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6일) 온라인과 오프라인 가릴 것 없이 가장 뜨거웠던 이슈는 서울 충암고등학교에서 벌어진 급식비 파문이었습니다. 이날 충암고의 김모 교감은 점심시간에 식당 앞에서 학생들의 출입을 통제했습니다. 급식비를 내지 않은 학생들의 식당 출입을 막기 위해서 였습니다.
그런데
그는 단순히 급식비를 내지 않은 학생들의 출입만 막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이 과정에서 급식비를 내지 않은 학생들에게 공개적으로 망신까지 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김모 교감은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급식은 먹되 급식비를 내고 먹으라고 체크해서 알려준 것이다. 담임선생님을 통해 미리 통보하기도
했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나 김모 교감의 해명은 현장에 있던
아이들의 목소리와는 전혀 달랐습니다.
아이들은
김모 교감이 그날 식당 앞에서 급식비 미납자를 일일히 확인하며 해당 학생에게
"밥을 먹지 마라", "너 때문에 다른 학생들이 밥을
못먹는다"고 말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아이들의 상반된 주장에 김모 교감의 해명은 한없이 초라해 지고 말았습니다. 김모 교감의 입장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돈 없으면 굶어라"입니다. 그의 인식은 교육자라기 보다는 피도 눈물도 없는 사채업자에 가깝습니다.
교육자로서의
자질이 의심되는 김모 교감의 행위로 충암고는 전국에서 가장 유명세를 타는 곳이 되었습니다. 온라인과 SNS에서는 김모 교감을
비난하는 의견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고, 충암고에는 취재진과 함께 김모 교감의 비교육적 처사를 규탄하는 시민단체와
학부모들로 장사진을 이루었습니다. 그들은 김모 교감의 공개사과와 문책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김모 교감과 학교측의 입장은 논란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입니다. 논란의 진원지인 김모
교감은 교육단체와의 면담에서 "휴대폰은 있는데 급식비를 안내는 학생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미납학생을 공개적으로 추궁한 것이) 합리적 방안이라면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자신의 행동에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재차 강조했습니다.
이 학교의
교장 역시 교감을 편들고 나섰습니다. 충암고의 박상국
교장은 이번 논란을 "교육적 차원의 일환"으로 규정하며
"(형편이 괜찮은 데도) 도덕적 해이로 급식비를 내지 않는 학생에게만 경각심을
준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박 교장은 공개석상에서 급식비
미납자를 망신준 것이 어디까지나 교육적 차원에서 행해진 일이라 해명하고 있습니다. 유유상종이라더니 그 교감에
그 교장다운 인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논란에 대한 박 교장과
김모 교감의 입장은 요지부동입니다. 그들은 모두
"여러 학생들 앞에서 급식비 미납 사실을 밝히는 것이 비교육적 방법인지 몰랐고, 지금도 비교육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쯤되면 세간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교육철학을 끝내 굽히지 않고 있는 저 두 사람의 의지가 오히려 놀랍습니다.
김모 교감의
행위가 교육적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인가, 아니면 비교육적인
처사인가는 어떻게 보는냐에 따라 입장이 다를 수는 있습니다. 해당 학교가 사립고라는 점,
학교측의 해명대로 급식비를 일부러 안내는 경우도 있었다는 사실은 생각해 볼 여지를 남깁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러한 논쟁의 와중에 실제 해당학교 저소득층 학부모의 자녀들은 씻을 수 없는 치욕감에 노출된다는 사실에
있습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교육의 본질과 참 의미를 되짚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교육의 본질은 실력향상과 경쟁력 확보에 있지 않습니다. 교육의 본질은 건강한 사회 공동체를 이루어 나갈 성원들을 양육하는 일에 있습니다. 경쟁이 아닌 조화와 협력, 배척이 아닌 인정과 화합, 갈등이 아닌 대화와 타협을 통해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사회공동체를 위한 '사람'을 만드는 것이 교육의 본질입니다.
홍준표
경남지사가 촉발시킨 학교급식 중단은 이와 같은 교육의 본질을 근본부터 부정합니다. 경쟁과 갈등, 불평등과 차별, 비교와 서열화 등 온갖 비교육적인 것들이 혼합되어 있는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서민자녀의 교육지원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아이들의 밥그릇을 빼앗은 것은 앞뒤 말이 맞지 않는 자가당착에 불과합니다. 이같은 모습은
충암고 교장•교감에게서도 고스란히 나타납니다.
그들은 사회적 파문을 일으킨 급식비 미납학생에 대한 공개망신이 교육적 차원의 일환이라고 힘주어 말하고 있습니다. 학교 교육을 책임져야 할 교장과 교감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는 도무지 믿기 힘든 수준의 인식과 태도입니다. 저들에게서 교육의 본질을 찾기란 고차방정식을 푸는 것만큼이나 어렵습니다. 저와 같은 교육철학을 가진 교장과 교감이 학원을 운영하는 곳에서 이날 망신을 당한 학생들을 걱정하는 아이들이 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기적처럼 느껴집니다.
느닷없이
오른 담배세 인상에 "돈 없으면 끊어"라는 말이 농담처럼 오고 간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말은 어지간히 가까운 사이가 아니면
하기 힘든 사적인 농담입니다. 보건복지부 장관이나 해당기관의 관계자가 저런 말을 했다간 엄청난 비난에 직면하는
것은 물론 자칫 목이 날아가야 할 지도 모릅니다.
하물며 "돈 없으면 끊어"보다 "돈 없으면 굶어"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훨씬 잔인하고 파괴적이며 치명적인 수사입니다. 담배나 술과는 달리 밥은 기호식품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홍준표 지사가 중단시킨 학교급식이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자 우려했던 대로 "돈 없으면 굶어"라는 말이 등장했습니다. 그것도 교육을 책임지는 일선 학교장과 교감의 입을 통해서 말입니다. 이를 단순한 우연으로 봐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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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급식
중단 논란은 단순히 밥 한끼의 차원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훨씬 복잡하고 치밀한 정치공학적 계산들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국민들이 학교급식 중단 논란의 본질을 직시하고 바로 잡지 않는다면 다음 번에는
"돈 없으면 죽어"라는 말을 듣게 될 지도 모를 일입니다.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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