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가 두번째로 많은 국가다. 지난 8일 보건복지부는 메르스 확진자가 전날보다 23명이 늘어나 총 87명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1026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발병국 2위에 오르는 불명예다. 그런데 불과 하루 만에 13명이 추가로 늘어나 이제는 100명을 돌파했다. 사망자 수는 7명으로 늘어났고, 격리 대상자만 해도 3000명에 육박했다. 한숨이 절로 나오는 상황이다.
단 한 명의 감염자로 인해 대한민국 전체가 흔들리고 있는 모습에서 이 나라 방역체계와 국가위기관리시스템이
얼마나 허술하고 무기력한지 뼈저리게 통감한다. 메르스보다 무서운 것은 무능한 정부라는 말이 결코 허언이
아님을 이번 사태는 분명하게 말해주고 있다.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해 메르스 확신 방지와 방역에 사활을 걸어야겠지만 호미로 막을 수 있었던
사태를 가래로도 막지 못하고 있는 무능한 정부에 대한 책임추궁을 결코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이미 세월호 사건이라는 전대미문의 압도적 참사를 경험하고도 똑같은 실기를 범하고 있다. 이는 무능하다고
밖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고 국가적 대혼란을 야기시킨
정부의 무능과 태만에 반드시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창궐하고 있는 메르스는 대한민국 전역에 충격과 공포를 몰고 가고 있다. 정부의 확산방지 의지를 비웃듯이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수는 점점 늘어만 가고 있고 환자 발생 지역도 전국으로
퍼져나가는 모양새다. 급기야 이제는 3차 감염자에 이어 4차 감염자와 5차 감염자까지 우려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중동에서 넘어온 바이러스에 대한민국 전역이 초토화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대다수의 시민들이 걱정과 불안에 휩싸여 있는 가운데 한편에선 이번 메르스 사태를 위기탈출의 기회로 만드는 사람들도 있다. 전국을 집어삼키고 있는 메르스 사태로 인해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는 사람들. 필자는 오늘 이 사람들의 명단을 공개하려 한다. (순서는 무작위임을 밝힌다)
1.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
메르스 사태가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던 황교안 후보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박근혜 정부에서 낙마했던 김용준, 안대희, 문창극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 이르지도 못하고 자진사퇴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싸늘한 여론이 결정적이었다. 청문회를 시작하기도 전에 우후죽순처럼 터져 나오는 의혹들로 인해 국민여론이 완전히 돌아섰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공교롭게도 메르스가 황교안 후보자의 보호막이 되고 있다. 낙마했던 후보자들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많은 의혹들 뿐만 아니라 장관 취임 이후 받은 축하금 의혹, 변호사 시절 부적절한 수임 의혹, 전화 변론 의혹 등 새롭게 추가된
의혹들도 상당했던 터라 인사청문회 통과를 낙담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었다. 그러나 메르스는 이같은 상황을 일순간에
뒤바꾸어 버렸다.
2. 이완구와 홍준표, 그리고 친박 실세
'성완종 게이트'는 불과 몇달 전까지만 해도 대한민국 정가를 뒤흔들던 메가톤급 태풍이었다. 리스트에 이름이 올라있던 정치인들은 물론이고 집권여당인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통령까지 한 데 엮이면서 역대급 정치 게이트로 비화될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수개월이 흐른 현재 '성완종 게이트'의 흔적은 가뭄에 콩나듯 들리는 관련자들의 근황을 제외하면 찾아보기 힘들만큼 옹색해졌다. 가히 용두사미라는 고사가 딱 어울리는 정형화된 정치 스캔들의 모범답안이라 불릴만 하다.
애시당초 이명박 정권 이후 '정권 지킴이'로 완전히 거듭난 대한민국 검찰에게 권력형 비리수사에 공정을 바라는 것 자체가 언감생심이나 다름없는 일이었다. 집권여당의 재보선 완승이 검찰에게 '성완종 게이트'를 유야무야할 수 있는 문을 열어 주었다면 이번 메르스 사태는 아예 그 문을 닫을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
3. 미군
메르스 사태가 터지기 얼마전 미군이 살아있는 탄저균을 대한민국의 오산기지를
비롯 호주, 캐나다 등에 보낸 사실이 알려져 큰 논란이 일었다.
주한미군의 한반도 생물학전 대응전략의 일환으로 '주피터 프로그램'이 2013년 6월부터
용산과 오산 등 국내 미군기지 3곳에서 실험되어 왔고 이번에 문제가 된 탄저균도 이 실험을 위해 반입된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놀라운 사실은 대한민국 정부가 주한미군이 반입한 치명적인 위험물질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보다 충격적인 사실은 이후에 밝혀졌다. 미군이
생화학 공격 대응 능력의 향상을 위해 대한민국을 생물학전을 위한 실험실로 삼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같은
내용은 당시 언론을 통해 대서특필되었고 불평등 조약의 대명사인 SOFA 협정에 대한 재개정 목소리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강하게 제기되었다. 그러나 메르스는 미군이 반입한 탄저균마저 집어 삼켜 버렸다.
지난 달 29일 미국 폭스 뉴스는 대한민국에 반입된 탄저균으로 인해 22명의
한국인이 치료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주한미군이 인체에 치명적인 탄저균을 반입해 자국 국민이 심각한
피해를 입었는데도 불구하고 이 정부는 제대로 된 항의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4.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
국회법 개정안 문제를 둘러싼 당•청 갈등은 예상보다
길었고 깊었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안과 함께 처리된 국회법 개정안 때문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진노를 부른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의 합의안에 청와대와 새누리당내 친박의 성토가 이어졌다. 특히 친박들은 유승민 원내대표의
취임 이후 당•청 갈등이 심화됐다고 지적하면서 협상을 주도한 유 원내대표의 결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에 협상을 주도힌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의 입장은 매우 난처해졌다. 거부권 행사의 입장을 밝힌 박근혜 대통령과 맞서는 모양새가 연출된 데다 당•청
간의 엇박자에 대한 당안팍의 비판이 거세게 일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유승민 원내대표의 입지가 크게
위축되었다. 겉으로는 의연하게 대응하는 모습을 비추었지만 청와대와 친박들의 강력한 반발에 매우 곤욕스러워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곤궁한 처지에 빠져 있던 이 두사람 역시 메르스로
인해 한시름을 덜게 됐다. 메르스 사태가 국가 비상사태로 번지자 당•청
할 것 없이 위기극복을 위해 정쟁을 유발하는 일체의 행위를 자제하기로 결의했기 때문이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메르스가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를 위기로부터 구해낸 것이다.
5. 이명박 전 대통령
이명박 전 대통령 역시 메르스 사태의 수혜자임은 분명하다. 사자방
비리 의혹으로 언론과 국민의 공공의 적이 되었던 그가 '성완종 게이트'로
한숨을 돌리더니 메르스 사태로 걱정을 완전히 덜어 버리게 되었다. 역시 그는 '운빨' 하나는 기막히게 타고난 것만 같다.
이명박 정권 시절 벌어진 숱한 실정과 실책의 결정판이 바로 사자방 비리다. 그 중심에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국민은 없다. 그러나
집권 5년 동안 국민혈세만 100조원이 넘게 날려 먹은 이 빈곤한 철학의 소유자는 그럼에도 여전히 건재하다.
온갖 소문이 무성했던 자원외교의 책임공방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있으면서 유유자적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특권과 특혜를 마음껏 누리고 있다.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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