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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황교안의 외국인 노동자 차별 발언이 최악인 이유

ⓒ 오마이뉴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외국인 노동자 차별 발언의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황 대표는 19일 열린 부산상공회의소 조찬간담회에서 "외국인은 우리나라에 그동안 기여해온 바가 없기 때문에 산술적으로 똑같이 임금 수준을 유지해줘야 한다는 건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황 대표는 "차별이 없어야 한다는 기본 가치는 옳지만, 형평에 맞지 않는 차별 금지가 돼선 안 된다"라며 "내국인은 국가에 세금을 내는 등 우리나라에 기여한 분들로, 이들을 위해 일정 임금을 유지하고 세금 혜택을 주는 것은 국민으로서 의무를 다해왔고 앞으로 다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황 대표의 발언이 전해지자 정치권은 물론이고 32개 이주인권시민단체 등으로 결성된 '이주공동행동' 등 범시민사회의 비판이 줄을 잇고 있다.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차별을 주장하는 황교안 대표는 지도자 자격이 없다"라며 "황 대표의 발언은 현행법과 국제협약에 명백히 배치된다. 뿐만 아니라 우리 경제를 위축시킬 위험한 발상이자 인종차별을 담은 외국인 혐오발언"이라고 비판했다.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 역시 논평을 통해 "황 대표의 시대착오적인 인식이 첩첩산중"이라며 "임금은 노동의 대가이지 국내 기여에 대한 대가가 아니다. 동일노동 동일임금부터 공부하라"라고 꼬집었다.

김정현 민주평화당 대변인도 논평에서 "우리 경제 현실을 모르고 쇄국 정책이라도 하자는 말인가. 더구나 법무부 장관까지 지낸 사람이 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는 발언을 한 것은 큰 문제"라며 "경제감각이 유신 시대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라고 지적했다.

정호진 정의당 대변인 역시 논평에서 "황교안 대표가 오늘 외국인 노동자의 동일임금은 공정하지 않다며 차별조장 발언을 서슴없이 쏟아냈다"라며 "한때 법무부장관을 지낸 당사자가 외국인 노동자의 임금과 관련해 현행법과 비준된 국제협약을 모조리 부정한 발언으로 위험천만하다. 법을 모르고 하지 않았을 터인데 매우 악의적"이라고 쓴소를날렸다.

시민단체들도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이주공동행동은 성명서를 통해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을 노골적으로 조장하는 망발의 결정판이며 한국당 전체가 이주노동자, 이주민 차별 정당임을 명백히 한 것"이라며 "아무리 총선을 앞두고 표가 급하다고 해서 이주노동자, 이주민을 희생양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라고 맹비난했다.

이주공동행동은 "이주노동자가 내국인이 일하지 않는 최하층의 3D 업종에서 일하며 한국경제를 지탱해 온 것에 대한 무지를 드러내는 것"이라며 "이주노동자는 사회의 구성원으로 일하고 살아가면서 세금을 내고 소비활동 등을 하며 이와 연관된 일자리도 창출한다"라고 황 대표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기도 했다.

다문화가정과 외국인 노동자를 돕기 위해 설립된 한국다문화센터도 성명서를 내고 "공당인 제1야당의 대표의 입에서 나올 수 있는 발언인지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라며 "황 대표는 하루빨리 자신의 언행이 잘못되었음을 깊이 인식하고 상처받은 외국인 노동자들을 비롯한 모든 국민들에게 정중히 사과하라"라고 촉구했다.

많은 이들이 한목소리로 황 대표를 비난에 나섰다. 그만큼 황 대표의 인식이 부적절하다는 방증일 터다. 지금은 글로벌 시대다. 수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국내에서 땀흘려 일하고 있다. 그들 중 대부분이 작업환경이 열악한 영세업종 종사자다. 

IOM이민정책연구원의 '국내 이민자의 경제활동과 경제기여 효과' 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외국인 노동자가 국내 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생산 효과 54조6천억 원, 소비지출 효과 19조5천억 원 등 총 74조1천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외국인 근로자가 노동시장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로는 내국인 근로자의 실업 증가 등이 꼽히는 반면 긍정적인 측면으로는 생산 확대, 소비 진작 등이 거론된다"면서 "외국인 근로자는 생산자이면서 소비자이기 때문에 거시적으로는 경제적 효과가 양(陽)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라고 진단했다. 황 대표의 인식과 달리 외국인 노동자가 국내 경제에 기여하는 바가 높다고 분석한 것이다.

내국인과 외국인의 임금을 차등적용해야 한다는 황 대표의 주장은 '국적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한다'고 규정한 근로기준법 제6조 및 국제노동기구(ILO)의 '국적에 따른 임금차별 금지' 규정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이는 명백한 법률 위반이자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인권 수준을 격하시키는 반국익적 발언이다. (참고로 황 대표는 법무부 장관을 지낸 법률가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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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대표는 마치 외국인 노동자가 세금을 내고 있지 않다는 뉘앙스로 말했지만 이 역시 사실과 전혀 다른 얘기다. 그들 역시 내국인과 똑같이 세금을 내고, 소비활동을 한다. 시장에 대한 정부 개입을 비판해온 황 대표가 법 개정을 통해 외국인 노동자의 임금 문제를 손보겠다고 한 것 역시 모순이다.

황 대표의 주장대로 외국인 노동자의 임금을 내리게 될 경우 내국인 노동자의 고용이 위축될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황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경제를 못한다고 비판할 자격이 없다"라면서 "외국인 노동자 최저임금을 적게 주게 되면 한국 청년들의 일자리만 더 줄어드는 결과를 가져온다"라고 비판했다.

하 의원은 그 이유로 "국내 기업들은 당연히 임금수준이 낮은 외국인 노동자 더 고용하려 할 것"이라며 "똑같은 일을 하는데 임금이 싸다면 임금을 적게 주는 노동자를 고용하지, 왜 돈 많이 줘야되는 사람을 고용하겠느냐"라고 반문했다. 외국인 노동자의 임금 차감이 내국인 노동자의 고용에 미치는 악영향을 간과한 황 대표의 무지를 꼬집은 것이다.

앞 뒤 말이 맞지 않는 황 대표의 주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멀쩡하던 경제가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과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폭망'하게 됐다며 맹공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각종 경제지표 등 통계를 들여다 보면 이야기가 확연히 달라진다.

<머니투데이>는 지난 5월 20일 '황교안 총리시절 2년, 국민의 삶이 나아졌을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문재인 정부의 2년과 황 대표가 총리로 재직하던 2015~16년 2년 간의 경제지표를 비교해 눈길을 끌었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와 한국은행의 '국민계정' 자료 등을 토대로 작성된 이 기사에 따르면 황 대표의 '경제폭망' 주장은 대부분 대체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먼저 고용율은 황 총리 시절인 2015년 60.5%에서 2016년 60.6%로 0.1%포인트 상승했다. 문재인 정부는 60.8%에서 60.7%로 하락했지만 황 총리보다는 여전히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15~64세 OECD기준 고용률도 황 총리 시절(65.9%, 66.1%)보다 문재인 정부 때(66.6%, 66.6%)가 더 높다. 15~29세 청년고용률 역시 황 총리 시절(41.2%, 41.7%)보다 문재인 정부(42.1%, 42.7%)가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업률은 황 총리 시절이 문재인 정부보다 낮은 것으로 조사됐으나 차이는 크지 않았다. 황 총리 때는 3.6%에서 3.7%로 실업률이 1%포인트 높아졌고, 문재인 정부 역시 3.7%에서 3.8%로 1%포인트 상승했다.

청년실업률은 황 총리 시절이 9.1%와 9.8%를 기록한 반면 문재인 정부는 9.8%와 9.5%였다. 경제성장률은 황 총리 시절이 2.8%와 2.9%, 문재인 정부는 3.1%와 2.7%였다. 수출증가율은 황 총리 시절과 문재인 정부가 각각 (-0.1%, 2.6%), (1.9%, 4.2%)로 나타났다.

<머니투데이>는 이 같은 통계자료 등을 종합해 볼 때 '문재인 정부의 경제 수준이 황 총리 시절보다 전반적으로 향상됐다'라고 주장했다.

경제상황은 경제성장률, 실업률, 수출증가율 등 경제지표는 물론이고 세계 경제 흐름, 경제활동인구, 물가상승률 등 대내적·대외적 여건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 그러나 황 대표를 비롯해 한국당과 보수언론 등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특정 지표를 떼어내 공세의 수단으로 삼고 있다. 이미 그 같은 주장이 과장·왜곡되었다는 사실이 여러 경로를 통해 드러나고 있는데도 말이다.

황 대표는 지난 14일에도 서울 성수동 수제화거리를 방문해 실정과는 동떨어진 얘기로 빈축을 산 바 있다. 제화업계는 최저임금 및 근로시간 상한제와 직접적 연관이 적은 데도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탓에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 것처럼 주장한 것이다. 발언이 미칠 파장은 염두해두지 않은 맹목적 '정부 때리기'가 초래한 웃지 못할 촌극이다.

이번 논란 역시 마찬가지다. 말은 그 사람의 인격과 품성을 드러내는 거울이다. 그런 면에서 황 대표의 외국인 노동자 차별 발언은 최악 중의 최악이다. 빈약한 인권·노동 감수성에 인종차별적 인식, 거기에 경제적 무지까지 여실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는 제1야당의 대표이면서 동시에 유력한 차기대권후보다. 이번 논란을 단순한 해프닝으로 넘기기 어려운 이유다.

보수야권을 대표한다는 정치인의 민낯이 가감없이 드러났다. 이 땅에 거주하는 수많은 외국인 노동자들과 세계 각국은 그를, 그리고 대한민국을 어떻게 인식하게 될까. 생각할수록 얼굴이 화끈거린다. 대신 머리 숙여 사과하고 싶을 정도다. 미안하다고, 정말 미안하다고. 대한민국 사람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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