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면 좋은 친구 MBC 문화방송'은 'MB의 특명을 받은 낙하산' 김재철 사장이 부임한 이후 속된 말로 망가질 대로 망가져 버렸습니다. 공영방송으로서의 자존심은 물론이고, 오직 정권 눈치보기와 정권 편들기로 방송의 가장 중요한 책임과 역할이라 할 수 있는 공공성과 공정성을 포기했습니다. 이 때문에 한때 신뢰도 1위를 자랑하던 방송사에서 (방송 3사 뉴스 중 신뢰도가 늘 하위였던) 'SBS보다 못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급기야 뉴스 시청율은 공중파 가운데 꼴치로 추락해 버렸습니다. 시청자들이 MBC뉴스를 신뢰하지 않고 외면하는 까닭은 MBC가 공영방송으로서의 책임과 역할을 포기하며 '할 말을 제대로 하지 않는' 방송으로 전락해 버렸기 때문입니다. 날개도 없이 끝없이 추락하는 MBC의 오늘을 만들어낸 장본인이 바로 이 사람입니다.
<출처, 뉴스1>
“<신동아> 4월호에는 당시 김우룡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의 인터뷰가 실렸습니다. 이 인터뷰에서는 왜 김재철 씨를 사장으로 뽑았는지가 밝혀졌는데 ‘말 귀 잘 알아듣는다는 것’이 그 첫 번째 선임이유였습니다. 또한 사장단 인사 역시 혼자 한 것이 아니라 큰집에 불려가 쪼인트 까여 한 인사라는 것입니다. 이 인터뷰에서 김우룡 전 이사장은 이것으로 이미 MBC 내 좌파 70~80%가 청소됐다고 밝혔습니다. 정권의 MBC 장악 음모가 사실상 드러난 것입니다. 이에 파장이 커지자 김재철 사장은 보도내용을 모두 부인하며 김우룡 전 이사장을 형사고소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작년 4월 30일 ‘파업’ 뉴스데스크 ‘공영방송 지킨다’ 보도 중에서>
MBC 노조는 작년 무려 170일 간에 걸친 장기파업을 단행했습니다. 파업의 이유는 오직 단 하나 'MBC의 공정방송을 무너뜨린 김재철 사장의 퇴임'이었습니다. 김재철 사장이 부임한 후 MBC에 어떤 일들이 있었길래 방송의 공공성과 공정성이 무너지게 되었을까요?
김재철 사장이 부임한 첫 해 MBC의 시사프로그램인 <뉴스 후>가 <후플러스>로 바뀌더니 급기야 시청율을 이유로 폐지되었습니다. 국제분야의 이슈를 다룬 시사프로그램으로 주목받았던 <김혜수의 M> 역시 시청율이 낮다는 이유로 폐지되었습니다. MBC의 대표적인 시사프로그램이었던 <PD수첩>은 민감한 이슈를 다루었던 몇몇 방송이 결방되는 사태를 맞이했고, 피디들이 전격 교체되기도 했습니다. 또한 <주말 MBC 뉴스데스크>의 시간이 저녁 9시에서 8시로 바뀌었습니다. 8시로 시간을 옮겼다는 것은 민영방송인 SBS와의 시청률 경쟁을 의식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문제는 내부에 있었습니다. 김재철 사장이 자신의 사람들을 심기 위한 내부인사개편을 단행한 것입니다. 김재철 사장이 이들을 통해 첫번째로 한 일이 일선의 기자와 피디들, 그 중에서도 비판의식과 저항의식이 있는 기자나 피디들을 보도국 밖으로 인사조치시킨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되면 프로그램의 공정성과 공공성보다는 윗선의 오더와 명령에 의해 프로그램이 기획되고 진행될 수 밖에는 없습니다. 한마디로 MBC가 김재철 사장의 입김대로 움직인게 된 것입니다. 김재철 사장에 의해 자행된 이같은 독단적인 프로그램 폐지 및 인사조치는 결국 공영방송으로서의 MBC의 위상을 추락시키는 결과를 불러 일으켰고, 이를 바로잡고자 MBC 노조는 파업을 결행할 수 밖에는 없었던 것입니다.
박근혜, 방통위, 국회의 3중 약속은 어디로?
파업이 장기화 되자 국회와 방송통신위원회 그리고 새누리당 대선 후보인 박근혜 후보가 MBC 파업사태 해결을 위해 MBC 노동조합에 파업 복귀를 전제로 김재철 사장 퇴진을 직간접적으로 약속을 했다는 사실이 나중에 드러났습니다.
<출처, MBC 본부>
정영하 MBC 본부장은 "박근혜 후보가 문제에 나서겠다고 했고, 방송통신위원회가 직을 걸고 주체가 된 점과 여야 개원협상으로 김재철 사장을 퇴진시킬 수 있는 주체들이 다 합의를 했다.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새방문진이 들어오면 해결된다며 선 업무 복귀를 이야기했고, 노동조합은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대응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장장 170여 일간 계속된 MBC의 파업은 철회되었지만 그러나 '파업을 철회하고 복귀만 하면 김재철 사장을 해임하겠다'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방문진이 '김재철 사장 해임안'을 찬성 3표, 반대 5표, 기권 1표로 부결시킨 것입니다. 해임안 부결과정에서 청와대 하금열 대통령실장과 박근혜 후보 대선캠프의 김무성 총괄본부장의 외압이 있었다는 논란이 거세게 일었지만 논란을 비웃듯이 김재철 사장은 여전히 MBC를 총괄하는 사장으로 아직까지 건재합니다.
파업 이후 보복의 칼을 꺼낸 김재철 사장?
170일 간의 장기파업에 대한 분노가 작용했을까요? 김재철 사장은 업무에 복귀한 첫날부터 대대적인 보복인사를 단행하기 시작했습니다. 기자와 피디, 아나운서 등에게 드라마 세트장 관리, 신사옥 건설 업무, 경인지역 지자체 상대 영업사업, 충북 오송의 중계센터 설립 등과 같은 전혀 상관없는 업무를 보도록 전보조치하거나 인사조치 발령을 내린 것입니다. 또한 뚜렷한 이유도 없이 대기발령을 내고 그 기간이 끝난 직원들은 다시 교육발령을 통해 '브런치 만들기', '요가 배우기' 등의 교양강좌를 듣도록 조치했습니다.
파업도 끝났고, 3개월간의 교육도 마쳤는데...
이같은 보복조치는 그동안 시청자들에게 친숙했던 MBC 아나운서들에게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MBC 파업사태가 끝나고 6개월이 다 되도록 파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아나운서들의 모습은 여전히 볼 수가 없는 것입니다. MBC 노조가 파업의 종료를 선언했던 7월 17일 밤, 사측은 기습적인 인사발령을 내고 신동진, 김범도, 김상호, 허일후 아나운서 등을 전격 전보 조치했습니다. 신동진 아나운서는 사회공헌실로, 김상호.김범도 아나운서는 서울 경인지사로, 허일후 아나운서는 신설된 미래전략실로 발령을 내린 것입니다. 또한 대부분의 아나운서는 회사 지침에 따라 조건없이 3개월간 MBC 교육아카데미의 교육을 받도록 강제했습니다. 그런데 3개월의 교육과정을 모두 마쳤는데도 불구하고 이후에도 여전히 그들을 TV에서는 볼 수 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들 중 일부는 다른 부서로, 일부는 여전히 교양 교육을 받고 있고, 일부는 부서의 이동없이 아나운서국에 남아있지만 방송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기사보기)
사라진 MBC의 아나운서들, 이들이 보고싶다...
<출처, 김완태 아나운서 트위터>
방송 본연의 모습을 회복하고자 파업에 동참했을 뿐인데, 잘못된 것을 바로 잡고자 파업에 참여했을 뿐인데, 부당한 처사에 항의하고자 파업에 가담했을 뿐인데, 불의에 타협하지 않기 위해 파업에 나섰을 뿐인데, 방송을 시청자들인 국민에게 돌려주기 위해 파업에 힘을 실어주었을 뿐인데 이들에게 돌아온 것은 징계와 보직변경 등의 불이익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저들이 있어야 할 자리에 저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만나면 좋은 친구였던 MBC 문화방송의 기억은 어디에?
너무나도 귀에 익숙한 친근한 CM으로 국민의 사랑을 받던 국민 신뢰도 1위의 공영방송 MBC의 미래는 너무나도 불투명합니다. 언급한대로 공공성과 공정성은 크게 훼손되었고 정권의 나팔수 역할에 충실할 뿐만 아니라 오직 매출과 영억이익, 시청률에 목을 매는 방송사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어쩌면 MBC는 권력의 힘에 기대어 사욕을 추구하려 하고, 1등 지상주의를 지향하는 우리 사회가 만들어낸 또 하나의 괴물일 지도 모릅니다. MBC라는 방송국을 우리의 기억속에 또렷하게 각인시켜 주던 저 추억의 CM처럼, 공영방송이자 국민방송인 MBC가 그때의 그 자리로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것은 MBC를 사랑했던 시청자의 기대이면서 동시에 방송에서 사라져버린 아나운서들의 간절한 바람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국민의 관심과 애정이 필요한 때...
한국아나운서협회는 2012년 아나운서 대상인 '장기범상'에 MBC 아나운서들을 선정했습니다. 대표수상자로 나선 김완태 아나운서의 수상소감 중 일부를 옮기며 글을 마무리할까 합니다. MBC 파업에 동참한 모든 분들의 염원이 현실에서 이루어지기를 소망하며 이들에 대한 국민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지,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저희 MBC 아나운서들은 일산에, 성남에, 용인에, 잠실에 흩어져 방송을 못 하고 있습니다. 저도 1년 만에 마이크 앞에 처음 섭니다. 눈 내릴 때 시작해 다시 눈 내릴 때까지 저희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세상엔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사람과 좋은 영향을 주려는 사람이 있습니다.
저흰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사람들로 인해 시청자들께 좋은 영향을 주는 방송을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희는 다시 돌아가 '방송의 힘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이 아니라 '좋은 영향을 시청자들에게 전해주는 방송을 하는 아나운서들'이 되겠습니다. 저희가 다시 저희 자리로 돌아갈 때까지 여러분의 응원과 격려 부탁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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