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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민화합 가로막는 박 대통령의 분열정치

증오. 인간의 내면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가 부지불식간에 튀어 나오는, 이성의 대척점에 있는 파괴본능이다. 선천적으로 증오를 가지고 태어나는 사람은 없다. 대개 증오는 환경에 의해, 누군가에 의해 외부로부터 이식되는 방식으로 자라난다. 일찌감치 이를 터득한 선전 선동과 대중 심리전의 대가 괴벨스는 이렇게 말했다. 적에 맞서려면 무엇보다 한없는 대중들의 증오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분열. 하나가 둘이 되고 그 둘이 다시 여럿으로 쪼개지는 분열현상은 자연스런 세포의 증식과정이다. 이를 통해 생명은 번성하고 번창해 나간다. 그러나 분열이 정치의 영역으로 들어오면 상황은 180도 달라진다. 2003년 이라크 침공 이후 미국의 대 이라크 정책의 핵심은 종파간 갈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분열정책에 있었다. 그들은 이라크 북부의 쿠르드족, 서부의 수니파, 남부의 시아파 간의 종교적 갈등을 교묘히 이간질시키는 전략을 통해 이라크의 대미 저항을 최소화시켰다. 


분열정책은 대제국을 건설했던 고대 로마시대 이후로 현재에 이르기까지 점령군, 혹은 집권세력이 즐겨 사용하던 통치술이었다. 견제와 갈등을 통해 서로를 대립하게 만들어 상대의 힘을 분산시키는 이 전략은 가장 손쉽고 가장 효과적으로 집권세력의 정치적 안정을 도모시킬 수 있는 방법이었다. 


증오와 분열을 이용하는 정치는 인간 내면의 추악한 본능을 통해 자신들의 정치적 이득을 도모한다는 측면에서 이성적 정치와는 확실히 거리가 멀다. 그러나 괴벨스의 전언대로 대중의 증오를 끄집어 내어 적에 맞서고, 갈등과 분열을 적극 활용해서 체제를 공고히 하는 방법은 정치가 존재하는 한 사라지지 않을 전략임은 너무나 분명하다. 





3년 차에 접어든 박근혜 정부 역시 이 고전적 방식에 아주 능통하다. 그들은 시시각각 대중의 증오를 이끌어 내고 상대가 서로 갈등하도록 유도하며 정작 자신들은 논란의 핵심에서 유유히 빠져나가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각종 사회적 논란의 면면을 들여다 보면 천하의 괴벨스도 울고 갈 고도의 통치술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전국민을 슬픔의 도가니에 빠트렸던 세월호 참사.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을 성토하며 진상규명을 위한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여론이 빗발치자 정부여당은 세월호 유가족들이 대학입학 특례, 의사자 지정 등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내용을 흘리며 대중들의 심리를 분산시켰다.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인 주호영 의원은 세월호 참사를 교통사고에 비교하면서 천안함 때보다 과잉배상할 수 없다는 뜬금없이 주장을 폈다. 정부의 책임을 희석시킴과 동시에 유가족들은 단 한차례도 언급하지 않았던 금전적 문제를 부각시킴으로써 유가족들과 대중 사이를 분열시키려는 의도에서였다. 


세월호특별법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카톡 메시지를 지인들에게 발송한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 역시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자신이 직접 작성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카톡의 내용 속에는 서해교전 당시 숨진 고 윤영하 소령이 5천만원을 받았는데, 세월호 유족들은 4억5천만원을 일시불로 받는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유족들의 진심을 왜곡시키면서 세월호특별법의 당위를 흔드는 전형적인 흑색선전이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비정규직 근로자의 처우개선에 힘쓰겠다고 밝히면서 우선적으로 공공부문에 대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말해 비정규직의 처우개선은 고사하고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 공약조차 지켜지지 않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비정규직 대책에 대한 현장의 불만이 팽배해지고 약속 이행에 대한 요구가 점차 커지자 지난해 말 '정규직 해고요건 완화'라는 기상천외한 대책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내용인즉 정규직 과보호로 기업이 겁이나 인력충원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니, 정규직의 임금체계와 해고요건을 완화시켜서 기업의 부담을 줄여 주자는 취지다.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대로) 비정규직과 정규직 간 극심한 차별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 비정규직의 처우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할 정부 정책이 엉뚱하게도 정규직의 하향평준화로 뒤바뀌어 나타난 것이다. 이 창조적 발상의 기저에는 임금과 처우 등으로 오랜 갈등을 빚어온 비정규직과 정규직 사이의 불편한 관계를 역이용하는 놀라운 간계가 숨어있다. 


정상적이라면 정부와 노동자, 기업과 노동자 사이의 구도로 진행되었어야 할 갈등구조가 정부의 판흔들기로 비정규직 대 정규직의 구도로 재편되는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비정규직 처우개선과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한시름 벗어날 수 있는 시간벌기에 성공한 셈이다. 편가르기를 통해 갈등을 유발시키는 전형적인 분열책임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 





박근혜 정부의 분열책은 이뿐만이 아니다. 중앙정부와 시도교육청 사이에 누리과정예산의 집행 책임을 두고 사회적 논란이 일자 정부여당과 일부지자체장들은 돌연 무상급식을 문제삼았다. 그들은 시도교육청의 예산부족은 무상급식 때문이라며 관련 사실을 호도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러나 국가재정에 문제가 생긴 것은 이명박 정부 내내 국정을 방만하게 운영했던 현 집권세력들의 잘못 때문이지 보편적 복지의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그들은 예산부족의 책임을 보편적 복지 탓으로 돌리며 무상보육과 무상급식을 둘러싼 이념 갈등으로 전장을 옮겨 버린 것이다. 선별적 복지와 보편적 복지 간의 첨예한 갈등을 재연시킴으로써 정부 책임은 교묘히 사라지고 복잡하고 골치아픈 정치공방의 혼란만 남겨졌다. 정부여당이 원하는 그림이 그려진 셈이다. 


박근혜 정부의 갈등 유발 정책은 계속 이어진다. 정부는 어린이집 유아폭행사건으로 정부 보육정책에 대한 주부들의 불만이 높아지자 본질은 제껴 두고 전업주부와 직장맘 간의 대결로 불씨을 옮겨 붙였다. 국민연금고갈 논란을 둘러싸고는 세대갈등을, 정부의 재정 부담과 국민연금과의 형평성을 왜곡한 공무원연금개혁안으로는 국민과 공무원 간의 갈등을 유발시켰다. 


또한 대탕평인사를 추진하겠다는 대선공약을 무시하는 지역편중인사로 지역갈등을 촉발시키기도 했고, 합리적인 정부 비판조차 종북으로 매도하며 이념갈등을 조장하는 등 다각도의 분열 전략을 통해 체제와 정권을 안정시키려는 모습만 계속해서 보여주고 있다. 





이 모습 그 어디에도 국민통합과 국민화합을 강조하며 상생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던 박근혜 대통령의 다짐과 약속은 찾아볼 수 없다. 오직 국민들을 끊임없이 분열시키고 편가르기와 갈등을 통해 정치적 이득만 도모하는 위장자의 비루한 민낯만이 도드라져 나타나고 있을 뿐이다. 


안타깝게도 2015년의 대한민국에는 지역과 세대와 이념과 계층 사이의 오래된 반목과 갈등을 조정하고 그들 사이의 화합을 도모하는 조정자가 보이지 않는다. 이 막중한 시대적 소임을 책임져야 할 누군가는 그와는 전혀 다른 행보만을 고집하고 있다. 


국민화합과 상생을 가로막는 대한민국의 분열과 갈등의 중심에 박근혜 대통령, 바로 그녀가 있다.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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