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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박근혜 대통령의 낙하산 투입 대작전

지난달 24일 대한적십자사는 중앙위원 28명 중 21명이 참석한 가운데 총재선출을 위한 중앙위원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중앙위원회는 7인의 전형위원회를 구성했고, 전형위원회는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을 단수로 추천하고 곧이어 대한적십자사 총재로 선출했다. 총재 후보 추천에서 회의를 거쳐 결정에 이르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11분, 모든 과정이 말 그대로 일사천리로 이루어졌다. 박근혜 대통령의 인준을 거치면 김성주 회장은 3년 임기의 대한적십자사 총재로 취임하게 된다. 


다들 알다시피 김성주 대한적십자사 총재 선출자는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으로 맹활약을 했던 박 대통령의 측근이었다. 그런데 이런 인사가 대한적십자사의 총재로 선출된 것이다. 속전속결의 미학을 제대로 보여준 대한적십사자 전형위원회의 총재 선출과정을 통해 '낙하산'이라는 낯익은 단어가 떠오르는 것은 비단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당선자 신분이었던 2012년 12월 25일 이명박 정부의 낙하산 인사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낙하산 인사)는 국민들께도 큰 부담이 되고 다음 정부에도 부담이 되는 일이고 잘못된 일이라 생각한다. 그런 일은 있어서는 안 되지 않겠는가"라고 말하며 자신은 낙하산 인사를 하지 않을 것임을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인수위 시절에도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낙하산 인사는 없어져야 한다"며 새 정부에서는 낙하산 인사를 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다짐은 불과 몇개월 만에 돌변했다. 박 대통령은 정부 출범 초기인 2013년 3월 11일 국무회의를 통해 "새 정부가 막중한 과제들을 잘 해나가려면 인사가 중요하다. 각 부처 산하기관과 공공기관에 대해 앞으로 인사가 많을텐데 새 정부의 국정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으로 임명할 수 있게 달라"고 주문했다. 박 대통령이 언급한 '국정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는 이후에 이루어진 각 부처 산하기관과 공공기관에 대한 인사를 통해 여실히 드러난다. (박근혜 정부 부처 산하의 인사난맥은 아래 글을 참고하면 될 듯 하다)



관련글  이상한 나라의 참으로 이상한 청문회 (클릭)



지난 5월 20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인 알리오는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선임된 공공기관장 153명 중 상급부처나 정치권 출신, 대통령 측근 등의 낙하산 인사가 전체의 49%인 75명이나 된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낙하산 인사가 없을 것이라더니 공공기관장의 절반에 가까운 사람들이 낙하산으로 투입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낙하산 투입작전은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이번 달까지 기관장이나 임원 인사가 예정되어 있는 공기업과 공공기관은 20여 곳이 넘는다. 이들 중 상당수가 낙하산들로 채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실제로 이번에 대한적십자사 총재로 선출된 김성주 선출자를 비롯해 친박계였던 곽성문 전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9월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사장으로 확정됐고, 박근혜 대선캠프 출신 공명재 계명대 교수 역시 9월에 수출입은행 감사에 임명됐다. 지난 8월에는 박근혜 캠프에서 재외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방송인 쟈니 윤씨가 한국관광공사 감사에 임명됐고, 친박계인 박완수 전 창원시장은 인천공항공사 사장 최종 후보에 이름이 올라있는 상태다. 일일이 그 사례를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대대적인 낙하산들을 내려보내고 있는 실정이니 현장에서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관도덕'이 없어도 너무 없는 탓이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인사파문 논란, 각종 대선공약 파기 논란, 철도 및 의료 민영화 논란, 국정원 불법대선개입 사건, 세월호 참사 등에서 말을 바꾸거나, 침묵으로 일관하거나 적반하장식으로 책임을 전가하기를 반복해 왔다. 박 대통령 스스로 책임윤리에 기반한 책임정치를 이리도 홀대하며 천시하고 있으니 박근혜 정부의 국정운영에 난맥이 따르고 국민불신이 팽배해지지 않을 리가 없다.


박 대통령은 지난 달 30일 국무회의를 통해 "정치도 국회도 모두 국민을 위해 있는 것이고 정치인 모두가 국민을 위해 모든 것을 걸겠다는 약속을 한 것을 국민들은 잊지 않고 있을 것"이라며 "약속과 맹세는 어디로 갔나"라고 말하며 정치권을 강력하게 성토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의 자가당착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이 정도면 경지의 반열에 오른 수준이다. 스스로 국민들에게 했던 약속들을 이렇듯 쉽게, 그것도 얼굴빛 하나 변하지 않고 뒤집을 수 있다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박 대통령이 단기기억상실증에라도 걸린 것이라면 모를까, 새누리당의 이정현 의원이 국회의원의 세비인상에 반대하며 비유했던 벼룩에게는 있는 무엇이 박 대통령에게는 없는 것은 아닌지 심히 저어된다.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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