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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태양왕 홍준표, "짐이 곧 국가다"

요즘 가장 뜨거운 정치인을 꼽으라면 단연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으뜸일 겁니다. 경상남도가 전국 광역시도 가운데 처음으로 무상급식을 중단하며 논란의 중심에 우뚝 섰기 때문입니다. 홍준표 지사는 그동안 여러차례에 걸쳐 무상급식을 중단하겠다고 무력시위를 해왔습니다.

그리고 결국 지난 2010년 지방선거 이후 국민적 합의 하에 시행되어 왔던 무상급식을 다시 원점으로 되돌리는 데 성공했습니다. 한번 마음먹은 것은 어떤 경우라도, 설사 도민이 반대한다 할지라도 반드시 관철시키고야 마는 홍준표 지사의 의지가 놀랍기만 합니다.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인 무상급식 중단 논란은 홍준표 지사의 전작인 '진주의료원 폐업'의 속편입니다. 뼈속까지 시장주의자인 홍준표 지사가 공공재인 의료정책에까지 시장의 논리를 투영시켰던 것과 마찬가지로 무상급식 중단의 이면에도 우파 시장주의자의 철학과 복지관이 고스란히 노출되고 있습니다.

시장주의자에게 적자는 용서할 수 없는 범죄이자 죄악입니다. 마찬가지로 우파 정치인에게 보편적 복지는 자유시장의 질서를 위협하는 '필요악'으로 인식됩니다. 따라서 시장주의를 맹신하는 우파 정치인인 홍준표 지사에게 공공의료나 무상급식같은 화두는 눈엣가시나 마찬가지입니다. 그가 도지사직에 오르자마자 좌파 정책들을 손보고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홍준표 경남지사가 진주의료원 폐업과 무상급식 중단같은 격한 논쟁의 중심으로 뛰어든 것은 손해볼 것이 없다는 자기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장사꾼과 정치꾼의 공통점은 그들이 절대로 손해보는 게임을 하지 않는다는 데에 있습니다. 홍준표 지사는 도민의 절대다수가 반대한 진주의료원을 폐업시키고도 보란듯이 재선에 성공했습니다.

이는 적어도 경상남도에서는 정치적 논란과 정치적 심판은 별개라는 것을 입증해 줍니다. 이번 무상급식 중단도 진주의료원 폐업의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논란이 아무리 격해진다 한들 그가 잃을 것은 별로 없어 보입니다. 어차피 시간은 그의 편이고 변치않는 지역민심은 그가 끊임없이 논란을 유발시키는 실질적인 배경입니다.

홍준표 지사는 정치판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아주 노련한 정치인입니다. 특히 대중들의 심리를 활용하는 데에 있어 아주 탁월한 감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새누리당 소속 정치인들 중 그만큼 선동에 능한 정치인이 또 없습니다. 그는 대중선동을 위해서라면 "노무현 대통령처럼 아방궁을 짓고 사는 사람은 없다", "진주의료원은 강성노조의 해방구", "국가재정 채무파탄, 무상급식은 진보좌파의 무상파티" 같은 선정적인 수사를 동원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이것들은 모두 진실과는 무관하게 날조된 마타도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거짓말도 자꾸 하게 되면 결국 믿게 된다'는 괴벨스의 전언이 아니어도, 대중들은 유력 정치인이 작심하고 생산해낸 부정의 언어에 대단히 취약합니다. 만약 언론이 제기능을 하지 못한다면 그 효과는 더욱 극대화되어 나타날 수 밖에 없습니다. 정치인이 네거티브에 목을 매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홍준표 지사는 바로 이와 같은 네거티브와 마타도어 전략으로 오늘의 자리에 오른 대표적인 정치인입니다. 건강하고 올바른 정치문화를 위해 네거티브와 마티도어가 사라져야 할 구습이라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진작에 사라졌어야 할 구태와 구습이 여전히 유효한 정치전략으로 애용되고 있다는 것이 우리 정치의 불행이라면 불행일 것입니다.





홍준표 지사는 공공의료 시설로 100년이 넘도록 도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켜온 진주의료원을 폐업시키고 국민적 합의를 거쳐 지난 4년동안 시행되던 무상급식마저 중단시켜 버렸습니다. 국가가 국민에게 제공해온 100년 동안의 의료서비스와 4년 동안의 급식서비스가 하루아침에 사라져 버린 겁니다.

이 모든 것이 어떠한 합의나 의견수렴의 과정없이 홍준표 지사의 일방적인 결정과 지시 하에 이루어졌습니다진주의료원 폐업 당시에는 새누리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의회가 조례안을 날치기로 통과시키는 추태까지 보이기도 했습니다이는 도민을 무시하는 폭거이자 독단적인 권력 남용입니다.

진주의료원 폐업과 무상급식 중단은 홍준표 지사의 선거공약집에 나와 있는 내용들이 아닙니다. 정신이 나가지 않는 이상 공공재인 국가의료시설과 이미 국민적 합의가 끝난 국가급식을 폐기하겠다고 공약하는 정치인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결국 홍준표 지사는 도민이 부여한 한시적 권력을 눈엣가시같던 국가공공의료시설과 국가급식을 없애는 도구로 사용한 것입니다.

물론 정치인이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정치권력을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위해 행사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이 신념이 그릇된 것일 경우에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됩니다. 잘못된 신념을 바탕으로 한 정치권력의 남용만큼 위험하고 끔직한 것이 또 없습니다. 그러나 현 정치체제에서는 그릇된 신념을 가진 최고통치자의 권력남용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이를 위한 제도적 장치인 3권 분립은 교과서에나 나와 있는 이야기일 뿐이죠.





홍준표 지사를 떠올리면 오버랩되는 인물이 있습니다. 국왕의 권력은 신으로부터 내려온다는 왕권신수설을 절대적으로 신봉했던 태양왕 루이 14세입니다. 어쩌면 홍준표 지사는 자신을 태양왕 루이 14세와 동일시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것이 아니라면 임기가 있는 선출직인 일개 도지사가 도민의 생명과 안전, 권리를 이처럼 무시하며 독단적으로 권력을 남용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짐이 곧 국가다"

태양왕 루이 14세는 자신의 권력을 신이 부여해준 것이라고 굳게 믿었습니다. 중세 봉건주의 시대의 통치자다운 사고이자 인식입니다. 그러나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신이 아닌 국민으로부터 나옵니다. 이는 초등학생들도 알고 있는,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변치않는 진리입니다.

안타깝게도 대한민국에는 이 명징한 사실을 모르는 두 명의 위정자가 있습니다. 아마도 그 두 사람의 심장 속에는 태양왕 루이 14세의 피가 강하게 역류하고 있나 봅니다. 저 두 사람을 어찌하면 좋을까요. 남아있는 시간들을 생각하니 아찔한 현기증이 납니다.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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