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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병원 도입이 두려운 진짜 이유는

ⓒ 연합뉴스


보건복지부가 어제 제주도가 신청한 중국 녹지그룹의 외국영리병원 설립을 승인하기로 결정했다. 그동안 의료단체와 시민사회로부터 의료민영화를 위한 신호탄이 될 것이라 비판 받아왔던 외국계 영리병원이 마침내 제주도에서 시작되게 된 것이다. 영리병원의 승인 허가는 보건복지부가 해외자본 유치를 통한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당근을 선택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앞으로 전국 8개 경제자유구역에서도 영리병원의 설립 신청이 줄을 잇게 될 전망이다.

결국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그동안 의료단체와 시민사회가 영리병원 도입에 반대했던 이유는 명료하다. 영리병원이 말 그대로 자본창출을 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리병원은 의료행위를 통해 얻은 수익을 투자자에게 되돌려주는 형태로 운영된다. 투자자를 통해 대규모 자본을 유치하고 이를 다시 투자자가 회수하는 기업 형태로 운영되기 때문에 의료행위 자체보다 돈벌이의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는 위험이 상존한다. 영리를 추구하는 이상 자본의 종속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영리병원은 새로운 수익 창출 모델의 발굴이 절실한 대기업의 입장에서도 쌍수를 들고 반길만한 일이다. 극심한 경기침체와 경제위기 속에서 영리병원은 대기업을 위한 새로운 투자대상의 하나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인구고령화가 급속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환경에서라면 수요가 급증할 수밖에 없고, 이는 고스란히 기업의 수익 창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투자개방형 의료법인과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쪽으로 법과 규제를 개선해 의료관광을 주력으로 키우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 뉴스타파



그러나 가장 우려스러운 이유는 역시 영리병원이 의료민영화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현재 국내 병원의 90%가 민간병원이다. 이런 상황에서 영리병원을 허용하게 되면 8개의 경제자유구역 뿐만 아니라 비영리 민간병원들 역시 너도 나도 영리병원화에 나설 것이다. 이는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지극히 당연한 수순이다. 결국 국민건강 최후의 보루인 건강보험체계가 흔들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지 않는 영리병원을 좇아 건강보험체계에서 이탈하려는 민간병원들이 속출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의료단체와 시민단체가 지적한 대로 의료서비스의 질적 차이가 발생하게 되고, 의료비 상승과 계층간 불화가 점점 심해지게 된다. 나아가 건강보험체계가 붕괴되고 그로 인한 사회적 갈등은 극을 향해 치닫게 될 것이다. 이는 다만 시기의 문제일 뿐 연쇄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다. 의료관광을 통한 의료계의 국제경쟁력 강화와 경제 활성화, 일자리 창출을 목적으로 도입된 영리병원이 결국 국민 건강을 위협하고 공적인 의료체계마저 붕괴시키는 촉매로 작용하게 된다는 뜻이다.

물론 영리병원을 도입한다고 해서 당장 국민 건강이 위협받고 건강보험체계가 무너지지는 않는다. 정부와 영리병원 도입론자들의 주장대로 의료분야의 국가 경쟁력이 향상되고, 해당 지역의 경제 여건이 개선되는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들의 시선이 철저히 경제적인 부분, 즉 자본에 의한 수익 창출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는 데에 있다.



ⓒ YTN


2015년의 대한민국은 자본의 적나라한 속성을 단적으로 나타내고 있는 각축장이다. 부의 편중과 분배의 실종이 초래한 사회적 양극화는 극심한 계층갈등을 부추기고 있고, 실제 이로 인한 사건 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다. 상대적 박탈감과 상실감에 사로잡힌 빈곤층이 점점 늘어가고 있고, 급기야 탈출구가 없어 희망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2015년 우리 사회의 핵심 키워드인 '헬조선', '수저계급론' 결국은 자본의 쏠림현상에서 기인하는 구조적인 문제다.

 

이런 상황에서 의료비 상승을 부추기고 공공의료체계마저 허무는 영리병원이 들어서게 된다면 그 폐해는 이루 말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우리는 자본이 인간이 쌓아온 가치체계를 완벽하게 무력화 시킨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영리병원은 인간의 생명과 건강을 돌보는 의료분야에 자본이 결탁한 시스템이다. 인간의 생명과 건강을 수익창출의 동력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영리병원은 그 자체로 비윤리적이며 비도덕적이다. 영리병원 도입이 두려운 진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인간의 생명은 어떤 이유를 들이댄다 해도 절대로 이윤추구의 대상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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