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마이뉴스


20명.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가 후보자 딱지를 떼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숫자다. 일단 첫 고비는 넘겼다. 난항을 겪던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20일 우여곡절 끝에 인사청문특별위원회를 통과했다. 특위는 이날 자유한국당이 불참한 가운데 전체회의를 열어 김명수 후보자에 대해 적격 의견과 부적격 의견을 병기하기로 합의하고 보고서를 채택했다. 보고서는 21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 보고될 예정이다.

김명수 후보자가 국회 인준 문턱을 넘기 위해서는 야당으로부터 적어도 20명 이상의 찬성표를 얻어야 한다. 인준에 찬성하는 의석수는 현재로서는 최대로 잡아도 130석에 불과하다. 민주당(121석)과 정의당(6석), 새민중정당(2석)에 정세균 국회의장까지 포함한 수치다. 임명동의안은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 찬성으로 통과되기 때문에 요건을 갖추려면 찬성표가 최소한 150석은 확보돼야 한다.

150석의 상징성은 지난 11일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에서 명징하게 드러난 바 있다. 당시 표결에는 293명이 출석했고 과반 기준선이 147석이었다. 표결 결과는 드라마틱했다. 찬성 145표, 반대 145표, 무효 2표, 기권 1표로 표가 갈린 것이다. 헌재소장 임명동의안은 그렇게 단 2표가 모자라 결국 부결됐다. 헌정사상 최초였다. 인준 부결의 후폭풍이 얼마나 거셌는지는 지난 한 주가 여실히 말해준다. 150석 확보의 중요성이 그만큼 커진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일찍부터 인준 반대를 당론으로 정했다. 지금까지 드러난 성향과 기조로 짐작컨대, 한국당은 문재인 정부 임기 내내 협치와는 담을 쌓고 지낼 가능성이 크다. 정부여당이 실족해야 한국당에게 기회가 생긴다. 협조해봐야 그 공의 대부분이 야당이 아닌 정부여당의 몫으로 돌아가는 현실적인 부분도 무시할 수 없다. 참여정부 당시 같은 전략으로 톡톡히 재미를 본 경험도 있다. 문재인 정부의 인사와 정책에 건건이 반대하는 이른바 '발목잡기'는, 한국당의 대정부·대여 전략의 '상수'다.

대법원장 인준 표결과 관련해 한국당의 전략은 헌재소장 인준 당시와 대동소이하다. 인준 부결의 강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한국당은 의원들에 대해 해외 출장 금지령을 내리는 등 비상대기 체제에 돌입했다. 한명의 이탈자도 없이 인준 부결에 한표를 던지겠다는 뜻이다. 김명수 후보자에 대해 부정적 이미지를 심기 위한 여론전에도 힘을 쏟고 있다. 종교적 신념이 강한 의원들을 겨냥해 김명수 후보자가 동성애 옹호론자라는 주장을 펴는가 하면, 베네주엘라의 예를 들며 대법원장을 잘못 뽑으면 나라가 망한다는 억지 궤변까지 늘어놓고 있다.

외부적으로는 헌재소장 인준 부결에 공조했던 국민의당과 연계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20일 정우택 원내대표가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를 찾아가 부결에 협조해줄 것을 당부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그런가 하면 한국당은 민주당·국민의당·무소속 의원들의 반란표를 이끌어 내기 위해 개별 접촉에도 나서고 있다. 대법원장 국회 인준을 부결시키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이다.


ⓒ 오마이뉴스


국민의당에 눈길이 쏠리는 것은 그 때문이다. 한국당(107석)과 바른정당(20석), 무소속 이정현 의원까지 반대표가 최대 128표라고 가정하면, 결국 이번에도 역시 국민의당이 '캐스팅보터'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인준 가결을 위한 20표의 향배가 국민의당의 선택에 달려있다는 의미다. 헌재소장 인준 부결의 쓰라림을 혹독히 경험했던 민주당이 돌다리를 두드려보는 심정으로 표 확인에 나서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만에 하나 부결될 경우, 문재인 정부의 국정동력이 꺾이는 것은 물론 산적해있는 국정개혁과제 역시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가 '땡깡' 발언에 유감을 표명한 것이나, 무산되기는 했지만 안철수 대표와의 회동을 추진한 것이나,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출국에 앞서 18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김동철 원내대표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김명수 후보자의 국회 인준 처리에 협조를 부탁한 것이나 현재의 절박한 심정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본질은 같다.

국민의당의 협조와 협력 없이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 개혁과제들의 처리가 난망하다는 것이 헌재소장 인준 부결에 담겨있는 정치적 함의였다. 이러한 현실은 높은 국정 지지율을 바탕으로 개혁드라이브를 걸어왔던 문 대통령과 민주당의 대야 전략에 근본적인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국민의당과의 관계를 재설정하려는 문 대통령과 민주당의 움직임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것이다.

<연합뉴스>는 표결을 하루 앞둔 20일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국민의당 의원들의 찬반 입장을 정리한 기사를 내보냈다. 기사에 따르면, 국민의당 소속 국회의원 40명에게 전화로 전수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 32명 중 '찬성'이 11명, '반대'가 1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입장을 밝히지 않는 20명의 의원들 가운데 10명은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고 답했고, 나머지 10명은 '무기명 비밀투표' 원칙을 내세워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연합뉴스>가 실시한 전수조사의 내용은 인준 표결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살펴본 것처럼 인준안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야당의 찬성표가 최소한 20표는 확보돼야 한다. 이를 감안하면 입장을 밝히지 않은 20명 중 절반 가량이 찬성표를 던져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인준안이 통과되든, 안 되든 아주 근소한 차이로 결정될 것이라는 의미다. 김명수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준안을 가결시키기 위해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가 심혈을 기울여 국민의당의 협조를 구하고 있는 이유다.

안철수 대표는 지난 11일 헌재소장 인준이 부결된 이후 "사법부 독립에 적합한 분인지, 균형감을 가진 분인지 판단한 결과"라고 말했다. 부결 책임 논란을 피하기 위한 정치적 수사의 성격이 짙지만, 그 말 자체가 틀린 것은 아니다. 표결을 앞두고 있는 국회가 곱씹어야 할 대법원장 인준의 기준이자 원칙일 터다.

국회는 인사청문과정을 통해 드러난 김명수 후보자의 자질과 경륜, 도덕성 등은 물론이고 사법독립과 사법개혁의 적임자인지 꼼꼼하고 면밀하게 살펴 판단해야 한다. 정부여당 하는 일이라면 무조건 반대하는 정치공학이, 대통령이 싫다는 당리당략적 이유가, 대법원장 한 명 잘못 뽑으면 나라가 망할 수 있다는 얼토당토 않은 궤변이 대법원장 인준의 기준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균형감은 사법부에게만 요구되는 것이 아니다. 국회의원의 정치적 균형감 역시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 국회의 합리적 판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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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xuronghao.tistory.com BlogIcon 空空(공공) 2017.09.21 09:09 신고

    어렵게 통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만에 하나 부결된다면 이건 정말 안 될일입니다

  2. Favicon of https://sophist.entinfo.net BlogIcon 소피스트 지니 2017.09.21 18:26 신고

    통과되었네요. 안철수는 자기 덕이라고 하고 있고..

논쟁의 여지는 있겠지만 지난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깜짝 놀랄만한 성적을 거두었다는 사실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창당 직후에 벌어진 인재영입 논란, 한상진 창준위원장의 이승만 국부 발언 논란, 시당 창당대회 파행, 비례대표 공천 논란 등 각종 구설에 휩싸일 때만 하더라도 국민의당이 원내교섭단체를 달성할 가능성은 상당히 희박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전혀 뜻밖의 결과가 나타났다. 국민의당은 호남지역 의석을 거의 싹쓸이하다시피 했고, 정당득표율에서는 더불어민주당(더민주)에 앞선 2위를 기록했다. 그 결과 지역구 의석 25석에 비례대표 의석 13석을 더해 총 38석을 획득하는 기염을 토했다. 국민의당이 이렇게 선전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필자를 포함해) 거의 없었다.

국민의당이 선전할 수 있었던 요인은 전적으로 호남지역 민심을 얻었기 때문이다. 국민의당은 호남지역의 더민주 심판 정서를 집중적으로 공략했고, 결국 이 전략이 큰 위력을 발휘하면서 호남 전체 의석 28석 중 23석을 차지할 수 있었다. 특히 민주화의 성지이며 호남 민심의 바로미터라 할 수 있는 광주 의석 8곳을 모두 가져가며 호남의 맹주로 떠올랐다.



ⓒ 노컷뉴스



국민의당은 이제 이론의 여지가 없는 명실상부한 원내 3당이다. 거대 양당의 기득권 구조를 허물어 새로운 정치체계와 질서를 만들겠다고 공언한 안철수 상임공동대표의 포부는 이번 총선으로 말미암아 탄력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더민주와 새누리당 사이에서 양당을 견제하는 '캐스팅보트' 역할이 가능해 졌기 때문이다. 결과만 놓고 보자면 20대 총선은 국민의당이 원했던 구도대로 이루어진 것이다.

그러나 이 구도가 과연 대한민국의 정치 발전을 위해, 그리고 노동자 서민을 위해 바람직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이 의문은 정치정당으로서 국민의당이 갖고 있는 태생적, 그리고 본질적 한계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리고 이 의문은 국민의당이 창당하기 훨씬 이전부터, 그리고 안철수라는 정치 공학도가 정치에 깊숙이 발을 들여놓은 시점부터 사라지지 않고 있는 의문이기도 하다.

정치정당은 국민들의 정치적 의사를 대리해주는 통로이자 도구다. 그렇기 때문에 정당은 자신들의 정치 철학과 이념, 비전 등을 국민에게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국민의당은 뚜렷하고 선명하게 자신들의 철학과 노선을 밝힌 적이 없다. 낡고 닳아빠진 구태 정치의 대체제로서 그들의 정체가 도무지 불분명한 것이다.

오히려 정치 철학이나 이념, 당을 구성하고 있는 인물들의 면면을 보자면 자신들이 그토록 비판해 마지않던 새누리당이나 더민주와 별반 차이가 없다. 당의 정체성은 보수에 가깝고, 새로운 인물도 눈에 띄지 않는다. 기득권에 빠져 있는 양당 체제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지만, 사실상 그들 대부분이 오래 전부터 호남에 뿌리내리고 있는 기득권이다.

당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천정배, 정동영, 김한길, 박지원, 주승용, 박준영 등은 모두 호남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들이다. 새누리와 더민주의 패권정치를 비난하기엔 그들 자신부터가 패권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저들은 혁신과 개혁의 이미지와도 거리가 멀다. 심지어 박준영 당선자는 20대 국회가 개원하기도 전에 공천헌금을 받은 혐의로 검찰 소환을 앞두고 있는 상태다.

아무리 뜯어봐도 국민의당이 보여주고 있는 모습에서 새정치, 정치 개혁, 기득권 타파, 패권주의 청산, 부정부패 척결 등을 위한 진심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말과 행동이 따로 놀고 있는 모습. 이는 그들이 그토록 비난해왔던 기성정치의 구태스러움 그 자체다. 기계적인 양비론과 대중의 정치 불신과 혐오만으로도 충분히 자생력이 있음을 국민의당은 보여주고 있다



ⓒ 오마이뉴스


원내교섭단체를 목표로 했던 정의당은 마지노선으로 여겼던 두자리수 의석 달성에도 실패했다. 심상정 대표와 노회찬 전 의원을 원내에 진입시키는 데 성공했지만 그밖의 지역에서는 아무도 살아오지 못했다. 정의당이 받아든 최종 성적표는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을 합쳐 6석에 불과하다. 그 결과 국민의당에게 원내 3당의 지위를 내주고야 말았다.

정의당이 받아든 결과는 여러모로 실망스럽다. 정의당은 총선 과정에서 어떠한 공천갈등도 패권주의적 행태도 드러내지 않았던 유일한 원내 정당이었다. 불협화음없이 오로지 정책과 인물 중심으로 총선 전략을 세웠고, 20대 총선을 앞두고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이 평가한 주요 정당의 분야별 공약 검증 결과에서는 가장 우수한 성적표를 받기도 했다.

경실련의 평가에서 정의당은 청년, 주거, 노동, 정치개혁, 사법(국정원) 개혁, 통일·외교 분야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이는 1위가 하나도 없었던 국민의당과 비교해 보면 그 차이가 여실히 드러난다. 높은 평가를 받았던 정의당의 공약들 중 청년, 주거, 노동 공약들은 모두 국민의 삶과 직결되는 민생과 관련된 정책들이다. 경실련의 평가는 정의당이 다른 어떤 정당보다 뚜렷한 민생 정책과 비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입증해 준다.

그러나 정의당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20대 총선에서 6석을 얻는데 그치고 말았다.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지역주의에 기댄 양당정치의 폐해 속에서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는 진보정치의 현실이 이번에도 정의당의 발목을 잡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심상정과 노회찬 이후를 생각해야 하는 정의당으로서는 당의 존립을 위해 이 부분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다시 국민의당으로 돌아가 보자. 원내 3당을 차지한 국민의당은 당분간 '캐스팅보트'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입장이다. 정국 주도권을 놓지 않으면서 수도권과 영남지역을 공략하겠다는 복안인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역시 그들의 애매모호한 포지셔닝이다. 국민의당의 정체성은 누가 더 보수적이냐의 논쟁이 있을 뿐 새누리당과 더민주와 비교해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정치의 보수성이 더욱 짙어졌다는 점에서 이는 어디까지나 공급과잉일 뿐이다.

문제는 이런 구도 속에서라면 인권, 환경과 생태, 노동, 여성 등의 진보적 의제들이 빛을 잃거나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 있다. 아울러 청년, 주거, 보육, 복지 등 실질적인 민생 대책 역시 실효를 거두기 어렵게 된다. 국민의당이 총선 전 이미 원샷법 처리에 합의했고, 총선 이후에는 노동악법인 노동3법을 수용하기로 하는 등 친기업 반노동적 행태마저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이같은 우려는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



ⓒ SBS 뉴스 화면 갈무리


'캐스팅보트'의 사전적 의미는 두 정당의 세력이 비슷할 때 그 승패를 결정하는 제3당의 결정권을 말한다. 그러나 오른쪽으로 기울어진 정치구도 속에서 '캐스팅보트'의 역할이란 결국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나아가 이것이 민생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노동자 서민을 위해서 이보다 더한 불행이 또 없다.


그런 의미에서 20대 총선의 '캐스팅보트'는 보수일변도인 대한민국의 정치 지형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는 진보적 색채의 정당, 사회경제적 불평등 해소의 의지가 확실한 정당, 정치 개혁과 혁신을 선도할 수 있는 투명하고 선명한 정당이 가져갔어야만 했다. 이 장면은 두고두고 아쉽다. 노동자 서민의 삶을 볼모로 잡는 노동3법에 동의한 보수우파 정당의 의기양양함을 보니 더더욱 그렇다. 우리 정치는 여전히 제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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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saenooree.tistory.com BlogIcon 耽讀 2016.04.22 08:50 신고

    경제의제에서 새누리-더민주-국민의당은 갈수록 비슷합니다. 구조조정에서 한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국민의당 자리에 정의당이 자리했다면 달라졌을 것입니다. 정의당이 6석밖에 얻지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

  2. Favicon of https://chamstory.tistory.com BlogIcon 참교육 2016.04.22 14:00 신고

    백번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다음에는 꼭 그렇게 만들어 가야하겠지요.

  3. Favicon of https://xuronghao.tistory.com BlogIcon 空空(공공) 2016.04.23 08:33 신고

    국민의당땜에 요번에 상대적으로 정의당이 제일 손해를 보았습니다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4. 좌완투수 2016.05.13 22:59

    어차피 연예계도 대형소속사 위주인데요....노동5법을 반대하기엔 명분이 약합니다.

새누리당의 참패로 기록될 20대 총선은 반대로 이야기하면 야권의 드라마틱한 승리를 의미한다. 더불어민주당(더민주)는 텃밭이었던 호남에서의 몰락에도 불구하고 수도권의 압승과 경남의 선전을 바탕으로 원내 1당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또한 국민의당은 호남의석 28석 중 26석을 얻으며 호남의 맹주로 떠올랐고, 정당득표에서도 더민주에 근소하게 앞선 2위를 기록하며 당당히 원내 3당을 차지했다.

정의당 역시 당초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심상정 노회찬 두 쌍두마차가 나란히 원내 진입에 성공했고, 비례대표에서도 4석을 얻으며 미래를 기약할 수 있는 최소한의 동력은 확보했다. 이렇듯 야권은 전체 의석 300석 중 총 167석을 차지하며 16년 만의 '여소야대' 구도를 만들어냈다. 야권필패의 암울한 분위기 속에서 이뤄낸 값진 승리가 아닐 수 없다.



ⓒ 뉴스1



야권의 승리로 막을 내린 20대 총선의 최고 승자는 뭐니뭐니해도 국민의당이다. 원내 1당의 영예를 차지한 더민주는 호남에서의 완패가 너무나 뼈아프다. 그런 까닭에 그들은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60년이 넘게 지켜온 지지기반을 하루 아침에 국민의당에게 내주고 말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대단히 의미심장한 장면이다. 왜 그럴까?

대한민국 정치는 본질적으로 지역주의에 기반하고 있다. 더민주는 호남과 영남의 민주화 세력이 결합한 정치적 결사체였고 호남은 이들을 떠받치는 실질적 근거지였다. 그런데 이번 총선으로 더민주는 자신들의 지역적 기반이었던 호남을 국민의당에게 빼앗기고 말았다. 전투에서 승리는 했을지는 모르지만 자신들의 본진을 빼앗기는 아찔한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물론 국민의당을 선택한 호남의 진심은 시간이 조금 더 지나봐야 확실히 알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한 거부인지, 아니면 더민주에 대한 반감인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그러나 이번 총선결과로 (논쟁의 여지는 여전히 남아있지만) '반문정서'와 더민주에 대한 호남의 반감이 실재하고 있다는 것은 확실해졌다따라서 더민주의 당면 과제는 돌아선 호남의 민심을 어떻게 회복시킬 수 있느냐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역적 기반이 없는 정당이 하나같이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는 사실을 환기해 보면 그 이유는 자명해진다.

반대로 국민의당은 확실한 근거지를 확보함으로써 탄력적인 정당 운영을 위한 전기를 마련했다. 국민의당이 호남 전역을 거의 싹쓸이했다는 것은 지역 민심이 완전히 돌아섰다는 방증이다. 호남은 수도권을 비롯 강원과 충청, 영남을 공략할 수 있는 교두보의 의미가 있다. 국민의당이 이번 총선으로 얻는 것은 38석의 원내 의석이 아니라 중권 공략을 위한 '전진 기지'. 국민의당을 이번 총선의 진정한 승자라 칭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국민의당의 호남지역 압승은 '반문정서' '더민주 심판론'이 강하게 작용한 결과였다. 국민들이 새누리당을 심판했듯이, 호남은 더민주의 오만을 심판했다. 호남지역에 팽배해 있던 '더민주 심판론'의 수혜를 국민의당이 가져간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안철수 상임공동대표의 존재와 더민주 탈당파 호남 의원들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그들은 '반문정서' '호남홀대론'을 적절히 버무려 호남 지역민심을 지속적으로 자극했고 결과적으로 대성공을 거두었다.

그런데 바로 여기에 ''이 있다. 국민의당의 호남 석권이 더민주의 오만과 독선에 대한 심판의 결과였지 그들에 대한 완전한 지지로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 추론이 가능한 이유는 문 전 대표가 여전히 호남지역의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고, 이번 총선에서 더민주 역시 30% 가까운 지지율을 얻었기 때문이다. 이는 국민의당에 대한 호남지역의 민심이 대구·경북의 경우처럼 확고부동한 수준은 아니라는 의미다. 결국 '캐스팅보트'를 쥔 야권의 한 축으로서 국민의당이 앞으로 보여줄 행보에 이 정당의 미래가 달려있는 셈이다.

필자의 고민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 그동안 국민의당이 보여준 노선과 철학, 정체성이 민주화의 상징이자 중심 축이었던 호남정신과는 상당한 괴리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국민의당의 정치적 스탠스는 새누리당과 더민주 사이의 중간 어디쯤 된다. 극우 보수인 새누리당과 중도 보수인 더민주 사이에 위치하고 있는 것이다국민의당의 보수적 색채는 호남이 간직하고 있는 역동성과 진보성과는 도저히 섞일 수 없는 것들이다. 그럼에도 호남은 국민의당을 압도적으로 선택해 주었다. 이같은 결과는 (믿고 싶지 않지만) 호남이 지역주의에 기반한 폐쇄적 패권주의로 돌아섰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 YTN 뉴스 화면 갈무리


 

국민의당이 호남정신과 'DJ 정신'을 계승하고 발전시키려는 마음이 있었다면 호남의 지역주의에 안주할 생각이 아니라그것을 뛰어 넘을 대안과 비전을 제시했어야만 했다그러나 그들은 오히려 지역 민심을 자극하고 분열시키는 방식으로 호남의 지역주의를 부추겼을 뿐이다이번 총선에서 윤곽이 드러난 호남 패권주의의 가능성은 바로 그 결과물이다


필자가 그동안 국민의당과 안철수 대표를 비판했던 것은 바로 이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만약 호남이 지역주의에 갇히고 폐쇄적 패권주의의 길을 걷게 된다면 이보다 더한 정치적 비극이 또 없다물론 이번 총선 결과로 호남이 폐쇄적 패권주의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는 일이다주지한 것처럼 시간이 더 흘러야 정확한 민심의 향배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총선결과에 대한 천정배 상임공동대표 및 지도부의 아전인수와 오만에도 불구하고 국민의당에게 간곡히 당부하고 싶은 것 하나는 호남을 더 이상 지역주의와 패권주의의 볼모로 삼지 말아달라는 것이다

이미 영남 패권주의가 대한민국 정치를 집아 삼키고 있는 상황에서 호남마저 같은 길을 걷게 된다면 패권적 지역주의는 더욱 더 고착화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우리 정치는 점점 더 퇴화되어 갈 것이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는 명백한 정치의 퇴보이며, 이 땅의 민주화와 진보 정치를 선도해 온 호남과 DJ에 대한 모독이자 기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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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saenooree.tistory.com BlogIcon 耽讀 2016.04.15 08:59 신고

    사람들은 항상 자신을 중심으로 세상을 봅니다.
    호남도 별다를 것 없습니다.
    저는 영남 사람으로서 이번 결과를 보면 더민주가 이제 '호남당', '전라당'이라는 주홍글씨에서 벗어났다는 것입니다. 김대중-노무현이 그토록 벗어나고 싶었는데 호남이 스스로 이를 벗어나게 했습니다. 국민의당이 이제 호남당 전라도당이라는 주홍글씨를 쓰게 되었습니다. 더민주는 호남 기반 없어도 전국정당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골수 영남 사람으로서 거듭말씀 드리지만, 더민주는 호남을 벗어난 전국정당 면모를 보여주었고, 국민의당은 그 굴속으로 들어갔습니다. 호남은 지역주의 피해를 누구보다 많이 봤지만, 스스로 지역주의 굴레를 뒤집어 썼습니다.

  2. Favicon of https://chamstory.tistory.com BlogIcon 참교육 2016.04.15 11:57 신고

    안철수가 걱정입니다.
    그의 욕심을 보면서 우리 정치판의 혼란이 걱정됩니다.

  3. Favicon of https://doolytubbies.tistory.com BlogIcon 둘리토비 2016.04.15 19:30 신고

    장기적인 호흡을 가지고 갈 때
    국민의당이 성배를 마시게 될 지
    아니면 독배를 마시게 될지 아직은 모르겠네요.

    더민주는 앞서의 글과 댓글처럼 전국정당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었고
    국민의당은 수도권 2(안철수,김성식) 그리고 호남에서의 거의 독식,
    프레임을 어떻게 짤지 각 당의 머리계산이 앞으로도 진행되겠지요.

    당분간 관망하렵니다.....

  4. Favicon of https://xuronghao.tistory.com BlogIcon 空空(공공) 2016.04.16 08:13 신고

    점진적인 지역주의를 탈피할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 준것에
    우선 감사히 생각합니다
    이제 지역주의에서 탈피해야 합니다

  5. 지나가다 2016.04.19 16:19

    호남이 더민당을 버린것을 지역주의가 완화된것으로 생각해야지 반대로 해석하네. 그럼 호남사람은 대한민국 망할때까지 민주당만 찍어야되냐? 그리고 양심적으로 안철수대표한테 사과해야 되는거아닌가?

  6. 글세요 2016.04.21 12:55

    호남 지역주의가 존제합니까? 오히려 지역주의가 없으니 민주당을 선택하지 않은겁니다.
    호남은 서운해할 권리, 섭섭할 권리, 있습니다. 아니, 이런 권리를 논함 자체가 웃기네요. 그저 호남만 대의와 진보를 위해 장렬히 전사하라 한다면, 그건 이제 사극으로 다루어져야겠습니다..
    그동안 친노와 영남출신 민주당지지자들은 호남의 오월정신을 운운하며 장렬히 전사해 줄것을 '강요'해왔습니다.
    몰표를 당연시 여기면서 호남에서 무언가를 요구할 때마다 민주성지가 그러면 되냐며 질타해왔죠. 심지어 호남을 볼모로 잡고 "너희들이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으면 정말 전국적 왕따가 될거다"라며 지지를 뽑아냈습니다.
    사담이지만 그게 저번 대선이었죠. 시푸르 딩딩한 호남.....
    선거시 김종인의 발언을 보시죠. 비레대표시 구걸 운운하며, 2번을 강조했고, 순위를 낮추니 땡깡을 부리며 당무거부까지 했습니다. 광주에서는 지역후보가 자당대표 정계은퇴를 내걸고 3보1배를 하였으며, 공천과정선 지역중진들을 내치고 중앙에서
    내리꼽았습니다.
    이걸보고도 민주당에 표를 주는게 지역폐권주의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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