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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턱 밑까지 이른 검찰 수사, MB는 포토라인에 서게 될까?

오마이뉴스


"다스(DAS)는 누구 겁니까?"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한 번 쯤은 들어봤을 낯익은 질문이다. 지난해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던 이 질문은 급기야 하나의 놀이로 승화됐다. 온라인 댓글의 마지막은 의례히 "그런데 다스는 누구겁니까"로 끝이 났고, SNS의 해쉬태그에도 동일한 질문이 유행처럼 번져나갔다. 다스를 패러디한 각종 포스터가 쏟아져 나오는가 하면, '다스'가 포함된 단어나 연관어들이 들어간 재기넘친 풍자물들이 큰 인기를 얻기도 했다.

끊임없는 의혹에도 실체가 묘연했던 다스의 실소유주를 찾기 위해 시민들이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기도 했다. 다스의 실소유주를 밝히기 위한 모금 운동인 '플란다스의 계'는 모금을 시작한지 3주 만에 목표액인 150억원을 모두 채웠다. 모금 운동을 주도한 국민재산되찾기 운동본부에 따르면, 다스의 주식 3% 가량을 매입하게 되면 임시주주총회를 소집할 수 있고 회계장부와 거래 상황 등의 열람이 가능해 져 회사의 소유 구조를 검증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이와 관련 안원구 국민재산되찾기 운동본부 사무총장(전 대구지방국세청장)은 "왜 MB 재산을 추적해야 하는가?"라는 글에서 "이명박을 둘러싼 많은 의혹들이 세간에서 제기되고 있는데 본인의 해명도 없고, 권한 있는 기관에서 의혹의 사실여부를 확인하는 작업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명박의 숨겨진 재산을 밝혀서 그 형성 과정과 숨겨진 형태, 숨겨야만 했던 이유를 파악해 진상을 밝히고 그 과정에서 불법적인 부분이 있었다면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다스의 실소유주라 의심받고 있는 이 전 대통령의 차명재산 의혹과 비자금 조성 등의 의혹에 대해 사실관계를 명확히 밝히고, 불법적 행태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는 뜻이다. 지난해 11월 30일 개설된 모금 계좌는 3만6477명의 시민들이 참여할 만큼 뜨거운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그리고 국내 뿐만이 아니라 해외에서도 참여 문의가 빗발치는 등 폭발적인 관심 속에 3주 만에 150억원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는 다스 실소유주 논란은 어느날 갑자기 불거진 의혹이 아니다. 지난 2007년 당시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박근혜 후보 캠프에서 최초 문제를 제기한 이후 지금까지 10년이 넘게 계속돼 오고 있다. 그사이 두 번의 검찰 수사와 두 번의 특검 수사가 있었다. 모두 '무혐의' 처리로 결론이 났지만, 그러나 국민적 의혹은 해소되기는커녕 시간이 갈수록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해 재점화된 다스 실소유주 논란은 급기야 다시 검찰 수사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7일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신원미상의 다스 실소유주와 정호영 전 특별검사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다스 실소유주가 차명계좌를 통해 2008년까지 120억원 상당의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과 'BBK 의혹'을 수사했던 정 전 특검이 다스의 비자금 의혹을 파악하고도 이를 덮었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 의뢰를 요청한 것이다. 오는 2월 21일 공소시효가 만료되는 다스 비자금 수사는 현재 서울 동부지검 특별수사팀 맡아 수사를 전개하고 있다.

2007년 대선 당시 터진 'BBK 의혹'을 수사했던 '정호영 특검'은 이 전 대통령이 취임하기 직전 문제의 "도곡동 땅은  김재정·이상은 공동 소유"이며 "다스 주식을 이명박이 차명 소유한 사실이 없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당시 특검팀은 부실수사 의혹으로 도마위에 올랐다. 당시 정 전 특검이 당선자 신분이었던 이 전 대통령을 한정식집에서 만나 꼬리곰탕을 먹으며 조사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최근에는 특검팀이 다스의 비자금 조성과 관련된 회계 장부와 관련 서류를 확보하고도 이를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정황이 밝혀지기도 했다. 다스를 수사했던 특검팀이 다스 사장실에서 커피를 마시며 형식적인 수사를 했다는 내부 관계자의 증언과 비자금 조성 과정이 담겨있는 내부 문건을 특검팀이 다스에 되돌려줬다는 진술도 나왔다. 의혹이 사실이라면 당시 특검이 살아있는 권력인 이 전 대통령 관련 혐의를 수사하면서 직무유기를 했다는 의미가 된다. 


ⓒ 오마이뉴스


다스의 실소유주가 이 전 대통령이라는 관련자 진술도 속속 터져나오고 있다. 지난달 23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다스의 실소유주와 관련된 논란을 파헤치는 내용이 방송됐다. 이날 방송에서 다스의 전·현직 직원들은 이구동성으로 다스의 실소유주는 이상은 회장이 아니라 이 전 대통령이라고 주장했다. 전 다스 간부는 "MB가 오면 회사에 비상이 걸려서 물청소를 한다. 회장 동생이 오는데 뭐 한다고 청소를 하나. MB를 회장이라고 그랬다. 회장님, 왕 회장님"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회장의 전 운전기사 역시 다스의 실소유주는 이 전 대통령이라 단언했다.

검찰과 특검의 부실수사 의혹, 관련자 진술 외에도 다스가 이 전 대통령 소유라는 정황은 한 둘이 아니다. 주목해야 할 점은 다스에서 이 전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가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상식대로라면 회사의 오너인 이 회장의 장남 동형씨에게 다스의 실권이 집중돼야 마땅할 터다. 그러나 특이하게도 외려 시형씨의 위상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 현재 시형씨는 중국의 다스 사업체 9곳 가운데 4곳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다스의 회계와 재무를 책임지는 회계총괄이사 역시 그다. 반면 동형씨는 2016년 10월 총괄부사장에서 부사장으로 강등되는 등 사내 입지가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

다스가 옵셔널벤처스(BBK의 후신)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된 김경준에게 140억원을 돌려받는 과정에 이명박 정부 청와대가 개입한 의혹도 있다.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 언론에 보도된 바와 같이 다스와 옵셔널벤처스 투자자, 그리고 김경준 등이 얽혀 있는 소송과 관련해 당시 LA의 총영사였던 김재수가 대책회의를 여는 등 청와대와 긴밀히 협조한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김 전 LA 총영사는 2007년 BBK 사건 당시 이 전 대통령의 변호인을 맡았던 전력이 있는 인물이다. 


다스의 주요 임원진이 이 전 대통령의 측근들로 이뤄져 있다는 것도 다스 실소유주 논란을 부추기는 요인 중의 하나다. 실제 다스의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인물들인 강경호 현 다스 공동대표부터 시작해서 신학수 감사, 다스의 3대 주주로 알려진 김창대씨 등은 모두 이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인사들이다. 다스 해외 사업체와 국내 주요업체의 지분이 시형씨에게 급속하게 집중되고 있는 점, 다스의 최대주주였던 고 김재정씨 사망 이후 상속세를 둘러싼 의혹 등도 석연치 않기는 매한가지다. 다스의 주식을 1%도 소유하지 않고 있다는 이 전 대통령의 말과는 달리 드러나는 정황들은 이처럼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물론, 다스에 대한 이 전 대통령의 입장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전혀 없다. 2일에도 이 전 대통령 측은 관련 의혹을 일축하며 다스가 이상은씨와 김재정씨의 소유임을 분명히 했다. <연합뉴스>는 이날 이 전 대통령 측이 "막연한 추측으로 상식에 맞지 않는 수사를 하고 있다"며 "이 사건은 수사할 사안이 아니다. 완전히 무법천지"라고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이 전 대통령이 최근 다스 문제가 다시 공론화되면서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에 대해 불쾌한 기색을 내비쳤다는 관계자의 말도 전했다. 다스 수사가 전 정권에 대한 정치 보복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 측의 주장은 다스 수사를 시민들이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다스 수사는 다스와 관련한 불법·부정의 흔적들과  비상식적인 정황들이 계속해서 불거지자 시민들이 직접 나서 문제를 제기하며 시작된 것이다. 그런 면에서 지난해 온라인을 수놓았던 '다스 놀이', '플란다스의  계' 등은 베일에 가려져 있던 다스의 실소유주를 밝히기 위한 세간의 관심이 얼마나 뜨겁고 가열찬지를 보여주는 방증이라 할 터다. 그럼에도 이 전 대통령은 여전히 딴소리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이 하나 있다. 다스 수사는 이 전 대통령을 둘러싼 수많은 의혹들 중 하나에 불과할 뿐이라는 사실이다. 다스 실소유주 논란 외에도 국정원과 군사이버사령부를 동원한 불법선거개입, 민간인 사찰 의혹, 블랙리스트 작성 및 언론 탄압 의혹, 천문학적인 혈세를 낭비한 사자방 의혹 등 이 전 대통령과 관련된 사안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여론이 극도로 흉흉해져 가고 있다. 지금처럼 무책임과 몰염치로 일관하다간 시민들의 분노가 다른 사안으로 옮겨붙는 건 시간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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