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새정치민주연합의 당내 갈등이 극한으로
향하고 있다. 안철수 의원이 지난 29일 문재인 대표의
'문•안•박 연대'를 거부하고 혁신전당대회의 개최를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안철수 의원의 역제안은 사실상
문재인 대표의 퇴진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당의 내홍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게 됐다.
문재인
대표는 안철수 의원의 역제안에 사실상 거부의사를 밝혔다. 이로써 안철수 의원과 당내 비주류들의 탈당과 분당이라는 최악의 경우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시계제로의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는 옛 속담 그대로 새정치민주연합은 지금 뿌리부터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다.
갈등의
두 축인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의원 모두 당의 통합과 혁신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표면적인 것일뿐 속내는 총선의 지분과 향후 대권 경쟁을 위한 주도권 싸움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당권을 잡고 있는 문재인 대표나 비주류를 등에 업은 안철수 의원이나 결국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물러설 수 없는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 모습은
지난 2012년 대선 당시의 모습과 매우 흡사하다.
당시에도 이 두 사람은 야권후보단일화 과정에서 막판까지 피말리는 갈등과 대립으로 치달은 바 있다. 단일화 과정에서의 극심한 불협화음이 유권자의 표심에 심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일반론이고 보면, 총선을 얼마 앞 둔 시점에 벌어지고 있는 극한 대립은 내년의 총선 전망을 어둡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동하고 있다.
ⓒ 포커스뉴스
새정치민주연합의 모습은 총선을
앞두고 당내 갈등을 봉합하는 데 성공한 새누리당과는 상반된다. 바로 이 부분이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의 결정적 차이다. 새누리당에도 새정치민주연합에 버금가는 당권 경쟁과
파벌 싸움이 존재한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친박과 비박 사이에는 골육상잔의 치열한 내전이 펼쳐졌었다. 그러나 국정교과서 국면에서 당력을 하나로 모으더니, 이제는 불필요한 잡음과 당내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총선체제로 당이 180도 전환한 것이다.
이는 새누리당이 선거 정국에서 무엇을 우선해야 하는지 본능적으로 직감하고 있다는 뜻이다. 역으로 새정치민주연합에게는 바로 이 부분이 결여되어 있다. 정치 혐오와 불신으로 무당층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이는 선거에서 엄청난 차이로 나타난다. 대동단결해서 일사분란하게 선거전에 임하는 정당과 자중지란에 빠져 이권다툼에만 열을 올리는 정당 중 누구에게 표가 쏠릴 지는 명약관화한
일이기 때문이다. (때 맞추어 언론은 바로 이 부분을 집중 부각시키고 있다)
새누리당이 선거마다 연전연승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아주 단순명료하다. 새정치민주연합이 너무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정권의 견제세력으로서, 그리고 대안세력으로서 국민의 기대에 전혀 부응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지 새누리당이 잘 해서가 결코 아니란 뜻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진짜 문제는 바로 이 지점에 있다. 그들에게는 해야 할 일과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일에 대한 지각 능력이 아주 희박하다.
이명박 정권의 실정을 심판하는 자리였던 2012년 총선과 대선, 박근혜 정권의 퇴행에 책임을 묻는 각종 재보선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은 변화를 바라는 국민의 요구를 전혀 떠안지 못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상황은 똑같다. 그들은 여전히 계파 갈등과 패권 싸움에 날 새는
줄 모르고 있다. 2012년 총선 무렵부터 시작된 갈등 양상이 2015년이 저물어가는 지금까지도 전혀 개선되지
않은 것이다. 당내 개혁과
혁신을 주구장창 외쳐왔던 그 기간 동안 대체 이 정당은 무엇을 하고 있었던 걸까.
ⓒ 연합뉴스
새누리당이 집권한 지난 8년 동안 우리나라는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시민권의 위축되는 등 곳곳에서 퇴행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집권세력은 독단적으로 국정을 운영하고
있고 민의는 철처하게 왜곡되고 있는 실정이다. 대다수 국민이 반대하고 있는 국정교과서의 단행이야말로 정부여당의
전횡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장면이다. 그러나 이같은 정부여당의 일방적 국정운영을 견제해야 할 야당은 전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제1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무능하고 무기력한
탓이다.
야당은
정부여당과 권력을 비판적으로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소임이 있다. 뿐만 아니라 민의를 제대로 정부여당에 전달하고 이를 국정에 반영토록 해야 할 책임도 있다. 정부여당의 견제세력으로써
야당이 자신들의 소임과 책임을 등한시하게 되면 권력은 필연적으로 민의를 왜곡하고 배제하는 독단의 정치, 독선의
정치로 나아가게 된다. 이는 제 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 위기가
곧 정치의 위기, 대한민국의 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야당의 견제를 두려워하지 않는 정치 권력에
의해 민의가 왜곡되고, 차단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많은 국민들이 새정치민주연합의 극심한 내홍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제 1야당으로서의 책임과 역할을 직시해야만 한다. 겉으로는 통합과 혁신을 내세우면서도 뒤에서는 계속해서 당을 흔들고 있는 비주류나, 지도력과 리더십에 의문 부호가 찍혀 있는 문재인 대표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분명한 것은 새정치민주연합의 이전투구에 웃고 있는 것은 새누리당이라는 사실이다. 화합과 연대를 바라는 국민의 뜻을 저버린다면 총선은 물론이고 대선도 해보나 마나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된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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