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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언덕의 그때 그 순간

투표의 필요성 각인시킨 대선후보토론




선관위 주최 대선후보들의 첫 TV토론이 국민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 끝났습니다. 두시간 여 동안 진행된 이 날 토론에 대한 관심은 시청률에서도 드러났습니다. 서울 지역의 실시간 시청률이 무려 29%에 달했고, 점유율은 최고 44.9%에 이른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이만하면 이날 토론이 얼마만큼의 국민적 관심 속에서 치루어 졌는지 짐작하고도 남습니다.


여러분은 이번 토론을 어떻게 보셨습니까?

토론을 시청하신 분들은 알겠지만 이번 토론의 승자는 문재인 후보도 박근혜 후보도 아닌 제 3의 인물 이정희 후보였습니다. 이를 증명하듯 토론 후 언론 및 트위터 페이스북 등의 실시간 댓글에는 이정희 후보의 토론 발언 및 이에 대한 시청 후기가 봇물터지 듯 올라오고 있습니다. 


이정희 후보, 정말 대단했습니다. 가슴 속에 숨겨진 비수를 꺼내 박근혜 후보의 치부를 적나라하게 들어내 보이는 강단과 토론을 진행하는 논리정연함까지, 마치 토론이란 이렇게 하는 것이다라는 교본을 보여주는 것 같은 인상을 국민들이 받았을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이에 반해 박근혜 후보는 역시 토론을 위한 준비가 정말 부족했고, 기본적으로 토론을 이끌어 나가는 능력과 자질이 너무 부족하다는 인상을 주었습니다. 상대방 후보가 속해있는 당의 의원 이름을 잘못 호명한 것은, 작은 실수라고 치부해 버릴 수 없는 박근혜식 무지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보여집니다. 박근혜 후보는 이전에도 이산화탄소를 이산화까스로, 인혁당을 민혁당으로, 국회의원 사퇴를 대선후보사퇴로 잘못 발언하는 등의 전례가 있었습니다. 이처럼 같은 실수가 반복되는 것은 이것이 실수가 아닌 무지이며 자질의 문제라는 것을 스스로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자신의 내놓은 정책에 대한 답변에서 조차 내용을 제대로 숙지하고 있는 못한 듯한 발언을 하는 모습은 박근혜 후보가 얼마나 준비되지 않은 후보인지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그러나 사실 제가 여러차례 지면을 통해서 밝힌 바 있듯이 토론회의 자리에서 정책과 공약을 검증하기에는 시간과 방법 등에서 큰 제약이 따르게 마련입니다. 따라서 유권자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각 후보들이 상대방의 공세에 얼마나 논리적이며 타당한 근거를 제시할 수 있는가, 자신이 제시한 정책과 공약들에 대해서 얼마나 진실된 마음을 가지고 국민에게 어필할 수 있는가, 그리고 정책과 공약에 대해 확실한 실현의지를 얼마나 보여줄 수 있는가를 확인하는 정도일 뿐입니다. 그런데 이번 토론회의 방식이 언론을 통해 보도된 바와 같이 박근혜 후보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편성되었음에도 박근혜 후보는  전혀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많은 정치평론가들과 정치관계자들이 박근혜 후보에 대해서 평가하고 있는 것처럼 그저 암기하고 외우고, 족집게 과외를 받는다고 해서 덮어질 문제가 아닌 것이지요.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가 방송과 언론을 통해서 늘 해오던 말이 있습니다. 박근혜 후보가 준비된 대통령이라는 것이지요. 과연 그럴까요? 그들의 주장처럼 박근혜 후보는 준비가 된 대통령 후보일까요? 예전에 김종인 새누리당 행복추진위원장이 박근혜 후보에 대해 "옛날에 비하면 엄청나게 나아진 거지죠. 그런데 아직 초보 수준이고 자기가 얘기하는 것이 다 알고 얘기하는 것 같지 않습니다"라고 언급한 내용을 눈여겨 보실 필요가 있습니다. 자신이 내세운 공약과 정책에 대한 것도 정확한 개념이 서있지 않다는 것을 어제 토론회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이명박 정권 5년동안 국정운영의 파트너였던 사람이, 집권여당의 실질적 리더였던 사람이 이제와서 이명박 정권의 민생 파탄을 이야기한다는 것, 결국 자기 얼굴에 침뱉는 격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무엇보다 필자의 아연을 실색하게 만든 상황은 "전두환 정권이 박정희 대통령이 쓰던 돈이라며 박근혜 후보에게 6억원을 주지 않았느냐"는 이정희 후보의 질문에 "당시 아버지도 그렇게 흉탄에 돌아가시고 어린 동생들과 살 길이 막막한 상황에서 배려하는 차원에서 준다고 했을 때, 경황이 없는 상황에서 그것을 받았다" "나중에 그것은 다 사회에 환원할 것"이라고 밝히는 대목이었습니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에서도 이 문제가 이명박 후보측으로 부터 제기되었습니다. 그때 박근혜 후보는 분명히 " 경황이 없을 때였는데, 전두환 합수본부장 쪽에서 만나자고 해 청와대 비서실장시로 갔다. 거기서 봉투를 주면서 '이것은 박정희 대통령이 쓰시다 남은 돈이다. 법적 문제가 없다. 생계비로 쓰라'고 전해줘 감사하게 받고 나왔다"고 답한 바 있습니다.


박근혜 후보는 비록 경황 중이라고 표현은 하고 있지만, 그 돈의 출처와 용도는 전혀 개의치 않고 아무런 문제의식도 없이 당시 이명박 후보측의 주장대로 라면 "서울 강남의 30평 은마아파트 30채 값, 현재 자산가치로 300억원"에 해당하는 거액을 감사하게 받고 나왔고, 이를 개인적 용도로 사용해 온 것입니다. 이 돈은 과연 무슨 돈이었을까요? 박정희 대통령이 대통령 월급을 차곡차곡 개인용 금고에 모아둔 돈일까요? 아니지요? 검은돈이자 전형적인 정치비자금입니다. 만약에 박근혜 후보가 양심과 도덕성을 겸비한 사회적 정의를 아는 분이라면 그때 경황 중에 받았다고 하더라도 진작에 사회에 환원시켜야 했을 돈이었습니다. 나중에 환원하시겠다구요? 지금껏 아무 꺼리낌없이 부정한 돈으로 호가호위해 오신 분이 이제 문제가 제기되자 나중에 환원하신다고 말씀을 하고 계십니다. 저자거리의 시정잡배도 저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하물며 박근혜 후보는 대통령에 도전하는 정치인이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그에 준하는 품성과 인격은 물론 옳고 그름에 대한 사회정의의 단호한 원칙 정도는 구비하셔야 하지 않을까요? 


어제 TV토론에 대해서 의견이 분분할 것으로 봅니다. 새누리당은 역시나 아전인수식의 총평을 내 놓았습니다만 대다수의 의견처럼 이정희 대표가 돋보인 토론이었다는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오히려 두 여성 사이에서 중심을 잡으려 애썼던 문재인 후보가 조금 소극적이었다는 평가가 있을 정도로 군계일학이었다고 봅니다. 물론 이 부분이 조금은 우려가 됩니다만, 그 결과가 표심에 어떻게 작용하게 될 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다만 어제 TV토론은 두가지 사실을 확실하게 각인시켜 주었습니다. 


첫째 그동안 왜 박근혜 후보가 토론회를 꺼려왔는가를 여실히 보여주었습니다. 진중권 교수의 의견처럼 "한 쪽은 원리를 완전히 이해했고, 다른 한 쪽은 공식을 달달 외워 시험보러 나온 듯"했습니다.

둘째 우리가 왜 투표를 해야하는 가에 대한 필요성을 각인시켜준 토론이었다는 것입니다. 준비가 되지도 않았고, 평생을 서민과는 전혀 관계없는 삶을 살아왔던 박근혜 후보가 왜 21세기 미래 대한민국의 국가 비전에 부합하지 못하는 가를 명확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지금은 불통과 오만, 독선, 수직적 정치구조가 팽배해있던 20세기 권위주의 시대가 아닙니다. 소통과 공감, 배려, 자율 등의 새로운  시대정신을 요구하는 21세기입니다. 누가 과거로 회귀하는 세력이고, 누가 미래를 지향하는 세력입니까?

투표장에 가야할 이유, 어제의 TV토론이 확실히 그리고 분명하게 각인시켜 주었습니다





*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