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7번방의 선물'이 지난 23일 한국영화사상 8번 째로 천만 관객을 동원, 다시 한번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제작비가 총 58억원(순 제작비 35억원)에 불과한 '7번방의 선물'은 역대 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중 최저 제작비로, 최고 수익을 낸 영화로 기록되어 더욱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사실 따뜻한 가족애를 그리며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하고 있는 '7번방의 선물'이 1000만 관객을 동원했다는 것은 한국영화계의 현실에 비추어 본다면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습니다.
<'기적'을 만들어낸 영화 '7번방의 선물', 출처 : JTN 뉴스>
역대 천만 관객을 동원했던 영화들인 '실미도', '태극기를 휘날리며', '왕의 남자', 괴물', '해운대', '도둑들', '광해, 왕이 된 남자'중에서 사극인 '왕의 남자'를 제외하면 모두 블록버스터급 영화들이었습니다. 출연배우들도 당대의 내노라하는 최고배우들이었던 것은 물론 제작비며 영화 홍보 등 모든 면에서 최고의 지원들을 아끼지 않았던 영화들이었습니다. 그러나 '7번방의 선물'은 최고의 배우가 출연한 것도, 제작비가 많이 투입된 것도, 영화 홍보를 대대적으로 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주연배우인 유승룡을 중심으로 연기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배우들인 오달수, 박원상, 김정태, 정만식, 김기천 등의 열연과 이들 사이에서 티없이 맑고 사랑스러운 딸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해 낸 갈소원의 힘까지 더해져, 이 영화는 다소 진부한 신파극이라는 장르적 한계를 극복하고 아무도 예상치 못한 엄청난 결과를 만들어 낸 것입니다. 관객들의 마음에 커다란 웃음과 진한 감동을 안겨준 '7번방의 선물'은 제목 그대로 영화팬들에겐 선물과도 같은 영화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한국영화사에 한 페이지를 장식한 영화 '7번방의 선물'이 앞으로도 더욱 더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는 영화로 거듭하기를 바라며 또 다른 기적을 만들어 내기를 기대해 보겠습니다. 그런데 '7번방의 선물'과 관련하여 일선 경찰들이 이 영화를 보는 것을 꺼려한다고 합니다. 특히 가족들과 함께 보는 것을 곤욕스러워 한다고 하는데 그 이유가 무척 궁금해집니다. 왜 그럴까요?
■ 영화 속 경찰의 불편한 모습
'7번방의 선물'은 관객의 감성을 자극하는 따뜻한 휴먼드라마입니다. 그러나 이 영화속에는 사실 한가지 불편한 사회적 단면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경찰의 모습이 바로 그렇습니다. 영화에서는 '민중의 지팡이'라고 하는 경찰이 오히려 지팡이가 아닌 몽둥이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영화 속의 경찰은 사회적 약자를 괴롭히고 억압하는 조직으로 묘사되고 있어 이 영화를 본 일선 경찰들이 매우 당혹스러워 하고 있는 것입니다. 영화에서 경찰은 주인공인 '용구(유승룡)'가 지적 장애인이라는 약점을 이용해서 그를 살인범으로 몰아가고, 급기야 경찰청장이 직접 용구를 찾아가 폭행을 하면서 죄를 강요하는 장면까지 나옵니다. 이쯤되면 영화를 관람한 일선 경찰들이 느꼈다는 당혹스러움과 불편함을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습니다. 그러나 사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경찰들의 문제가 '7번방의 선물'에서만 다루어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기존 영화들 속에서는 경찰들이 부정비리부패에 직간접적으로 개입되어 있다든지, 수사과정에서 인권을 억압한다든지, 지나치게 폭력적이라든지 등등의 모습들이 더욱 적나라하게 묘사되고 있습니다.
■ 부당거래(2011, 류승완 감독 작품)
전국을 뒤흔든 연쇄 살인 사건이 발행하지만 범인을 잡지 못해 경찰이 곤혹스러워하던 가운데 대통령이 기자회견까지 열어서 범인을 반드시 잡겠다고 약속한다. 결국 경찰은 어떠한 방법을 통해서라도 범인을 잡아와야 하지만 유력한 용의자가 사살되면서 경찰은 혼란에 빠진다. 결국 경찰 수뇌부는 가짜 범인을 만드는 작전을 세우게 된다. 굵직한 사건을 해결하여 엘리트 경찰로 주목받던 최철기(황정민 분)가 사건을 맡게 된다. 최철기는 경찰대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후배들보다 진급이 늦어지는 굴욕을 당한다. 이에 독기를 품은 최철기는 사건을 꼭 해결하리라 다짐하고, 관련 전과자 중 한 명을 뽑아 그동안 자신의 스폰서를 맡아왔던 건설사 사장 장석구(유해진 분)에게 그를 범인으로 만들어 오라고 부탁하는데....(위키백과에서 부분 인용)
<경찰이 가짜 '범인'을 만들어 미제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이 등장하는 '부당거래'>
■ 특수본(2011, 황병국 감독 작품)
한번 문 사건은 절대 놓치지 않는 동물적 감각의 강력계 형사 성범(엄태웅)은 잠복근무중, 잔인하게 살해된 동료경찰의 살인사건을 접수한다. 본능적으로 단순 살인이 아님을 직감한 경찰청은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하고 FBI출신 범죄 분석관 호룡(주원)을 성범의 파트너로 배치한다. 수사망이 좁혀질수록 언제나 한발 앞서 현장에서 빠져 나가는 용의자, 그리고 용의자 발견 즉시 사살하라는 경찰 수뇌부의 일방적 지시까지, 사건을 파헤칠수록 내부에 뭔가 이상한 기운이 감지되는데...(씨네 21 줄거리 부분 인용)
<부정비리에 연루된 경찰을 쫒는 영화 '특수본', 경찰서장이 그 중심에 있었다>
신세계(2013, 박훈정 감독 작품)
경찰과 수사 기획과 강과장(최민식)은 국내 최대 범죄 조직인 '골드문'이 기업형 조직으로 그 세력이 점점 확장되자 신입경찰 이자성(이정재)에게 잠입 수사를 명한다. 그리고 8년, 자성은 골드문의 2인자이자 그룹 실세인 정청(황정민)의 오른팔이 되기에 이른다. 골드문 회장이 갑자기 사망하자, 강과장은 후계자 결정에 직접 개입하는 '신세계' 작전을 설계한다. 피도 눈물도 없는 후계자 전쟁의 한 가운데, 정청은 8년 전 고향 여수에서 처음 만나 지금까지 친형제처럼 모든 순간을 함께 해 온 자성에게 더욱 신뢰를 보낸다. 한편, 작전의 성공만 생각하는 강과장은 계속해서 자성의 목을 조여만 간다. 시시각각 신분이 노출될 위기에 처한 자성은 언제 자신을 배신할 지 모르는 경찰과, 형제의 의리로 대하는 정청사이에서 갈등하게 되는데...(Daum 영화 부분인용)
<경찰이 권모술수를 일삼는 비열한 조직으로 그려지고 있는 영화 '신세계'>
비단 위에 예를 든 영화 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한국영화나 TV드라마에 등장하는 경찰들의 모습은 안타깝게도 비리에 연루되어 있거나, 부정을 저지르고 부패한 모습으로 그려지며, 지나치게 폭력적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물론 영화나 드라마의 흥미와 극적인 연출을 위해 현실보다 과장되는 부분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를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대한민국 경찰이 국민들의 신뢰를 잃고 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기도 합니다.
지난 2009년 <조선일보>는 아주 흥미로운 조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당시 특임장관실이 2월과 4월 두 차례에 걸쳐 전국 성인 남녀 201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인의 가치관' 조사결과, '우리나라에서 가장 신뢰받고 있는 집단은 어디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경찰은 응답자의 '2.9%'만이 선택해 국회(2.9%)와 함께 최하위를 기록하는 불명예를 떠안아야 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 중 오로지 3명만이 경찰을 신뢰할 수 있다는 결과이니 땅에 떨어진 경찰의 위상과 국민불신이 어느 정도인지 헤아려 볼 수 있습니다.
■ 경찰 불신은 경찰 스스로 초래한 것
사실 경찰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그동안 경찰 내부의 비리와 부정 사건들이 심심치 않게 언론과 방송을 통해 공개되었던 것은 물론 경찰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공공연하게 사건을 은폐, 축소, 조작하거나 권력의 눈치보기로 부실수사와 편파수사로 여론의 질타를 받으면서 스스로 국민의 신뢰를 걷어차버린 것입니다.
최근만 하더라도 배임혐의와 공금횡렴 혐의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에관한법률과 부동산실명제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았던 김재철 MBC 사장에 대해 경찰은 '혐의 없음'으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경찰의 이 같은 결정을 수긍하는 국민들은 그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자신들도 알고 있을 것입니다. 국정원 직원에 대한 수사는 또 어떻습니까? 이 사건이야말로 경찰이 권력의 하수인에 불과하다는 세간의 평가가 틀리지 않았음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디 이뿐이겠습니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우리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경찰들의 내부 부정비리 사건과 시국사건에 얽혀 부실, 조작, 왜곡을 일삼았던 일그러진 경찰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7번방의 선물'에 묘사되고 있는 경찰의 모습은 과거에 보여주었던 모습에 비하면 아주 작은 것에 불과할 정도입니다. 경찰에 대한 지독한 국민 불신은 결국 경찰 스스로 초래한 셈입니다.
■ 결국 경찰 스스로 자정능력을 발휘해야
사실 이것이 어디 경찰만의 문제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청와대, 국회, 사법부, 검찰 등 국가기관에 대한 국민불신 역시 바닥수준인 것을 보면 이는 경찰만의 문제가 아닌 대한민국 국가기관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문제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경찰의 책임이 희석되는 것은 절대 아닐 것입니다.
일선에서 묵묵히 '민중의 지팡이'로서의 역할에 충실한 대다수의 경찰관계자분들의 노고를 알고 있습니다. 이 분들이 계시기에 국민들이 편히 잠을 잘 수 있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정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국민들은 경찰에 대해 깊은 신뢰를 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위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오랜 기간동안 만연된 경찰 내부의 낡고 헤묵은 관행이자 병폐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이것은 누가 대신 해줄 수 없는 경찰 스스로 자정하고 풀어야 할 과제이자 숙제입니다. 국가기관이 본연의 임무와 역할에 충실할 때 사회의 공공성이 확립될 수 있고, 국민이 국가기관을 신뢰할 수 있으며 민주주의가 꽃피울 수 있습니다.
<영화 '거북이 달린다'의 마지막 장면>
필자는 대한민국의 경찰이 땅에 떨어진 위상과 국민불신을 해소하고 진정한 이 시대의 자랑스런 대한민국 경찰로 다시 태어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그래서 자랑스런 아빠이자 남편으로, 국민들의 존경과 신뢰를 받는 '민중의 지팡이'로 거듭나기를 바랍니다.
거북이(경찰)는 달려야 합니다. 범인을 잡기 위해, 범죄로 부터 국민들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부정한 것과 부당한 것과 싸우기 위해, 이 시대의 정의를 위해 달리고 또 달려야 합니다. 거북이(경찰)은 그렇게 오늘도, 내일도 달려야 합니다.
'민중의 지팡이'인 대한민국 경찰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국민 곁으로 가까이 다가올 그 날을 손꼽아 기다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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