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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박근혜 정권의 미래 보여준 국정원의 '5163부대'



김하영. '좌익효수'라고 알려진 이 묘령의 여인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 무렵인 지난 2012년 12월 대선이 치뤄졌다. 그녀로 인해 국민들은 국정원이 국가안보라는 명목으로 온라인 상에서 입에 담기조차 민망한 하수구의 언어를 동원해 가며 온갖 정치공작을 해왔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도대체 국가안보와 "아따 전 장군께서 확 밀어버리셨어야 하는디 아따", "홍어 종자 절라디언들은 죽어버려야 한다", "(한명숙 전 총리에게) 늙은 창녀, 운동권 정*받이로 시작하여", "(김여진씨에게) 씨*련 못 생긴 게 배우라고 어디다 *치는지" 따위의 언어들이 무슨 관계가 있는 건지 알 수 없지만, 국정원은 그녀의 행위를 합법적인 활동이라고 항변했다. 국정원만 그녀를 보호한 것이 아니다. 새누리당은 국정원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당시 이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대놓고 널부러 졌었고, 당시 국정원 국조특위의 새누리당 간사였던 권성동 의원은 오히려 "익명을 띤 댓글 공작을 장려해야 한다"는 황당한 소리로 국민들의 어안을 벙벙하게 만들기도 했다. 


7452부대. 이는 국정원 사건으로 재판을 받았던 국정원 직원 김하영의 변호사 비용을 지출한 송금자의 이름이다. 국정원은 김하영의 변호사 비용을 입금하면서 송금담장자란에 '7452부대'란 명칭을 기입했다.  '7452부대'는 국정원이라는 신분을 감추기 위해 고안해 낸 가상의 부대다. 그런데 이 부대의 명칭은 독재자 박정희와 연관이 있다. '74'는 박정희와 김일성이 발표한 7·4 남북공동성명의 '74'에서, '52'는 당시 중앙정보부장이었던 이후락이 극비리에 북한으로 넘어간 5월 2일에서 따왔다. 대선불법개입 사건으로 정치공작의 달인으로 인정받은 국정원이 정치공작의 원조인 박정희를 추종하고 흠모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현재의 국정원이 결국 박정희가 만든 중앙정부부의 후예들이라는 점은 이 둘 사이의 밀접함을 가늠하는 척도다. 





지상파에서는 다루어지지 않았지만 며칠 전 온라인 상에서는 '7452'부대를 연상시키는 또 다른 이름이 등장해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7452'부대가 세상에 노출되자 국정원이 대외 위장용으로 창설한 '5163부대'가 바로 그것이다. 이 '5163부대'의 이름에서도 박정희의 향기가 짙게 배어 있다. 그런데 국정원의 정체성에 걸맞게 이번에는 좀 더 노골적이고 적나라하다. 5·16 쿠데타 당시 박정희가 한강철교를 새벽 3시에 건넜다는 사실에서 '5163부대'의 이름이 만들어 졌다. 국정원은 2012년 대선 당시 다수의 국가기관과 공모해 민주주의와 헌법질서를 유린하며 사이버 쿠데타를 일으켰던 장본인이다. 그런데 천인공노할 대역죄를 범한 국정원의 만행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5·16 쿠데타를 기억하기 위해 이름지은 '5163부대'의 실체가 이를 입증한다. 


 박정희의 5·16 쿠데타에서 영감을 얻은 '5163부대'가 이번에는 불법사찰 의혹으로 세상을 깜짝 놀래키고 있다. 국정원이 '5163부대'를 통해 이탈리아 업체인 'Hacking Team(HT)'로부터 도·감청 해킹 프로그램을 구매해 민간인에 대한 불법사찰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 내용들을 보니 경악할만한 수준이다. 국정원은 삼성 갤럭시 시리즈가 출시될 때마다 해킹을 의뢰했으며, '서울대 공과대학 동창회 명부'라는 한글 제목 파일에 해킹용 악성코드를 심어 '서울대 공대 출신 전문가'들에게 보냈다. 뿐만 아니라 다음 '카카오톡'과 안랩의 'V3 모바일' 등에 대해서도 해킹을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5163부대'는 이를 위해 지난 2012년 1월 원격감시시스템을 구입한 이후로 지금까지 약 8억 6천만원을 들여 소프트웨어를 구입하고 유지 보수를 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제 버릇 개 못준다는 속담이 결코 허언이 아님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이번 파문에서 절대로 놓쳐서는 안되는 부분은 국정원이 '5163부대'를 통해 이탈리아 해킹업체인 'Hacking Team(HT)'과 거래를 시작한 시점이다. 국정원은 2012년 1월 문제의 원격감시시스템을 구입했고, 당시의 국정원장은 국정원 대선개입 혐의로 오는 16일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다. 원격감시시스템과 대선, 터럭만큼의 인지능력만 있어도 이 둘 사이의 연관성은 쉽게 유추해 낼 수 있다. 국정원이 원격감시시스템으로 정치인과 민간인을 도·감청하고 이를 정치와 선거에 악용해 왔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들은 또 있다. 지난 2014년 3월 '5163부대'는 HT사에 '카카오톡' 해킹 기술에 대한 진전 문의를 했었고, 6월에는 "안드로이드 휴대폰 공격 기능이 필요하다"는 주문까지 한 것으로 밝혀졌다. 안드로이드 OS가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휴대폰 시장에서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더욱이 6월은 지방선거도 치뤄진 달이다.  






그동안 국정원은 정치권력과 밀착해 우리나라의 정치를 퇴보시키는 주범으로 여겨져 왔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대선개입 의혹, 간첩조작사건, 민간인 사찰 의혹 등으로 국민들의 지탄을 한 몸에 받아왔던 우리나라 정치의 흑역사나 다름이 없었다. 국가의 안보와 국민의 안위를 책임져야 할 국정원이 '걱정원'이 되어 버린 현실은 그 자체로 우리나라 정치의 후진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이다. 


아직까지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국정원은 이번 파문 역시 합법적인 공식활동이라고 항변할지도 모르겠다. 그들은 이 분야에 도가 튼 전문가들이 아닌가. 그러나 사이버 상에서 벌어진 김하영의 막가파식 인신공격과 욕설들이 국정원의 고유업무가 될 수 없듯 갤럭시와 카카오톡, 백신프로그램을 해킹하고 악성파일을 심어 특정인에게 보내는 것이 국정원의 책무가 될 수는 절대로 없는 일이다. 


이름은 행위주체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물이다. 국정원이 5·16 쿠데타에서 착안한 '5163부대'를 통해 또 다시 부끄러운 역사의 한페이지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사건의 실체와 진상규명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어쩌면 이번 파문이야말로 국정원은 물론이고 이 정권의 미래까지 가늠짓는 역사적 사건이 될지도 모르겠다. 민주주의와 헌정 질서를 유린하며 대선에 개입한 것도 모자라 국민의 사생활마저 통제하고 침해하려는 국정원, 그 국정원을 비호하기에 여념이 없는 이 정권에 희망을 걸어 볼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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