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에서 박주민 후보는 서울 은평갑에 출마해 당선했다. 더불어민주당(더민주)의 전략 공천을 받았던 그는 '세월호 변호사'로 널리 알려져 있는 인물이다. 지난 1 25일 더민주에 입당한 그를 두고 말들이 많았다. 거리에서, 광장에서 시민들과 함께 했던 그의 성향으로 미루어 진보정당에 입당하는 편이 훨씬 자연스럽기 때문이었다.

박주민 후보가 더민주보다는 진보 정당에 어울린다는 것은 그의 이력이 말해 준다. 그는 세월호 유가족의 법률 대리인을 맡기 이전부터 제주 강정마을과 밀양 송전탑 피해 주민들의 법률지원을 맡아왔다. 또한 경찰차벽과 야간시위 금지조항 등 논쟁적 이슈들의 헌법소원을 제기해 각각 위헌과, 헌법불합치 판결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이렇듯 진보적 가치의 구현을 위해 현장에서 발로 뛰던 그가 진보정당이 아닌 중도성향의 더민주에 입당했으니 사람들이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더민주 입당을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지자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의 의혹어린 시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세월호 때문'이라고.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압승하면 당연히 '세월호 지우기'에 나설 것"이기 때문에 이를 막으려면 "현실적으로 더민주"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세간의 의혹과 의심에 대해 그의 답은 이처럼 아주 단순명료했다.



ⓒ 오마이뉴스


세월호가 지워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 보다 강한 야당의 힘이 필요했다던 박주민 후보는 결국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최홍재 후보를 물리치고 당선됐다. 그가 승리하자 언론의 관심이 그에게 집중됐다. 그러나 그의 당선보다 더 큰 화제거리는 따로 있었다. 박주민 후보의 당선을 위해 인형탈을 쓰고 선거운동을 했던 분들이 세월호 희생자의 부모들이라는 사실이 나중에 밝혀진 것이다. (그들이 자신을 드러내지 않은 탓에 박주민 당선자도 나중에서야 이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이것이 다가 아니다. 희생자의 부모들은 박주민 후보 선거사무소의 청소일을 도맡다시피 했고, 매일 시민들에게 전화를 걸어 적극적으로 선거운동에 나섰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들이 한 마음으로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땀이 비오듯 쏟아지는 인형 안에서 경민이 어머니와 영석이 아버지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선거사무소 구석구석을 쓸고 닦던 권미화씨의 마음은 또 어땠을까.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갑자기 코 끝이 저려온다


오죽했으면, 그리고 얼마나 절실했으면. 심연 가득히 채워져 있을 간절함과 절박함, 진상 규명을 위한 끝모를 허기가 그들을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일 것이다. 국가, 정부, 의회의 철저한 무관심 속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들은 박주민 후보에게 마지막 희망을 걸었을지도 모른다. 결국 그들의 간절한 바람은 이루어졌다. 선거운동 기간 내내 '세월호 마케팅'에 주력했던 박주민 후보는 지역민의 선택을 받고 당당히 국회에 입성했다.

지난 416일은 세월호 2주기였다. 전국 곳곳에 설치된 분향소에는 희생자들을 기리는 추모객들의 발길이 끝없이 이어졌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궂은 날씨였음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시민들이 이날 분향소를 찾아 깊은 애도를 표했다. 세월호를 잊지 않고 기억하려 한다는 점에는 이들의 마음은 박주민 당선자나 유가족들의 그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

그러나 모두가 세월호를 그렇게 인식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새누리당과 더민주, 국민의당은 정치적인 이유를 내세워 세월호 2주기 추모 행사 참석을 공식적으로 거부했다.그들이 말한 정치적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내가 보기엔 행사에 불참하는 것이 그보다는 훨씬 더 정치적으로 비춰진다.

어디 이뿐인가. 세월호 참사 2주기에 진도로 '쫄복탕'을 먹으러 오라는 개념없는 정치인이 있는가 하면, 이 숙연한 날에 술과 고기를 곁들인 단합대회를 여는 새누리당 당원들도 있다. 세월호 참사를 단순교통사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유가족과 희생자들에게 무시무시한 저주와 인신공격을 퍼붓는 사람도 여전하다. 또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처럼 세월호특별법 개정보다 민생을 더 우선시하는 정치인도 있다.



ⓒ 오마이뉴스


세월호를 둘러싼 우리 사회의 반응들은 이렇게 다양하게 나타난다. 당연한 일이다. 이는 어디까지나 개별주체들의 가치와 신념의 문제이며, 인성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저들의 행위 역시 각자가 소신껏 판단하면 그뿐이다.

그러나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세월호를 기억하려는 사람들의 꺽이지 않는 의지와 집념이다. 비록 아무 것도 달라진 것이 없을지라도, 밝혀진 것이 없을지라도 그들의 열정과 노력이 없었다면 세월호 정국이 오늘에 이를 수는 없었을 것이다. 박주민 당선자의 국회 입성 역시 그들의 노력이 만들어낸 빛나는 성과 중의 하나다.

세월호를 기억하려는 사람들의 포기하지 않는 집념과 진실을 향한 염원이 꺼져가던 희망의 불씨를 다시 살려냈다. 희망은 이렇게 만들어지고 채색되어진다. 바라기는 저들의 분투가 현실에서 꼭 열매를 맺게 되기를 고대한다. 사회공동체의 보편적 가치와 상식과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세월호 문제는 우리 사회의 미래와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세월호의 진실을 밝혀내기 위한 진짜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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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saenooree.tistory.com BlogIcon 耽讀 2016.04.19 12:45 신고

    박주만 한 사람이 304명이 지켜줄 것입니다.
    김종인과 더민주 지도부는 철저히 외면했지만, 우리가 함께 하면 됩니다.

  2. Favicon of https://chamstory.tistory.com BlogIcon 참교육 2016.04.19 18:54 신고

    이런분이 국회로 진출해야 하는데... 주권행사 잘못으로 주인이 노예노릇하고 있습니다.

  3. BlogIcon 으라차차 2016.04.19 23:11

    세월호도 중요하지만 학생들 20여명구하다 다친 의인의 치료비도 신경좀 써주세요. 목숨걸고 사람 구하다 다치면 나만 손해다 라는 인식이 퍼져나가면 우리 모두가 죄인이 됩니다.

  4. Favicon of https://doolytubbies.tistory.com BlogIcon 둘리토비 2016.04.20 00:36 신고

    기대하고 있는 한 분입니다.
    국민의 당 원내대표의 망언과도 같은 발언에 정말 기분이 나빴던 하루였습니다.
    박주민, 이분이 부디 굳게 서서 우리 모두를 시원하게 해 주시기를 바라게 됩니다.

  5. Favicon of https://xuronghao.tistory.com BlogIcon 空空(공공) 2016.04.20 08:32 신고

    그나마 박주민변호사가 당선되어 국회에 입성함으로
    그 끈을 놓아 버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응원합니다

16년 만의 '여소야대' 정국을 이끌어낸 20대 총선, 이번 총선을 규정짓는 핵심 키워드는 무엇일까?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나는 '배신의 정치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라고 말하고 싶다.

민의를 무시하는 오만한 권력, 독선과 독단에 빠져있는 무도한 권력,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지 못하는 무능하고 무책임한 권력에 대해 국민들이 단호하게 'No'라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그렇다. 20대 총선은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배신의 정치'에 대해 국민들이 철퇴를 내린 선거였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이후 그들이 시도 때도 없이 국민을 배신해 왔다는 점에서 이 추론은 더욱 설득력을 얻는다. 그렇다면 그동안 그들은 어떻게 국민을 배신해 왔던 것일까? 시간의 흐름대로 하나씩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자.



ⓒ 오마이뉴스



대통령 당선증에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자신들의 집권에 혁혁한 공을 세웠던 노인들을 가차없이 배신했다. 기초노령연금 20만원을 차등없이 지급하겠다고 공언했던 그들은 대선이 끝나자마자 공약을 수정해야 한다고 연막을 쳤다.

당시 심재철 최고의원은 "예산이 없는데 공약대로 하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슬그머니 운을 띄었고, 나성린 정책위부의장은 그보다 한 술 더 떠 "대선 때 기초노령연금을 65세 이상 노인 전부에게 지급한다고 한 적이 없다"며 대놓고 얼굴에 철판을 깔았다. 대선이 끝난 뒤 불과 며칠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대선공약과 관련해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배신은 그 수를 헤아리기가 힘들 정도로 많다. 그들의 배신이 늘어갈수록 학부모들이, 대학생들이, 비정규직들이, 군인들이, 중소기업들이, 중증환자들이, 그리고 힘없는 서민들이 치를 떨어야 했다. 그들은 뻔뻔했고 그리고 아주 치졸했다. 그러나 대선공약집은 저들의 '배신극'을 알리는 서막에 지나지 않았다.

집권 1년 차,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국정원 사건'으로 이 나라의 민주주의와 헌법을 배신했다. 당시 시민사회는 다수의 국가기관이 대선에 불법개입했던 '국정원 사건'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모르쇠로 일관했고, 새누리당은 진상규명을 무력화시키기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민주주의를 유린하고 헌법가치를 짓밟았던 '국정원 사건'은 진상규명에 실패한 채 어둠 속으로 묻히고 말았다.

기막힌 것은 이 사건과 관련된 자들의 신상필벌이다. 사건의 전모를 밝히려는 자들은 하나같이 좌천되거나 옷을 벗어야 했고, 반대로 사건을 은폐하는데 협력한 자들은 모두 무죄를 받거나 영전을 했다. '국정원 사건'은 권력에 굴복하거나 복종을 하면 상급을, 대항을 하면 처철한 응징과 보복을 당한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준 사건이었다.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이런 방식으로 민주주의와 헌법, 그리고 정의를 갈망하는 시민의 염원에 재를 뿌렸다.

집권 2년 차에는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다. 선박의 운항에서부터 사건 대응, 수습에 이르기까지 이 사건은 박근혜 정부의 무능과 태만, 무책임이 빚어낸 충격적인 참사였다. 그러나 진짜 공포는 따로 있었다. 분초를 다투는 위급한 상황임에도 국가위기관리시스템은 전혀 작동하지 않았고,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해경은 승객이 아닌 선원 구조에 열중하고 있었다. 국민들이 영문도 모른 채 스러져가던 그 시각, 대통령의 행방은 여전히 국가기밀로 남아있다.

참사의 원인을 밝혀내고 진상규명에 최선을 다하겠다던 박 대통령의 약속은 이번에도 무참히 깨졌다. 그는 어느 순간부터 '세월호' ''자도 입에 담지 않는다. 새누리당 역시 '국정원 사건' 당시와 똑같은 모습으로 일관하며 유가족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 그들은 '더운 날씨'까지 탓해 가며 작정하고 국정조사를 누더기로 만들었다. 그들은 이번에도 유가족들과 진실을 원하는 시민들을 철저히 배신했다.



ⓒ 연합뉴스 TV 화면 갈무리



집권 3년차가 되어도 상황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그들은 '세월호 참사'를 겪었음에도 여전히 '메르스'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이 과정에서 국가위기관리시스템은 또 다시 작동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국민들은 한달이 넘도록 극심한 공포와 두려움 속에 떨어야만 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지 못하는 박 대통령과 정부여당에 의해 국민들은 또 한번 배신을 당해야만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다수 국민의 반대하는 국정교과서를 부활시켰고, 일본과 굴욕적인 위안부 협상을 합의하기도 했으며, 시민의 권리와 인권을 위축시키는 '테러방지법'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또한 비정규직과 시간제 일자리를 양산하고 임금 삭감과 쉬운 해고를 가능하게 하는 '노동개악'을 추진하고 있는가 하면, 재벌과 대기업을 위한 경제활성화법안을 서민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법안이라며 기만하고 있다



이처럼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국정운영은 '배신'으로 점철되어 왔다고 해도 무방할 지경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의는 철저히 무시한 채 오만과 독선의 일방적 통치만 고집해 왔으니 그들이 국민들로부터 심판받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가만. 박 대통령은 알고 있었을까? '배신의 정치'를 심판해 달라는 주문이 부메랑이 되어 자신의 뒷통수를 후려치게 될 줄을. 대통령의 간곡하고 간절한 요청을 잊지 않고 투표로 화답한 국민들. 이들의 '시크함'에서 나는 대한민국의 희망을 본다. 역시 우리 국민은 현명하고 그리고 위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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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saenooree.tistory.com BlogIcon 耽讀 2016.04.16 09:55 신고

    국민은 이번에 배신자를 심판했습니다.

  2. BlogIcon dd 2016.04.16 11:14

    어후 제목이 촌철살인이네요. 속이 다 시원하군요.

  3. BlogIcon 강지호 2016.04.16 12:21

    아하하하하. 기분 좋다.
    본래 제가 남을 비하하는 건 싫어하지만 이건 그럴 수 밖에 없네요.

  4. Favicon of https://chamstory.tistory.com BlogIcon 참교육 2016.04.16 16:52 신고

    아직도 청소해야 할 인간쓰레기들이 몇명 남아 있던데요. 유권자분들 정신 좀 차렸으면 좋겠습니다.

  5. Favicon of https://doolytubbies.tistory.com BlogIcon 둘리토비 2016.04.17 23:47 신고

    잠시 숨은 돌릴 수 있겠지만,
    그동안 너무나 많이 당했습니다.

    사진만 봐도 구역질이 날 정도로 지긋지긋합니다.
    새로 짜여진 정치지형에서 야권이 정말 할일이 많아 보입니다~

  6. Favicon of https://xuronghao.tistory.com BlogIcon 空空(공공) 2016.04.18 08:43 신고

    다른거 볼거 없고 대구 지역의 투표율만 보면 압니다^^

  7. 알 수 없는 사용자 2016.04.18 09:42

    기분이 좋네요. ㅎㅎㅎ대선때도 제댏 심판됬으면 좋겠어요. 잘 읽고 갑니다

  8. Favicon of https://sophist.entinfo.net BlogIcon 소피스트 지니 2016.04.18 19:56 신고

    이번선거는 정말 기대이상이었습니다. 아니 기대하지 않았던 일이 벌어졌더랬죠.
    조금 더 심판해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지만, 우리 국민들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음을 보여준 것으로 충분히 만족합니다.

  9. 다른 대선때를 한번 더 기대해봅니다.ㅎㅎ

어느새  4 12일이다. 세간의 이목은 온통 하루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 쏠려 있다. 여야 정치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유권자의 표를 하나라도 더 끌어 모으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그들의 움직임을 따라, 입을 따라 대중의 시선도 함께 움직인다.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처럼 총선이 모든 이슈를 집어삼키고 있다.

그래서일까. TV를 틀어도 신문을 펼쳐 봐도, 포털사이트를 훑어보고 SNS를 들여다 봐도 온통 선거와 관련된 이야기 뿐이다. 이해할 수 있다. 총선은 앞으로 4년 동안 국가와 국민을 위해 봉사할 일꾼을 뽑은 중요한 국가 행사가 아닌가.

그런 면에서 총선 관련 뉴스를 대량 송출하는 언론과 그 정보를 빠르게 소비하는 대중들의 모습은 지극히 자연스럽다. 그런데 한편으로 이 당연한 풍경이 불편하고 야속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 떫디 떫은 감을 씹은 듯한 껄끄러움이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는 것은 왜일까.

벚꽃과 목련이 흐드러지게 피어 오르고, 개나리와 진달래, 각양각색의 봄꽃들이 수줍게 얼굴을 내밀던 4월의 어느날 아이들이 갑자기 사라졌다. 들뜬 마음으로 수학여행길에 올랐던 아이들이 허무하게 바다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따뜻하고 화사하기만 했던 2년 전 어느 봄날의 일이다.



ⓒ오마이뉴스



그날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처음에는 '설마'했었다. 대형 여객선이 침몰할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고 솔직히 이해도 안됐다. 오보이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실시간 속보에 귀를 기울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정부의 '전원 구조' 발표가 나왔다. 그러면 그렇지. 놀란 마음이 진정되고 걱정이 안도로 바뀌었다.

그러나 이 안도감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정부의 발표가 오보로 밝혀지자 상황은 순식간에 뒤바꼈다. 국민들은 충격에 빠졌고 유가족들은 애타는 마음에 발만 동동 굴렸다. 오보 이후 주류 언론들은 정부가 최대 인력을 투입해 구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앞다투어 보도하기 시작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설마'하는 마음을 지우지는 않았다.

그 이후에 벌어진 일들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대로다. 나는 이처럼 끔찍한 비극과 재앙을 일찌기 본 적이 없다. 최대인력을 투입해 구조에 나섰다는 정부의 발표는 거짓으로 드러났다. 주류 언론은 현장의 상황과는 전혀 다른 장면을 내보내며 국민을 철저하게 우롱했다. 국민들은 TV 모니터를 통해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잔인하고 공포스런 장면을 지켜봐야 했다.

정부는 '우왕좌왕' '허둥지둥'을 반복한 끝에 골든타임을 날려버렸고, 현장에 출동했던 해경은 구조가 아닌 '구경'을 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언론은 마치 정부와 해경이 구조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처럼 사실을 호도하기에 급급했다. 지금와서 돌이켜 보면 그 당시 정부와 해경, 그리고 주류 언론이 보여준 행태는 잘 짜여진 한편의 '기만극'이나 다름이 없었다. 국민들은 TV 모니터를 통해 악랄하고 저질스런 상황극을 보고 있었던 셈이다.

그러나 비극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참사의 원인과 책임 규명을 밝히는 과정에서 국민들은 또 한번의 지독한 절망을 경험해야만 했다. 청와대와 정부는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는 것을 극도로 꺼려했고, 새누리당은 국정조사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그들은 유가족들에게 망언을 내뱉는가 하면,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국민들을 '종북세력'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무능과 무책임에 이어 무개념까지. '세월호'가 바다 깊은 어둠 속에서 밝은 곳으로 나오지 못하는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가장 눈여겨 봐야 할 인물은 다름 아닌 박근혜 대통령이다. 참사 당일 감쪽같이 사라졌던 그는 이후 '구조의 아이콘'이 되어 나타났다. 구조에 실패한 뒤에는 세상 모든 죄를 짊어지고 가는 '어린 양'으로 변신했다. 사과도 하고 각고의 노력 끝에 눈물도 흘렸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였다. 참사에 대한 거센 비난과 비판이 사그라들 조짐을 보이자 그는 더이상 '세월호' ''자도 꺼내지 않았다. 내게는 국가기밀로 남아있는 '7시간의 미스터리'보다  그의 '무정함' '무심함'이 더 미스터리다.



'세월호 인양 콘서트' 포스터 하단 ⓒ세계일보



그러나 '세월호'에 무심하고 무관심한 것이 어디 대통령 하나에 그칠까. 얼마전 세월호 특조위가 주최하는 2차 청문회가 열렸다. 청문회는 몇몇 새로운 사실들이 밝혀내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지만 대중의 주목을 끌지는 못했다. 지상파에서 생중계하지 않은 점, 총선 이슈에 묻혀버린 탓일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속절없이 흘러버린 시간의 영향이 크다.

영원할 것 같던 사랑도, 꺼지지 않을 것만 같던 정열도 시간 앞에서는 무력해지기 마련이다. '세월호'라고 해서 왜 다를까. 더욱이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 아니던가. 2년의 세월은 우리 안에 있던 뜨겁고 강렬한 열기, 터질듯한 분노와 울분을 무뎌지게 하고 순화시키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세월호'를 향한 대중의 식어버린 마음을 이해 못 할 것은 아니다. 세월의 무게를 감당할 인간은 그 어디에도 없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더 아리고 아프다. 그것을 인정해 버리는 순간 우리가 믿고 있는 가치 역시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기 때문이다. 그것이 정의든 양심이든, 사랑이든 열정이든, 꿈이든 소망이든, 젊음이든 추억이든 우리가 세월의 흐름에 굴복해 버린다면 그것들은 더 이상 우리의 것이 될 수 없다. 안타까운 것은 '세월호'를 바라보는 대중의 무심함이 아니라 그들이 잃어버리고 있는 가치의 소중함이다.

오는 4 16일은 '세월호 참사' 2주기다. 나는 '세월호'를 여전히 기록으로 남기고 있다. 그날 이후 2년 가까이 해 오고 있는 일이다.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들이 '세월호' 속에 살아 숨쉬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누군가에는 '아직도'의 문제이겠지만 나에게는 '여전히'의 문제다. 내가 '세월호'를 기억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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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saenooree.tistory.com BlogIcon 耽讀 2016.04.12 08:12 신고

    2014년 4월16일 그날을 잊을 수가 있을까요?
    1980년 5월18일 광주를 잊을 수 없듯이.
    국가와 대통령은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했습니다.
    기억하고, 기억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2. Favicon of https://xuronghao.tistory.com BlogIcon 空空(공공) 2016.04.12 08:23 신고

    저도 생생히 기억합니다
    전원 구조라는 보도가 나올때 안도의 한숨을 쉬었더랬습니다
    그런데..그런데..

  3. Favicon of https://chamstory.tistory.com BlogIcon 참교육 2016.04.12 19:03 신고

    절대로 잊을수도 잊어서도 안됩니다. 우리모두가 죄인입니다. 세월호에 관한한...

  4. Favicon of http://blog.naver.com/cto_hwangga BlogIcon morgin 2016.04.12 23:22

    세월호 참사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어요. 얇은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들도 있었지만 읽으면서 처음 알게 된 사실들도 많더군요.
    대부분은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것들이었습니다.
    대한민국은 불안 공화국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물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불안이 가득합니다.
    더 안전한 사회를 위해서는 세월호를 결코 잊지 않고, 더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런 노력을 가장 많이 기울여야 할 사람이 오히려
    그 노력들을 좌절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네요... ㅠ

  5. Favicon of http://koeiking11.tistory.com/ BlogIcon 비가오면 2016.04.13 11:08

    세월호....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써 절대로 잊을수 없는 사건인것 같습니다 ㅠㅠ
    좋은 글 감사합니다

  6. Favicon of http://halsun@hanmail.net BlogIcon 여활선 2016.04.15 16:41

    인류는 통제를 용이하게 하기 위하여 조직화와 전문가를 양산 합니다!
    이들은 독재의 코드와 노예코드를 가집니다!
    커퓨터와 같이 빠른 계산능력을 보유하지만 인간성도 창의성도 없습니다!
    이들은 기계 처럼 알파고 처럼 2차원적 존재 입니다!
    그리고 이들은 골목길 깡패 입니다!
    또 다른 인류는 노예 방관자로 골목길 담장과 같습니다!
    한사람 한사람 민주주의자 즉 노예가 아닌 스스로 황제로 거듭 나야 합니다!

  7. Favicon of http://halsun@hanmail.net BlogIcon 여활선 2016.04.15 16:44

    인류는 노예이고 독재자들은 인류의 습성을 100% 활용 통제 합니다!
    한사람 한사람 민주주의의 참 뜻을 이해하여 사육 되는 노예가 아닌
    황제로 거듭나야 합니다!

  8. Favicon of http://halsun@hanmail.net BlogIcon 여활선 2016.04.15 16:51

    웬? 노예 웬사육?
    모든 사안을 판단하고 스스로 결정하면 황제이고 남의 결정을 따르는 자는 노예 입니다!
    현재 인류는 전문이라는 미명 아래 전문 분야를 인정하는데 각 분야의 전문가는
    해당 분야의 세계가 전부인 줄 압니다!
    알파고가 바둑을 의미 없이 두지만 인간을 이깁니다!
    전문가도 아무 의미 없이 전 인류를 이기고 스스럼 없이 지배 합니다!
    이에 비전문가는 비판 없이 따릅니다!
    가장 중요한 건 내가(의견,넛이) 없습니다!

  9. Favicon of http://halsun@hanmail.net BlogIcon 여활선 2016.04.15 16:51

    웬? 노예 웬사육?
    모든 사안을 판단하고 스스로 결정하면 황제이고 남의 결정을 따르는 자는 노예 입니다!
    현재 인류는 전문이라는 미명 아래 전문 분야를 인정하는데 각 분야의 전문가는
    해당 분야의 세계가 전부인 줄 압니다!
    알파고가 바둑을 의미 없이 두지만 인간을 이깁니다!
    전문가도 아무 의미 없이 전 인류를 이기고 스스럼 없이 지배 합니다!
    이에 비전문가는 비판 없이 따릅니다!
    가장 중요한 건 내가(의견,넛이) 없습니다!

  10. Favicon of http://halsun@hanmail.net BlogIcon 여활선 2016.04.15 16:51

    웬? 노예 웬사육?
    모든 사안을 판단하고 스스로 결정하면 황제이고 남의 결정을 따르는 자는 노예 입니다!
    현재 인류는 전문이라는 미명 아래 전문 분야를 인정하는데 각 분야의 전문가는
    해당 분야의 세계가 전부인 줄 압니다!
    알파고가 바둑을 의미 없이 두지만 인간을 이깁니다!
    전문가도 아무 의미 없이 전 인류를 이기고 스스럼 없이 지배 합니다!
    이에 비전문가는 비판 없이 따릅니다!
    가장 중요한 건 내가(의견,넛이) 없습니다!

  11. Favicon of http://halsun@hanmail.net BlogIcon 여활선 2016.04.15 16:51

    웬? 노예 웬사육?
    모든 사안을 판단하고 스스로 결정하면 황제이고 남의 결정을 따르는 자는 노예 입니다!
    현재 인류는 전문이라는 미명 아래 전문 분야를 인정하는데 각 분야의 전문가는
    해당 분야의 세계가 전부인 줄 압니다!
    알파고가 바둑을 의미 없이 두지만 인간을 이깁니다!
    전문가도 아무 의미 없이 전 인류를 이기고 스스럼 없이 지배 합니다!
    이에 비전문가는 비판 없이 따릅니다!
    가장 중요한 건 내가(의견,넛이) 없습니다!

  12. Favicon of http://halsun@hanmail.net BlogIcon 여활선 2016.04.15 16:51

    웬? 노예 웬사육?
    모든 사안을 판단하고 스스로 결정하면 황제이고 남의 결정을 따르는 자는 노예 입니다!
    현재 인류는 전문이라는 미명 아래 전문 분야를 인정하는데 각 분야의 전문가는
    해당 분야의 세계가 전부인 줄 압니다!
    알파고가 바둑을 의미 없이 두지만 인간을 이깁니다!
    전문가도 아무 의미 없이 전 인류를 이기고 스스럼 없이 지배 합니다!
    이에 비전문가는 비판 없이 따릅니다!
    가장 중요한 건 내가(의견,넛이) 없습니다!

  13. Favicon of https://sophist.entinfo.net BlogIcon 소피스트 지니 2016.04.18 19:58 신고

    박근혜의 무정함과 무심함이란 단어에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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