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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충청 경선결과에 민주당이 웃고 있는 이유

ⓒ 한국경제


관심을 모았던 더불어민주당 충청권 순회경선에서 문재인 전 대표가 47.8%를 득표하면서 호남에 이어 또 다시 1위를 차지했다. 안방에서 반등을 노렸던 안희정 충남지사는 36.7%로 2위, 이재명 성남시장이 15.3%로 3위를 기록했다.

결과만 놓고 보자면 과반에 육박한 득표율로 1위에 오른 문 후보의 대세론이 다시 한번 확인되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문 후보가 야권의 심장부인 호남에서의 압승으로 '야권의 적통' 지위를 차지한데다, 이번 중원 싸움의 승리로 대선 가도의 확실한 교두보를 확보했다는 평가다.

충청은 안 후보의 홈그라운드라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 아무리 조직력에서 앞서는 문 후보라 할지라도 권리당원과 대의원 투표 비율은 ARS(모바일) 투표 비율에 비할 바가 못된다.

실제 문 후보가 획득한 권리당원·대의원 합산 득표수는 3361표에 불과하다. 이는 문 후보가 충청에서 받은 전체 득표수인 6만645표에 한참을 못미친다. 결국 그동안 중요 선거마다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해왔던 충청 민심이 문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는 얘기다.

반면 안 후보로서는 기대가 컸던 만큼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충청은 안 후보의 안방과도 같은 곳이었다. 호남에서의 패배에도 불구하고 안 후보가 자신감을 내비칠 수 있었던 것도 두번째 경선지역이 바로 충청이기 때문이었다. 안 후보는 충청에서 이기거나 적어도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영남에서 버티며 수도권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요량이었다.

그러나 텃밭인 충청에서 2위에 그친데다 격차마저 상당해 남은 경선 일정이 험난해지게 됐다. 더구나 다음 경선지역인 영남은 안 후보 스스로도 가장 취약하다고 여기고 있는 곳이다. 영남 순회경선은 이 지역에 연고가 있는 문 후보와 이 후보가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예측이다.  안 후보의 추격전이 쉽지 않아 보이는 배경이다.

3위를 기록한 이 후보 역시 발등에 불이 떨어지기는 매한가지다. 호남에서 0.6% 포인트 차이로 아깝게 3위를 차지했던 이 후보는 충청에서 15.3%를 득표하는데 그쳤다. 이에 안 후보와의 격차가 오히려 7.8% 포인트로 벌어지며 2위 탈환이 절실한 이 후보 진영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 오마이뉴스


두 차례의 경선 결과는 문 후보의 대세론이 여전히 굳건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러나 충청 표심 결과를 면밀하게 들여다보면 경선의 흐름과 관련해 미묘한 변화도 감지된다. 


일단 충청에서 문 후보의 과반이 무너졌다. 안 후보와 이 후보의 득표율을 합산하면 52%다. 반면 이번 충청 순회경선을 포함한 문 후보의 누적 득표율은 55.9%로 호남 경선 당시보다 4.3% 포인트 하락했다. 문 후보가 충청에서 과반 달성에 실패하면서 결선투표에 대한 여지가 생겼다는 뜻이다.

이날까지 전국 순회경선 일정의 절반이 진행된 가운데 아직까지 남아있는 선거인단의 비율은 60%에 달한다. 만약 문 후보의 과반 득표를 저지할 수만 있다면 결선투표에서 대역전의 드라마를 쓸 수 있는 기회가 열린다. 결국 승패는 수도권(강원·제주 포함)에서 판가름 나게 되어 있는 것이다. 


선거인단의 56%가 몰려있는 수도권은 이번 경선의 최대 승부처다. 안 후보와 이 후보가 끝까지 승부를 포기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와 관련 현재 3위에 머물고 있는 이 후보가 얼마나 선전할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호남 경선 이후 이 후보의 선거전략은 충청에서 버티고 영남에서 반등의 전기를 마련해 수도권에서 승부를 걸겠다는 복안이었다. 그렇게 본다면 이 후보가 조직도 연고도 없는 충청에서 기록한 15.3%의 득표율은 유의미한 수치라고 볼 수 있다. 전략대로 버티기에 성공한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20~30세대 젊은 유권자가 몰려있는 수도권은 이 후보에 대한 지지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지역이다. 만약 수도권에서 문 후보의 과반 득표를 막아내고 결선 투표까지 승부를 끌고갈 수만 있다 상황은 예측불허의 새로운 국면으로 돌입하게 된다. (이는 안 후보 역시 원하는 시나리오다) 


호남 순회경선에서 문 후보가 압도적으로 승리한 이후 당안팎에서는 남은 경선이 김이 빠진 가운데 진행될 것이라는 우려가 터져 나왔다. 그러나 충청에서 문 후보가 과반 달성에 실패하면서 오히려 경선이 역동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경선 흥행은 본게임에도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이는 민주당을 웃게 만드는 호재다. 


싱겁게 끝날 줄 알았던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이 결국 마지막까지 가봐야 승패를 알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문 후보가 호남과 충청에서 이겼지만 끝까지 안심할 수 없는 형국인 것이다. 다음 경선은 오는 31일 영남에서 펼쳐진다. 문 후보의 우세가 점쳐지는 가운데 두 후보가 어떤 반전을 써내려갈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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