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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청와대의 KBS 세월호 보도 외압설은 사실이었다

세월호 참사 보도와 관련해 당시 청와대가 KBS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결국 사실로 밝혀졌다. 지난달 30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자유언론실천재단 등은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이었던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과 김시곤 KBS 보도국장 사이의 통화내용을 전격 공개했다.

녹취록은 이 전 수석이 김시곤 KBS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해경에 대한 비판보도를 강력하게 항의하고, 박 대통령의 불편한 심기와 정부의 입장을 고려해 보도 내용에 특별히 신경써 줄 것을 거듭 요청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녹취록의 내용은 청와대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그동안 청와대는 수차례에 걸쳐 방송 장악은 전혀 없다고 주장해 왔었다.

녹취록이 공개되자 파문이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다. 야당은 청와대가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감추기 위해 방송에 개입했다는 사실에 분노를 감출 수 없다며 박 대통령과 청와대를 정조준했다. 이와 함께 정부의 언론 개입 진상 규명과 이정현 전 수석의 방송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언론과 시민사회 역시 정부를 강력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녹취록을 공개한 언론시민단체는 물론이고 일반 시민들까지 정부의 방송장악에 분노하며 철저한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특히 생사의 기로에 서 있는 국민들의 안위보다 대통령의 심기를 더욱 걱정하고 있는 이 전 수석에 대한 비난이 끊이질 않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번에 폭로된 녹취록과 관련해 눈여겨 봐야 할 인물은 이 전 수석으로부터 외압을 받았던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이다. 그는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들을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 수와 비교해 국민의 지탄을 받았고 결국 그 일 때문에 옷을 벗은 화제의 인물이었다. 그는 불명예스럽게 물러난 이후 연신 KBS와 청와대 사이의 검은 의혹을 폭로해 주목을 받았다.

그는 지난해 5 16 KBS 기자총회에서 자신의 사퇴가 청와대의 오더를 받은 길환영 당시 KBS 사장의 압력 때문이었다는 폭탄 발언으로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은 바 있다. 그의 폭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비망록을 통해 방송장악과 개입의도가 없다던 청와대의 주장이 거짓이라는 정황들을 공개하기에 이른다.

공개된 비방록의 내용에 따르면 청와대는 사사건건 KBS의 보도 내용에 간섭하고 외압을 행사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비단 세월호 보도 뿐만 아니라 윤창중 사건에 대한 축소 보도, 국정원 댓글 사건 관련 리포트 금지, 박 대통령 관련 기사의 배치 문제에 이르기까지 청와대는 아주 세세하게 개입해 온 것으로 드러났. 5공 시절의 '땡전뉴스'에 버금가는 보도지침이 공영방송인 KBS에 드리워져 있었던 것이다.


이번 녹취록을 통해 청와대의 KBS 외압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이상 김 전 국장이 작성한 비망록의 내용 역시 사실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결국 이를 종합해 보면 박근혜 정부가 그동안 직접적이고 노골적으로 KBS의 보도 내용에 깊숙히 개입하고 있었음은 자명해진다. 자신이 보도국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KBS 보도에서 박 대통령의 비판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는 김 전 국장의 고백처럼 청와대가 KBS의 보도 내용을 쥐락펴락하고 있었던 것이다.

박 대통령과 정부는 그동안 방송 장악은 있어서도 안되고 있을 수도 없다며 세간의 의혹을 완강히 부인해왔다. 그러나 언론시민단체가 공개한 녹취록과 김 전 국장의 비망록은 박근혜 정부가 자신들의 치부와 진실을 은폐하고, 정권의 안위와 유지를 위해 공영방송인 KBS를 철저하게 악용해왔음을 보여준다.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 헌법과 방송 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는 방송법을 다름 아닌 이 정부가 위반하고 있는 것이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 오마이뉴스


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TV토론에서 참여정부 시절 세계적 수준이던 과학기술 부분의 경쟁력이 이명박 정부를 거치는 동안 후퇴했다는 문재인 후보의 지적에 "그래서 대통령 되려고 하는 거 아니예요, 제가"라고 말하며 수많은 사람들의 어이를 상실하게 만들었다. 당시에는 흘려 들었던 저 말 속에 얼마나 무시무시한 함의가 녹아있었는지를 이제야 알 것 같다. 


우리가 마주보고 있는 2016년의 현실은 "그래서 대통령 되려고 하는 거 아니예요제가"라고 호기롭게 말하던 사람이 국정을 전횡해 온 결과다. 이제와서 후회해본들 부질없는 일이겠지만 그래도 이것 하나만 사람들이 기억했으면 좋겠다. 세상에는 절대로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사람을 대통령의 자리에 앉힌 뒷감당은 결국 사회공동체의 몫이라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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