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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침묵하는 안철수, 그의 정치시계가 끝나간다

ⓒ 오마이뉴스


"꼬리를 잘라도 너무 잘랐다. 참으로 염치 없는 짓이다. 조작된 정보에 의한 네거티브를 선거전략으로 채택해 발표하고 대대적으로 공세를 취한 건 국민의당이다. 이 사건은 '국민도 속고 국민의당도 속은' 사건이 아니라 명백히 국민의당이 국민을 속인 사건이다."

제보조작 사건의 진상조사 결과 발표에 황당함을 느꼈던 것일까. 김관영 국민의당 진상조사단장이 이번 사건을 이유미씨의 단독 범행으로 결론짓자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4일 국회 상무위원회 모두 발언을 통해 날린 일성이다. 국민의당은 '나쁜 놈'이 될 바에는 차라리 '바보'가 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그것이 아니라면 "국민도 속고, 국민의당도 속았다"는 이 기상천외한 발언을 이해할 방법이 없다.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당은 문재인 대통령 아들 준용씨의 취업특혜 의혹에 사활을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거센 공세를 퍼부었다. 대선을 목전에 둔 지난 5월5일 국민의당이 긴급발표한 '문재인 후보 아들 특혜 채용 개입' 의혹만 해도 무려 30여 차례가 넘게 당 차원의 조직적인 공세를 펼쳤다. 그러나 모두가 아는 것처럼 관련 내용은 악의적으로 조작된 것이었다. 국민의당은 조작된 증거를 바탕으로 상대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공격에 나선 셈이다.

이해가 안 되는 것은 당시 국민의당에서 조작 파일에 대한 검증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무엇보다 검사, 변호사, 기자 출신 인사가 수두룩한 공당이 일개 평당원에게 휘둘렸다는 것 자체가 도무지 납득이 안 된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자체 진상조사 결과가 고작 "국민도 속고, 당도 속았다"라니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다.

그러나 진상조사 결과도 놀랍지만 그보다 더 놀라운 건 국민의당 지도부, 그 중에서도 안철수 전 대표가 보여주고 있는 행태다. 이번 사건이 증거를 조작해 대선에 개입한 있을 수 없는 범죄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관련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든 아니든 대선 후보로서 의당 책임을 통감하고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함이 마땅할 터다.

그러나 안철수 전 대표는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지난 2일 서울 모처에서 당 차원의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국민과 당에 정말 죄송한 일이 발생했다"고 말한 것이 전부다.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될 제보조작 사건으로 인해 한 개인의 인권이 짓밟혔고, 대의민주주의가 훼손되고 유린됐다. 어디 그뿐인가. 기만 당한 다수 국민이 공분하고 있고, 그 여파로 말미암아 당은 존폐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그럼에도 안철수 전 대표의 침묵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 오마이뉴스


"제보조작 사건은 민주주의의 부재 속에 많은 허점이 생겨난 결과다. 현재 당이 직면한 문제는 신뢰 회복의 문제다. 신뢰 회복의 요체는 책임이고, 책임의 요체는 반응하는 것이다. 지금은 각자 자신의 무고 증명에 급급한 상황이지만, 정당으로서 포괄적 정치적 책임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김태일 국민의당 혁신위원장이 4일 오후 제보조작 사건에 대해 밝힌 입장 중의 일부다. 김태일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며 안철수 전 대표의 사과를 요구했다. 그는 지난달 29일에도 "자신을 위해 뛰었던 집단과 세력에 대해 장수가 책임져야 한다"며 안철수 전 대표가 보다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주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황주홍 의원 역시 3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국민적인 공분, 분노가 폭발하고 있는 시점이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아주 짧은 정도의 입장 표명, 예컨대 '죄송하다. 이유 여하를 떠나서 책임감을 느낀다. 검찰 수사가 완료가 되면 여러분 앞에 서서 입장을 밝히겠노라'고 이런 정도의 입장표명이라도 있어야 한다고 본다"며 안철수 전 대표의 대응에 진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안철수 전 대표에 대해 당 내부에서도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는 것이다.

여론 역시 극도로 나빠지고 있다. 윗선의 개입이 없었다는 국민의당의 발표와는 달리 복수의 여론조사 결과, 다수 국민은 당 차원의 조직적인 개입이 있었을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당의 지지율도 곤두박질 치고 있다.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당은 정당 지지율에서 최하위를 기록한 데 이어, 최대 지지기반인 호남에서조차 자유한국당에게 뒤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이번 제보조작 사건으로 인해 당의 존립이 송두리채 흔들리고 있다는 방증이다.

제보조작 사건에 대한 검찰수사와는 별개로 누군가는 나서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에 이견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김태일 위원장의 표현을 빌자면, 관련자들이 모두 자신의 무고를 증명하기에 급급하고 있는 형국이다. 게다가 국민의당의 창업주이자 얼굴인 안철수 전 대표는 당안팎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침묵을 고수하는 중이다.

지난 대선에서 상대 후보를 향해 목소리를 높이던 안철수 전 대표의 모습은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또렷이 남아있다. 조작된 증거가 마치 진실인 것처럼 힘주어 강변하던 그 모습이 여전히 뇌리에 선명하게 각인돼 있는 것이다. 아마도 그래서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사건에 분노하는 이유 말이다. 


거품 물고 달려들던 당시의 기세에 비하면 지금의 이 침묵은 비겁하다고 밖에는 달리 할 말이 없다. 안철수 전 대표가 금과옥조처럼 뇌되이던 '새정치'가 이런 모습일 거라고 생각치 않는다. 작금의 침묵은 '금'이 아니라, '독'이라는 사실을 안철수 전 대표가 하루 빨리 깨닫게 되기를 바란다. 침묵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자신의 정치 시계 역시 그만큼 빨라진다는 사실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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