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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청춘들 두번 울리는 최경환의 궤변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세대를 의미하는 '삼포 세대'라는 용어가 인구에 회자되기 시작한 것은 이명박 정부 말인 지난 2011년 경이었다. 이것은 이미 바이러스처럼 전사회에 퍼져 있던 '88원 세대'의 고민이 더욱 커지고 깊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요즘은 여기서 한 술 더 떠 '오포 세대'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 '연애, 결혼, 출산'에 이어 '인간 관계' '내집 마련'이 이 절망스런 리스트에 새롭게 추가됐다. 한창 꿈과 정열과 사랑으로 충만해 있어야 할 시기에 이 땅의 젊은 청춘들은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점점 늘어가는 암울한 현실에 직면해 있다. 


그들은 대학을 졸업하자 마자 학자금대출로 인한 빚을 떠안고 사회생활을 시작해야 한다. 취업문도 바늘구멍이다. 설사 취업이 된다 해도 대부분이 비정규직이다. 이에 반해 청년실업률은 사상 최악을 기록하고 있고, 치솟는 물가는 쥐꼬리같은 봉급으로는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삶이 나아지리란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한 마디로 말해 출구가 없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사회경제구조의 패러다임이 바뀌지 않는다면 우리시대의 젊은 청춘들이 겪고 있는 이 절망의 터널이 끝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오포 세대'와 같은 끔찍한 재앙을 만든 주범이 바로 우리나라의 일그러진 사회경제구조에 있기 때문이다. 이 말은 사회경제구조를 설계하고 운용하는 주체들의 철학과 비전에 따라 상황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88원 세대'에서 '삼포 세대'로, '삼포 세대'에서 다시 '오포 세대'로 진입하는 데에는 불과 10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이 급격한 변이의 중심에는 시장주의와 규제완화를 전면에 내세운 신자유주의가 놓여 있다. 이 신자유주의를 우리나라 사회경제의 중심으로 끌어 올린 자들이 바로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였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대기업 우선 정책에 의한 법인세 인하와 세금감면 혜택, 각종 기업규제 완화,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 이명박 정부 초기의 고환율 정책, 박근혜 정부가 추진 중인 시간제 일자리 늘리기 정책 등이 바로 신자유주의의 맹신에서 비롯된 속보이는 대기업, 재벌 밀어주기의 결과물이다. 


그들이 내세웠던 것이 이른바 '낙수효과' 이론이다. 그러나 낙수는 커녕 시장의 돈이 말라붙는 극심한 돈가뭄 현상만 발생했다. 노골적인 대기업 밀어주기는 투자와 고용이 아닌 사상 최대의 사내보유금을 기업들에게 안겨 주었을 뿐이었다. 결국 신자유주의에 올인한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은 대기업과 재벌, 부자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그들만의 잔치였다는 것이 드러났다. 


정부는 그동안 대기업이 살아야 투자와 고용이 활성화되고 궁극적으로 그 혜택이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희생과 감내를 호소해 왔다. 그러나 정부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사회경제적 지표와 함께 국민의 삶의 질이 개선되는 징후가 나타나야만 한다. 그러나 정부의 주장과는 달리 국민들의 삶은 더욱 피폐해지고 있고, 급기야 '오포 세대'라는 절망스런 신조어까지 만들어졌다. 


상황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정부는 관련 사실을 호도하는 한편 어처구니없는 궤변으로 절망의 늪에 빠져 있는 젊은 청춘들을 아예 늪 속으로 밀어 넣으려 하고 있다. 이들의 무책임함과 뻔뻔함이 어디까지 가려는지 가늠하기가 어렵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경제수장인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어제(26일) 서울 홍대앞에서 서울지역 대학생 21명과 간담회를 가졌다. 그는 이 자리에서 "정부가 구조개혁을 추진하는 이유는 청년들에게 더 많는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젊은 세대가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면서 살았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고 밝혔다. 


숨이 막힌다. 그가 말하는 구조개혁이라는 것이 대기업 규제완화 정책,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 그리고 정규직 고용요건 완화 등을 통해 신자유주의적 사회경제시스템을 더욱 강화시키겠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포 세대'를 양산하며 대기업과 재벌의 파이만을 더욱 늘려주었던 기존의 경제정책을 고수하겠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궤변은 계속 이어진다. 그는 "개혁은 필요적으로 쉽지 않은 과정이지만, 비판과 저항이 두려워서 개혁하지 않는다면 지금 당장은 편할 수 있지만 미래세대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라며 "땀흘린 만큼 보상받고, 출발이 늦어도 앞서 나갈 수 있고, 현재보다 미래가 더 나은 그런 사회를 다 함께 꿈꾸며 실현해 나갔으면 한다"고 말을 이었다. 


개혁이라는 단어도 이처럼 사용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완전히 다르게 전용된다. 문제가 되는 낡은 것들을 변화시키고 발전적으로 고쳐나간다는 의미의 이 단어는, 사용주체에 의해 언제든 '문제가 되는 것들'의 위치가 뒤바뀔 수 있다. 


그가 말하는 개혁은 박근혜 정부가 유지해온 경제정책들을 더욱 강화시켜 나가겠다는 것을 뜻한다. 시간제 일자리를 더욱 늘리겠다는 뜻이며 정규직 고용요건을 완화시켜서라도 기업하기 좋는 환경을 만들어주겠다는 의미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가 대기업과 재벌, 기득권에 우선하는 것이라는 것을 감안해 본다면 그가 말하는 개혁이라는 의미가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지, 그가 말하는 개혁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간파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의 주장은 낙수효과를 강조하며 국민들의 희생을 요구했던 이명박 정부의 그것과 정확히 일치한다. 이것이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했던 신자유주의적인 경제정책들을 그대로 답습하고 이를 더욱 강화하려는 박근혜 정부의 본 모습이다. 그들의 모습은 날카로운 발톱을 숨기고 밀가루로 떡칠한 손을 내미는 늑대의 모습과 하나도 다를 바 없다. 





이날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욕을 먹더라도 구조개혁을 추진하는 것이 청년층과 국가장래를 위해 현 세대가 짊어져야 할 과업"이라고 대학생들에게 설명했다.


필자가 그 자리에 참석한 대학생들이 그에게 욕을 했는지의 여부까지는 알 길이 없다. 그러나 그가 많은 국민들, 특히 '오포 세대'의 절망에 갖혀 있는 당사자들로부터 입에 담기 어려운 심한 욕을 먹는 것은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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