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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청문회 칼가는 야당, 공감받지 못하는 이유

ⓒ 오마이뉴스


새 정부의 초기 내각 구성을 위해 열리고 있는 인사청문회. 야당의 공세는 매섭고 앙칼지다. 조금의 흠결도 용납치 않겠다는 듯 현미경 검증이 펼쳐진다.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는 시작부터 삐걱거리는 모양새다. 지난달 31일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안이 우여곡절 끝에 국회를 통과됐지만 그 과정은 전혀 매끄럽지 못했다.

청문회 내내 야당은 이 총리에게 제기된 의혹을 집중 추궁했다. 특히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약한 '5대 인사원칙(병역면탈·부동산투기·세금탈루·위장전입·논문표절)'이 무너졌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급기야 국회의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은 불발됐고, 임명동의안 표결은 한국당의 불참 속에 반쪽짜리로 진행됐다.

정우택 한국당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본회의장을 퇴장하면서 "향후에 일어날 일에 대해, 정국경색을 비롯해서 앞으로 청문회 문제를 어떻게 할지 국정의 숙제로 남겼다"고 지적한 뒤, "모든 책임이 대통령에게 있다. 지금 상태로 봐서는 협치는 어렵다"며 각을 세웠다.

표결에 참석했던 바른정당 역시 앞으로 전개될 청문회에서는 공세적으로 나설 것임을 예고한 상태다. 이에 따라 이낙연 총리 임명 저지에 실패한 야당이 위장전입 문제를 비롯해 각종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를 낙마시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공직 후보자의 도덕성, 능력과 자질, 철학과 가치관 등을 면밀하게 검증해야 한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야당의 반발이 일견 당연해 보이는 이유다. 후보자를 검증할 책임과 비판할 권리가 그들에게 있다. 이유야 어찌됐든 논란의 빌미를 제공한 건 5대 비리 공직 배제 원칙을 무너뜨린 문 대통령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야당의 공세에도 불구하고 국민 여론은 여전히 문 대통령에게 우호적이라는 사실이다.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취임 이후 3주가 지난 현재까지도 여전히 80%를 넘어서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날달 29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는 야당이 부적격 판결을 내린 이 총리의 인준 찬성(72.4%) 의견이 반대(15.4%)를 압도하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의 인사에 대한 야당의 거센 반발과 공세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그에 호응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양한 분석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검증 주체로서의 야당의 '자격' 문제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이해를 위해 박근혜 정부의 초기 내각 인선을 살펴보자.


ⓒ 오마이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자신의 첫번째 공직 인사로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를 지명했다. 그러나 이 후보자는 박근혜 정부의 인사 참사의 서막을 알리는 전조나 다름이 없었다. 그는 위장전입, 장남 증여세 포탈, 석연치 않은 재산증식, 논문표절, 특정업무경비 횡령,  잦은 해외출장 등 갖가지 의혹이 불거진 끝에 결국 낙마해야 했다.

문제는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현 한국당·바른정당)의 인식과 태도였다. 최악의 공직 후보라고 여론의 뭇매를 맞던 이 후보자에 대해 여당 청문특위 위원 대부분은 적격 의견을 냈고, 새누리당 역시 결정적 하자는 없다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여론은 그와는 판이하게 달랐다. 당시 동아일보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 후보자에게 제기된 의혹이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 62%로 나타났고, '문제가 없다'는 의견은 18.4%에 불과했다. 이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부결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57.4%에 달해, 통과시켜야 한다는 의견 24.0%보다 월등히 높았다. 공직 인선을 둘러싼 새누리당과 국민 사이의 인식의 괴리는 이처럼 극명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박근혜 정부의 인사 논란이 멈추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 후보자의 낙마 이후에도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재산증식 의혹, 부동산투기 및 편법 증여 의혹, 두 아들 병역면탈 의혹, 전관예우 의혹, 법관 시절 판결 논란),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부동산투기 및, 증여세 미납 의혹, 아파트 다운계약서 작성, 위장전입, 무기중계업체 비상근 고문 경력), 황교안 법무부 장관 후보자(부동산투기, 병역면탈, 전관예우, 재산 신고 누락 및 증여세 지각 납부) 등 박 전 대통령이 지명하는 후보자마다 의혹이 끊임 없이 불거져 나왔다. 


당시 박근혜 정부의 인사는 문제가 드러나면 그보다 조금 덜 문제 있는 사람들로 채워져가는 식이었다. 그럼에도 새누리당은 박 전 대통령이 지명한 고위공직자를 비호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박근혜 정부에서 만연했던 인사 논란의 일차적 책임이 임명권자인 박 전 대통령에게 있었다면, 새누리당은 이를 방조하고 부추겼다는 비판에서 절대로 자유로울 수 없는 입장에 있다. 새 정부의 인사를 향한 야당의 비판이 공감을 받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옛말에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말 그대로 위치나 지위에 따라 사람의 생각과 태도, 행동 등이 달라진다는 뜻일 것이다. 좋은 의미로 사용되는 이 표현도 누구에게 적용시키냐에 따라 전혀 다른 수사가 된다. 야당이냐 여당이냐에 따라 말과 행동이 180도 달라지는 한국당과 바른정당의 행태를 보면 확실히 그렇다.

지금보다 더 흠결이 많았던 공직 후보자들을 앞장 서 두둔하던 한국당, 반대 여론을 무시하고 임명을 감행하던 바른정당의 모습이 국민들의 기억 속에 여전히 또아리를 틀고 있다. 무조건적인 반발과 공세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그 역시 생생히 각인될 것이기에 그렇다.  '이단공단(以短攻短) '만큼 한심하고 볼썽사나운 것도 없다는 사실을 야당은 깊이 새겨야 한다. 안 좋은 기억은 쉽사리 잊혀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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