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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헌법조차 부정하는 KBS 이사장의 뉴라이트 역사관

KBS 이인호 이사장이 국회 국정감사에서 "김구는 1948년 대한민국 '독립'에 반대하신 분으로, 대한민국 공로자로 언급하는 건 맞지 않다"고 밝혔다. 그녀의 발언이 알려지자 온라인 상에서 격론이 벌어지고 있다. 여기에 진영논리까지 더해져 논란이 거세다. 혼란스럽다.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한 느낌이다. 





언어는 인간의 사고를 지배한다. 사람들이 혼란스러워 하고 있는 건 '대한민국의 독립'이란 표현 때문일 거다. 일본 제국주의로부터의 독립이란 말을 들어봤어도, 대한민국의 독립이란 말은 지극히 생경하게 들리기 때문이다. 이인호 이사장의 발언은 표현 자체에서 심각한 오류가 발견된다. 이인호 이사장이 어떤 의도에서 이런 표현을 했는지 모르는 바는 아니나 굳이 김구 선생의 업적을 깎아내리고 싶었다면 이렇게 답했어야 했다. 


"김구는 1948년 대한민국 '건국'에 반대하신 분으로 대한민국 공로자로 언급하는 건 맞지 않다"


이렇게 표현했으면 혼란도 조금은 덜 수 있었을 것이고 지금처럼 여론의 뭇매를 맞지도 않았을 거다. 무엇보다 저렇게 표현해야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아래 꽃을 피운 뉴라이트 역사관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사실관계도 명확해진다. 진영논리를 배제하고 보자면 김구 선생이 대한민국의 건국에 반대했던 것 자체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김구 선생은 남한 단독의 정부수립을 반대하며 남북이 함께하는 통일정부 수립을 위해 앞장섰던 인물이다. 따라서 이인호 이사장이 '독립'이 아닌 '건국'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더라면 적어도 표현 자체에 표면적인 오류는 없다. 그러나 정권의 비호아래 교묘히 진영논리를 개입시키고, 가공과 윤색의 과정을 거치면 '대한민국의 독립'이란 생경한 표현도 저렇듯 아무 거리낌없이 사용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여전히 혼란스럽다. 이인호 이사장이 뉴라이트 역사관에 편승해 이승만 중심의 대한민국 '독립'을 강조하고 싶어한다는 것은 잘 알겠지만 저렇게 표현해 버리면 누구로부터 독립을 했다는 건지가 영 불분명해져 버린다. 뿐만 아니라 해방 이후 건국까지 3년의 시간 역시 대한민국 역사에서 사라져 버리고 만다. 그래도 부득불 저 표현을 고집하고 싶다면 최소한 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해방 이후 우리나라를 3년동안 신탁통치한 '미국으로부터'라는 표현을 명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표현하는 것도 사실 이치에는 전혀 맞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이승만은 미국으로부터 대한민국의 '독립'을 이끌어낸 것이 아니라, 미 군정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반쪽짜리 대한민국의 건국에 앞장 섰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래저래 '대한민국의 독립'이란 표현은 매우 적절치 못하다. (뉴라이트 역사관과 교과서 왜곡 논란에 대해서는 아래의 글을 참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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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제국주의의 식민지 근대화론을 옹호하고 이승만을 건국의 아버지로 추앙하며 '이승만 국부론'을 주창하고 있는 자들에게 조국의 독립을 위해 일생을 바치고, 해방 이후 남한 단독의 총선거를 반대하며 좌우합작과 남북이 함께하는 통일정부를 적극 추진했던 김구 선생은 대척점에 있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다. 이것이 뉴라이트가 김구 선생에 대한 적개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가장 큰 이유다. 따라서 뉴라이트 역사관으로 똘똘 무장한 이인호 이사장이 김구 선생이 주축이 된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부인하는 것은 필연에 가깝다.





이인호 이사장은 이날 "임시정부라는 자체가 말 그대로 임시라는 것으로 나라가 생기지 않았다는 뜻"이기 때문에 대한민국 임시정부에 대해 정신사적 정통성은 의미가 있지만 "법통이란 말은 애매하다"며 임시정부의 법통성조차 부정하는 인식을 보여 주었다. 잘못된 인식이 빚어낸 참상은 이처럼 섬뜩하고 끔찍하다. 그녀는 민주화의 성과로 만들어진 '1987년 헌법'의 정신마저 인정하지 않는 초법적 발상마저 서슴치 않는다. 


1987년 12월29일 9차 개헌을 통해 개정된 헌법에는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민국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하고"라며 대한민국은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어받는다고 분명히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이인호 이사장은 이같은 헌법 전문조차 개념치 않는 역사인식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같은 태도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이승만을 대한민국 건국의 주역으로 절대시하는 뉴라이트의 편향된 역사관에 매몰된 결과다.  


"내 역사관이 잘못됐다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이인호 이사장은 이날 국감장에서 자신의 역사관에 아무 문제가 없다며 야당 의원들의 공세에 자신있게 대응했다. 헌법 전문조차 부정하는 이 자신감의 출처가 잘못된 맹신인지 아니면 뚜렷한 소신인지는 모르겠으나 이인호 이사장의 역사 인식과 태도는 인혁당 사건을 두고 대법원의 판결마저 부정하던 그 누군가의 모습과 닮아도 기막히게 닮아 있다. 


우리는 친일 행적과 5•16 쿠데타, 그리고 유신독재를 미화하는 뉴라이트가 박근혜 정부에서 물만난 고기마냥 기세를 펼치고 있는 이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뉴라이트 역사관을 강력하게 지지하는 대통령과 헌법 전문조차 부정하며 뉴라이트 역사관을 추종하는 KBS 이사장, 이 둘은 다르지만 결국엔 하나다. 그 나물에 그 밥이란 표현이 딱 어울릴만큼.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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