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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KBS 사장의 버티기, 언론의 봄 이끌어 낼까?

결국 쪽수에서 밀렸다. KBS노동조합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등 양대노조로부터 사퇴압박을 받고 있는 KBS 길환영 사장에 대한 해임 제청안 상정이 KBS 이사회에 의해 보류된 것이다. 이사회는 여당 추천 인사 7인과 야당 추천 인사 4인으로 구성된다. 이 기형적인 이사회의 구성비율은 길환영 사장의 해임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말해 준다. 


얼마 전 KBS본부 부장단은 '정부 여당의 거수기',  '정권의 나팔수', '땡전뉴스', '어용 방송국', '기레기 양산소' 등의 낯부끄러운 조롱을 견디다 못해 길환영 사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총사퇴를 했다. KBS의 양대노조 또한 '보도국의 독립성 침해', '청와대 인사•보도 개입' 등을 문제 삼으며, KBS를 청와대의 꼭두각시로 전락시킨 길환영 사장의 퇴진을 강력하게 촉구하고 있다. KBS 이사회는 이와 같은 비상 상황에서 열렸다. 그러나 이사회는 KBS의 방송 정상화를 외치는 현장의 목소리를 철저하게 외면했다. 자고로 손바닥은 안으로 굽는 법이다. 정부 여당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방송국, 그 방송국의 의사결정을 좌지우지하는 이사회 인사의 70% 가량이 정부여당이 내려보낸 자들이라면 그 결과는 시쳇말로 안봐도 비디오인 상황이다.





결국 이사회의 해임 제청안은 상정조차 되지 못했고, 이에 힘을 얻은 길환영 사장은 수세에서 대대적 공세로 전환한다. 먼저 그는 자신에게 제기되고 있는 의혹들을 전면 부인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청와대의 인사개입'은 단언코 없다고 강조한다.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의 폭로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으로,  문제가 된 백운기 전 보도국장의 인사는 부사장과 보도본부장 3명의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은 김시곤 전 보도국장이 물러난 후 백운기 전 국장이 11일 청와대 근처에서 청와대의 모 인사를 만났고, 바로 그 다음날 신임보도국장으로 임명되었다는 사실로 미루어 볼 때 설득력이 아주 떨어진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임명한지 일주일 만에 백운기 전 보도국장을 다시 교체했는지의 이유도 설명해 내지 못한다. 이는 정황상 청와대의 인사개입 논란으로 여론이 시끄러워지자 백운기 전 보도국장을 전격적으로 교체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길환영 사장이 권력에 대한 환영에 사로잡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라는 든든한 보호막이 있으니 그의 행보는 이제 거칠 것이 없다. 그는 자신의 권위를 공개적으로 위협하고 있는 노조를 향해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는 "명분없는 불법파업으로 회사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헛된 꿈을 접길 바란다" "불법 선동과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그 어떤 사장보다 엄중히 그 책임을 물어 KBS가 힘으로 밀어붙이고 정치세력에 휘말리는 구태적인 문화를 척결하고, 일하는 사람이 존경받고 존중받는 조직문화를 반드시 만들어 낼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착각과 환영 속에 사로잡힌 자들이 흔히 범하는 오류 중의 하나가 바로 언어 도단이다. 





'언론의 공정성을 위한 파업'은 그 자체로 정당한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법원의 판례가 있다. 서울남부지법은 지난 1월 16일 정영하 전 MBC 노조위원장 등 44명이 MBC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확인소송에서 "2012년 MBC 파업은 언론의 공정성으 보장받기 위한 것으로 파업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며 MBC가 원고들에게 내린 징계처분은 모두 무효"라며 원고승소판결을 내렸다. 이는 언론의 공정성을 훼손시킨 주범인 길환영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파업이 불법이 될 수 없는 법적인 근거가 된다. 파업의 명분은 차고도 넘친다는 것을 환영 속에 갖혀 있는 길환영 사장이 알 까닭이 없다. 


"정치세력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주장도 언어도단이기는 마찬가지다. KBS를 정치세력에 휘둘리게 만든 장본인들이 바로 이명박 시절의 이병순, 김인규 사장과 그리고 현 길환영 사장이기 때문이다. 구태세력이 구태적인 문화를 척결하겠다는 주장은 적반하장일 수 밖에 없고, "일하는 사람이 존경받고 존중받는 조직문화를 만들어 내겠다"는 대목에선 실소가 터져 나온다. '기레기'들이 일하고 있는 조직문화 속에서 그 어떤 선한 것들이 만들어 질 수 있을까. 기껏 만들어져 봐야 '개기레기' 밖에 더 되겠나.


   



미국의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은 "신문없는 정부보다 정부없는 신문을 택하겠다"고 했다. 언론의 역할과 중요성에 대해 이 보다 더 명징한 선언은 없을 것이다. 제퍼슨의 언론관을 우리의 실상과 비교해 보면 정말이지 쥐구멍이라도 찾아야 할 지경이다. 저널리즘에 입각해서 공정하고 진실된 보도를 천작해야 할 언론인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쥐구멍에 있어야 할 자들이 국민들의 눈을 가리고 귀를 어지럽히고 있는 이 개탄스러운 상황을 바로잡지 않는 한 대한민국의 정상화는 요원해질 수 밖에는 없을 것이다.


KBS 양대노조는 총파업 찬반 투표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그 결과에 따라 2012년을 뜨겁게 달구었던 언론노조 총파업이 다시 재개될 가능성도 있다. 세월호 참사 보도와 관련해 편파•왜곡 보도에 대한 비난과 비판이 봇물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MBC와 KBS 기자들을 중심으로 자성과 통탄의 목소리들이 분출되고 있다는 것도 언론노조의 총파업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준다. 당시 많은 시민들이 언론노조 총파업에 지지와 격려를 보냈던 것은 처참하게 무너진 언론과 방송 환경을 바로잡기 위한 당위 때문이었다. 굳이 제퍼슨의 말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언론이 바로 서지 않은 나라가 건강하고 합리적으로 작동할 리는 만무하다. 길환영 KBS 사장의 버티기가 대한민국 언론의 봄을 촉발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해 본다.



*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