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

 

세월호 참사는 이전에 있었던 참사들, 이를테면 'KAL기 폭파사건', '성수대교 붕괴', ' 삼풍백화점 붕괴',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 '경주리조트 붕괴' 등의 사건들과는 확연히 차원이 다른 사건이었다.

사건 그 자체로도 경악할 일이지만 세월호 참사는 '불가항력'이나, 우발적 범행 때문에 벌어진 일이 아니라 인간, 더 정확히는 이 사회의 무능과 무책임이 빚어낸 '인재'였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러나 무엇보다 끔찍하고 충격적이었던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 해경, 승무원 등에게 승객들을 반드시 구조해내겠다는 의지가 전혀 없었다는 데에 있었다.

눈 앞에서 승객들이 애타게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음에도 이를 보고도 이들이 현장에서 한 일은 거의 없다. 선내 진입은 애초부터 꿈도 꾸지 않았고, 그저 멀뚱하니 배가 침몰하는 것을 지켜보거나 자기 먼저 살겠다고 선체를 유유히 빠져나갔을 뿐이었다.

나는 이렇게 무섭고 괴기스러우며 절망적인 장면을 일찌기 보질 못했다. 간절히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며 선내에 머물러 있던 승객들, 아직 채 꽃피지도 못한 수많은 아이들이 그렇게 허무하게 우리 곁을 떠나갔다. 

승객들을 뒤로 한 채 제 목숨 살기에 급급했던 승무원들, 해경의 엉성한 초동 대응과 소극적인 구조 작업, 박 전 대통령 이하 정부와 공직사회의 안일한 상황인식과 사고수습 대처, 본연의 역할과 책임을 망각한 언론과 방송사 등 우리 사회 곳곳에 암세포처럼 퍼져있던 문제들이 한꺼번에 터져나왔다.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정부는 위기관리시스템의 총체적 문제를 여실히 드러냈다. 그들은 무능하고 무책임했을 뿐 아니라 사고와 관련해 잘못된 사실을 공표하고 방송과 언론을 통해 거짓과 내용 부풀리기에 나서는 등 여론을 호도하려는 기만적인 모습까지 보여주었다. 온라인과 소셜네트워크를 중심으로 박 전 대통령 책임론이 거세지자 SNS를 통제하고 이를 색깔론으로 물타기하려는 움직임마저 보였다. 


박근혜 정부가 세월호 참사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었는지는 당시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국가안보실은 재난 대처의 컨트롤타워가 아니다"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상징적으로 드러난다. 그만큼 정부는 끔찍하리만큼 무능하고 태만했으며, 무책임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세월호 참사의 참상을 가장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아직까지 실체적 진실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 있는지도 모른다. 국가적 대참사에 횡설수설을 연발하던 박 전 대통령의 7시간 행적은 여전히 오리무중에 빠져 있으며, 책임자 처벌과 진상규명 움직임에 외압을 행사한 관련자에 대한 수사도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 한겨레


세월호 참사 피해자 단체가 15일 검찰에 사고 책임자 40명을 고소·고발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는 이날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세월호 참사 책임자를 고소·고발한다"며 박 전 대통령과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김장수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참사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등 40명을 고소·고발했다.

검찰은 최근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전면 재수사 방침을 천명하며 이번이 마지막 수사라는 각오로 진상규명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밝힌 바 있다. 검찰에 따르면 이번 재수사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직접 수사를 지휘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기획-표적 수사 논란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검찰이 패스트트랙 폭력 사건 수사와 세월호 참사 재수사로 분위기 반전을 노리고 있는 가운데, 그간 실체가 드러나지 않았던 참사 당시의 진실과 수사외압 의혹이 밝혀질 수 있을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세월호 참사와 같은 국가적 재난이 발생했을 경우가장 먼저 강구되야 하는 것은 사고의 원인에 대해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하는 일이다. 그 다음이 책임소재에 따른 책임자 처벌, 그리고 그 다음이 근본적인 시스템의 개혁, 마지막이 시스템을 운용할 사람에 대한 인적 쇄신이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는 이 가운데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이루어진 것이 없다. 진상규명은 참사가 발생한지 5년이 넘도록 되지 않고 있고, 책임자 처벌도, 시스템 및 제도 혁신도 요원하다. 그나마 이마저도 정권이 바뀌지 않았다면 지금까지 오지도 못했을 터다.

그런 면에서 이번 재수사는 세월호 참사의 실체적 진실을 명명백백하게 밝히는 것은 물론 책임자에 대해 준엄하게 책임을 묻는 데에까지 나가야 한다. 그래야 다시는 이 땅에 이와 같은 국가적 비극이 재발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에 대한 수사도 철저히 해야 한다. 참사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황교안은 2014년 11월 세월호 사건 수사 과정에서 해경 123정장에 대한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적용을 막지 못했다는 이유로 당시 변찬우 광주지검장을 크게 질책했고, 법무부 라인을 통해 대검과 광주지검을 지속적으로 압박해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황교안은 박근혜 정부의 2인자이면서 박근혜의 '가케무샤'의 역할을 했던, 사법농단·재판거래 관련 의혹, 기무사 계엄령 문건 의혹, 그리고 국정농단 방조 의혹까지 받고있는 문제적 인물이다.

의혹대로라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고, 법과 정의를 수호해야 할 법무부 장관이 세월호 참사 수사의 불똥이 대통령과 정부로 튀는 것을 막기 위해 자신의 지위를 이용, 수사팀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셈이 된다. 


이번 재수사의 촛점이 참사 당일 박근혜의 행적과 함께 세월호 수사를 방해하고 외압을 행사한 황교안에게 집중돼야 하는 이유일 터다. 검찰은 성역 없는 수사로 의혹의 실상을 명확히 규명해야 한다. 그것이 하늘의 별이 된 아이들에게 뒤늦게마나 국가가 해줄 수 있는 최소한의 도리다.

  1. Favicon of https://xuronghao.tistory.com BlogIcon 공수래공수거 2019.11.16 11:06 신고

    더 늦기전에 확실하게 책임을 규명해야 합니다.
    절대로 일어니서는 안될일이었습니다.

  2. Favicon of https://toreerang.tistory.com BlogIcon 토리의추억 2019.11.16 21:36 신고

    한두명도 아니고 한 학교의 같은 학년 전교생을 거의 몰살한 참사인데 시간이 지날수록 뭐든 느슨해지는 세상,
    더 늦기 전에 진실을 규명해야죠.

  3. Favicon of https://moonsaem321791.tistory.com BlogIcon 선한이웃moonsaem 2019.11.17 13:22 신고

    정치인이 눈 먼 봉사인지, 국민들이 눈 먼 봉사인지...
    처단 당해야 할 사람들은 골프까지 치며 당당히 살수 있는 우리나라 신기한 나라죠.
    세월호 책임자들 이런 사실 잘 알고 있으니 나몰라라 버티는 것 아닐까요?

  4. Favicon of https://chamstory.tistory.com BlogIcon 참교육 2019.11.17 14:18 신고

    세월호 실체적진실 반드시 밝혀내야 합니다.
    윤석열검찰이 세월호 진실 밝히지 못하면 조국사태 감정처리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5. Favicon of https://heysukim114.tistory.com BlogIcon *저녁노을* 2019.11.18 06:17 신고

    진실은 언젠가 밝혀지는 법이지요.

    잘 보고가요.

    즐거운 한 주 되세요^^

  6. Favicon of https://yeogangyeoho.tistory.com BlogIcon 여강여호 2019.11.19 01:12 신고

    검찰이 이번에는 제대로 수사할 것으로 믿습니다. 요즘 검찰이라면요.

ⓒ 경향신문

 

#1.
58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의혹과 관련, 검찰이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이후 구속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2.
201일. 지난 4월 발생한 국회 '패스트트랙 폭력 사건'으로 고소·고발된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에 대한 소환조사가 이뤄지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한 사람은 검찰이 강제수사에 들어간지 58일만에 구속된 반면, 다른 한 사람(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은 고소·고발된지 무려 201일이 지나서야 -그것도 59명을 대신해- 소환조사를 받았다.

58일과 201일. 검찰은 법과 원칙대로 수사하고 있다고 항변하고 있지만, 이 극명하고도 살벌한(?) 차이가 (검찰 수사와 관련해) 이러쿵 저러쿵 뒷말이 쏟아지게 만드는 요인이라는 것을 부인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오죽하면 정의당 원내지도부가 국회 패스트트랙처리 과정에서 불거진 폭력 사건에 연루된 한국당 의원들을 신속하게 수사하라며 대검을 항의 방문(12일)하고, 소환조사에 대해서도 "달팽이보다도 느린 늑장출석"(13일)이라고 '콕'찝어 말을 했을까.

실제 두 사건은 수사의 속도 뿐만이 아니라 내용과 분위기 역시 확연히 달라 보인다. 정 교수의 경우, 검찰은 여야가 조 전 장관 인사청문회 일정에 합의한 다음날인 8월 27일 부산대의학전문대학원·서울대·고려대·웅동학원 등 10여 곳에 대해 고강도 압수수색을 감행했다.

인사청문회를 앞둔 장관 후보자에 대해 검찰이 압수수색에 나선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시기와 사안의 중요성, 그동안의 수사 관행 등을 감안해 볼 때 검찰 수사가 그만큼 이례적이었다는 뜻이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진행 중이던 9월 6일 자정을 앞두고 정 교수를 전격 기소해 청문회장을 일순간 술렁이게 만들기도 했다. 청문회 도중 검찰의 후보자 가족 기소 역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장면이다.

한편, 이날 청문회에서는 한국당 의원들이 검찰의 기소를 예단하는 듯한 묘한 장면이 수차례 포착돼 눈길을 끌기도 했다.

법사위원장인 여상규 한국당 의원은 오후 청문회 도중 "처와 자녀 등 온 가족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앞으로 구속될지도 모른다. 가정이 무너지고 있다. 그런데 장관이 무슨 의미가 있나. 그런데도 결정을 못 하나?"라며 사퇴를 종용하는 듯한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다. 

생활기록부 유출 논란의 당사자인 주광덕 한국당 의원은 아예 기소를 확신하고 있는 듯 질의를 이어갔다. 그는 "표창장이 위조된 것으로 밝혀지면 후보 사퇴를 하시겠다고 그렇게 답변한 것으로 저는 기억한다"라며 "(표창장 위조 행위에 대한) 공소시효 만료가 오늘 밤 12시이기 때문에 검찰은 기소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라고 조 전 장관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당시는 이미 조 전 장관 일가 수사와 관련해 검찰과 한국당의 커넥션 의혹이 불거진 상황이었다. 이런 가운데 이날 청문회에서 한국당 의원들은 검찰이 정 교수를 기소할 것이라는 것을 미리 알고 있다는 듯 이 부분을 집요하게 추궁해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그런가 하면 검찰 수사를 비판하는 목소리는 검찰 내부에서도 분출되고 있다. 서지현 검사는 페이스북에 "저는 사건의 실체를 알지 못 한다. 제가 아는 건 극히 이례적 수사라는 것, 검찰이 정치를 좌지우지하려해선 안 된다는 것 그뿐이다"(9월 7일), "검찰권남용 피해의 당사자로서 유례없는 수사에 정치적 의심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9월 8일)라며 검찰의 수사가 '이례적'이고 '유례없는' 경우라고 꼬집었다.

임은정 검사도 수사와 관련해 "검찰이 사건 배당과 투입 인력으로 장난치는 걸 한두 번 본 게 아니긴 하지만 검찰의 정치개입이 참 노골적이다 싶다"(9월 7일, 페이스북), "검찰의 생리는 총장님이 결단하시고 이 수사의 주체가 되셨기 때문에 사냥과 같은 수사가 시작된다. 지금 우리 검찰에서 전 병력을 투입해서 열심히 수사하고 있지 않나?"(9월 20일, 검사 공문서 위조사건 고발인 조사 출석 당시)라고 에둘러 비판했다.

또 현직 부장검사인 진모 검사는 조 전 장관 일가를 둘러싼 검찰 수사를 가리켜 "정치개입"이라 못박기도 했다.

<연합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진 검사는 9월 8일 검찰 내부 통신망 '이프로스'에 올린 '검찰의 편파수사, 정치개입 부끄럽습니다'라는 글에서 "지난 3주 동안 110만건의 기삿거리를 쏟아내면서 '당신이 이렇게 의혹이 많으니 그만둬라, 물러나지 않으면 주변을 더 쑥대밭으로 만들 것이다'는 신호를 끊임없이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가족을 넘어 사건의 참고인들, 참고인의 주변인들을 뒤지는 듯한 인상을 언론에 흘리면서 '재판에서 우리에게 유리하게 진술하지 않으면 너의 비리를 더 수사할 것'이라는 압박을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조 전 장관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비판하는 목소리는 정치권, 법조계, 시민사회 등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검찰의 '별건수사', '먼지털이 수사', '신상털기 수사', '반인권적 수사' 행태를 문제 삼는 내용들이 대부분이다.

 

ⓒ 중앙일보



반면, '패스트트랙 폭력 사건'의 경우 조 전 장관 관련 수사와 비교해 너무 느슨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대두된다. 무려 201일 만에 첫 소환조사가 이뤄진 현실을 비꼰 정의당의 논평처럼 검찰이 늦장 대응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지난 4월 여야는 선거제도 개편과 공수처 설치 법안 등 패스트트랙 입법 과정에서 발생한 폭력 사태와 관련해 대규모 고소·고발전을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여야 의원 109명이 검찰에 고소·고발 당했고, 이 중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소속 의원 30여 명이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그러나 주지하는 것처럼 한국당 의원은 13일 나 원내대표가 조사를 받기 전까지 단 한 명도 소환에 응하지 않았다. 한국당은 경찰과 검찰의 소환 요구에 모두 4차례나 불응하면서 이날까지 버텨왔다.

검찰은 정 교수가 받고 있는 입시부정 의혹과 10억 원 상당의 사모펀드 의혹 수사에 특수부 검사 수십 명을 투입해 70여 곳에 대해 압수수색에 나서는 등 대대적인 수사를 펼쳐왔다.

검찰의 뜨거운 수사 의지와 열정을 생각한다면 의안 접수와 의사일정 방해, 의원 감금, 국회 기물 파손 등 국회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한국당 의원들에 대해서도 엄격하고 세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하는 것이 상식에 부합한다.

더욱이 나 원내대표는 이날 검찰 출석에 앞서 기자들에게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의회민주주의를 저와 자유한국당은 반드시 지켜내겠다. 공수처와 연동형 비례대표를 통해 권력을 장악하려는 여권의 무도함에 대해 역사는 똑똑히 기억하고 심판할 것이다"라고 한껏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당 의원들의 불법 폭력 행위 자체를 전면 부정한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런가. 국회선진화법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2년 새누리당(현 한국당)이 주도해 만든 법이다. 그리고 패스트트랙은 법안 처리가 무기한 표류되는 것을 막기 위해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의 제안으로 만들어진 법안이다.

그러나 한국당은 자신들이 주도해 만든 법 규정대로 진행된 정당한 패스트트랙 절차를 물리적 폭력을 동반해 얼룩지게 만들었으면서도 궤변으로, 소환 불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나 원내대표는 또 이날 "자유한국당이 책임질 일이 있다면 원내대표가 책임져야 한다는 말씀을 다시 한번 드린다"며 한국당 의원들을 대표해서 자신만 수사 받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입법기관인 국회의원이 국회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앞두고 있는 마당에 선별적 수사를 받겠다는 초법적인 인식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그간 이런 저런 핑계로 수사에 불응해온 당사자치고는 참으로 무책임한 언행이 아닐 수 없다.

이에 관심은 자연스럽게 검찰로 모아지고 있다. 조 전 장관 관련 의혹 수사로 뜨거운 반향을 일으킨 바 있는 검찰이 패스트트랙 폭력 사건 수사와 관련해 어떤 자세를 취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지난 7월 열린 취임식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은 "헌법 정신을 가슴에 새기고, 국민의 말씀을 경청하며, 국민의 사정을 살피고, 국민의 생각에 공감하는 '국민과 함께하는' 자세로 법집행에 임해야 한다"는 취임사를 남겼다.

패스트트랙 폭력 사건 수사와 관련해서는 지난 17일 대검찰청 국정검사 당시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할 것이고 어떻게 수사했는지 조금 있으면 다 드러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이를 종합하면, 법과 원칙에 따라 국민이 공감할 수 있도록 수사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그간 조 전 장관 의혹 수사와 관련해 검찰의 '선택적 수사' 행태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검찰은 58일과 201일 사이의 간극이 야기시킨 불신을 스스로 털어내야 한다. 수많은 눈길이 검찰을 향하고 있다. 윤 총장이 천명한 대로, 법과 원칙에 따라 국민의 상식에 맞는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 서초동을 뜨겁게 수놓았던 촛불은 아직 꺼지지 않았다.

  1. Favicon of https://yeogangyeoho.tistory.com BlogIcon 여강여호 2019.11.14 09:38 신고

    검찰은 검찰이어야 합니다.
    말씀하신대로 정치를 좌지우지하려 든다면.....
    늑장 소환이지만....더 지켜볼 것입니다.
    최소한 조국 일가족에게 했던만큼은 해야겠지요.
    국민들 검찰 수사 눈높이도 조국 일가족 수준까지 올라간 상황에서....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검찰은 국민에 의해 탄핵될 각오를 해야할 것입니다.

  2. Favicon of https://xuronghao.tistory.com BlogIcon 공수래공수거 2019.11.15 08:34 신고

    패스트 트랙 수사도 당연하지만 나경원 딸 입시 비리,채용 청탁등도
    확실하게 조사해야 합니다.

  3. Favicon of https://thore.tistory.com BlogIcon 꿩국장 2019.11.16 08:08 신고

    진짜 검찰은 노답인듯...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자서전 <문재인의 운명>에서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제안했던 '대연정' 관련 일화를 소개했다.

그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이던 2002년 12월26일 민주당 중앙선대위 당직자 연수회에 참석해 "지역대결 구도를 깨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권한을 줄이더라도 무엇이든 양보할 생각이 있다"며 야당과의 연정 가능성을 처음으로 시사했다.

이후로도 노 전 대통령은 선거제도 개혁과 연정을 연계시키는 발언을 계속 이어갔다. 2013년 1월18일 TV인터뷰에서는 "어느 지역도 한 정당이 70~80% 이상 석권하지 못하도록 해 지역구도가 극복되면 프랑스식으로 과반수 정치세력이 총리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소신을 드러냈다.

대통령 취임 이후인 2003년 4월2일 첫 국회 시정연설에서는 "지역구도는 반드시 해소되야 합니다. 지역구도를 이대로 두고는 우리 정치가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내년 총선부터는 특정 정당이 특정 지역에서 2/3이상의 의석을 독차지할 수 없도록 여야가 합의해 선거법을 개정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러한 저의 제안이 내년 17대 총선에서 현실화되면 저는 과반수 의석을 차지한 정당 또는 정치연합에게 내각의 구성 권한을 이양하겠습니다"라고 약속하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은 망국적인 지역구도를 허물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선 총리 결정권과 내각 구성권 등 대통령의 권한 일부를 과반 의석을 확보한 정당에게 이양하는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고 여겼다.

그러나 주지한 것처럼 노 전 대통령의 고뇌가 묻어있던 대연정 카드는 실패로 귀결됐다. 여당은 여당대로, 야당은 야당대로 반대와 비판을 이어갔다. 시민사회의 반응 역시 떨떠름했다. 특히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대표는 "참 나쁜 대통령"이라며 노 전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에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안팎으로 어려움에 직면해 있었다. 국정 지지율은 하락세를 면치 못했고, 재보선 패배로 열린우리당(현 더불어민주당)의 과반 의석마저 무너진 상황이었다. 정부·여당의 국정동력이 크게 약화된 상황에서 한나라당이 대통령의 제안을 받아들일 이유는 없었다.

대연정은 선거제도 개혁에 방점이 놓여있다. 망국적 지역주의를 극복해보기 위한 고심이 묻어있는 제안이었다. 그러나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자신의 권한마저 내놓겠다는 노 전 대통령의 희생은 비현실적인 이상으로, 정치적 술수로 오인받았고, 결국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한 채 한바탕 해프닝으로 끝이 났다.

한편 지역주의 극복이라는 화두에 앞서 노 전 대통령은 대연정을 제안하게 된 배경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2005년 7월27일 노 전 대통령이 발표한 '당원 동지 여러분께 드리는 글'의 일부를 옮겨본다.

"연정 이야기를 하는 것은 우리 정치의 여소야대 구조 때문입니다. 여소야대는 정상적인 정치구조가 아닙니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여소야대 구조로 국정을 운영하는 사례가 없습니다. 여소야대 구도로는 국정을 제대로 운영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88년 이래 여러 차례 여소야대 정치의 실험을 해 왔습니다만 모두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역대 정권 모두 3당 합당이나 정개개편으로 여소야대의 구조를 해소해 버렸습니다. 여소야대로는 국정운영이 어렵다는 것을 증명한 셈입니다"

"과거 미국에서 여소야대가 있었던 예를 들어 여소야대 구조 아래에서도 정치를 잘 할 수 있는 것처럼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만 이런 인식은 맞지 않습니다. 미국은 세계적으로도 아주 특별한 정치문화를 가지고 있고 우리 정치와도 많이 달라서 본보기가 되기 어렵습니다"

"이제 우리 정치도 여소야대라는 비정상적인 정치구조를 청산할 때가 되었습니다. 협박이니 매수니 하는 공작정치의 시대는 지나갔습니다. 우리 정치도 이제는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당연하고도 정상적인 정치 행위를 통하여 정치구조를 정상화해야 합니다"

노 전 대통령은 여소야대 구도에서 비롯되는 국정 혼란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연정이 필요하다고 인식했다. 승자독식 구조인 현행 선거구조 아래에서는 정치세력간의 생산적 제휴나 합의가 이뤄지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제의 특성상 정권 획득을 위해선 정당간 대결과 경쟁이 불가피하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극단적 정쟁과 대립이 펼쳐진다는 점이다. 대결과 분열의 정치는 정치불안을 가중시킬 뿐 아니라 국정난맥으로 이어지기 쉽다. 노 전 대통령이 그 비근한 예다. 참여정부 내내 그는 한나라당의 거센 공격과 비판에 시달려야 했고, 이 흐름은 정권이 바뀔 때까지 계속됐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이같은 상황은 고스란히 재연되고 있다. 여소야대 국면으로 출발한 문재인 정부 역시 제1야당인 한국당과의 정치적 합의 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 결과 각종 개혁 과제가 좌초되거나 민생 입법의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

 

ⓒ 한겨레



문 대통령이 지난 10일 청와대에서 진행된 여야 5당 대표와의 비공개 만찬 회동에서 '여야정 국정상설합의체' 재개를 제안한 것도 이같은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야당의 협조 없이는 법안 하나 처리하기 힘든 여소야대 국면의 현실을 고려한 결단인 셈이다.

문제는 국정상설합의체가 제대로 작동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데에 있다. 지난 2018년 11월5일 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가 합의했던 국정상설합의체는 1년이 넘도록 가동되지 않았다. 당시 여야는 12개 조항에 달하는 합의문을 이끌어냈지만, 문 대통령이 조명래 환경부 장관과 김수현 정책실장을 임명하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개선의 기미가 전혀없는 소모적 정쟁 구도 역시 국정상설합의체의 실효성에 의문을 품게 만든다. 제1야당인 한국당의 반대 기류가 노골적으로 표출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권이 생산적인 대화와 타협, 합의의 정치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가 의심스러운 것이다.

실제 한국당은 자신들의 대선공약이었던 개헌, 최저임금 인상 의제를 비롯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선거제 개편 등 주요 정치 현안과 관련해 여러 차례 말을 바꿔 비판을 받고 있다. 기존의 입장과는 전혀 다른 주장으로 정치공세를 펴면서 국정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눈총까지 받고있는 실정이다.

노 전 대통령도 지적했듯이, 여소야대 구도에서는 국정을 제대로 운영하기가 대단히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우리나라처럼 정치문화가 성숙하지 못한 환경에서라면 더더욱 그렇다. 이를 반영하듯 20대 국회의 법안통과율은 역대 최악을 기록 중이다. 대화와 타협, 포용의 모습은 실종되고 불신과 대립, 반목을 이어가며 정치불신을 가중시키고 있다. 그러는 사이 처리해야 할 각종 개혁 과제와 민생 입법은 산더미처럼 쌓여간다.

문 대통령의 '국정상설합의체' 제안은 이런 가운데 나왔다. 대통령이 의도한 대로 합의체가 잘 가동될 수만 있다면 정치다운 정치, 생산적인 정치로의 복원을 기대해 봄직하다.

그러나 현실은 냉정하고 가혹하다. 문 대통령의 제안이 현실 정치의 벽을 뛰어넘기 어려워보이는 이유다. 퇴임 후 노 전 대통령은 자서전 <운명이다>에서 "대연정 제안은 완전히 실패한 전략이었다"고 회상했다. 요컨대, 우리 정치 현실을 고려하지 못한 '이상적'인 제안이었다는 술회다.

그런 면에서 문 대통령의 국정상설합의체 재개 제안 역시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 망국적인 지역주의 폐단을 뜯어고치기 위해서는 연정이든, 국정합의체든 무엇이든 시도해 봐야 한다. 그러나 생산적인 대화와 타협, 합리적 토론이 요원한 현행 정치 구도 아래에서는 효과는 미지수다.

국가적 과제와 정책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하되, 결과를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합리적 정치세력이 양립할 때라야 포용의 정치, 상생의 정치, 합의의 정치가 꽃을 피울 수 있다. 정치 구도와 지형을 바꾸는 것이 먼저여야 하는 이유다. 정치·사회 개혁의 시발점은 정치적 상상력에 있는지도 모른다.

  1. Favicon of https://xuronghao.tistory.com BlogIcon 공수래공수거 2019.11.13 08:18 신고

    내년 선거에서 여대야소를 확실히 만들어야겠습니다.

  2. Favicon of https://aner.tistory.com BlogIcon aner 2019.11.13 12:35 신고

    ? 글을 읽던 중 수정된 것 같은데 맞나요?

  3. Favicon of https://ddfood.tistory.com BlogIcon 김캐셔 2019.11.13 13:33 신고

    포스팅 잘 보고 갑니다~!
    날씨가 점점 추워지니
    감기 조심하셔용 ♥
    오늘 하루도 파이팅입니다!^^

  4. Favicon of https://chamstory.tistory.com BlogIcon 참교육 2019.11.13 14:36 신고

    글쎄요. 가능할까요? 문재인대통령 하는 일치고... 뭘 하나 제대로 한 게 없어서....ㅠㅠ

  5. Favicon of https://doolytubbies.tistory.com BlogIcon 둘리토비 2019.11.13 21:37 신고

    너무 늦었습니다. 하려면 임기 초반부터 했어야 되는게 아니었을까요?

ⓒ 한겨레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반환점을 넘어섰다. 문재인 정부는 헌정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탄핵을 이끌어낸 촛불혁명의 결과로 탄생한 정부였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의 퇴행과 역행을 바로잡고 국민이 주인인 나라를 만들어 달라는 촛불의 명령이 문재인 정부의 과제로 주어졌다.

임기 초반 국민의 절대적 지지를 등에 업고 거침없이 순항하는 듯 했던 문재인 정부는 그러나 거듭된 인사잡음, 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 논란, 남북관계 경색, 조국 사태 등이 잇따르며 어려운 국면을 맞고 있다.

임기 초 여소야대 국면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가 적폐청산 수사, 개헌, 세월호 진상규명, 남북관계 개선, 권력기관 개편 등 외교-안보와 정치-사회 개혁 과제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었던 배경은 압도적으로 높은 지지율 덕분이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를 떠받치던 핵심 동력이었던 국정 지지율은 임기 반환점을 지난 현재 거의 반토막이 나있다. 80% 중후반을 기록하던 지지율이 40% 중반대에서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촛불혁명 이후의 숙제로 남겨진 각종 개혁 과제의 실현 여부가 점점 불투명해지고 있다. 임기 초부터 사안마다 국정의 발목을 잡아온 자유한국당 등 보수야당의 행태가 바뀔 가능성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렇다.

문 대통령이 10일 여야 5당 대표와의 청와대 회동에서 공전하고 있는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의 재개를 제안한 것도 이같은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야당의 협조 없이는 정치난맥을 풀어내기 어려운 현실에서, 개혁 과제 좌초의 부담감이 야당과의 관계 복원에 나서게 된 요인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협치를 통해 정국을 풀어가려는 문 대통령의 구상이 성공할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는 데에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한국당 등이 보여온 한결같은 행태가 이같은 추론에 무게를 실어준다.

지난 대선 당시 대선후보들의 공통공약이었던 '지방선거-개헌 동시투표' 약속은 한국당의 반대로 없던 일이 됐다. 한국당은 정권 창출에 실패하자 언제 그랬냐는 듯 말을 바꿨다. 원내 제1야당이 무색하게 사과조차 없이 국민과의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뒤집어버린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 논란도 마찬가지다. 최저임금 1만원 인상 역시 한국당이 내걸었던 대선 공약이었다. 극에 달한 사회-경제적 양극화 현상 해소를 위해 최저임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했던 한국당은 그러나 대선 이후 180도 다른 말을 쏟아내기 시작한다.

2018년 12월 여야 5당 원내대표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안을 합의처리하기로 약속했지만 한국당은 이마저도 없던 일로 만들었다. 이후 한국당은 패스트트랙 처리 과정에서 국회법 절차를 무시한 채 조직적인 폭력 행사로 의사일정을 원천 봉쇄하기도 했다.

자신들이 집권하던 시절인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당시 한국당(당시 새누리당)은  북한의 참가를 이끌어 내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안달복걸이었다. 대회 개막 이후에는 김무성 등 소속 의원들이 한반도기를 흔들며 북한팀을 열렬히 응원하기도 했다.

그러나 집권에 실패하자 한국당의 태도는 또다시 돌변한다. 2018년 평창 올림픽 북한 참가를 반대하더니, 대회가 진행되는 내내 작심한 듯 시커먼 재를 뿌려대기 시작했다. 한국당의 자가당착적 행태는 이후 남북정상회담으로까지 이어진다.

이밖에도 한국당의 맹목적으로 어깃장을 부려온 사례는 일일히 열거하기가 벅찰 정도다. 심지어 20대 국회 출범 이후 한국당의 국회 보이콧 횟수만 해도 20여 차례에 달할 지경이니 말해 무엇하랴.

이렇게 대놓고 노골적으로 정부 정책에 반대를 하고 국회 의사일정을 훼방놓고 있으니 국정이, 국회가 제대로 작동할 리가 없는 노릇이다. 합리적-상식적 비판과 생산적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적인 반대와 몽니로 국정을 마비시키겠다는 의도가 아니라면 도무지 납득하기 어려운 작태가 이어지고 있는 탓이다. 

문 대통령의 제안이 공염불에 그칠 공산이 큰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머릿속이 온통 정권 탈환으로 가득한 정당에게, 정치적 술수와 정쟁으로 체제를 흔들려는 정당에게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를 제안한다 한들, 이 제안이 문 대통령의 선의대로 진행될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 시쳇말로 누울 자리를 보고 누워야 한다는 뜻이다. 한국당의 지난 행태가 이를 여실히 방증하고 있지 않은가.

기실 한국당의 실체는 이미 총풍사건, 차떼기 사건, 국정원 사건 등으로 명확히 드러났다. 한국당은 정권 획득을 위해선 못할 것이 없는 정당이다. 북한에 총을 쏴달라고 부탁을 하고, 불법선거자금을 차로 퍼나르고, 국가기관을 동원해 부정선거까지 저지르는 정당을 과연 공당이라 부를 수 있을까.

반민주-반지성-몰상식 '친일-수구' 이익 집단인 한국당이 존재하는 한 의회가 정상적으로 운용될 것이라는 기대와 낙관을 아예 접어야 한다. 제대로 된 국가,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고자 한다면 한국당을 논외로 치는 편이 훨씬 더 합리적이고 생산적이다. (한국당이 있을 때와 없을 때의 차이를 떠올려보라).

내년 총선이 더욱 중요해진 이유일 터다. 정치개혁-사법개혁의 첩경은 어쩌면 정치적 상상력에 있는지도 모른다.

  1. Favicon of https://heysukim114.tistory.com BlogIcon *저녁노을* 2019.11.12 04:21 신고

    내년 총선...
    똑 바로 찍어야합니다.
    우리가...

  2. Favicon of https://xuronghao.tistory.com BlogIcon 공수래공수거 2019.11.12 06:19 신고

    온갖 사회의 병폐를 만들어내는 집단 같습니다.
    없어져야할 정당입니다

  3. Favicon of https://chamstory.tistory.com BlogIcon 참교육 2019.11.12 06:22 신고

    맞습니다. 필패.
    반대를 위하 ㄴ반대를 하는 자한당이 있으니...
    국정농단은 현재진행형입니다

  4. Favicon of https://ddfood.tistory.com BlogIcon 김캐셔 2019.11.12 11:14 신고

    포스팅 잘 보고 갑니다~!
    오늘 하루도 즐겁고 행복하게~!!
    파이팅 입니다!

  5. Favicon of https://yeogangyeoho.tistory.com BlogIcon 여강여호 2019.11.12 13:23 신고

    이런 한국당의 행태들을
    모든 정치권으로 싸잡아서 비난하는 언론도 문제입니다.
    말이 좋아 협치지 어떻게든 대통령 끌어내릴 생각만 하는 사람들과
    과연 상생이 가능할까요?
    현정부가 고개를 숙이고 들어가면 몰라도...
    저도 절대 안된다고 봅니다.

  6. Favicon of https://thore.tistory.com BlogIcon 꿩국장 2019.11.12 20:09 신고

    둘이는 왜 싸웠나 몰라요 ㅎ
    대통령 앞에 두고 당대표라는 사람들이 뭐하는 짓인지...ㅡㅡ;;

  7. Favicon of https://doolytubbies.tistory.com BlogIcon 둘리토비 2019.11.12 20:21 신고

    자한당이 있는한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겠죠.
    뭐 그러려니 합니다~^^

ⓒ 연합뉴스

 

살인마 전두환이 온라인을 후끈 달구고 있다. 치매 질환을 이유로 그간 재판 출석을 거부해 온 전두환이 최근 골프장에서 라운딩을 하는 모습이 공개돼 뜨거운 파문이 일고 있는 것.

8일 JTBC는 전두환이 부인 이순자씨와 함께 강원도 홍천에 위치한 한 골프장에서 라운딩을 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이 영상은 임한솔 정의당 부대표가 촬영한 것으로, 전두환이 "광주하고 내하고 무슨 상관이 있어. 나는 광주학살에 대해서 모른다"고 말하는 장면 등이 담겨있다.

관련 사실이 알려지자 정치권을 비롯해 일반 시민들의 분노가 봇물터지듯 터져나오고 있다. 치매로 정상적인 활동이 불가능하다며 재판 출석까지 거부해 온 전두환이 건강한 모습으로 골프장에 나타나 광주 학살까지 부정했으니 공분이 이는 것은 당연지사다.

이에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정치권은 일제히 전두환을 강력 비난하고 나섰다.

"전씨가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어서 재판조차 받을 수 없다는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이제 전씨를 강제구인해서라도 재판정에 세워야"(더불어민주당 이해식 대변인)

"인간의 품격과 기본적 도리마저 저버린 전두환, 광주 시민들의 고귀한 도덕심과 우리 사회의 포용력이 그에게 인간적 삶을 허락했지만 더 이상의 인내는 없다. 법과 역사의 심판에 따른 단죄만이 답"(바른미래당 김정화 대변인)

"거짓되고 추악한 실체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만큼 사법당국은 강제구인과 검찰재조사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더욱 엄정하고도 공정한 법을 집행해야 할 것"(정의당 유상진 대변인)

"언제까지 국민이 전씨의 이런 철면피한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가, 더 이상 인내심과 관용은 사치다. 전씨를 이제라도 즉각 구속하고 법의 심판을 받게 해야할 것"(민주평화당 박주현 수석대변인)

한국당은 '역시나' 별다른 논평을 내지 않았다. 한국당의 정치적 뿌리가 박정희-전두환 군사독재세력과 맞닿아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유 있는 침묵일 터다. 시민에게 총뿌리를 겨눈 학살자를 떠받드는 정당이 이 나라의 제1야당이다. 정치-사회의 비극이 다른 곳에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이리라.

지난 2010년 11월 6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13년의 숨박꼭질-전두환 추징금 안 내는가, 못 내는가' 편을 방송했다. 방송에 따르면, 전 재산이 29만원에 불과하다는 전두환은 일반인들은 상상할 수 없는 초호화 생활을 영위하고 있었다. 

자신의 추징금을 대납할 형편이 못 된다던 전두환의 3남 1녀는 모두 수백억 원대의 자산가인 것으로 밝혀졌고, 심지어 손자와 손녀까지도 거액의 부동산을 소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두환의 미납 추징금은 총 1000여억 원에 달한다. 1997년 대법원으로부터 재임 중 대기업들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2205억원의 추징금을 선고받았던 그는 아직까지 1000여억 원을 내지 않고 버티고 있다.

그가 추징금을 안 내는 이유는 간단하다. 돈이 없어서다. 내고 싶어도 낼 돈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돈이 없다던 전두환은 2012년 가을 측근들과 골프를 친 뒤 최고급 양주파티를 벌여 물의를 빚었다. 출판재벌인 전두환의 장남 전재국은 경기 연천군에 대규모 휴양지인 허브빌리지를 만들었고, 전두환의 큰 손녀는 2012년 6월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수억 원의 예식비용을 들여 초호화 결혼식을 올렸다.

전두환의 차남 전재용은 서울 용산구의 빌라단지에 세 채의 집을 소유하고 있고, 막내인 전재만 역시 부유층이 거주하는 곳으로 유명한 한남동 고급 주택가에 빌딩을 소유하고 있다.

"'측근과 자식들이 추징금을 왜 안 내주느냐"는 판사의 질문에 "그들도 겨우 생활하는 수준이라 추징금을 낼 돈이 없다"고 진술했던 전두환의 말과는 달리 그들은 여전히 잘 먹고 잘 살고 있는 중이다. 그것도 참회와 속죄 없이 사회 특권층으로서의 삶을 마음껏 누리면서 말이다.

치매라면서 골프장에 턱하니 모습을 드러낸 것도 모자라 광주의 아픔과 상처에 또다시 시꺼먼 재를 뿌린 학살자에게 자비와 관용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추상 같은 엄격함으로, 공정하고 단호한 잣대로 준엄한 법의 심판이 내려져야 하는 이유일 터다.

천정배 대안신당 의원은 지난달 23일 범죄자가 숨진 이후에도 범행으로 인한 수익을 환수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이른바 '끝장 환수법'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게 되면 전두환이 사망한 이후에도 재산을 몰수하거나 추징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자국민을 무자비하게 학살하고 국가내란의 죄를 범한 죄인을 전직 대통령이란 이유로 보호해주고 예우해주는 나라는 지구상 그 어디에도 없다. 진솔한 사과와 반성은커녕 개선의 여지조차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자들에게 더 이상의 관용은 무의미하다. 1원까지 모조리 추징해야 한다. 저들의 후안무치한 행태를 낱낱이 기록해 후대에 물려주어야 한다. 그것이 인면수심의 살인마 전두환을 심판하는 길이자, 그의 만행을 기억하는 방법이다. 

  1. Favicon of https://heysukim114.tistory.com BlogIcon *저녁노을* 2019.11.09 06:11 신고

    기억하고 싶지도 않은 이름입니다.ㅠ.ㅠ

    잘 보고 갑니다.
    즐거운 주말 되세요^^

  2. Favicon of https://chamstory.tistory.com BlogIcon 참교육 2019.11.09 06:53 신고

    살인마가 큰소리치고 사는 나라에 정의.... 소가 웃겠습니다

  3. Favicon of https://xuronghao.tistory.com BlogIcon 공수래공수거 2019.11.09 08:55 신고

    영상을 봤는데..참 할말 없이 만들더군요..
    뻔뻔의 지존입니다.

  4. Favicon of https://ddfood.tistory.com BlogIcon 김캐셔 2019.11.09 09:36 신고

    얼굴도 보기 싫습니다...
    즐거운 토요일 입니다!!
    잘 보고 갑니다 !!
    감기 조심하세요^^

  5. Favicon of https://toreerang.tistory.com BlogIcon 토리의추억 2019.11.09 17:46 신고

    나이 90이 낼모레인 살인마 노인네가 골프라....
    치매 질환이 아니라 뇌가 썩었군요.

  6. Favicon of https://thore.tistory.com BlogIcon 꿩국장 2019.11.09 21:31 신고

    욕 많이 먹으면 오래산다더니 정말인가보네요

  7. Favicon of https://moonsaem321791.tistory.com BlogIcon 선한이웃moonsaem 2019.11.09 22:03 신고

    저들을 아직 까지 비호하고 있는 세력들이 있겠지요.
    모든 정치 악의 근원인 그들을 뿌리 채 뽑아야 하는데
    참 그 일이 어려워 보입니다.

  8. Favicon of https://doolytubbies.tistory.com BlogIcon 둘리토비 2019.11.10 23:50 신고

    무엇보다 정의당 임한솔 부대표가 고생했네요.
    이렇게 까발려주시니, 전두환은 또다시 주목을 받겠고,
    나치 전범들은 그 댓가를 톡톡하게 받았는데, 지금까지도....

    이 독재자와 살인마는 왜 여전히 이렇게 살아서 있는지.....
    인두껍만 두른 짐승이에요. 인간의 가치가 전혀 없는 먹고싸고,더럽게 말하고 행동하는
    뭐 그거밖에 있겠어요?

  9. Favicon of https://yeogangyeoho.tistory.com BlogIcon 여강여호 2019.11.11 11:31 신고

    이런 살인마 하나를 처벌하지 못하는 나라가
    진정 민주주의 맞습니까 묻고 싶습니다.

 

오래된 얘기다. 새로운 세기가 열리고 얼마 뒤인 2000년대 초반 정치 개혁의 바람을 타고 '당내 민주화' 운동이 정치권에서 펼쳐지기 시작했다.

정당 개혁은 당시 대한민국 정치의 가장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었다. 3김 시대가 저물어가던 그 무렵은 오랫동안 이 땅의 정치를 짓눌러왔던 제왕적 정치 풍토가 김대중-이회창 1인 보스 시대의 종언과 함께 마지막 숨을 고르던 참이었다.

당시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과 민주당(현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는 서로 약속이나 한듯 '당내 민주화' 바람이 가열차게 일어났다. '천정신'(천정배, 정동영, 신기남)을 중심으로 한 민주당의 정풍운동과 '남원정'(남경필, 원희룡, 정병국)으로 대표되는 '수요모임'이 당내 정당개혁을 주도했다.

그러나 소장파 의원들의 개혁 바람은 이후 전혀 다른 결과를 낳는다. 민주당은 완전한 당내 민주화를 이루어내는 데에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상명하복의 1인 보스 체제를 털어내며 정치 개혁의 물꼬를 텄다.

반면 한나라당은 제왕적 시스템에서 탈피하는 데 실패한다. MB와 박근혜를 중심으로 한나라당은 '친이-친박' 체제를 구축해나가기 시작했고, 이 구도는 이후 10년 넘게 당의 헤게모니 싸움을 이끌게 된다.

2000년대 초 '수요모임'으로 대표되던 한나라당 내 개혁소장파들은 당내민주화를 요구하며 강하게 쇄신의지를 피력했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이후 한나라당은 친이와 친박 간의 골육상쟁의 피 터지는 권력쟁탈전을 이어가게 된다 .

2008년 총선 당시 친이에 의한 친박 공천학살, 2012년 친박에 의한 친이 학살, 2016년 살생부 파동 등이 연거푸 발생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정당 개혁을 외치던 소장파의 목소리는 먼지처럼 사라지고 만다.

이제 저 당에서는 당내 민주화와 개혁을 요구하는 소장파의 목소리는 찾아보기 어렵다. 오랫동안 당권 경쟁에 노출되는 사이 정치 개혁의 당위와 의지 자체를 상실해버린 탓이다.

한국당 초선의원들이 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수대통합과 인적혁신의 길'이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황교안 대표가 밝힌 보수통합론을 적극 지지한다고 밝히며 당 중진 인사들의 험지 출마가 필요하다는 데에 의견을 모았다.

 

성명서의 내용 중 일부를 옮겨본다.

"오늘로 제21대 총선이 161일 남았다. 내년 총선에 국민이 거는 기대는 혁신이다. 반칙과 특권이 난무하고 민생은 철저히 외면당하는 나라답지 않은 나라를 나라답게 만들라는 국민의 바람이자 명령이다"

"그 시작이 바로 보수대통합과 인적혁신이다. 한국당 초선의원들은 황교안 대표가 제시한 보수대통합에 적극적인 지지를 표명하고 향후 보수대통합의 길에 밀알이 되기로 결의했다"

"총선승리와 수권정당으로서의 면모를 되찾기 위해서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정치를 해왔는가에 대한 자기반성이 선행돼야 한다. 철저한 자기반성을 통해 스스로 기득권을 내려놓는 아름다운 자기 희생에 앞장서야 한다"

"그 흐름의 물꼬를 트기위해 누군가의 헌신과 용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선배 의원님들께서 대한민국 정치발전을 위해 큰 걸음걸이를 보여주길 바란다. 국지전에서의 승리가 아닌 당과 국가를 구하는 수도권과 같은 전략적 요충지에서 승전보를 전해주시길 촉구한다"

"지금껏 개혁의 목소리를 높이지 못하고 숨죽이고 있었던 모습을 부끄러워하고 있다. 국민의 눈높이에서 좀 더 용기 있게 나서지 못한 점도 깊이 반성한다. 대한민국과 국민을 위해 우리 모두의 희생이 필요하다면 초선의원들도 주저하지 않고 동참하겠다"

이러쿵 저러쿵, 구구절절 많은 것을 담고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용은 간단하다. 요컨대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반드시 보수대통합을 이뤄내야 하며, 그를 위해서 당 유력인사들의 불출마 및 살신성인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얘기다.

 참 역겹다. 비겁하고 파렴치하다. 도대체 유권자를 뭘로 보고. 저들의 의도는 "오늘로 총선이 161일 남았다"는 부분에서 백일하에 드러난다. 한마디로 총선이 없었다면, 이 따위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성명서를 발표하는 일 자체가 없었을 것이라는 뜻이다.

초선 의원들은 당의 자산이자 미래다. 당 개혁의 시발점이며 혁신의 동력이다. 그런데 그간 한국당 초선들은 과연 어디에 있었을까. 국정농단과 박근혜 탄핵으로 당이 풍비박산 날 때, 대선과 지방선거 참패로 당이 존폐 위기로 내몰릴 때, 계파 청산과 인적 쇄신, 정당 개혁 요구가 빗발칠 때 도대체 무얼 하고 있었을까.

인두껍을 썼다면,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어야 한다. 그들의 침묵과 외면, 자리 보전을 위한 계파 줄서기 행태가 오늘의 한국당을 만든 실질적인 요인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인적쇄신과 혁신을 요구하려 했다면 진작에 목소리를 냈어야 했다. 국정농단-탄핵 사태 때, 대선과 지방선거에 참패했을 때 분연히 떨치고 일어섰어야 했다.

그러나 저들은 그렇게 하질 않았다. 한국당의 전면적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각계각층에서 봇물처럼 솟구쳤을 때조차 저들은 당 지도부의 눈치를 살피기에 급급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그것도 총선을 코 앞에 둔 상황에서 혁신과 쇄신을 말하고 있다. 정치 도의도, 부끄러움도 없다. 이들의 성명서가 비겁하고 무능하며 치졸해 보이는 이유다.

 

참, 구질구질하다. 4년 내내 누릴 것 다 누리고 쳐 '아닥'하고 있다가 이제서야 보수대통합과 인적혁신이라니. 차라리 공천 때문에 황 대표에게 줄을 서는 것이라 말하라. 정치판이 아무리 막장이 됐기로서니 최소한 염치는 있어야 한다. 벼룩에게도 낯짝은 있다.

  1. Favicon of https://xuronghao.tistory.com BlogIcon 공수래공수거 2019.11.08 08:15 신고

    160여일 뒤에 반드시 표로 심판해야 합니다..

  2. Favicon of https://thore.tistory.com BlogIcon 꿩국장 2019.11.08 09:32 신고

    초선이든 재선이든 기대하지 않습니다.

  3. Favicon of https://ddfood.tistory.com BlogIcon 김캐셔 2019.11.08 21:36 신고

    공감과 구독신청 하고 갑니다~~ 감기 조심하세용!!^^

ⓒ 한겨레

 

자유한국당에게는 기득권 정당, 특권 정당이라는 이미지가 덧씌워져 있다. 2017년 12월 14일 한국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나온 김성태 전 원내대표의 모두 발언을 보자.

김 전 원내대표는 이날 "그 동안 금수저, 기득권, 웰빙, 대기업, 가진 자들의 정당으로 인식된 한국당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서민, 노동자, 농민이 함께 어울어져서 잘사는 대민을 위해 함께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정농단과 탄핵사태를 거치며 당시 한국당은 풍전등화나 다름 없는 위기감에 휩싸여 있었다. 민심은 돌아섰고, 당은 사분오열됐다. 개혁의 바로미터인 인적청산과 당 혁신작업도 지지부진에 빠졌다.

얼마 남지 않은 지방선거를 위해 당을 환골탈태시켜야 한다는 요구가 안팎으로 빗발쳤다. 김 전 원내대표의 일성은 이런 가운데 터져나왔다. 한국당에 투영돼있는 기득권 특권 정당의 이미지를 탈피하지 않는다면 '미래가 없다'는 절박함과 간절함의 발로였다.

그러나 모두가 알다시피 김 원내대표의 다짐은 공염불이 됐다. 거듭나기 위해서는 과감한 인적쇄신과 노선 재정립 등 특단의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 하지만 한국당은 그렇게 하질 못했다. 정책 개발과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기보다는 정부여당의 실책과 실정에 편승해 반사 이득을 얻으려 했다.

물론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좌파독재", "경제파탄" 등 이념과 경제 문제를 집중적으로 부각시키며 극우 보수층을 결집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였다. 전방위적인 공세에도 불구하고 외연확장에 반드시 필요한 합리적 보수층과 무당층을 끌어안는 데에는 실패했다.

그런 면에서 우리 사회의 불공정·특권 문제를 정조준한 '조국 사태'는 한국당에게는 중요한 반전의 계기가 됐다. 대중은, 특히 젊은 세대는 '조국'이 불을 지핀 계급 담론에 민감하게 반응했고 뜨겁게 분노했다.

정부·여당을 향한 비판 여론이 불처럼 솟구쳤다. 한국당도 손바람을 냈다. 그 결과 더불어민주당과의 지지율 격차는 턱밑까지 좁혀졌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절치부심해오던 한국당으로서는 천재일우의 기회를 잡은 셈이었다.

그러나 한국당의 오름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사퇴하자 지지율은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한국갤럽이 10월 29일부터 31일까지 전국 1000명의 유권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3.1%포인트, 95% 신뢰수준)에 따르면, 정당 지지도는 민주당(40%), 무당층(25%), 한국당(23%), 정의당 (6%), 바른미래당(5%), 우리공화당(1%), 민주평화당(0.2%) 순으로 나타났다.

전주 대비 민주당은 3%포인트 상승했고, 한국당은 3%포인트 하락했다. 두 당의 지지율 격차는 17%포인트로, 지난주(11%포인트)보다 6%포인트나 벌어졌다. (자세한 사항은 한국갤럽이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당의 지지율이 조 전 장관 임명 전 수준으로 다시 돌아간 것은 '조국사태'로 돌아선 민심을 그들이 끌어안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국당의 지지율이 다시 곤두박질 친 이유는 무엇일까.

어쩌면 그 답을 앞서 김 전 원내대표의 말 속에서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김 전 대표는 한국당이 거듭나기 위해서는 기존의 이미지를 털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완전히 새롭게 재탄생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조 전 장관이 사퇴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 당내 '조국 TF'에 표창장을 수여했다. 패스트트랙 수사 대상 의원들에 대해서는 공천 가산점을 부여하겠다고 했다가 당 안팎으로부터 호된 질책을 받기도 했다.

이와 관련 <조선일보>는 '당원조차 암담함 느꼈다는 한국당의 표창장 수여식'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이 모든 사태에 웃고 즐기는 국민은 아무도 없다. 그런데 한국당 내에서는 웃음꽃이 피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조국 사태로 대통령과 야당 지지율은 떨어졌지만 한국당의 지지율은 사실상 제자리라고 한다. 중도층이 여당 지지에서 이탈해도 한국당으로는 가지 않는다"며 "이 현실에서 반성하고 자성하면서 뼈를 깎는 각오를 다지기는커녕 유치한 행태로 국민 혀를 차게 한다"고 비판했다.

나 원내대표가 패스트트랙 수사 대상 의원들에게 내년 총선에서 공천 가산점을 주겠다고 한 것 역시 뭇매를 맞았다. 나 원내대표에게 공천에 개입할 권한이 없는 데다, 국회법 위반으로 검찰수사 대상에 오른 의원들에게 가산점을 주겠다는 발상이 법치주의에 반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최근 정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한국당 인재 영입 논란 역시 같은 맥락일 터다. 황교안 대표가 '삼고초려'를 해가면서 영입에 공을 들인 박찬주 예비역 육군대장이 '공관병 갑질 논란'에 이어 '삼청교육대 발언'으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박 전 대장은 황 전 대표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영입하려 했던 '귀한 몸'이다. 그러나 그런 그가 연일 논란의 중심에 서있다. 박 전 대장은 지난 2017년 공관병에게 골프공 줍기, 감 따기 등을 지시해 갑질 의혹에 휘말린 바 있다. 갑질 의혹과 관련해 박 전 대장은 검찰로부터 불기소 처분을 받았지만 그를 둘러싼 논쟁은 여전하다.

지난 4일 기자회견에서 공관병에게 골프공 줍기와 감 따기 등을 지시한 사실을 일부 인정했던 박 전 대장은 갑질 의혹 의혹을 제기했던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을 향해 "삼청교육대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하는 등 외려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정부가 제시한' 공공분야 갑질 근절을 위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갑질은 '사회·경제적 관계에서 우월적 지위에 있는 사람이 권한을 남용하거나, 우월적 지위에서 비롯되는 사실상의 영향력을 행사해 상대방에게 행하는 부당한 요구나 처우를 의미한다'고 돼 있다.

그에 따르면, 공관병에게 부대활동과 무관한 골프공 줍기, 감 따기 등을 지시한 박 전 대장의 행위는 명백한 '갑질'에 해당된다. 박 전 대장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공관병에게 사적인 요구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 전 대장은 자신의 행위를 갑질로 인식하지 않는다. 되레 문제를 제기하는 이들을 향에 "공관에 있는 감을 공관병이 따야지 그럼 누가 따느냐"고 반문한다. 특권의식에 사로잡혀 자신의 행위가 갑질인지 아닌지조차 분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삼청교육대 발언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 권위의식과 특권의식은 바늘과 실처럼 따라다닌다. 군사독재시절의 문화와 풍토, 군 조직 특유의 폐쇄적 특성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렇다. 반인권의 상징이나 다름 없는 삼청교육대를 소환한 것만 보더라도 그의 인식은 보편적 정서와는 사뭇 동떨어져 있다.

황 대표는 이와 같은 과거지향적이고 시대착오적인 인사를 '인재 영입 1호'라는 의미까지 부여해가며 귀하게 모시려 했다.

특권, 권위, 특혜, 반칙, 불공정 문제는 과거 한국당을 비판할 때 자주 따라붙던 의제들이다. 그런데 조국 사태 당시 같은 이슈들로 정부여당에 맹공을 펴던 한국당이 과거와 하등 다를 바 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세간의 시선이 싸늘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조국사태로 민심이 요동치고 그 여세를 몰아 한국당이 정부·여당에 총공세를 펼칠 때 당 일각에서는 조국 이후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분출되기 시작했다. 한국당을 향한 비호감도가 여전히 높게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민심의 요구에 당이 제대로 부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에서였다.

그 우려가 점점 현실이 돼가는 모양새다. 조국 TF 표창장 논란을 시작으로 패스트트랙 공천 가산점 논란, 그리고 인재 영입 논란에 이르기까지 한국당을 곤욕스럽게 만드는 일들이 연거푸 펼쳐지고 있다. 정신없이 몰아치는 일련의 흐름들은 무엇을 말해주고 있나.

시민들은 정의와 공정을 드높이고, 특권과 반칙을 깨뜨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당은 과연 그럴 준비가 돼있는가. 심각하게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 한다.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만 찾아온다.

  1. Favicon of https://xuronghao.tistory.com BlogIcon 공수래공수거 2019.11.06 11:28 신고

    한국당에 입당시켜 계속 헛소리 하도록 해야 합니다..ㅋ

  2. Favicon of https://chamstory.tistory.com BlogIcon 참교육 2019.11.06 14:46 신고

    걸레는 빨아도 걸레입니다.
    태생적 한계를 벗어나지 못합니다.
    총선에서 민심을 확실하게 보여줘야 합니다.

  3. Favicon of https://doolytubbies.tistory.com BlogIcon 둘리토비 2019.11.06 21:59 신고

    그러나 저들의 헛발질에도 불구하고 한명 한명의 정치사회적 갈망은
    끝까지 이어져야 하고 행동되어야 해요.
    저런 부분들을 비웃기만 하고, 아무런 성찰이 없다면 그게 더 두려운 것 아닐까요?

    SNS에 말만 많고 거대담론을 마구 꺼내는 사람들이 있는데,
    일상에서 톡톡히 자기역할을 감당하는 소시민적 삶이 더 존중받고 우선시되야 하겠죠

ⓒ 한겨레

 

언어는 사고의 반영이다. 말은 한 사람의 인격과 품성, 세계관을 드러내는 거울이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총선 대비용으로 영입하려던 박찬주 전 제2작전사령관(예비역 육군대장)이 연일 논란의 중심에 오르고 있다.

한국당은 지난달 31일 박 전 대장이 포함된 인재 영입대상자 8명을 발표했다. 황 대표의 첫 번째 인재영입에 세간의 관심이 쏠린 건 당연지사. 그러나 막상 뚜껑이 열리자 당 안팎의 우려와 비판이 쏟아졌다.

원래 황 대표의 1차 영입 명단에는 '공관병 갑질' 논란의 당사자인 박 전 대장을 비롯해 이명박-박근혜 언론탄압의 상징적 인물 이진숙 전 MBC 보도본부장, 신보라 한국당 의원 비서 남편인 백경훈 청년이여는미래 대표,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의 국내 영향 가능성을 일축한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등이 포함돼 있었다.

그 중 가장 'hot'한 인물은 단연 박 전 대장이다. 잘 알려진 대로 박 전 대장은 공관병 갑질 의혹으로 공분을 샀던 인물이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공관병에게 호출팔찌를 채우고 텃밭 관리, 감 따기, 골프공 줍기 등 업무 이외의 행위를 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장이 받고 있는 가혹행위 의혹은 검찰 수사 결과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인사 청탁과 관련해선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가 인정돼 지난 4월 벌금 400만 원을 선고받았다. 그런가 하면 그의 부인 역시 공관병에 대한 폭행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그러나 황 대표가 직접 입당을 설득할 만큼 심혈을 기울였던 박 전 대장 영입은 결과적으로 자충수가 됐다. 총선 전 당내에 자기 사람을 심어놓으려던 구상이 최고위원회에 의해 사실상 가로막힌 데다, 그 과정에서 리더십에 커다란 상처까지 입었기 때문이다. 급기야 황 전 대상은 논란 끝에 최종 명단에서 결국 제외됐다. 

이런 상황에서 황 전 대장이 4일 '공관병 갑질' 의혹을 제기한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에 대해 "삼청교육대 교육을 한번 받아야 한다"고 하는가 하면,  "감은 공관병이 따야지 누가 따겠느냐"며 갑질 의혹을 부인하는 기자회견까지 했다.

삼청교육대는 전두환 신군부가 자행했던 극악무도한 국가 폭력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다. 박물관에 전시해야 할 구시대의 유물을 천연덕스럽게 운운하는 것만 봐도, 갑질이 뭐가 문제냐고 되묻는 것만 봐도 황 전 대장이 얼마나 시대착오적 인사인지가 여실히 입증된다.

이런 문제적 인사를 영입하기 위해 끝까지 미련을 놓지 못했으니 황 대표를 향한 당 안팎의 비판이 쇄도할 수밖에 없다. 부러 멀리해야 할 인물을 "정말 귀한 분"이라 한없이 추켜세우기까지 했으니 황 대표의 안목과 비전에 물음표가 붙을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그런데 어디 이뿐이랴. 언론장악이 극에 달했던 이명박 정부 시절 MB의 아바타로 불리던 김재철 전 MBC 사장의 가신으로 손꼽히던 이진숙 전 본부장, 신보라 의원 비서의 남편이자 청년 수구의 대표적 인물로 주목받는 백경훈 대표, 원전마피아의 입장을 대변해온 정범진 교수 등도 갑론을박이 뜨겁다.

무자비한 국가폭력과 반인권의 상징인 삼청교육대를 아무렇지 않게 끄집어내는 사람, 특권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 언론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외면한 채 권력에 부역했던 사람, 세상과 인간에 대한 입체적 시각이 결여돼있는 사람, 시민의 생명과 안전보다 특정 집단의 이익을 더 우선시하는 사람...

무릇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했다. 점점 거세지는 한국당발 인재영입 논란은 이 정당이 사회공동체의 보편적 상식과 얼마나 괴리돼 있는지를 극명하게 드러내준다.

한국당과 황 대표가 만들어가려는 세상이 저들의 면면과 삶의 이력 속에 고스란히 투영돼 있다. 한국당이, 그리고 황 대표가 꿈꾸는 세상은 '미래'가 아니라 '과거'다. 그 겨울 광장을 환히 밝히던 촛불을 경험하고도 그런 세상을 맞이해야 한다면, 나는 자괴감에 한동안 하늘을 올려다보지 못할 것 같다.

  1. Favicon of https://chamstory.tistory.com BlogIcon 참교육 2019.11.05 04:15 신고

    소름이 끼칩니다
    농담이라도 그런 말을 싫습니다.
    * 눈에 *밖에 안보인다고.... 저런자가 공당의 대표라는 게 소름끼칩니다.

  2. Favicon of https://xuronghao.tistory.com BlogIcon 공수래공수거 2019.11.05 06:46 신고

    말을 조삼모개 하는 인물은 믿을수가 없습니다
    쳐다 보면 소화불량에 걸릴 정도입니다.

  3. Favicon of http://http:/ ksh41350@daum.net BlogIcon aldka 2019.11.05 08:20

    민주주의는 국민의 정신을 먹고 자란다, 고 합니다.
    언제 우리 국민 사람보는 눈을 가질까요?

  4. Favicon of https://astrota.tistory.com BlogIcon ChiTu 2019.11.05 11:04 신고

    이길 생각이 없는 한심한 인물들. 현 정권의 지지자들이 흔들리고 있고 떨어져 나갈 때 그들을 끌어 모으기 위해 별짓을 다 해도 모자랄판에 똥볼만 기가막히게 차고 있네요

  5. Favicon of https://yeogangyeoho.tistory.com BlogIcon 여강여호 2019.11.05 14:37 신고

    박찬주가
    딱 황교안이고 한국당입니다.

  6. Favicon of https://moonsaem321791.tistory.com BlogIcon 선한이웃moonsaem 2019.11.05 20:12 신고

    황교안식 유신시대가 올려나요? ㅠㅠ

  7. Favicon of https://thore.tistory.com BlogIcon 꿩국장 2019.11.05 21:11 신고

    뉴스 보고 깜놀했어요
    사람들이 다 잊은줄 아나?
    그렇게 우리가 우습게 보이나 싶었어요

  8. Favicon of https://doolytubbies.tistory.com BlogIcon 둘리토비 2019.11.06 01:29 신고

    철저히 그 가능성부터 차단해야 하겠지요.
    지금은 그것부터 생각해서 방법들을 실행할 때입니다~

ⓒ 구글이미지 검색

 

아들이 집을 나갔다. 둘째인 아들은 이제 8살, 초등학교 3학년이다. 그런 아들이 생애 처음 어제 외박을 했다. 첫째 딸은 5학년 때 -기억이 조금 가물가물하다- 처음으로 집을 나갔는데 이 놈은 그보다 두 해나 더 빨리 집을 나갔다. 사내라 그런가? 

생각해보니 소싯적 내가 처음 집을 나간 건 고등학교 때였던 것 같다. 집안 분위기가 워낙 엄했을 뿐더러 그땐 학생 신분으로 외박을 한다는 건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던 시절이었다.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처음 외박했을 때의 느낌을. 집을 벗어날 수 있다는 사실이 짜릿했고, 그 때문에 아주 들떠 있었다.

그 후 외박이 잦아졌다. 처음이 어려웠지 한 번 경험해 보자 다음 번엔 아주 쉬웠다. 중간고사다, 모의고사다 이런 저런 핑계를 대고 자주 밖으로 나돌았다. 술, 담배는 하지 않았지만 친구집, 당구장, 독서실 등을 수시로 드나들었다.

 

고리타분한 가르침과 훈계, 당시로는 이해하기 힘든 엄마의 잔소리로부터 해방된 순간, 눈 앞에 별천지가 펼쳐졌다. 신세계였다. 집에서는 누구도 말해주지 않았던 것, 절대 배울 수 없는 것들이 나를 흥분케 했고, 전율하게 만들었다. 그 맛을 진작에 알았더라면, 나도 아들처럼 하루라도 더 어렸을 때 집을 나갔을 텐데.

그렇다고 공부를 등한시하지는 않았다. 독서실에서 친구들과 짤짤이를 할 때도 영어단어를 외웠고, 시험 전날 친구집에 모여 고스톱을 칠 때도 부러 광을 팔면서 암기할 것들을 쭈욱 훑고는 했다. 그렇게 싸돌아 다니고도 2~3학년 내내 내신 1등급을 유지할 수 있었던 나름의 비결이다.

성적이 떨어지면 어렵사리 얻어낸 자유를 다시 빼앗길 수 있다는 생각에 더 열심히 했던 것 같다. 친구들도 이런 날 신기해했다. 밤새 같이 놀아도 성적이 좋게 나오는 나를 별종이라 여기는 듯 했다. 그 시절, 한데 어울려 밤길 깨나 휘젓고 다녔던 그 친구들은 지금도 '베프'로 남아있다.

살아보니 십 년, 이 십년, 삼 십년이 하루 같다.  어른이 되기만을 목놓아 기다리던 소년은 어느새 반백의 장년이 됐다. 봄에서 여름, 여름에서 가을, 그리고 겨울. 인생도 그와 같다고 생각한다.  아득한, 그러나 한편으론 아련한 내 유년 시절의 기억들이 가을 바람을 타고 집 앞을 이리저리 뒹둘고 있다.  

 

무섭다며 한방 중에 엄마-아빠 방으로 쪼르르 달려오는 아들이, 저거 저거 언제 사람되나 싶던 아들이 어제 외박을 했다. 'sleep over'를 기다리며 몇 날 몇 일을 해맑게 웃던 아들의 얼굴을 기억한다. 그 모습 속에는 셀레는 마음 주체할 수 없던 30년 전의 내가 있다.

엄마-아빠가 세상의 전부였던 아들이 이제 또 다른 세상에 한 걸음 다가가려 하고 있다. 아빠가 그랬던 것처럼 아들도 세상과 부딪히면서 소년으로, 청년으로, 그리고 남자로 성장해 갈 테다. 때로 힘들고, 때로 어려울지라도 당당히 맞서기를.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넉넉히 품어주기를. 치열하게 사랑하기를...  

 

세상 밖으로 첫 발을 내딛은 아들을 응원한다. 

  1. Favicon of https://toreerang.tistory.com BlogIcon 토리의추억 2019.11.03 10:37 신고

    아, 미리 계획을 세워놓고 친구집에 가서 자고 오나봐요.
    제가 어릴 때 워낙 약하게 자라서 고등학교 3학년때 친구집에서 첫 외박을 하게 됐는데
    어머니께 전화를 했더니 어머니께서 아주 이~~상한 상상을 하셔서 제 기분을 붕괴시키셨던
    기억이 납니다. ㅎ
    다 자라서도 그렇지만 나혼자 우리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지낸다는 게 초등학생의 나이땐 정말 신비로울만큼 설레는 일이죠.
    다음에 또 들르겠습니다. 화목한 가정 되세요.

  2. Favicon of https://moonsaem321791.tistory.com BlogIcon 선한이웃moonsaem 2019.11.03 14:39 신고

    행복한 마음으로 외박을 할 수 있는 아드님이 부럽네요.
    아이들과 오래 살아보니 아이들의 문제를 따라 가다 보면 그 끝에 부모님이 서 계시더군요.
    무지무지하게 힘들거나 화나거나, 지친 얼굴로 요.... ㅜㅜ

  3. Favicon of https://doolytubbies.tistory.com BlogIcon 둘리토비 2019.11.03 21:44 신고

    이게 아빠의 마음이란 것이죠?ㅠㅠ

    저는 가출한 전력이 없어서 잘은 모르지만,
    특히 입대를 하게 될 때 유난히 아쉬워 하시던 아버지의 모습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네요^^

  4. Favicon of https://xuronghao.tistory.com BlogIcon 공수래공수거 2019.11.04 09:15 신고

    사전에 이야기 한다면야 머라 할일은 아니네요.
    처음이라 살짝 염려 되기는 하겠습니다.ㅎ

  5. Favicon of https://yeogangyeoho.tistory.com BlogIcon 여강여호 2019.11.04 14:17 신고

    결국엔 아이가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
    늘 간섭으로 비춰지는 지나침이 문제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 자유한국당 홈페이지

 

정당은 대의민주주의를 신장시키기 위해 시민의 투표를 독려하고, 투표율을 증진시키기 위한 다양한 방법과 방안들을 강구해야 할 책무가 있다. 대의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대부분의 국가들이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다.

대한민국에도 투표율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정당이 하나 있다. 그런데 이 정당은 아주 기묘하다. 다른 여타 국가들이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수고를 아끼지 않는데 반해, 이 정당은 그쪽으로는 아예 관심이 없거나 되레 시민들이 투표를 많이 할까봐 두려워 하기 때문이다. 

낮은 투표율에 기대 정치생명을 연명하려는 정당이 대의민주주의의 근본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그러나 이 정당은 민주정부 10년과 문재인 정부 2년을 제외하면 단 한 번도 정권을 내려놓은 적이 없다. 사정이 이러하니 기이하다고 말할 수밖에.

눈치챘겠지만 투표율이 높아질까봐 노심초사하는 주인공은 바로 자유한국당이다. 지난 2014년 국민참정권 확대 차원에서 현행 '만 19세 이상'에게 주어지는 투표권을 '만 18세 이상'으로 하향 조정하는 방안이 정치권 안팎으로 강하게 대두된 바 있다.

그러나 이 논의는 활발히 이어지지 못했다.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현 한국당)의 강력 반발로 투표연령 하향 조정의 불씨가 사그라들었기 때문이다.

 

투표연령 하향에 반대하는 한국당의 기조는 지금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선거연령 조정에 반대하는 한국당의 속내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젊은층이 투표에 참여하게 될 경우 선거판도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에서는 18세 연령이나 이런 것은 너무나 파장이 커서 수용이 어렵다, 오차 범위내 초접전 지역이 대부분인데 전체 선거의 절반이 수도권인데 선거연령을 줄이는 것은 부담스러운 제안이다" (2014년 원유철 원내대표)

"우리의 전략은 이 중간층이 이쪽도 저쪽도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아듣지를 못하겠다면서 투표 자체를 포기하도록 하는 것이다"(2012년 박근혜 캠프 김무성 선대본부장)

국회의원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 믿기 힘든 어처구니없는 인식에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이들의 주장은 한마디로, 선거연령 하향이 전체 선거 판세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는 얘기다. 이런 자들이 집권당의 대표-원내대표를 역임했으니 이 나라 민주주의가, 정치가 제대로 작동했을 리 만무했을 터다.

대의민주주의에 역행하는 한국당의 모습은 투표시간연장 거부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들은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투표시간을 연장해야 한다는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요구를 번번이 묵살해 왔다.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사자방 사업'으로 사라진 수 십조 원의 혈세를 상기해보라. 그에 비하면 투표시간 연장에 필요한 100억 원의 비용은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 선거 때마다 정부와 선관위, 지자체가 홍보예산을 들여 투표 참여 캠페인을 벌이는 것과 비교해도 그렇다. 이는 비용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 의지의 문제다. 

대의민주주의는 정책 결정의 권한을 대표자에게 위임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시민들은 직접 투표를 통해 자신들의 정치적 의사를 대리할 사람을 선출하고 그에게 정책 결정을 위임한다. 

따라서 대의민주주의가 올바르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투표율이 높아야 한다. 투표율이 낮으면 낮을수록 대의민주주의의 의미는 퇴색할 수밖에 없으며, 선출된 이들의 대표성 역시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투표율은 해를 거듭할수록 떨어지고 있다. OECD 국가들 중 최하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투표율은 대의민주주의의 근본 취지를 무색하게 만든다. 

각계각층에서 민주주의의 위기를 말하고 있는 것도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투표율과 무관하지 않다. 그런 면에서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 마련이 대의민주주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시대적 과제임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대한민국의 정당은 투표율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대의민주주의의 확장을 위해 투표율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정당과 투표율이 높을까봐 불안해하는 정당이 바로 그렇다. 

이 둘 중 누가 대의민주주의를 망치고 있는지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문제다. 투표 포기전략을 천연덕스럽게 구사하는 정당, 투표율이 낮기만을 학수고대하는 정당, 투표율 제고 방안 마련에 마음이 전혀 없는 정당에게 대의민주주의의 신장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며 자가당착이다. 

(비상식-반지성-반민주-반통일-반평화 친일 수구정당인 한국당이 이 땅에서 사라져야 할 이유는 차고 넘치지만) 그런 면에서 나는 민주주의의 발전과 대의민주주의의 확장을 위해서라도 한국당이 폭삭 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의민주주의를 부정하고 가로막는 정당이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꽃을 피우기는 난망이기 때문이다.

한국당이 죽어야 나라가 산다. 이 역설 속에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대의민주주의의 운명이 달려 있는지도 모른다.

 

  1. Favicon of https://heysukim114.tistory.com BlogIcon *저녁노을* 2019.11.01 05:55 신고

    추종하는 사람들이 있으니...그게 문제인 듯...ㅠ.ㅠ

  2. Favicon of https://xuronghao.tistory.com BlogIcon 공수래공수거 2019.11.01 07:23 신고

    폭망해야만 합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보수당이 일단은 여러개로 깨져야 합니다.

  3. Favicon of https://a84888008.tistory.com BlogIcon 골드만78 2019.11.01 09:53 신고

    공감 누르고 갑니다!
    즐거운 금요일 되세요^^

  4. Favicon of https://moonsaem321791.tistory.com BlogIcon 선한이웃moonsaem 2019.11.01 22:06 신고

    '투표율 높아질까 봐 걱정하는 당' 정말 공감이 되네요.
    요즘 영입 하는 수준을 보니 한국 당 다워요 .
    곧 자폭 하길 ...

  5. Favicon of http://http:/ ksh41350@daum.net BlogIcon aldka 2019.11.03 08:04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선생님의 건승을 기원드립니다.
    정말 어떻게 생긴 사람들이 그런 행동을, 그런 생각을 하는지 한심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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