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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시절

작은 아버지의 복숭아는 정말 최고였어요! 사람에게는 누구나 잊혀지지 않는 숫자가 하나 쯤은 있다. 주민등록번호, 전화번호, 생년월일...같은 것들 말이다. 전라북도 김제군 용지면 장신리 103번지. 내게는 이 주소가 그렇다. 맞벌이에 정신이 없었던 부모님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 나를 할아버지·할머니 댁에 맡기셨다. 할아버지는 내게 아버지였고, 할머니는 어머니였다. 내 유년 시절의 추억 대부분이 바로 저곳에서 만들어졌다. 봄이면 할머니와 이들 저들로 봄나물을 캐러 다녔고, 여름이면 고사리손으로 산너머 고추밭에서 풀을 뽑았다. 가을에는 앞마당에서 밤과 대추, 감을 땄고, 겨울이면 논두렁에 나가 날이 저물도록 얼음치기를 했다. 새하옇게 눈이 내린 추운 겨울이 오면 할아버지는 손수 재배한 고구마로 구수한 고구마빵을 구워주셨다. 작은 아버지 댁은 .. 더보기
괜찮아, 다 잘 될거야, 힘내... 하늘을 올려다 본다. 일주일만인가. 하늘의 빛깔이 쪽빛이다, 마치 가을의 그 것 같은. 문뜩 저 하늘처럼 내 마음도 높고 푸르고 청아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하루에도 몇번씩 삶이 주는 시험에 빠져 허우적대는 이 가벼움을 탓해야 할까. 마음이 물에 푹 젖은 것 마냥 무거운 하루다. 생명력을 잃어버린 겨울 출근길의 풍경은 조금은 을씨년스럽다. 싱싱함을 잃어버린 숲과 나무와 들판은 지난 여름의 자취가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몇 년을 아침 저녁으로 보아온 풍경들. 생각이 많은 탓일까. 오늘은 낯설고 또 낯설다. 제자리에 있지 않은 것만 같은. 그러나 기실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은 저 풍경이 아니라 마음이라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먼 길을 오랫동안 돌아온 것만 같은 출근길. 일터에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