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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한국당 복당 저울질.. 유승민의 꿈과 비전은 어디로 사라졌나

ⓒ 중앙일보

 

총선이 가까워지면서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한 보수 결집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보수 진영의 대동 결집은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이 계기가 됐다. 태극기 세력과 광신교도들의 우스꽝스런 콜라보인, 이른바 '광화문집회'는 이 흐름에 기름을 붓는 촉매제였다.

 

<연합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이 16일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를 만날 용의가 있다"고 하자, 황 대표가 "대화가 필요하면 대화하고, 만남이 필요하면 만날 수 있고, 회의가 필요하면 회의체도 할 수 있다"고 맞장구를 쳤다고 한다.

 

합리적 개혁보수를 표방하며 한국당을 뛰쳐나온 유승민이 당을 떠난지 2년 여 만에 마침내 자신의 한계를 절감한 모양이다. 바른정당의 실패 이후 안철수와 손을 잡은 유승민은 그 후에도 고전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중이다.

 

2018년 지방선거 참패는 유승민 앞에 펼쳐질 냉혹한 현실을 예고하는 신호탄이나 마찬가지였다. 실제 지방선거 이후 유승민은 끈 떨어진 갓 신세나 다름이 없다. 한때 보수진영의 차세대 리더로 떠오르던 유승민의 존재감은 바닥으로 떨어졌고, 대권후보군에서도 저만치 멀어져 있다.

 

이대로라면 차기 총선마저 장담할 수 없는 군색한 입장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자신의 정치적 미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터.  그래서 유승민이 생각해 낸 것이 바로 한국당과의 연대, 내지는 통합이다.

 

바른미래당 간판으로 내년 총선을 치를 수 없다는 건 삼척동자도 안다. 기대를 모았던 안철수와의 재결합은 공염불이 됐다. 한결 영민해진 안철수는 국내 정치 복귀대신 미국으로 날아갔다. 바른미래당에 합류하는 것보다 훗날을 기약하는 편이 더 유리하다는 계산이 선 것이다. 

 

안철수가 도움의 손길을 뿌리친 이상 유승민의 선택지는 두 가지로 좁혀진다. 제3의 길을 고수하느냐, 아니면 한국당으로 유턴하느냐. 그러나 사실상 외길 수순이다. 바른미래당 간판으로는 제 아무리 용을 써도 안 된다는 것이 이미 수차례 입증이 됐기 때문이다.

 

바른미래당 내부 사정도 이같은 추론에 힘을 실어준다. 손학규 대표의 거취 여부를 놓고 바른미래당은 사실상 한 지붕 두 가족이 됐다. 바른미래당의 분당 혹은 해체는 단지 시간의 문제일 뿐 기정사실이나 다름이 없다.

 

합리적 진보세력(국민의당)과 영남의 개혁적 보수세력(바른정당)을 규합해 한국 정치의 고질적 병폐인 진영논리와 지역주의 극복에 앞장서겠다고 천명하던 모습을 떠올리면 참으로 초라한 모양새다. 

 

유승민은 바른미래당을 창당하며 중도보수개혁 정당을 표방했지만 정체성과 노선을 새롭게 정립하는 데에는 실패했다. 유승민계와 안철수계는 노선과 강령 등을 둘러싸고 이견이 표출되는 등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창당 이후에도 당의 정체성과 철학, 이념 등을 놓고 자주 부딪히는 모습을 연출했다.

 

특히 외교안보 분야에서 ‘국민의당 대 바른정당’, ‘호남 대 비호남’ 사이의 간극은 더욱 도드라졌다. 물과 기름이 된 바른정당계와 손학규 대표 사이의 갈등 역시 그와 무관하지 않다.

 

바른미래당의 불확실성은 이미 창당 초기부터 예견돼온 터였다. 지방선거에서의 참패도 마찬가지다. 그런 면에서 차기 총선은 바른미래당과 유승민의 정치적 무덤이 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총선이 가까울수록 반문연대를 고리로 한 '보수 빅텐트' 바람은 거세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수구 결집을 향한 원심력은 극대화되는 반면, 바른미래당의 구심력은 갈수록 약화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이는 바른미래당의 창업주이자 절대 주주인 유승민의 정치적 위기를 뜻한다.

 

유승민이 한국당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문제는 명분이다. 그러나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   '반문연대, '보수대통합', '제3지대' 등은 유승민의 한국당 복귀를 위한  결집을 위한 그럴듯한 구실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만나는 게 아니다. (황 대표가) 탄핵의 강을 건너고, 개혁적 보수로 나와 낡은 집을 허물고 새집을 짓자는 제안에 진지하게 생각하면 좋겠다"(유승민)

 

"이 정부의 폭정을 막으려면 우리 자유 우파 세력들이 하나가 돼야 한다"며 "너 나 할 것 없이 뭉쳐야 한다"(황교안)

 

한 사람은 군불을 지피고, 다른 한 사람은 슬그머니 멍석을 깐다.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누지 않았을 뿐, 아주 그럴싸한 케미가 연출되고 있다. 총선 전 유승민의 한국당 복귀는 이제 기정사실화 된 모양새다. 합리적 개혁보수를 앞세우고 있지만 유승민의 철학과 노선이 (박근혜 탄핵을 제외하면) 한국당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도 이같은 전망에 무게를 실어준다.

 

한국당이 분당 이전으로 되돌아 갈 날이 멀지 않아 보인다. 이 나라 보수들이 '학수고대'하는 완전체의 모습, 도로 새누리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