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임시국회 회기 종료가 이제 불과 하루 남았다. 오늘(17일) 여야의 극적인 합의가 없다면 '세월호 특별법'의 회기내 처리는 무산된다. 새누리당의 김무성 대표와 이완구 원내대표, 새정치민주연합의 안철수 공동대표와 박영선 원내대표는 어제 4자 회담을 통해 '세월호 특별법' 처리를 위한 담판을 시도했지만 합의를 도출해 내지 못했다. 세월호 피해에 대한 국가배상 및 보상문제, 피해지역에 대한 지방교부세 특별지원과 공공요금 감면, 정부의 세월호 추모 사업비용 지원 및 4·16 재단 지원 등 25개의 비 쟁점 항목에서는 여야간의 큰 이견이 없었다. 그러나 문제는 역시 조사위원회(조사위)에 '수사권'을 부여하느냐의 여부에 있었다.
새누리당은 조사위에 수사권을 부여한 전례가 없고 형사사법체계를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에 상설특검이나 특임검사를 도입해서 조사위와 협의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이에 반해 새정치민주연합은 조사위는 형사소송법에 따라 검사지휘를 받아야 하고 강제수사를 할 때에는 판사의 영장발부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수사권 부여가) 형사사법체계를 무너뜨리지 않는다고 맞서고 있다. 과연 누구 말이 맞는 것일까. 그리고 '세월호 특별법'의 수사권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지리한 공방의 이면에는 어떤 정치적 속내가 있는 것일까.
수사권은 수사기관이 범죄의 혐의 유무를 밝히기 위해 범죄사실과 증거를 찾고 수집할 수 있는 법적인 권한을 말한다. 수사기관은 법적으로 부여받은 수사권에 따라 범인을 체포하거나 구속할 수 있고, 고소·고발 사건을 조사할 수 있다. 따라서 수사권은 수사기관이 범죄 사실을 밝혀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갖추어야 할 필수적 요건이다. 수사권이 없다면 제대로 된 수사가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새누리당의 주장대로 수사주체에게 수사권이 없는 사건의 진실규명은 과연 가능한 것일까. 우리는 수사권이 없는 진실규명이 얼마나 공허한 것인지를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문사위원회)의 활동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의문사위원회는 국민의 정부 시절인 2000년 10월 17일에 출범해 참여정부 시절인 2004년 6월 30일까지 활동한, 민주화 운동과 관련된 의문사 규명을 위해 설치된 대통령 직속 기구였다. 당시 의문사위원회에는 별도의 수사권이 부여되지 않았다. 조사대상에 대한 출석요구, 출석요구 거부자에 대한 동행명령, 진술청취, 자료제출 요구, 실지조사 등의 권한만이 의문사위원회에게 부여돼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참고인이나 특정 기관이 동행명령, 자료제출, 실지조사 등을 거부하거나 허위자료를 제출해도 과태료 1,000만원만 내면 그뿐이라는 데에 있었다. 수사권이 없다보니 의문사위원회가 할 수 있는 일이 지극히 제한적이고 관련기관이 작정하고 비협조적으로 나오면 달리 손 쓸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이다. 당시 참고인이었던 전직 대통령들과 의문사 사건의 실제 담당 검사들은 의문사위원회의 이같은 한계를 정확히 알고 있었고 이를 철저히 이용했다. 그들은 의문사위원회의 출석요구와 동행명령을 거부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과거 권위주의 정권이 자행한 국가폭력의 중심에 있던 국정원, 기무사, 경찰 등의 국가기관에 대해서 수사권이 없는 의문사위원회가 할 수 있는 일이 전무하다는 데에 있었다. 해당기관의 증거제출 거부, 증거조작 및 은폐, 허위진술 등에도 의문사위원회의 권한으로는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었다. 따라서 '세월호 특별법'에 조사위의 수사권을 부여하는 문제는 의문사위원회의 전례로 볼 때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명확히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안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새누리당의 입장은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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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반환점을 돈 국정조사에서 새누리당은 국정조사 첫날부터 특위위원들의 팽목항 방문 불참을 시작으로 대단히 불성실하고 무성의한 태도로 유가족들은 물론이고 국민들의 분통을 터뜨리게 만들었다. 그들은 월드컵 일정을 핑계대고 7·30 재보선을 문제삼으며 기관보고까지 늦추려 했던 사람들이다. 세월호 참사를 대하는 새누리당의 행동은 이처럼 한결 같다. 딴마음을 품고 있는 것이 눈에 선한 사람들에게 수사권을 가진 조사위의 성역없는 수사는 절대로 반가운 상황이 아니다. 게다가 새누리당에게는 청와대, 나아가 박근혜 대통령에게로 향하는 세월호 책임론의 화살을 결사적으로 막아야 할 특명도 있다. 이같은 상황은 새누리당의 수사권 부여 반대 입장이 결국 세월호 참사의 불똥이 청와대로 튀는 것을 방지해 보겠다는 출구전략의 일환임을 말해준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지난 14일 부터 '세월호 특별법'이 통과될 때까지 국회와 광화문 앞에서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 세월호 대책위는 "국정조사로는 진상규명도, 안전한 사회도 만들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고, 심지어 희생자와 가족을 모욕하는 (새누리당) 국회의원의 비웃음도 보았다. 국민과 가족이 참여하는 특별법을 꼭 만들어야 한다"며 특별법의 조속한 여야 합의를 촉구했다. 유가족들은 조사위에 수사권은 물론 기소권까지 부여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발의한 특별법이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서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새누리당의 안은 위에서 살펴본 의문사위원회의 한계가 고스란히 나타날 수 밖에 없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자료제출도 거부가 가능하고 동행명령을 위반해도 과태료만 내면 그뿐이다. 제대로 된 수사가 이루어질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또한 유가족의 입장에서 보면 새정치민주연합의 안 역시 만족스럽지는 못하다. 수사권을 활용해 사건의 진상을 밝혀낸다 하더라도 책임자 처벌을 위한 기소가 공정하게 이루어지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정치권력에 예속되어 있는 검찰이 공정하게 기소권을 행사할 것이라 믿는 국민은 거의 없다. (물론 유가족 대책위 측은 조사위에 기소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은 검찰에 대한 불신때문이며 이를 끝까지 고집할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세월호 참사와 같은 국가적 재난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사건의 원인 및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대책 강구'의 3단계 과정이 순차적으로 이루어져야만 한다. 이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겉으로는 '세월호 특별법'의 조속한 타결을 유가족과 국민에게 약속하고 있으면서도 속으로는 청와대와 박근혜 대통령 구하기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세월호 특별법 통과 지연의 책임이 새누리당에 있는 것처럼 진실을 왜곡하고 호도하고 있다. 무책임한 정치공세를 버리고 진정성을 갖고 조속히 세월호 특별법 입법에 응해줄 것을 촉구한다"는 새누리당 대변인의 주장은 이를 명징하게 뒷받침하는 방증이다. 두말할 것 없이 '세월호 특별법'의 여야 합의가 불발된 결정적인 이유는 조사위에 대한 '수사권'의 인정 여부다. 과연 이를 누가 반대하고 있는가. 아전인수에 있어서라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새누리당이 이번에도 유가족들과 국민들을 기만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의 명확한 진상규명을 위해서는 조사위에 수사권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것은 이제 상식에 가깝다. 새누리당이 주장하고 있는 상설특검과 특임검사 도입을 통해 진실 규명이 완전하게 이루어질 가능성 역시 그다지 높지 않다. 특검을 통해 국민적 의혹이 해소된 경우보다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세월호 참사의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 향후 재발 방지 대책을 위해서는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조사위에서 '수사권'을 가지고 공정하고 면밀하게 이번 사건을 조사해 나가야만 한다는 것에 이론의 여지가 없다.
이제 국회의 회기종료까지는 채 하루도 남지 않았다. '세월호 특별법'의 처리를 요구하며 단식농성을 하고 있는 유가족들은 물론이고 온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새누리당은 당리당략을 버리고 '세월호 특별법'을 즉각적으로 수용해야만 한다. 이는 300여명의 승객들과 꽃다운 아이들을 허망하게 떠나보낸 못난 어른들이 저들에게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도리이자 속죄이며 참회다. '세월호 특별법' 회기 내 처리를 강력히 촉구한다.
*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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