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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노란리본 금지? 단무지야 떨고 있니?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벌써 5개월이 지났다. 그러나 아직까지 우리사회는 세월호 참사의 가슴 아픈 상흔을 치유하지 못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및 재발방지대책을 담고 있는 세월호특별법은 벌써 수개월 째 국회에서 표류 중이고, 애초 특별법과 특검의 필요성을 거론하며 반드시 사건의 진상을 낱낱히 밝히겠다던 박근혜 대통령의 약속도 한줌 티끌이 되어 허공으로 사라져 버렸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해서는 정치공학적 차원이 배제된 성역없는 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 재발방지를 위해서도 이는 피할 수 없는 절차이자 과정이다. 그러나 보수와 진보로 첨예하고 대립하고 있는 진영논리가 이와 같은 원칙과 상식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세월호특별법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것도 대한민국 정치의 속성을 저들이 너무나도 잘 간파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월호특별법 논란이 보수와 진보간의 진영싸움으로 변질되면 변질될수록 청와대와 새누리당으로서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부책임을 희석시킬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손 안대고 코를 풀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그냥 흘려보낼 저들이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오랜 침묵을 깨고 지난 16일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세월호특별법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힌 것은 정치공학적 진영논리로 변질되어 버린 세월호 국면의 정면돌파가 가능할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있기에 가능했다. 보수언론을 통해 세월호 참사 논란에 대한 피로감을 연일 부각시키면서 민생과 경제 문제를 더해 이참에 아주 밀어붙이겠다는 심산이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을 간파하고 정기국회 전체 의사일정을 직권으로 결정한 것도,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도부가 청와대에서 긴급회동을 갖은 것도 결국은 같은 맥락이다. 어제 당무에 복귀한 박영선 원내대표의 연이은 실기로 심각한 내홍을 겪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의 당내갈등을 틈타, 속전속결로 세월호특별법 문제를 결정지으려는 것이다. 이 흐름에 발맞추어 뒤처질 수 없다는 듯 정부도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이번에도 역시나 교육부가 돌격대를 자처하고 나섰다.


교육부는 전국교직원노조가 이번 주 내내 각 학교에서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집중수업을 진행하는 것을 대해 이를 금지하는 공문을 교육청에 내려 보냈다. 교육부는 공문을 통해 공동수업과 노란 리본 달기 등이 정치적 활동의 오해 소지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라보고 놀란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더니 이 정부의 노란색 컴플렉스에 측은지심마저 들 지경이다. 


세월호 참사는 건국이래 발생한 최악의 참사였다. 삼백명이 넘는 승객들이 고귀한 생명을 잃었고, 그 중 대다수가 채 꽃도 피우지 못한 학생들이었다. 세월호 참사는 이 사회의 무능과 태만, 어른들의 무책임이 빚어낸 비극이자 재앙이었던 것이다. 세월호 참사 직후 대통령과 정부 집권여당을 포함한 수많은 사람들이 노란리본을 달고 희생자들을 애도하며 '절대로 잊지않겠다'고 다짐하던 모습을 우리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수년 전의 일도, 일년 전의 일도 아닌 불과 수개월 전의 일이다. 그러나 이 기막힌 페이스오프는 씁쓸함을 넘어 인간 나아가 우리 사회에 대한 환멸마저 불러 일으킨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게 된 근본 원인을 되짚어 보고 안타깝게 희생된 사람들을 추모하는 한편 이와 같은 끔찍한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 우리사회가 기억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학교 차원에서 점검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수순이다. 전국교직원노조에 앞서 교육부가 이를 적극 권장하는 공문을 일선학교에 내려보내는 것이 오히려 정상일 것이다. 그러나 '거꾸로 나라'에서는 모든 것이 거꾸로다.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노란 리본을 다는 것조차 안된단다. 마치 습관처럼 '종북, 종북'을 일삼더니 사고체계마저 그들을 닮아가고 있는 모양이다. 이런식이라면 유치원 차량의 노란색도 색깔을 변경해야 하고, 거리에 넘쳐나는 샛노란 은행나무는 다 찍어 없애야 하고, 노란 단무지는 물론 뽀로로의 노란 모자마저 도색해야 할지도 모른다. 


교육부의 시대착오적 기행은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저들은 작년 연말 신드롬을 불러일으키며 전국으로 확산되던 '안녕하십니까' 대자보를 차단하기 위해서,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들에 대한 일선학교 선생님들의 조문을 막기 위해서 이를 금지하는 공문을 내려보낸 전력이 있다. 낡은 관행에 사로잡혀 시대흐름에 역행하는 구시대적 관치행정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대책 강구 등의 과정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러나 유가족의 목숨을 건 단식에도 눈하나 꿈쩍않던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특별법에 대해 입을 열자마자 마치 기다리기라도 한 듯이 새누리당 그리고 정부가 세월호 정국을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결론내기 위해 한 몸으로 움직이고 있다.  


복잡하게 얽혀있는 것처럼 보이는 세월호 정국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 새누리당과 이 정부가 세월호 참사의 진상이 밝혀지는 것을 극도로 꺼려하고 있다는 것 한가지는 분명하다. 이런 모습은 대체로 무엇인가를 감추려는 자들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반응 형태다. 이는 결국 국민 불신의 진원지가 박근혜 대통령을 위시한 정부여당이란 뜻이다. 불신이 사라지지 않는 한 세월호 참사는 절대로 수면 아래로 가라앉지 않는다.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것은 이 사회에 더 이상 없어야 한다. 이것은 당위의 문제다.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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