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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해외토픽감인 박 대통령의 동심 파괴 논란

ⓒ 오마이뉴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와 새누리당은 유권자들에게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필요한 이유를 강하게 역설했다. 그들의 주장을 이런 저런 장황한 것들을 덜어내고 한 줄로 요약하면 이렇다.

'어머니의 마음으로 대한민국 국정을 이끌어 나가겠다'

박근혜 후보와 새누리당이 국민에게 어필한 '여성 대통령' 전략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따뜻하고 자애롭고, 부드럽고 인자한 어머니의 마음으로 국정을 이끌어 나가는 대통령. 아마 많은 유권자들이 박근혜 후보에게 기대했던 건 바로 이런 모습이었을 것이다.

그들은 여성 대통령의 장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다. 당시 대선을 총괄했던 김무성 총괄선대위원장은 북유럽의 여성지도자들을 상기시키며 "이들은 노후와 출산, 육아 등에도 큰 관심을 두었고 국민 삶의 수준 향상을 중시하면서 여성의 덕목인 진실된 노력을 기울였다"고 여성성을 적극 홍보했다. 박근혜 후보 역시 "여성 대통령의 탄생은 가장 큰 변화이자 쇄신"이라며 여성 대통령의 당위를 힘주어 강조했다.

그들의 전략이 실제 표심에 얼마만큼의 영향을 끼쳤는지는 알 길이 없다. 그러나 다수의 유권자들이 박근혜 후보에게 기존의 남성중심적인 권위적 리더십을 대신할 소통과 포용의 리더십, 따뜻한 감성의 리더십을 기대하고 있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결과적으로 그들이 들고 나온 '여성 대통령' 전략이 주효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을 이끈지 3년 하고도 4개월이 지났다.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와 새누리당이 들고나온 여성 대통령의 장점들이 실제로 구현되고 있다고 믿는 사람들은 이제 찾아보기 어렵다. 보수와 진보 가릴 것 없이 박 대통령이 권위적이고 독선적인 통치를 하고 있다는 평가가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사실은 그에게서 어머니같은 자애로운 국정 운영을 기대했던 국민들을 아주 당황스럽게 만든다.


ⓒ SBS 뉴스 비디오 머그 화면 갈무리


언론에서 크게 다뤄지지는 않았지만 지난 23일 박 대통령이 서울 시내 한 초등학교를 방문해서 보여준 모습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 일반적인 어머니와는 거리가 먼 박 대통령의 모습이 현장에 있던 어린이들은 물론이고 사연을 접한 일반 시민들까지 아연실색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23일 서울 성북구에 있는 숭인초등학교를 찾았다. 방과후 돌봄교실에 참석한 그는 '수박 가방 만들기' 작업을 참관하며 어린이들과 짧은 대화를 주고 받았다. 그런데 박 대통령과 어린이 사이의 대화 내용이 공개되며 논란이 불거졌다. 


박 대통령은 이날 한 어린이에게 '이거 만들어서 누구에게 선물하고 싶어요?"라고 질문을 했다. 이에 어린이가 "엄마"라고 대답하는 장면까지는 자연스러웠다. 그런데 이후 어린이의 대답에 대한 박 대통령의 반응이 황당했다. 그는 "엄마? 엄마가 좋아하실까? 이거 너무 쪼그매서 엄마가..."라고 말해 보는 이들의 마음을 한순간에 난감하게 만들었다.

어안이 방벙해지는 박 대통령의 발언은 계속 이어졌다. 그는 이번에는 수박 가방에 씨를 붙이고 있는 어린이에게 다가가 "이건 수박씨 같지가 않은데?"라고 말하며 다시 한번 현장을 얼어붙게 만들어 버렸다.


ⓒ SBS 뉴스 비디오 머그 화면 갈무리



관련 사실이 알려지자 박 대통령을 향한 시민들의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손발을 오그라들게 만드는 박 대통령의 발언에 상처받았을 아이들을 생각하니 만감이 교차한다. 물론 박 대통령의 발언은 의도하지 않은 가운데 나온 실수다. 그러나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을 구분하는 건 능력이 아닌 인성의 문제다. 이를 대통령의 실언으로 유야무야 넘길 사안이 아닌 것이다. 

그동안 부적절한 발언으로 여러차례에 걸쳐 구설에 시달려 왔던 박 대통령이기에 이번 논란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 논란은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사안들과는 본질적으로 차원이 다르다. 그가 대통령의 신분임을 감안하면 해외토픽에 나온다 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문제적 장면인 것이다.


이번 동심 파괴 논란은 박 대통령의 감수성이 확실히 결여되어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각인시켜 준다. 그에게는 민주주의, 법과 정의, 노동과 인권 등 뿐만 아니라 여성으로서, 어머니로서의 감수성 역시 찾아보기가 힘들다박근혜 정부 들어 민주주와 인권이 크게 후퇴하고, 법과 원칙이 흔들리고, 노동환경이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정치 지도자의 감수성 결핍은 이처럼 엄청난 비극과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유권자라면 반드시 곱씹어야 할 장면이자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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