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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조선일보 없었으면 어쩔 뻔? 서민 교수 왜 이러나!

ⓒ조선일보

 

서민 교수를, 아니 그의 글을 좋아했다. 시작이 언제였더라. 기억은 잘 안 난다. 신문에 실린 칼럼을 보곤 단번에 팬이 됐다. 이름도 '서민'스럽고 전공도 생소한 분야인 '기생충' 관련이라 저절로 호감이 갔다.

무엇보다 글이 좋았다. '글이란 이렇게 쓰면 된다'고 사람들에게 소개해주고 싶을 만큼, 그의 글은 쉽고 간명했고, 메시지가 분명했다.

군더더기 없는 전개,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문체와 내용, 교수이자 학자이면서도 그는 일반인이 사용하는 문장과 단어를 사용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아주 손쉽게 지면에 담아냈다.

서민 교수의 글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부분일 터다. 그의 글은 참 쉽다. 막힘없이 술술 잘 읽힌다. 그러면서도 정곡을 놓치지 않는다. 아무리 심각한 주제라 할지라도 유쾌하게 핵심을 파고든다.

본디 쉽게 읽히는 글은 많지만, 쉽게 쓸 수 있는 글은 단 한 편도 없다. 쉽게 쓴 글 같지만, 이것은 전적으로 그의 능력이고, '글빨'이다. 필력이, 분별과 통찰이 있기에 가능한 그의 글을 그래서 나는 좋아했다. 글쟁이들이 쉽게 범하는 현학적 태도나 지적 우월감을 찾아볼 수 없어 더더욱 좋았다.

경향신문에 '서민의 어쩌면'이란 제목으로 정기적인 칼럼이 실렸다. 즐겨찾기를 해두고 간간이 올라오는 칼럼을 따로 챙겼다. 참 맛깔나게 쓰는 그의 글은 그렇게 해도 될만큼 충분히 가치있고, 빛이 났다.

서민 교수의 글 방향이 조금 이상해졌다고 느끼기 시작한 건 조국 사태 때였다. 그는 조국 교수의 불공정과 위선을 신랄하게 꼬집었고, 혹독하게 비판했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라면, 사안의 이면까지 층층히 파고들어 해부해온 그라면 능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검찰과 언론의 광기를 지적하지 않은 부분에서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국 장관이 우리사회의 불공정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고, 그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실망과 분노를 야기시켰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조국 장관 역시 그 부분에 대해서 여러 차례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그것과는 별개로 검찰과 언론이 보여준 행태는 정상적인 것이 아니었다. (여기에 대해서는 따로 설명하지 않겠다). 그럼에도 서민 교수는 이 부분은 생략했다. 나는 나중에라도 그가 조국 사태에서 드러난 검찰과 언론의 유착과 공생, 불공정 수사와 보도 관행과 관련해 글을 쓸 것이라 생각했다. 그편이 공정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는 불공정을 지적하면서 그 스스로 공정하지 못한 시각과 잣대로 사안을 재단하는 오류를 범했다. 관련해 서민 교수는 엄청난 악플에 시달렸고, 진보 진영으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은 것으로 안다.

(물론 서민 교수는 그 전에도 '집단이성 상실, 맹목적 지지 행태, 근거 없는 믿음과 증오를 표출하는 반민주주의적 집단' '문빠는 환자고 치료가 필요하다'라고 발언하는 등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와 극렬한 갈등을 빚고 있었다)

 

ⓒ조선일보



그런 면에서 25일 온라인을 후꾼 달군 "'문빠'가 언론 탄압하는 시대, 조선일보 없었다면 어쩔 뻔"이라는 제목의 기사는 서민 교수의 현 상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방증이라 할 만하다.

서민 교수는 좃선일보의 인터뷰에서 "조선일보의 가치는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뒤 더 빛을 발하고 있다"며 "'문빠'라 불리는 문 대통령의 극성 지지자들이 공공연하게 언론 탄압을 자행하는 이 시대에, 조선일보마저 없었다면 큰일 날 뻔했다"고 개드립을 날렸다.

이뿐만이 아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 농단에 관한 보도 중 가장 볼만한 프로그램은 TV조선의 것들이었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비롯한 친정부 언론들이 사실을 왜곡해가며 정권에 유리한 방송을 내보내고, '알릴레오' 같은 곳이 언론사로 위장한 채 끊임없이 가짜 뉴스를 생산하고 있다"고도 했다.

심지어 그는 다른 언론사가 윤지오 관련 책 출판을 거절할 때 오직 좃선만이 받아줬다며 개인적인 고마움까지 드러냈다. 좃선의 온갖 악행과 패악질, 방가 일가가 고 장자연씨에게 저지른 반인륜적 만행을 온 세상이 다 아는데 되레 그들이 '고맙다' 한다.

자신을 향한 세간의 비난에 '빡'이 친 것일까. 이쯤되면 세상 눈치볼 것 없이 막나가겠다는 뜻으로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진모 거시기가 그랬듯, 서민 교수 역시 같은 길을 걷겠다는 뜻을 좃선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선언한 셈이다.

그래도 그렇지. 상대가 다름 아닌 좃선이다. 반민족-반민주-반지성 친일족벌 신문이자, 오보와 왜곡 선동을 밥먹듯이 일삼는 좃선이란 말이다. 박근혜 정권 시절이던 2016년 우리나라의 언론지수는 70위였다. 그러던 것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인 2019년 41위(아시아 1위)로 대폭 상승했다.

 

그런데도 그는 언론탄압 운운하며 좃선이 없었다면 어쩔뻔 했냐는 식으로 말하고 있다. 이게 말인가, 막걸리인가. 정신이 헤까닥 돈 것이 아니라면 할 수 없는 망발이요, 헛소리다. 

사람이 갑자기 변하는 건 좋은 징조가 아니다. 그러니 부디 이쯤에서 그만 하시라. 서민 교수의 글을 즐겨봐왔던 사람으로써, 한 사람의 팬으로써 당부드린다. 가슴 한쪽에 남아있던 일말의 연민까지 사그라들기 전에 이쯤에서 그만 멈추시라. 기생충을 연구한다고 해서, 사람이 '기생충'처럼 변해서야 쓰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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