둘러싸고 한치의 물러섬 없이 치열하게 대치 중이다. 급기야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를 향해서 막나가는 집안을 상징하는 대명사인 '콩가루'가 언급되기 시작했고,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취임 이후 최저인 35%까지 곤두박질 쳤다. 이쯤되면 가히 총체적 난국이라 칭할만 하다.

역대 정부를 돌이켜 보더라도 박근혜 정부가 보여주고 있는 이같은 국정 혼란과 난맥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특히 장관들의 이름보다 비서관과 행정관의 이름이 더욱 유명세를 타는 상황은 아무리 기억을 곱씹어 봐도 처음있는 일이 아닌가 싶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에게 깊은 사죄를 해야만 한다. 국정을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측근들의 국정개입을 원천봉쇄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이같은 사실을 인지하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이는 심각한 직무유기이자 방기다.





그동안 정치권과 언론, 학계와 종교계, 시민단체와 일반 시민에 이르기까지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 문제와 독단적인 국정운영을 비판하며 개선을 요구해 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국민화합에 반하는 인식과 철학을 지난 윤창중을 인수위 대변인과 청와대 대변인으로 임명했을 때부터 드러난 인사 문제와 독단적 국정운영은, 최근 문고리 3인방과 정윤회로 이어지는 비선실세들의 국정개입으로 이어지며 전혀 고쳐지지 않고 있다.

끊임없이 되풀이 되었던 무수한 인사사고와 그로부터 기이했던 심각한 국정난맥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대통령은 왜 달라지지 않는 것일까.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대한 지지 여부에 상관없이 이 땅을 살고 있는 모든 국민들이 품고 있는 한결같은 의문 중의 하나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말해 박근혜 대통령이 달라지지 않는 것은 그녀 스스로 달라질 필요를 전혀 못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누구나 필요에 의해 움직인다. 아주 사소한 것에서부터 중요한 결정에 이르기까지 필요는 인간의 행위를 유발시키는 가장 결정적인 동기이자 변수다. 사실 박근혜 대통령이 과거에도 지금처럼 사과에 인색하고 변화에 무심했던 것은 아니었다. 대선자금 차떼기로 한나라당이 천막당사로 내 몰리던 시절, 2012년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이 국민 앞에 바짝 엎드리던 비대위 시절, 대선을 코 앞에 두고 과거사 문제와 역사인식 논란으로 지지율이 급락하던 무렵에는 거듭 사과와 함께 변화와 개혁을 약속했었다.

그러나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에는 이런 모습이 온데 간데 없이 사라져 버렸다. 국민 앞에 머리 숙여 사과를 해야 할 시점임에도 대통령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대리인을 내세우거나 회의 석상에서 구렁이 담 넘어가듯 슬쩍 언급하는 방식으로 넘어가기 일쑤였다. 이는 사과와 해명을 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으로, 최고통수권자이자 최종인사권자로서의 책임보다는 특권과 권리만 누리겠다는 제왕적 발상에서 기인하는 문제다.

나아가 당의 존폐가 걸려 있고, 총선 승리와 대선 승리라는 절대절명의 목적이 존재하지 않는 한 절대로 국민에게 고개를 숙일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한 개인의 빗나간 정치철학과 오만과 독선이 빚어낸 문제이기도 하다. 국민이 부여한 한시적 권력을 마치 자신의 것처럼 사유화하고 이를 통치의 수단으로 전용해온 위정자들의 전철을 박근혜 대통령이 고스란히 답습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더욱 심각한 문제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변화의 기적이 일어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사실에 있다. 임기가 끝날 때까지 지금껏 보아 왔던 국정난맥과 국정혼란이 계속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필자가 다른 글에서 언급했듯이)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엄청난 위기로 작용할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장악력은 역대 정부를 통틀어 가장 취약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비선실세의 국정개입과 관련해 얼마전 논란이 됐던 유진룡 전 문체부장관의 고해성사나 김영한 민정수석의 항명파동은 약해질 때로 약해진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장악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에 불과하다. 이런 것들은 곪아있던 박근혜 정부의 치부와 해이해진 공직기강이 표면적으로 드러난 것일 뿐이다. 박근혜 정부가 그나마 온갖 악재에도 불구하고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은 김기춘 비서실장의 존재 덕분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임기 초 인사참사와 정부조직법 개정안 논란, 대선공약 파기 및 후퇴 논란, 윤창중의 성추행 사건 등 크고 작은 국정난맥에 휩싸이자 '저도의 추억'을 통해 유신헌법을 주도했던 김기춘을 기억속에서 끄집어 냈다. 결과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결단은 '신의 한수'에 가까왔다. 김기춘은 정치에 잔뼈가 굵은 백전노장답게 빠르게 국정을 수습해 나갔다. 그 결과 박근혜 정부는 김기춘의 등장 이전과 등장 이후로 나누어야 할만큼 극명하게 갈린다. 박근혜 대통령이 그동안 각계각층의 사퇴압력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그를 곁에 두려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의 실질적 버팀목이었던 김기춘 비서실장도 이번 '비선실세 국정개입' 파동의 여파를 끝내 넘어서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기자회견에서 언급한 것처럼 당면한 현안을 수습하는 대로 김기춘 비서실장의 사퇴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더 이상 정치권과 국민여론을 역행해 가며 그를 유임시킬 명분이 없을 뿐더러 최근의 사태에서 보듯 김기춘 비서실장의 리더십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현실적인 측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김기춘 비서실장은 그 시기가 문제일 뿐 사퇴는 피할 수 없다. 그렇다면 포스트 김기춘으로 국정장악력을 높이고 땅에 떨어진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의 위신을 바로 세울 수 있을까. 냉정하게 말해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왜냐하면 박근혜 정부의 국정난맥과 혼선은 결국 대통령 자신이 초래한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박근혜 대통령이 달라지지 않는 한 상황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비서실장을 교체하고 특보단을 신설하는 등의 조직개편이 일어난다 한들 대통령의 정치철학과 인식에 근본적인 변화가 없다면 무의미하다는 뜻이다.





여러 차례에 걸쳐 강조했듯이 올 해는 박근혜 대통령이 주도권을 가지고 국정을 운영할 수 있는 실질적인 마지막 해임을 주목해야 한다. 그런데 국정을 원활하게 운영할 수 있는 동력이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심각하게 누수되고 있는 것이다. 이 누수현상의 중심에 박근혜 대통령 자신이 놓여 있음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드리운 먹구름은 이 뿐만이 아니다. 최근 김무성 대표의 수첩이 몰고온 당청 간의 힘겨루기는 올 하반기 이후 총선체제가 구축이 되고 나면 무너질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이를 의식해 사활을 걸었던 박근혜 대통령의 당 장악 시나리오는 '박심'이 총동원된 새누리당 대표경선에서 올드보이 서청원이 참패하며 무참히 깨지고 말았다)

게다가 친박과 친이의 오래된 앙금은 잠자고 있는 시한폭탄과 같다. 시간은 공천권을 가지고 있는 김무성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게 될 것이다. 달이 차면 기울듯이 결국 친박은 그 세가 줄어들 수 밖에 없는 입장인 것이다. 따라서 시간이 갈수록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장악력은 급속도로 무너질 수 밖에 없는 처지다.

이명박 정부의 사자방 비리 역시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골치덩어리다. 여야의 빅딜로 자원외교에 국한해 국정조사를 하기로 합의했지만 사대강 비리와 방산비리에 대한 국민여론에 미루어 이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나 다름없다.

세월호 특별법 역시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이며, 미국 연준의 금리인상 등 대내외적인 경제 상황도 첩첩산중이다. 필자가 언급했던 박근혜 대통령을 위기로 몰아넣을 징후들이 곳곳에서 머리를 들이 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박근혜 대통령과 박근혜 정부를 위기로 몰아갈 이상 신호들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는 실정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국민들이 납득할만한 특단의 대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위기가 현실로 나타나게 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아니, 어쩌면 위기는 이미 시작된 것인지도 모른다. 신년기자회견과 그 이후의 모습에서 드러나듯 박근혜 대통령이 여전히 안일한 상황인식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박근혜 대통령과 이 정부를 심각한 위기로 몰아넣고 있는 당사자가 바로 박근혜 대통령 자신이라는 것을 말해 준다. 모든 국민이 알고 있는 이 명징한 사실을 오직 박근혜 대통령 자신만 모른다.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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