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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추경예산 논란, 한방에 정리해 버린 노회찬

ⓒ 오마이뉴스


통계청이 13일 우리나라의 '2015년 기준 공공부문 일자리 통계'를 발표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전체 일자리 가운데 공공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8.9%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OECD 평균인 23.1%에 비해 턱없이 못미치는 수치다.

통계청이 발표한 공공부문 일자리 비율은 현재 문재인 정부가 편성한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안(추경)'과 맞물려 있어 주목받는다. 지난 12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의 협조를 구하기 위해 직접 국회 시정연설을 했을 만큼 정부는 일자리 추경이 긴급하고 시급한 현안이라 인식하고 있다.

추경이 절박한 정부와 달리 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 등 야 3당은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일자리 추경안을 반대하는 입장이다. 야 3당은 그 이유로 크게 두 가지를 내세우고 있다. 하나는 이번 추경이 국가재정법상 추경의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향후 야기될 국가재정의 부담을 우려해서다.

국가재정법 제89조(추가경정예산안의 편성)에 따르면, 추경은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가 발생한 경우 ▲경기침체, 대량실업, 남북관계의 변화, 경제협력과 같은 대내·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법령에 따라 국가가 지급하여야 하는 지출이 발생하거나 증가하는 경우에 편성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야 3당은 일자리 창출이 목적인 이번 추경이 본질적으로 경기 침체나 대량 실업 등의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뿐만 아니라 1만 2000명에 달하는 공무원 채용이 향후 막대한 국가 재정 지출로 이어져 미래 세대에 엄청난 부담을 안겨주게 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반면 정부의 입장은 다르다. 이미 고용 절벽이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청년 실업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으며, 경력 단절 여성 및 취약 계층인 노인 세대의 삶 역시 방치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경제적 불평등과 소득 불균형에 따른 불황과 실업 대란 문제 등이 국가 재난 수준의 경제위기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현 상황이 추경 편성 취지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야 3당이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공무원 증원에 따른 재정 지출 문제 역시 뚜렷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11조 2000억원에 달하는 추경 예산 중에서 약 80억원 가량을 신규 공무원 채용 예산으로 우선 책정했다. 80억원은 공무원 채용에 필요한 시험 비용 등이 포함된 것으로 급여 예산은 내년 본예산에 반영될 예정이다.


ⓒ 오마이뉴스


현재 야 3당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 바로 이것이다. 정부안 대로라면 내년부터 신규 채용 공무원에 대한 재정 지출이 급등하게 되기 때문이다. 실제 정부는 새로 증원되는 공무원들의 내년 급여로 연간 1200억원 정도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야 3당은 정부가 향후 5년 간 총 17만 4000명의 공무원을 채용할 계획임을 감안하면 관련 예산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며, 이것이 중장기적으로 국가 부채의 증가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17만 4000명의 공무원을 신규 충원할 경우 1년에 8조원 정도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인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과거 정부에서 400조원의 예산 가운데 대기업의 투자 촉진을 위해 쓴 돈이 제가 대충 합해보면 100조원 정도 된다. 이 중 성과가 있었던 것도 있지만 성과가 잘 안 나와서 일자리 문제가 심각해진 것"이라며 "이런 것을 고려하면 8조원 정도를 공공부문 일자리에 투자하는 것은 모범 고용주로서 정부가 제 기능을 다 하는 것 아니냐는 차원에서 공약을 세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정계획을 통해 중복되는 예산지출을 막고 고소득층의 탈루세금에 대해 과세를 강화하는 한편, 대기업의 비과세·감면을 축소하고, 그래도 부족할 경우 최종적으로 증세 등의 방법을 동원한다면 재원조달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정부는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추경의 취지와 재원 마련 방법에 대해 정부여당과 야 3당의 시각차가 이처럼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추경예산은 어떻게든 통과는 되게 돼 있다. 반대할 명분이 없다. 지금 세수가 많아졌다. 10조 정도가 더 거쳤다. 예산에 반영 안 된 그 돈을 좋은데 쓰겠다는 데 그걸 반대한다는 것은 어떤 국민도 용납 못할 것이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13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추경예산 논란을 이렇게 '한방'에 정리했다. 추경과 관련된 논란에도 불구하고 야 3당에게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노회찬 대표의 발언 중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추경의 재원 및 목적과 관련된 부분이다.

노회찬 대표의 지적대로 이번 추경은 국채 발행이 아닌 세계잉여금(초과 세수와 사용하지 못한 예산을 합한 금액)과 2017년 초과 세수, 기금여유자금 등이 합산된 금액이다. 정부의 재정 부담이 없는 가운데 추경이 편성된 것이다. 이는 추경에 따른 정부부채 비율의 변동이 거의 없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추경의 목적이다. 최악의 일자리 상황과 실업 문제, 경제적 불평등과 소득 불균형에 따른 양극화 현상 등 대한민국이 구조적 한계에 다다랐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사회구조적 문제의 해결을 위해 단기적인 방법과 중장기적인 방안 등 가능한 모든 제반 조치를 강구해 나가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이번 추경은 (노회찬 대표의 표현을 빌자면) 남는 세수를, 좋은 곳에 사용하는 셈이다. 

이번 추경의 '좋은 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정부는 추경 항목에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배제함으로써 말썽을 빚곤 했던 추경예산 나눠주기 논란을 미연에 방지했다. 또한 논쟁이 되고 있는 공무원 신규 채용을 관리직 증원이 아닌 안전·복지·교육 등 현장 인력 중심으로 설계했다. 이렇게 되면 경찰관, 소방관, 사회복지사, 근로감독관, 집배원, 군무원 등 부족한 인력이 증원돼 국민 안전은 물론이고 민생서비스 역시 개선될 수 있게 된다.

각론에서 일부 논란을 빚고 있기는 하나, 이번 추경이 당면한 사회경제적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무엇보다 시급한 일자리 대책의 일환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시의적절함에 있어 이론의 여지가 없다는 의미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이는 어디까지나 단기적인 긴급 처방에 불구하다. 정파와 이념을 초월해 서민 경제와 취약 계층의 생활 안정을 위한 효과적인 방안 마련에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 일자리 대책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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