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이블뉴스
서울시 교육청은 동대문구에 위치한 한 중학교에 발달장애학생 직업능력센터를 건립할 예정이다. 센터가 건립되면 이 시설에서 90명의 발달장애인이 바리스타부터 우편분류까지 총 14개 과정의 직업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그러나 9월에 착공이 들어간 이 시설이 언제 문을 열게 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 해당 지역의 학부모들이 센터의 건립을 결사적으로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내용은 사실 얼마 전 언론 보도를 통해 이슈화된 바 있다. 당시 센터 건립을
반대하는 지역 주민들의 막말과 이기적 행동들이 도마 위에 올랐었다. 해당 기사를 접하고 나서 착찹한 마음을
가눌 길이 없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런데 오늘 관련 내용을 또 접하고 나니 다시 마음이 무거워
진다. 우리 사회의 냉대와 무관심 속에 상처받고 소외받는 사회적 약자들과 소수자들이 점점 늘어만 가고 있기
때문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발달장애학생 직업능력개발센터는 서울에 거주하는 장애학생과 청년기 발달장애인의 진로·직업교육훈련을 위해 교육부와 고용노동부, 서울시 교육청,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공동으로 설립 운영하고 있는 직업체험센터다. 이를 실질적으로 주관하고 있는
서울시 교육청은 동대문구에 있는 해당 중학교 내의 빈 공간에 센터를 설립해 발달장애인의 취업과 원활한 사회활동을 위한 지원을 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서울시 교육청의 계획은 시작부터 난항을 겪어야만 했다. 지역주민들의 반대가
워낙 강경한 탓이다. 주민들은 센터가 설립되면 발달장애인들 때문에 아이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며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발달장애인들이 갑자기 돌변할 경우 아이들이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그들은 장애인을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잠재적 위험요소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장애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편견과 몰이해가 만들어낸 씁쓸한 장면이 아닐 수 없다.
ⓒ 동대문신문
센터의 건립을 막으려는 지역주민들의 반대는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들은 학교 내에 천막을 치고 집단 농성에 들어가기도 하고, 피켓을 들고 시위에 나서는가 하면, 해당 학교의 아이들에게 반대서명을 받기까지 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지역주민들은 '차라리 쓰레기 소각장이 들어오는 것이 낫다'라며 발달장애인을 둔 부모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막말을 쏟아내기도 했다. 이 모습 그 어디에도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위한 사랑과 배려, 이해와 공존의 마음은 찾아보기가 어렵다. 그 결과 센터 건립의 이해와 협조를 구하기 위한 6차례의 사업설명회도, 학생들과 발달장애인 사이의 접촉이 원천 봉쇄되는 직업 시스템도 그들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물론 지역주민들은 잠재적 위험군으로부터 자녀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일이 가장 시급한 일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들이 센터의 건립을 반대하는 결정적 이유가 사실은 집값 하락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장애인 시설을 '혐오시설'로 인식하고 있는 낡은 통념과 집단 이기주의가 빚어낸 우리 사회의 민낯이다. 차갑게 마음을 닫아버린 사람들에게 발달장애인의 암울한 현실과 그 부모들의 한숨과 눈물, 사회적 약자로 살아가야 하는 소수자들과의 공존같은 공동체적 화두는 너무나 요원해 보인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무엇이 그들의 마음으로부터 따뜻함을 앗아가 버린 걸까. 나는 사람들이 깊고 깊은 마음의 병을 앓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남보다 뒤쳐지면 안되는 경쟁 사회,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성공해야만 대접받을 수 있는 사회, 돈이면 모든 것이 다 용서가 되는 배금주의 사회, 내면의 가치보다는 외피를 더욱 숭상하는 사회, 나와 내 가족만 중요한 극단적인 이기주의 사회가 그들의 마음밭을 오염시켰기 때문이다.
ⓒ 비마이너
TV나 언론에서는 연일 우리 사회가 이룩해 낸 눈부신 성장과 발전에 관한 기사를 내보낸다. 국민소득과 삶의 질을 자랑하고, 세계 경제의 중심으로 편입한 대한민국의 위상과 성과를 찬양하는 내용들이 넘쳐난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내면을 들여다 보면 실상은 완전히 달라진다. 겉으로 드러난 것보다 우리 사회는 훨씬 더 각박하고 차가운 사회다. 온정이 사라진 싸늘한 한기가 가득한 곳이라는 것을 우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만약 헬렌 켈러가 대한민국에서 태어났더라면 어땠을까. 그녀는 우리 사회의 차가운 시선과 편견, 지독한 차별과 냉대를 뚫고 사회인으로 온전히 바로 설 수 있었을까. 이 질문의 답을 찾는 데는 찰나의 시간이면 족하다. 이것이 우리와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현주소다. 나는 단지 몸이 조금 불편할 뿐인 이들과 마음밭이 무너져 삭막하기 그지없는 사람들 중 누가 진짜 장애인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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