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어제(21일) 재신임투표 입장을 철회했다. 지난 9일 당무위 직후 재신임
의사를 밝힌지 12일 만이다. 문재인 대표가 입장을 철회함으로써 혁신안을
사이에 두고 치열한 기싸움을 벌여온 새정치민주연합 주류와 비주류 간의 내홍은 일단 봉합되는 모양새다.
문재인
대표는 어제 재신임 철회의사를 밝히면서 "마음은 더욱 비우고 책임은 더욱 다해서, 당을 더 혁신하고 더 단합하도록 하겠다"며 '재창당' 수준의 강력한 혁신이 잇따를 것임을 분명히
했다. 문재인 대표의 재신임 철회로 극한의 갈등과 분열로 치닫던 새정치민주연합은 최악의 상황은 벗어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문재인 대표의 재신임 철회의사에도 불구하고 당이 제자리를 찾기까지는 여전히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문재인 대표가 넘어야 할 산이 아직 많다는 뜻이다. 비주류의 문재인 대표를 향한 불신의 골이 워낙 깊은데다가, 그들은 당내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혁신위원회의 혁신안에 대해서도 강한 불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조만간
현역 중진의원들의 거취를 포함한 인적쇄신안을 발표할 예정인 혁신위의 향후 행보에 맞춰 또 다시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고, 사실상 비주류를 대표하고 있는 안철수 전 대표가 오는
10월 혁신방안을 직접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 당내 분란이 촉발될 여지도 상당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정치민주연합이 문재인 대표의 재신임 철회로 분당까지 거론되던 최악의 당내 갈등을 봉합하고 혁신과 통합을 위한 전기를 마련했다는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앞으로 새정치민주연합이 수권정당으로
거듭 나느냐 아니냐는 온전히 그들의 몫으로 남겨지게 됐다.
대한민국 정치의 최대 미스터리는 친일매국정당, 부정부패당, 개누리당, 수구꼴통당 이란 비난과 조롱을 한몸에 받고 있는 새누리당이 선거 때마다 늘 원내 1당을 차지하는 현실에 있다. 그런데 이는 냉정하게 말해 새정치민주연합이라는 최고의 파트너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도저히
질 수 없는 선거라던 지난 2012년 총선과 대선,
2014년 지방선거, 그리고 몇차례의 크고 작은 재보선에서도 새정치민주연합은 연전
연패를 거듭했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은 마치 무엇에라도 홀린 듯 두는 수마다 자충수와 악수를 반복하며 허무하고
무기력한 패배를 반복했다.
새누리당의
연승과 새정치민주연합 연패의 이유는 의외로 단순하다. 새누리당은 -선거의 방법과 과정, 전략과 전술의 시시비비는
논외로 치고- 지지층은 물론이고 중도층의 요구와 바람을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온 당력을 기울여 온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그렇게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시대의 흐름과 국민의 요구를 제도권 정치로 끌어 않기보다는 계파 갈등과 헤게모니 싸움에 함몰되어 있었고, 새누리당에 필적하는 보수정당의 길로 유턴했으며, '반'새누리와 정권심판론에 매몰된 선거전략만을 고수했다. 여기에 더해 당내 의견을 조율하고 통합할 강력한 리더십도 없었다.
시대흐름을
읽어낼 혜안도 없고, 그렇다고 새누리당처럼 단기간에
그와 유사한 대체제를 만들어 낼 능력도 없는 정당이 정치공학에 사로잡혀 집안 싸움만 하고 있다면 어느 유권자가 자신의 소중한 한표를 행사할 수
있을까. 돌이켜 보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새누리당에게 패배했던 것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패배했다고 보는 것이 맞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새정치민주연합을 향해 진심어린 충고와 비판을 해 왔다. 그 중에서 가장 통렬했던 것은 '도대체 이 정당에게 집권에 대한 의지는 있는 것일까'라는 자조섞인 비판에 있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자신들을 향한 이 비판을 어떻게 받아들이는 지는 알 길이 없다. 그러나 이 비판이야말로 새정치민주연합이 직면해 있는 위기의 본질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자신들의
비전과 철학을 가장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궁극의 목표가 정치정당에게 있어 바로 '집권'이다. 그런데 새정치민주연합은
정치정당의 존재 이유이자 존립 근거인 '집권'에 대한 의지조차 의심받는
지경에 이르고 만 것이다. 이는 사실상 정치정당에 대한 사망선고나 다름없는 혹독한 평가다. 집권에 대한 의지가 보이지 않는 정당에게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의탁할 유권자가 어디에 있을까. 새정치민주연합은 자신들을 향한 국민들의 비판을 냉정하게 직시해야만 한다.
옛말에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고 했다.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기회는 생기는 법이고, '생즉사, 사즉생'이라는 처절하고 절박함이 담긴 경구도 있다. 굳이 조상들의 지혜가 담긴 오래된 경구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인간은 위기의 순간에 대처하는 방법들을 경험으로 체득해 왔다. 위기를 극복하는 최선의 방법은 마주한 현실을 인정하고 마음을 비운 채, 지금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분별해 내는 일이다.
새정치민주연합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현실에 대한 절박함과 이를 극복하기 위힌 치열함이다. 자신들을 향한 국민적 의혹과 불신을 떨쳐내고 수권정당으로
바로 설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생즉사, 사즉생'의 결연한 자세로 누구도 예외없이 혁신과 통합에 동참하는 길 뿐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사실상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반독재 민주화 투쟁의 가시밭길을 걸으며 60년을 유지해온 당의 존립을 위해서, 그리고 이 뇌쇠한 정당에게 여전히 애정을 가지고 있는 국민들을 위해서 자신들에게 찾아온 마지막 기회를 새정치민주연합이 부디 놓치지 말기를 간곡히 당부한다.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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