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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홍준표의 안보무능 어깃장! 어찌 그리 뻔뻔한가

ⓒ 오마이뉴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현재 미국을 방문 중이다.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위협 등으로 한반도의 안보 위기가 고조되자 한국당 차원에서 미 지도부 인사들을 만나 북핵 문제의 해법을 강구하겠다는 취지에서다. 홍 대표는 전술핵 재배치를 통한 한미핵동맹이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홍 대표는 지난달 19일 미국 CNN과의 인터뷰에서도 이 부분을 힘주어 강조했다. 그는 "한국에 전술핵을 재배치 해야 북한과 동등한 위치에서 협상할 수 있다"며 "미국을 방문하는 목적은 안보에 관한 한국 국민의 절박한 생각을 전하고 한국 여론을 미국 의원들에게 전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술핵 재배치를 통한 핵무장만이 북한의 핵위협으로부터 한국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라는 것을 재확인한 것이다.

전술핵 재배치의 키를 미국이 가지고 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이다. 문제는 전술핵 재배치를 오매불망하고 있는 한국당과 달리 정작 전권을 쥐고 있는 미국의 반응이 매우 떨떠름하다는 거다. 실제로 지난달 한국당 의원들이 전술핵 재배치를 요구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했지만 미국 정부로부터 '거절'당한 바 있다. 당시 노회찬 원내대표는 한국당 의원들을 가리켜 '핵 구걸단'이라 비판해 누리꾼들의 폭발적인 공감을 얻기도 했다.


현실적으로 전술핵 재배치가 어려운 이유는 한두가지가 아니다. 전술핵 재배치는 1991년 체결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의 파기를 전제로 한다. 아무리 북한의 핵개발로 의미가 퇴색되었다고는 해도 정부가 직접 공동선언이 유효하지 않다고 선언하는 것은 차원이 전혀 다른 문제다. 그로 인해 북한 핵무장의 실질적 명분을 주게 될 뿐만 아니라 한국 역시 국제사회의 압력과 제제를 피할 수 없게  된다. 대북 대결정책을 폈던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유지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도 불가피하다. 전술핵 재배치는 단순히 북핵 위협에 대한 대응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동북아시아 주변국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군사·외교적 문제다. 전술핵을 재배치할 경우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사드 배치와는 비교할 수 없는 경제·외교·군사적 보복조치가 전개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한반도의 안보를 위해 도입한 전술핵으로 인해 오히려 경제·안보 위기가 높아지는 역설적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는 미국 역시 원치 않는 시나리오다. 전술핵 재배치는 중국과 러시아를 자극해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관계를 높이고 군비 증강을 부추기는 등 미국의 전략적 리스크를 비약적으로 증대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이와 관련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9월 4일 미국의 군사전문가 대부분이 우발적 군사충돌이 발생할 위험을 급격히 끌어올리는 전략 또는 전술핵무기의 한국 재배치를 반대한다는 논지의 기사를 내보낸 바 있다. 전술핵 재배치가 오히려 한반도의 군사적 불안과 위기를 증폭시킨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한반도 주변 상황을 고려하면 전술핵 재배치는 씨알도 안 먹히는 주장에 지나지 않는다.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가 몰고 올 엄청난 파장을 잘 알고 있는 미국이 이를 수용할 까닭이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한국당은 지난달 (노 원대대표의 표현을 빌자면) '핵 구걸단'을 미국에 보낸 데 이어, 이번에는 홍 대표까지 나서 전술핵 재배치를 읍소하고 있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치국을 자꾸 들이키는 한국당의 속내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 오마이뉴스


대략 3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을 터다. 한국당이 미국의 핵우산 공여 약속을 믿지 못하고 있거나, 순진하게도 전술핵 재배치 요구를 미국이 들어줄 것이라 생각하고 있거나, 아니면 다른 꿍꿍이가 있거나. 그러나 첫번째는 지금껏 한미동맹을 금과옥조처럼 여겨온 한국당의 지난 행적들을 떠올려 볼 때 고려의 대상이 아니며, 두번째 역시 어지간한 사람은 모두 알고 있는 주변국의 이해관계를 모를 만큼 한국당이 어리숙하지 않다는 점에서 역시 합리적이지 않다.

그렇다면 홍 대표가 미국을 찾은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어쩌면 25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렸던 '워싱턴 동포 간담회'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홍 대표는 이날 간담회에서 "유감스럽게도 정부가 제대로 북핵 안보문제를 해결해주기 않기 때문에 워싱턴에 부득이 올 수밖에 없었다"며 "저희들은 정치적 목적으로 온 것이 아니라 안보 목적으로 온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가 하면 홍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의 "안보위기에 대해 우리가 주도적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못한다"는 지난 10일 발언을 겨냥해 "대한제국이 망할 때 러시아·중국·일본 틈 속에서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한 구한말 고종황제 같은 말씀"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요약하면, 문재인 정부에게 안보 위기를 해결할 능력과 의지가 안 보이기 때문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어쩔 수 없이 미국을 방문했다는 거다.

그런데 듣고 보니 요상하다. 홍 대표는 문재인 정부에 앞서 지난 9년 동안 대북 정책을 주도해온 주역들이 당시 집권여당이었던 자신들이라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는 모양이다. 출범한지 5개월이 지났을 뿐인 문재인 정부에게 북핵 안보문제의 책임을 총체적으로 떠넘기는 뻔뻔함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 건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안보는 보수라는 말이 무색하게 국가 안보를 불안과 극한 위기 속으로 몰아넣은 건 다름 아닌 이명박·박근혜 정권이었지 않나.

그들은 집권하는 동안 천안함 사건, 연평도 포격 사건, 노크 귀순 사건, 목함 지뢰 사건 등 '뻥' 뚫린 국가 안보로 국민을 불안에 떨게 만드는가 하면, 막대한 국민 혈세가 투입된 차세대 전투기 사업과 한국형 전투기 사업은 무능과 부실의 온상으로 전락시켜 버렸다. 방산비리와 군납비리를 막지 못해 극심한 전력공백과 안보공백을 초래하게 만든 것도 그들이었으며, 극단적인 대북정책으로 남북관계를 파탄으로 몰고간 것도 그들이었다. 어디 그뿐인가. 군 사이버사령부와 기무사령부 등이 정치에 동원된 것도 그들이 집권할 때 벌어진 일이었다.

북한의 핵실험이 문재인 정부의 안보 무능 탓이라 주장하는 대목에선 실소를 금할 수가 없을 지경이다. 같은 논리라면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 자행된 4차례의 북핵실험은 어떻게 설명할 텐가. 고종황제를 무능하다고 단정짓는 역사적 무지는 또 어떠한가. 현재 학계에서는 고종황제에 대한 재평가 작업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유약하고 무능한 인물이었다는 기존의 주장과 열강의 각축장이었던 조선을 자주권을 갖춘 근대개혁국가로 변모시키기 위해 노력한 인물이라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홍 대표의 인식은 고종황제를 흥선대원군과 명성황후의 영향력에 좌지우지되는 무능한 인물로 그려낸 식민사관의 주장을 고스란히 따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학계의 입장은 사뭇 다르다. 고종황제가 열강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조선의 자주권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왔다는 점을 인정하는 추세다. 여전히시각의 차이가 존재하기는 하나, 이는 고종황제가 식민사관이 묘사하고 있는 것처럼 무기력하고 무능한 인물이 아니었다는 얘기다.

대한제국이 패망한 이유는 복잡한 내외적 상황들이 맞물린 결과라 봐야 한다. 그 중에는 나라가 어찌되든 말든 자신들의 이권 챙기기에 급급했던 기득권 세력, 군량미까지 빼돌릴 만큼 극심했던 관료들의 부정과 부패, 위정자들의 무능과 무책임, 나라 팔아먹기로 작정한 영혼 없는 인사들의 활약(?) 등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홍 대표는 마치 고종황제가 무능해서 나라가 망했다는 듯이 말하고 있다. 고종황제가 지하에서 가슴을 칠 왜곡이자 궤변이다.

홍 대표는 이번 방미의 목적이 문재인 정부의 외교 무능 때문이라고 역설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을 문제삼으며 애꿎은 고종황제를 거론하기도 했다. 그러나 홍 대표의 주장은 지난 9년 동안 국정을 운영해온 주축들이 한국당이었다는 점에서 전혀 설득력이 없다. 회사를 부도낸 당사자들이 사태 수습에 여념이 없는 후임자에게 부도의 책임 떠넘기며 어깃장을 놓는 것과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

홍 대표의 발언을 보고 있노라면 가히 언어도단과 자기부정의 끝판왕을 보는 듯 하다. 9년 간의 총체적 무능과 부실을 출범한지 5개월 밖에 안 된 정부에게 통째로 떠넘기는 재주가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지난 9년 동안의 무능과 무책임은커녕 온 국민을 충격과 좌절 속으로 밀어넣었던 1년 전의 일도 기억하지 못하는 듯 하다. 망각수(忘却水)라도 마신 모양이다. 그것이 아니라면 어찌 그리 뻔뻔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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