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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한진해운 사태 입연 최경환, 그가 날린 돈이 얼만데

ⓒ 오마이뉴스



지난달 31일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국내 1, 세계 7위의 해운업체가 법정관리 절차에 들어가자 산업계가 크게 술렁이고 있다. 당장 7일까지 수출 차질로 빚어진 피해 금액만 7000만달러에 이른다. 한진해운발 물류대란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산업계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듯 패닉에 빠진 모양새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자 야당을 중심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한 한진그룹은 물론이고 정부·채권단을 향한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특히 해운산업의 구조조정 문제가 1년여 전부터 부각됐고,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가능성 역시 수개월 전부터 대두되었음에도 대책 마련에 손을 놓고 있었던 정부를 향한 비난이 집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의 졸속 행정과 무능을 질타하는 목소리는 여당이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다.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은 7일 강원도 춘천 한림대 강연에서 이 문제를 정조준했다. 그는 "한진해운이 부실화해서 난리, 대우조선해양이 부실화해서 난리"라며 "한진해운과 대우조선해양이 부실화된 게 누가 잘못해서 이렇게 됐는가, 부실기업을 법정관리를 가든 뭐든 구조조정 과정에서 국민세금을 낸 걸로, 부실기업을 어떻게 책임질지 정의의 관점에서 꼭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승민 의원은 이날 한진해운의 방만한 운영과 도덕적 해이를 질책하면서도 무대응과 무대책으로 사태를 키운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을 싸잡아 비판했다. 특히 서별관회의를 직접적으로 거론하며 지난해 10월 대우조선해양의 부실지원 결정 과정에 개입한 것으로 알려진 최경환 의원과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을 겨냥하기도 했다.

김무성 전 대표 역시 정부의 안일한 대응을 비판하고 나섰다. 그는 지난 1일 한진해운 관련한 긴급간담회 자리에서 정부의 지원 중단을 "바보같은 결정"이라며 맹비난한 바 있다. 아울러 청와대를 향해서도 "지금 한진해운 소유의 120만 개 컨테이너 화물처리가 지연되고 있고 앞으로 클레임을 통해 엄청난 손실이 있을텐데 공무원들은 자기들이 나중에 다 뒤집어쓸까봐 결정을 못하고 있다" "이런 걸 청와대 정무수석이나 이런데서 조정하는 힘이 있어야 하는데 너무 무책임하다"고 성토하기도 했다.

여당에서조차 정부와 청와대의 무능과 무책임을 비판하는 상황이고 보면, 정부가 한진해운 사태나 조선해운업 부실에 대한 책임론을 피해갈 수는 없을 전망이다. 그런데 이와는 반대로 정부 책임론을 정략적 발상이자 포퓰리즘적 정치사회 문화라 규정하며 정부를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인물이 있다. 8일부터 열리는 서별관회의 청문회로 다시 주목받고 있는 최경환 의원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 오마이뉴스



최경환 의원은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진해운 사태로 수출업체들이 어려움을 겪자 관료들이 나서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문제해결 능력을 잃은 것일까? 아니라고 본다"고 적었다. 그는 이어 "포퓰리즘적 정치사회 문화가 관료들로 하여금 유능함을 감추어버리게 만든 게 문제"라고 지적하며 "정책당국이 막무가내식 책임추궁을 당하지 않고 소신껏 일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진해운 사태에 대한 정부 책임론이 비등해지자 황급히 진화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최경환 의원의 주장은 한진해운 사태의 원인 및 본질과도 어긋날 뿐더러 그 자신이 조선해운업 부실사태를 키운 당사자라는 점에서 대단히 부적절하다. 그는 지난해 정부가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추가지원을 결정할 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었다. 조선해운업의 부실 책임으로부터 절대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의미다.

실제로 그는 조선해운업의 부실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열리는 서별관회의 청문회의 핵심 증인으로 손꼽혀왔던 인물이었다. 비록 새누리당의 결사반대로 증인 채택이 무산되었지만, 그가 논쟁의 중심에 있는 인물임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 경제정책을 총괄하고 예산·기금의 편성과 집행을 책임지는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서 대우조선해양에 42000억원에 달하는 자금 지원을 결정한 책임이 그에게 있기 때문이다.


정부정책을 운용하는 고위공직자가 그에 상응하는 막중한 책임감을 반드시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것은 상식에 가깝다. 그러나 그에게는 조선해운업의 구조조정과 관련해 부실한 관리감독과 지원을 주도했던 책임 따위는 전혀 없는 모양이다. 책임을 통감하고 조용히 자숙하고 있어도 모자랄 판에 한진해운 사태에 대한 정부 책임론이 '정략적인 반정부 비판제일주의'라며 정부 편들기에 급급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최경환 의원은 이명박 정부 당시 지식경제부 장관으로서 무분별한 해외자원개발 플랜을 가동시켜 수십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국민혈세를 허공에 날려버린 '자원외교 5인방' 중의 하나다그러나 단군이래 최대의 국부유출 사건이라 불렸던 해외자원개발의 진상규명은 청문회조차 열리지 못한 채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만약 그 때 정부 정책의 과실에 대한 책임을 확실하게 물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서별관회의 청문회가 열릴 필요가 있었을까조선해운업 부실과 관련해 '최경환'이라는 이름이 다시 거론되는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은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우리는 책임이 사라진 자리엔 언제나 뻔뻔함과 몰염치가 독버섯처럼 자라난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어쩌면 이 사회에 가장 절실한 것은 무책임에 대한 단호하고 엄중한 단죄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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