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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한국당이 독재자의 후예라 불리는 결정적 이유

ⓒ 오마이뉴스

 

'독재자의 후예' 논란이 한창이다. 5.18 민주화운동 39주년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독재자의 후예가 아니라면 5·18을 다르게 볼 수 없을 것"이라 한 것에 대해 자유한국당이 강하게 반발하면서다. 

민생투쟁 중인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21일 인천 중구 자유공원에서 "제가 왜 독재자의 후예인가. 진짜 독재자의 후예에게는 말 한마디 못하니까 여기서 대변인 짓을 하고 있지 않느냐"라고 거세게 비판했고, 나경원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에 "오늘 반쪽짜리 기념식을 본 듯하여 씁쓸하다"라며 각을 세웠다.

한국당 소속 의원들도 발끈했다. 22일 원내대표·중진의원 연석회의에 참석한 중진의원들이 한목소리로 문 대통령을 성토한 것.

"자유를 훼손하고 짓밟는 게 독재라면, 독재자의 후예는 결국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 자신이 아닌지 생각해보라"(심재철 의원)

"(심재철·김재정) 두 의원에게 '독재자의 후예'인지 물어봤다. 김 의원도 과거 민주화 투쟁을 했다고 한다. 누구는 중앙정보부에 끌려가 동료를 밀고하고 배신하는데 어디다 대고 '독재자의 후예'를 운운하는가"(정진석 의원)

"(문 대통령의) 이 말을 놓고 '남로당의 후예가 아니라면 천안함 폭침을 다르게 볼 수 없다'라는 말로 되돌려줘야 한다는 비아냥을 여기저기서 많이 들었다"(이주영 의원)

"김일성의 3대 세습과 잔혹한 인권 탄압, 핵·미사일에 함구하며 제1야당을 향해 독재자의 후예 운운하는 것은 참으로 한탄스럽다"(유기준 의원)

문 대통령의 발언에 한국당이 뿔이 나도 단단히 난 모양이다. '대변인 짓', '반쪽짜리 기념식', '독재자의 후예는 정부·여당', '남로당의 후예' 등 가시 돋힌 말들이 거침없이 튀어나오고 있다.

그런데 이 모습, 어째 요상하다. 문 대통령의 이날 워딩 그 어디에도 한국당의 이름은 등장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한국당은 문 대통령의 발언이 자신들을 겨냥한 것이라며 집단 대응에 나서고 있다. 제 발이 저리기라도 한 것일까. 

12·12 쿠데타로 군대를 장악한 전두환 신군부는 5·18 당시 시위에 나선 광주시민을 폭도로 몰아 무차별 살상했다. 계엄군은 광주시민을 진압봉과 총검으로 무차별 구타했고, 시위대를 향해 총을 난사하는 유혈진압을 감행했다. 

정권욕에 사로잡힌 독재자의 반인륜적 범죄인 5·18은 이미 역사적·법적 평가가 명확히 내려진 사안이다. 1990년 국회가 5·18을 민주화운동으로 규명한 데 이어, 1995년에는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이 만들어졌다. 1997년에는 '5·18민주화운동'이 국가기념일로 제정돼 매년 정부 주관으로 기념행사가 치뤄진다. 

이처럼 5·18은 이제 반드시 기억해야 할 역사적 사건으로 각인돼 있다. 문 대통령의 발언처럼 누구도 부인할 수 없고, 다르게 볼 수 없는 시대의 아픔이자 교훈인 것이다. 

그런데 5·18을 아직도 부정하고 왜곡·폄훼하는 세력들이 있다. 1980년대 민주화운동의 모태가 되었고, 87년 6월항쟁으로 이어진 5·18의 의미를 깎아내리고 훼손시키려는 사람들이 있다. 문제는 문 대통령의 발언에 단단히 뿔이 나 있는 한국당 역시 그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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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강하게 부인하고 있지만, 한국당의 정치적 뿌리가 독재세력과 맞닿아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모두가 아는 것처럼 한국당의 정치적 뿌리는 이승만의 자유당, 박정희의 공화당, 전두환의 민정당과 맥이 닿아 있다. 

그래서일까. 한국당은 독재 논란이 끊이질 않는 이승만을 '국부'라 추앙하는가 하면, 유신독재로 민주주의와 인권을 말살한 박정희를 미화하기에 스스럼이 없다. 소속 의원들이 주최한 공청회에서는 학살자인 전두환을 '영웅'으로 추켜세우는 주장이 버젓이 튀어나온다.

사정이 이러니 '5·18 망언' 3인방에 대한 징계도 하세월이다. 황 대표는 이들에 대한 징계 조치 없이 기념식에 참석했다가 광주시민의 거센 항의로 체면을 구겨야 했다.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위원회 출범이 지연된 것이 청와대 탓이라 발뺌하다가 여론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자신들 몫의 위원 인선을 차일피일 미루며 위원회 출범을 지연시켰던 한국당은 과거 5·18민주화운동을 왜곡·폄훼했던 인사들을 추천해 5월 단체는 물론 시민사회단체와 정치권의 거센 비판에 시달린 바 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을 비판하며 '남로당'을 끌어들인 것도 따져볼 문제다. '독재자의 후예' 발언에 대한 맞불 차원에서 '남로당의 후예'를 거론한 것으로 보이지만, 기실 한국당이 신주단지 모시듯 떠받드는 박정희야말로 남로당의 원조격이기 때문이다.

실제 박정희는 남로당 활동 전력이 있는 (극우보수진영의 표현을 빌자면) 골수 '빨갱이' 출신이다. 박정희는 남로당 활동 이력으로 군사재판에 회부돼 1심에서 무기징역을, 2심에서 10년형을 선고받았다. 박정희에 죽고 사는 한국당이 '남로당의 후예' 운운할 처지가 아닌 것이다.

5·18 민주화운동이 발생한지 어언 40년이다. 그러나 그날의 실체적 진실은 아직까지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 있다. 자국 시민을 겨냥한 천인공노할 만행에도 내란의 수괴인 전두환을 비롯해 가해자들은 전혀 반성의 기미가 없다. 일부 세력은 5·18 민주화운동을 비하하며 희생자와 유가족을 조롱하기까지 하고 있다.

이처럼 그날의 상흔은 여전히 치유되지 못한 채 광주시민의 가슴을 짓누르고 있다. 광주의 아픔을 어루만져 주어야 할 사회와, 정치권은 경쟁하듯 시커먼 재를 마구 뿌려댄다. 5·18 기념식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 가운데 열리고, 그 한편에선 여전히 5·18 민주화운동의 가치를 훼손하는 망언과 망동이 벌어진다.

문 대통령의 발언 속에는 이와 같은 현실에 대한 자괴감과 안타까움, 미안함이 뒤섞여 있다. 그러나 한국당은 달리 생각하는 모양이다. 5·18의 가치 훼손에 한국당의 책임이 결코 작지 않음에도 문 대통령의 발언을 문제 삼아 대대적인 정치 공세를 펼치고 있다. 심지어 나 원내대표는 "한국당의 전신이 (5.18) 민주화운동 특별법을 만들었고 그 정신을 계승했다"며 항변하고 있다.

뻔뻔함의 극치를 보는 것 같다. 이런 한국당을 바라보는 민심은 냉랭하기 그지없다. 공당이라면 대통령의 발언보다 그 속에 담겨있는 뼈 때리는 함의를 더 깊이 새겨야 한다. 5·18 기념식이 '반쪽짜리'에 그치고 있는 본질적인 이유를 모른다면, 자당의 대표가 광주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이유를 깨닫지 못한다면, '독재자의 후예'라는 꼬리표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한국당을 따라다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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